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반화되면서, ‘마기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 인상이 매우 다른 경우를 의미한다. 마스크를 쓰면 코와 입, 턱 등이 모두 가려지기 때문에 헤어스타일과 눈 주변만으로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해야 하는데, 인간의 뇌는 가려진 부분을 상상력으로 덧씌우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실물과 다른 이미지를 떠올려 착각하는 것이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스크, 복면, 가면 등으로 얼굴 일부/대부분을 가리고 다니는 이들 중에는 상상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인상으로 반전을 주는 경우가 있다. 전형적인 미형 캐릭터일 줄 알았는데 아니라던가, 혹은 무서운 얼굴을 예상했지만 의외로 순한 인상인 경우도 있다. 오늘은 게임 속 ‘마기꾼’ TOP 5를 모아 보았다.
TOP 5. 발로그(스트리트 파이터 2), 꽃미남인 줄 알았는데 자고 일어난 누나가?
스트리트 파이터 2 샤돌루 사천왕으로 등장하는 발로그(해외판 베가). 마스크라기엔 상당히 큰 가면을 쓰고 있어 맨얼굴이 드러나지 않지만, 우아한 말투나 세련된 액션,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는 설정 등으로 원판 미남 분위기를 대놓고 풍긴다. 다만, 스트리트 파이터 2 대쉬 기준 그의 맨얼굴은 조그맣게 보이는 인게임 승리 포즈와 조금 비장하게 과장된 엔딩 일러스트 정도가 전부였다.
아,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있다. 해상도도 높고, 엔딩보다 훨씬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바로 발로그와 싸워 이기거나 발로그로 플레이 하다 패배했을 경우 나오는 대전 결과 화면이다. 뭐, 춘리와 류를 제외한 대다수 캐릭터가 그렇듯 대놓고 굴욕샷이지만 말이다. 발로그의 경우 가면이 박살나서 맨얼굴이 나오는데, 여기저기 붓고 찌그러진 것이 라면 먹고 잔 친누나(;;) 같은 느낌이다. 뭐, 나중에 볼 수 있는 실제 얼굴은 가면보다도 더 매끈하신 분이니 여기선 슬쩍 넘어가도록 하자.
TOP 4. 에이든 피어스(와치독), 매서운 다크 히어로가 아니었다
도시 곳곳을 조작하는 해커를 주인공으로 한 와치독 시리즈. 그 초대 주인공인 에이든 피어스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모자와 복면, 롱코트를 입고 다닌다. 해커와 테러리스트, 일반 시민의 경계를 적절히 오가는 이런 패션은 패키지 표지에도 커다랗게 등장하며 와치독 시리즈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특히 강렬한 액션 속에서 복면과 모자 사이로 비춰지는 날카로운 눈빛은 ‘날카로운 해커’라는 편견 섞인 이미지와 섞여 차가운 다크히어로 풍 인상을 상상케 한다.
그러나 복면을 벗은 에이든은 상당히 푸근하면서도 편안한 인상이다. 특히 E3 2012에서 공개된 데모 버전에서는 팔자주름이 짙게 파여 있는 모습이 왠지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을 줬다. 사실 뛰어난 신체 능력과 해킹 같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그렇지, 1편 기준 한국나이 40세니 딱히 이상하지 않은 외모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인공 치고 너무 친근해 보였는지, 최종 버전에서는 주름이 살짝 사라지고 조금 더 배우 같은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그래도 여전히 선해 보이긴 하지만.
TOP 3. 메두사(페이트/스테이 나이트), 뱀 눈일 줄 알았는데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는 뱀으로 이루어진 머리칼과 눈이 마주친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눈을 가진 괴물로 나온다. 특히 석화 능력을 지닌 눈이 인상적이라 이를 활용한 수많은 패러디가 나왔다. 거울을 쳐다봤다가 스스로 돌이 된다거나, 선글라스나 콘택트 렌즈를 끼면 안전하다거나…
아무튼, 페이트 시리즈에 등장하는 메두사도 자신의 눈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나 보다. 페이트/스테이 나이트에서는 아주 커다란 안대로 눈을 꽁꽁 가린 ‘라이더’의 형태로 등장하는데, 이 기사의 다른 캐릭터들이 보통 눈 아래를 가리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속성이다. 아무튼 그녀의 정체가 메두사라는 것을 먼저 알고 보면 저 안에 노랗게 빛나는 뱀의 눈이라도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묘한 공포심이 든다. 그러나 안대를 벗은 그녀는 매우 매력적인 보랏빛 눈을 하고 있으며, 덕분에 게임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히로인 중 한 명으로 거듭났으니 그저 흐뭇할 뿐이다.
TOP 2. 라우반(파이널 판타지 11), 재수없는 악당에서 코믹하고 따뜻한 아저씨로
온라인게임 파이널 판타지 11에 등장하는 NPC 라우반. 그는 아토르간 황국 성황친위대인 불멸대의 대장으로, 청마도사로 진행할 경우 필수적으로 얽히게 되는 인물이다. 그는 꽤나 신비스럽고 비정한 이미지로, 터번과 복면을 통해 표정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크크큭 하는 웃음소리부터, 마의 힘이 어쩌고, 널 먹어치우겠다니 숙청한다느니… 아무튼 꽤나 비호감 캐릭터임은 분명하다. 눈매부터 왠지 악당 같거든.
그러나, 그와 대결하고 난 후 복면을 벗으면 급 이미지가 달라진다. 코믹한 얼굴로 유명한 흄족 남성 얼굴타입 F5 기반에 대머리, 요상한 문양과 수염까지. 게다가 플레이어를 인정하기 시작하며 따뜻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이전까지 알던 라우반은 어디 갔나 싶을 정도다. 어쨌든 흔한 ‘암살마도사 형 악당 2’ 정도의 캐릭터가 맨얼굴을 드러내면서 팬층까지 생겼으니, 나름 해피엔딩이 아닐까?
TOP 1. 밀리나(모탈 컴뱃), 미녀에서 괴물로 충격 변신
미안하다. 사실 이 분 보여드리려고 이 기사 썼다. 가면을 벗었을 때 가장 무시무시하게 바뀌는 캐릭터 대망의 1위는 모탈 컴뱃의 밀리나다. 그녀는 키타나 공주의 동생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초기엔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면 헤어스타일과 복장만 빼고 모든 것이 똑같을 정도였다. 하긴, 실제로 같은 배우가 촬영했으니까 다를 수가 없었겠구나.
그러나, 그녀의 정체는 키타나의 DNA를 타카탄족과 섞어 만든 클론이었다. 마스크를 벗으면 곱상한 맨얼굴이 나오는 키타나 공주에 반해, 밀리나는 찢어진 입과 가시 같은 이빨이 빽빽하게 나 있는 타카탄족의 괴물 같은 하관을 가졌다. 심지어 그 입으로 적을 물어뜯고 페이탈리티에 사용하기까지 하니, 매혹적인 여전사가 마스크 하나 벗으면서 호러 캐릭터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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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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