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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팬이 본 용비불패M의 원작 재현도 ˝역대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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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선 만화가 인기를 끌면 자연히 애니메이션화로 이어진다. 100%는 아니지만, 애니화가 인기의 척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반면, 국내에선 인기 만화 기반 애니메이션 맥이 사실상 끊겼다. 1990년대 초중반 영심이, 하니, 둘리, 슈퍼보드, 두치와 뿌꾸 등 만화 기반 애니메이션들이 다수 나오긴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일부 아동용 만화를 제외하면 만화 기반 애니메이션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에 최근 국내 만화업계는 드라마화로 방향을 바꿔,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실제 배우들이 연기하는 드라마는 원작을 크게 재해석 할 수 밖에 없기에 호불호가 갈리기 쉽다. 특히 제작 여건이나 주 시청자층을 고려해 현대 배경인 작품들 위주로 촬영하며, 주로 2010년 이후 나온 웹툰에 치중돼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한국 만화 팬들은 1990년대부터 나온 청소년~성인 대상 명작 만화들이 애니화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 아쉬움을 덜 수 있는 매체가 바로 게임이다. 2010년대 이후 모바일게임이 주류가 되며 게임 내에 애니메이션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 품질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게임 속 애니메이션은 극장판/TV용 애니메이션에 비해 분량이 짧지만, 그만큼 제작 부담이 덜해 고품질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부족한 분량은 원작 느낌을 살린 본 게임 콘텐츠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아, 애니화에 대한 갈증을 풀기 적합하다.

용비불패M 메인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용비불패M 메인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난 10월 21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NHN 용비불패M의 경우 이러한 시류를 대변하는 작품이다. 원작 용비불패는 1996년부터 2002년까지(1부 기준) 연재된 무협 만화이자, 열혈강호와 함께 한국식 무협의 대표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2019년에는 네이버 웹툰을 통해 완전판 형태로 재연재 된 바 있다. 그러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이유 때문에 만화 외 작품으로의 미디어믹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처폰 시절인 2003년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되긴 했으나, 당시 모바일 환경 상 별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다시 말해 용비불패M은 사상 최초로 용비불패를 '제대로' 활용한 게임이자 미디어믹스로, 출시 전부터 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아 왔다. 개발사 역시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원작을 충실히 재현함은 물론, 원작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열두존자 이야기' 등도 구현했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원작에 다뤄지지 않은 추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과 비슷한 공식이다.

용비불패 외전 2라고 봐도 될 정도다
▲ 열두존자 이야기는 가히 용비불패 외전 2라고 봐도 될 정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관건은 원작 재현도다. 실제 플레이 해 본 결과, 용비불패M은 무협 액션 만화의 모범적인 게임화 사례로 남을 만 했다. 먼저 오프닝을 비롯해 게임 중간중간 삽입된 애니메이션 컷씬은 그야말로 원작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용비불패 애니메이션의 모범적 사례였다. 만화의 상징적 장면들을 단행본 표지 수준의 미려한 그림체와 화려한 이펙트,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그려낸 영상만으로도 용비불패M을 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원작에서 창과 주먹의 잔상으로 표현된 화려한 초식은 실제 움직임으로 구현돼 생명력을 얻었다. 홍예몽이 부리는 기파, 용비가 기를 모아 뿜는 창술, 간결하면서도 절도 있는 천잔왕 구휘의 무술 등도 '이런 무공이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구현됐다. 특히 결정적 순간에 등장하는 용비불패 특유의 강렬하고 진한 연출도 화려한 광원 효과를 통해 약간은 다른 방법으로 치열한 느낌을 살렸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품질로 풀타임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면 20번은 보러 가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20년 전부터 꿈꿔 왔던 용비불패 애니메이션이 눈 앞에!
▲ 20년 전부터 꿈꿔 왔던 용비불패 애니메이션이 눈 앞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모든 장면이 이렇게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하이라이트인 전투 장면 사이사이에 일상적인 대화나 코믹한 장면 등은 다른 방법으로 구현했다. 비주얼노벨 식 대화, 전투, 그리고 컷인 형태로 들어간 일러스트와 원작 장면 삽입이다. 

이들은 시나리오 진행에 따라 그때그때 다른 방식으로 연출되는데, 예를 들면 만화 1화에서 구휘가 객잔에 등장해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하다 용비에게 두들겨 맞고 궁둥이를 깐 채 비룡에 묶여 끌려가는 장면은 원작 장면을 풀컬러로 다시 그려서 약간의 라이브 효과와 함께 재생한다. 이후 구휘와 비룡이 나누는 대화는 비주얼노벨 식 일러스트+대사로 풀어나가며, 강에 떠내려온 율무기를 줍는 장면은 다시 애니메이션 효과로 묘사된다.

원작 만화의 연출을 살린 주막 씬
▲ 원작 만화의 연출을 살린 주막 씬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알궁둥이를 깐 채 끌려가는 코믹한 구휘의 모습도 잘 표현됐다
▲ 알궁둥이를 깐 채 끌려가는 코믹한 구휘의 모습도 잘 표현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흑백 원작을 컬러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매력 포인트다
▲ 흑백 원작을 컬러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매력 포인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후 율무기를 쫒는 이들이 용비를 습격해 오는 장면에서는 횡스크롤 전투 형태로 게임이 진행된다. 용비불패M의 전투는 시스템만 보면 크게 특별한 점은 없다. 콤보가 부드럽게 이어진다는 점 정도가 돋보일 뿐, 익히 익숙한 모바일 횡스크롤 액션을 보는 듯하다. 다만, 부드러운 움직임과 세밀하게 묘사된 초식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예를 들어 용비가 사용하는 흑색창연환칠식은 파괴력과 살상에 초점을 맞춘 창식이다. 신법 역시 초고수 수준으로, 천잔왕 구휘조차도 움직임을 놓칠 정도다. 이 창식은 게임 내에서 일반 공격과 스킬 공격, 궁극기 등으로 묘사되는데, 빠르면서도 한 방 한 방이 대지를 울리고 하늘을 뚫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반 공격은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겠다는 의지를 담아 적을 계속 추적해 공격하며, 대표 기술인 흑산포는 앞의 적들을 관통하며 강한 대미지를 쏟아붓는 타격감이 확실히 느껴졌다.


▲ 게임 속 무공을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직접 조작하며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즐겁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원작에서 큰 활약이 없었던 캐릭터들에게도 새로운 색을 불어넣었다. 예를 들면 흑월의 시녀 역할을 하는 연화의 경우 각종 무기술과 폭탄을 활용해 꽤나 광범위하고 위력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원작에서는 전투보다도 서포트 역할에 충실했으며 용비와 일전을 제외하면 크게 활약상이 없기에 반가운 모습이다.


게임 속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골고루 스포트라이트가 주어졌다
▲ 게임 속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골고루 스포트라이트가 주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런 식으로 용비불패M은 원작 만화를 게임으로 완벽히 재해석했다. 시나리오 진행에 따라 캐릭터 개개인에 더욱 초점을 맞춘 이야기들이 차례차례 진행되며, 원작에선 등장하지 않는 합동 전투 등도 맛볼 수 있어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적어도 원작 재현도만큼은 역대 만화 기반 모바일게임 중 한 손 안에 꼽을 정도다. 전혀 다른 게임에 원작 스킨만 어거지로 입혀 묻어가려는 게임들은 반성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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