블레이드앤소울은 국내 온라인게임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이 모두 좋았던 게임이다. 주인공 ‘막내’의 입체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스토리는 전개가 뻔하지 않았고, 개성 강한 등장인물과 컷신 등을 동원해 내용을 전달해주는 방식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그 후속작 블소2는 어떨까? 일단 블소2는 전작으로부터 수백 년 뒤를 다루며 진서연 등 전작 주요 인물도 사라진 지 오래다. 다만 시간대는 다르지만 주인공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흐름은 비슷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본격적인 스토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세계관 내 선악대결 구도를 설명하는 컷신이 등장한다. 생명을 파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가 서로의 사명을 위해 싸웠고, 전투 중 파괴된 자들은 파편이 되어 대지 곳곳에 흩어졌다. 이후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으나 전투 당시 흩어진 조각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특히 ‘검은 파편’은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자들이 분투 중이다.
실제로 블소2 대결 구도는 ‘수라’와 ‘신수’로 요약된다. 수라는 생명을 파괴하는 쪽, 신수는 지키는 쪽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상징은 ‘낙령석’과 ‘비옥’으로 모두 균열과 관련이 있다. 균열은 실제 플레이에도 등장하며, 균열이 열리면 강력한 괴물이 떼로 쏟아지는데, 등장하는 괴물은 모두 ‘수라’와 관련되어 있다. 수라의 기운에 먹힌 불마자, 불마자 중 자아를 지닌 염환, 수라의 명에 따라 움직이는 기수다. 앞서 소개한 낙령석은 균열을 열고, 비옥은 균열을 닫는 역할을 맡는다.
앞서 소개한 주요 요소는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기 전 프롤로그에서 확인 가능하다. 세상을 파괴하거나 지키기 위해 싸운 존재들이 파편이 되어 세상에 흩어졌다는 것은 영상을 통해, 균열은 컨트롤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 등장한다. 이를 통해 세상을 위협하는 균열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옥은 초반 컷신에 비옥을 던져 균열을 닫는 방면이 나온다. 이처럼 세계관을 구성하고, 플레이에서는 주요 파밍 장소로 활용되는 ‘균열’을 둘러싼 설정을 초반에 보여준다.
순수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지닌 주인공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인 ‘주인공’과 그 친구 아랑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과 아랑은 친구이자, 대척점에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주인공에는 세상을 파괴하는 수라의 힘이 깃들어 있고, 아랑은 세상을 지키는 신비한 힘이 담긴 신기 ‘진명’을 다룬다.
주인공에게 ‘수라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시점은 극초반이다. 주인공과 아랑은 수월평원 주요 문화로 활동 중인 ‘사호’가 주최하는 무술대회에 출전한다. 사호는 호랑이 네 마리라는 뜻이며, 매화단, 영교원, 도화상전, 금경철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과 아랑이 무술대회에 출전한 이유는 우승상품인 ‘비옥’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두 사람 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활동해왔으며, 모종의 이유로 속세에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은 무기도 챙겨오지 않아서 주최 측에서 빌려주는 무기로 경기에 임했음에도 많은 실력자를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는데 성공한다. 결승전 상대는 신가를 다루는 의문의 존재이자 주인공의 친구인 ‘아랑’이다. 그런데 결승 도중 문제가 생긴다. 주인공에 깃들어 있는 ‘수라의 힘’이 발현되며 갑자기 균열이 열리고, 주인공이 염환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 때 아랑의 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주인공에게 ‘수라의 힘’이 깃들어 있음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괴물로 변해버린 주인공에게 ‘여기서는 안 된다’라고 다그치는 모습 등을 통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랑이 그간 주인공과 함께 행동한 이유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곤경에 처한 친구를 도와주려 비옥이 상품으로 걸린 무술대회에 나선 것인지, 본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주인공에 수라의 힘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타락을 막기 위해 접근한 것인지 등은 게임을 진행하며 차츰 공개될 이야기다.
다시 무술대회로 돌아가보자. 온갖 괴물이 쏟아지는 균열이 열렸기에 대회는 파토났다. 아울러 균열을 닫는 것이 우선이기에 경기 관전 차 현장에 방문한 에레다의 수장 하름은 무술대회 우승상품으로 걸었던 비옥을 하늘에 던져 균열을 닫는다.
급한 불은 껐지만 사건은 이제 시작이다. 특히 하름으로 대표되는 에레다 입장에서는 수라의 힘을 지닌 주인공을 그대로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하름은 주인공을 가두려 하지만 친구 아랑이 본인의 무기이자 신기인 ‘진명’을 맡기면서 주인공이 구금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하름은 주인공을 풀어주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건다. 주인공이 망쳐버린 대회를 수습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대회를 주최한 문파 4곳 매화단, 영교원, 도화상전, 금경철문이 주는 의뢰를 각각 수행하고, 그 증거로 각 문파에게 ‘유공상패’를 받아오는 것이다. 이후 각 문파들의 의뢰를 수행하며 수월항 주변을 탐색하는 것이 초반 메인 퀘스트 주를 이룬다.
전작 블소에서도 주인공 ‘막내’는 온전히 선한 인물로만 그려지지는 않았다. 진서연의 습격으로 스승과 사형들이 모조리 사망하며(화중은 공격 당시에는 살아 있었지만) 몸을 담았던 홍문파는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여기에 진서연에게 입은 묵화의 상처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이에 주인공은 진서연 일행에 대한 깊은 증오심을 품게 됐고, 점점 증오심이 마음을 지배하여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귀로 변모해나간다.
블소2 주인공도 세상을 파괴시키는 ‘수라의 힘’이 깃들어 있는 존재다. 주인공의 정체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순진한 초출’로 그려진다. 다만 게임 내에서 악으로 분류되는 수라의 힘은 이후에도 분출될 수 있기에 주인공의 앞날도 어둠에 휩싸일 것은 자명해 보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인물상을 블소2에서도 맛볼 수 있을 듯 하다.
블소에 남소유가 있었다면 블소2에는 임연수가 있다
이와 함께 전작 블소와 마찬가지로 음모를 꾸미는 ‘흑막’이 있다. 전작 초반 스토리의 흑막이 은광일과 모종의 계약을 맺고 대나무 마을을 배신한 남소유와 촌장 곽대규였다면, 블소2에는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음모를 꾸미는 ‘임연수’가 있다. 임연수는 ‘사호’ 문파에 적개심을 가지고 있으며, 무술대회 내기에서 큰 돈을 잃었다.
임연수 역시 극초반부터 게임에 등장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결승전 출전을 앞둔 주인공에게 접근해 결승전에 나가는 선수들은 꼭 먹는 자양강장제라고 속이면서 수상한 음료를 준다. 의심 없이 자양강장제를 먹은 주인공은 앞서 말했듯이 괴물로 변모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의문으로 남는 부분은 자양강장제라고 이야기된 이 음료 때문에 주인공이 수라의 힘에 물들었느냐인데, 이에 대한 진실도 스토리를 진행하며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임연수는 메인 퀘스트 곳곳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사호에게 힘을 실어주던 지역 유지를 해하려 했고, 약초 채집에 나섰던 영환단 약초꾼들에게 난파선 근처에 약초밭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 그들이 난파선 근처에 오도록 유도한 후, 따로 섭외한 청안단 해적들에게 약초꾼들을 위협할 것을 의뢰하기도 했다. 임연수의 악행은 사호들의 의뢰를 수행하는 퀘스트를 진행하며 점점 드러나고, 반복적으로 언급되며 임연수는 뭔가 꿍꿍이를 지닌 수상한 자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궁금해지는 부분은 임연수가 꾸미는 음모의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냐는 것이다. 단순히 무술대회 내기에서 큰 돈을 잃어서 앙심을 품고 사호를 방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사호를 무너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인공에게 접근하고, 수상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는 초반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만약 임연수 뒤에 흑막이 있다면, 그 흑막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수라의 힘’에 더 근접한 존재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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