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시대 별 대한민국을 대표한 스포츠 선수를 꼽아 보자면, 2010년대 손흥민과 김연아, 2000년대 박지성과 이승엽. 그리고 1990년대에는 박찬호와 박세리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마침 최근 들어 박세리와 박찬호가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당시의 추억을 되새겨 줬는데요, 그러고 보니 4년 전 박세리 은퇴식에서 박찬호가 엄청나게 긴 인터뷰를 진행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죠. 박찬호에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한 건 그 이후부터입니다.
야구에 큰 관심 없는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게는 투머치토커 아저씨로 더 유명하지만, 명실공히 박찬호는 ‘코리안특급’이라는 별명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IMF로 지쳐 있던 국민들에게 힘이 되어 준 선수입니다. 97~98년 게임잡지 광고를 통해, 오랜만에 투머치토커가 아닌 코리안특급 시절 박찬호의 모습을 느껴보겠습니다.
제우미디어 PC챔프 1997년 9월호에 실린 트리플 플레이 98 광고입니다. 트리플 플레이 시리즈는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를 주름잡은 EA의 MLB 기반 야구 게임으로, 2003년 이후 MVP 베이스볼로 이름을 바꿔 꽤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2K가 2005년 MLB와 독점 게임화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자연스레 종료된 비운의 시리즈죠.
피파 시리즈처럼, 트리플 플레이 역시 당시 MLB에서 가장 핫한 야구스타를 메인 모델로 내세웠습니다. 사진에 크게 나오는 인물은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의 브라이언 조던으로, 당시 카디널스 타율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최고 인기 선수였죠. 그러나 국내 광고에는 역시 박찬호가 언급되며, 실제로도 박찬호의 실제 투구 장면이 커다랗게 실려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고 내 게임 스크린샷들도 죄다 박찬호로 추정되는 캐릭터들입니다. 등번호 61번만 봐도 알 수 있듯 말이죠. 얼핏 박찬호가 메인인 것처럼 보이는 구성입니다.
다음은 PC챔프 1998년 4월호에 실린, 트리플 플레이와 쌍벽을 이뤘던 야구 게임 하드볼 시리즈 최신작 광고입니다. 1면에서는 구속 161km 초고속 스피드로 다가온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km/h 표기가 맞지만요. 참고로 161km/h는 박찬호가 전성기에 던졌다고 알려진 시속 100마일 강속구의 속도입니다.
2면으로 가면 더더욱 박찬호의 이름이 전면에 드러납니다. 아예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하드볼 특급으로 만난다는 메인 문구가 삽입돼 있으니까요. 실제로 국내 정식 발매된 게임 패키지 박스에는 메인 모델 옆에 박찬호 사진이 붙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하드볼 6는 흥행에 실패했고, 제작사인 에콜레이드도 해체되며 시리즈 명맥이 끊겼습니다.
박찬호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전용 피규어도 나왔습니다. 물론 정식 피규어는 아닌 열쇠고리지만요. 열쇠고리 6종을 합쳐 1만원, 열쇠고리 2종에 만득이 열쇠고리, 그리고 쥬라기 공원 다마고찌나 매직아이안경을 끼워서 1만 2,000원에 판매했네요. 당시 게임잡지에 한국인을 모델로 한 피규어 광고 사례는 박찬호가 유일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트리플 플레이 신작인 99 광고입니다. 1998년 5월 광고에는 공식 메인 모델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크게 등장하지만, 아래쪽 스크린샷에는 박찬호가 보입니다. 아예 다음달 광고에는 “박찬호와 함께!”라는 문구와 함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치우고 박찬호가 메인에 실려 있습니다. 국내 한정 마케팅이긴 하지만, 확실히 기분은 좋군요.
마지막은 PC파워진 1999년 8월호에 실린 삼보컴퓨터 광고입니다. 당시 광고계 블루칩이었던 박찬호답게 다양한 분야에서 CF모델로 활약했는데, 당시 국산 컴퓨터 브랜드였던 삼보컴퓨터 모델로도 활약했었죠. “21세기 한국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라는 코리안특급 느낌 멘트와 함께 국가경쟁력의 뿌리 같은 모습으로 함께 했습니다.
참고로 위 광고를 보면 PC가격이 상당히 저렴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개인용 PC 한 대 맞추려면 브랜드 PC 기준 300만원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해진 가격입니다. 당시 삼보컴퓨터는 시장 1위였던 삼성 매직스테이션에 대응해 저가형 모델 ‘체인지업’과 2년 후 CPU와 메인보드 무상 교체정책을 내세워 공격적 사업을 전개했는데요, 브랜드 이름이 변화구와 동일하다는 점을 내세워 박찬호를 모델로 기용했었습니다. 삼보컴퓨터 광고가 박찬호 하면 떠오르는 광고 중 하나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어울렸던 모델 기용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90년대 후반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됐던 박찬호가 등장한 게임 및 관련 상품 광고들을 살펴봤습니다. 지금은 투머치토커라는 별명이 더 익숙하지만, 이 역시 박찬호쯤 되는 전설급 야구선수가 팬이나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조언과 이야기를 해 주는 모습을 약간 짓궂게 표현하는 호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괜찮은 별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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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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