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출시 20년이 넘은 어둠의 전설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지난 27일 테스트 서버(하데스)에 3년간 개발한 신형 엔진을 적용한 것이다. 20년도 더 된 게임 엔진을 다시 만들어서 교체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엔진 교체가 끝이 아니다. 넥슨은 게임메카를 통해 “엔진 교체 후 계획 중인 업데이트는 크게 두 가지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면 공개할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테스트 서버에 적용된 신형 엔진 완성도를 검증한 다음에 정식 서버에 이를 넣고, 이후에 업데이트까지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어둠의 전설은 넥슨 클래식 RPG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바람의나라를 시작으로 어둠의 전설, 일랜시아, 아스가르드, 테일즈위버까지 5개 게임이 ‘클래식 RPG’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바람의나라, 테일즈위버를 제외한 게임 3종은 지난 몇 년 간 주요 업데이트나 이벤트 없이 연명하는 수준으로 운영됐다. 이러한 와중 잠들어 있던 어둠의 전설이 꿈틀거린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움직임을 보인 쪽은 어둠의 전설만이 아니다. 우선 5월에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통해 눈길을 끈 일랜시아는 6월에 12년 만의 게임 내 이벤트가 열렸고, 지난 7월 24일에는 유저 의견을 듣기 위한 유저간담회가 열렸다. 어둠의 전설에 이어 일랜시아도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어둠의 전설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아스가르드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8월 20일 인첸트를 통해 아이템에 붙는 능력치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아이템 인첸트 정보확인’이 추가된 것이다. 어둠의 전설만큼 큰 업데이트는 아니지만 지금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이 편리하게 쓸만한 새 기능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보면 넥슨은 ‘서비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클래식 RPG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왜 클래식 RPG를 다시 움직이려는 것일까? 이는 넥슨이 올해 출시했거나, 출시를 예고한 신작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넥슨은 바람의나라: 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 자사 온라인게임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게임을 시장에 내며 좋은 성과를 냈다. 바람의나라: 연은 현재 구글 매출 3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19위를 기록 중이다.
온라인게임을 원작으로 한 신작을 출시하는 넥슨 사업 방향은 의미 있는 결실을 냈고, 지금도 이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주요 작품은 하반기 출시를 예정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중국 출시를 앞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내부에서 개발 중인 테일즈위버M, 마비노기 모바일(가칭) 등이다.
특히 바람의나라: 연이 흥행하며 다른 클래식 RPG도 모바일 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모바일 신작을 시도하려면 그 뿌리라 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이 현재 어느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통해 잠든 클래식 RPG를 깨워야 한다. 어둠의 전설을 필두로 넥슨이 클래식 RPG에 재시동을 거는 배경에는 다른 게임에도 바람의나라 정도의 잠재력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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