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메탈슬러그 인피니티가 출시됐을 때 많은 옛 팬들이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메탈슬러그 하면 과거 2D 횡스크롤 게임의 대표작이었는데, 최근 그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들은 모바일 디펜스나 방치형 게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토리적으로도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는 ‘올스타전’ 콘셉트거나, 아예 본 시리즈와 상관이 없는 외전격 이야기들인지라 팬 입장에서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우리는 모바일 일변도가 되기 전 메탈슬러그 시리즈에 대해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번 주에는 메탈슬러그 시리즈 계보와 스토리를 정식 넘버링 작품 위주로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2D 횡스크롤 장르의 전성기를 풍미했던 메탈슬러그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탈 것’을 내세운 ‘지오스톰’, 그리고 그 정신적 후계작 메탈슬러그
메탈슬러그 시리즈의 계보는 공식적으로 1996년 나즈카가 출시한 게임 ‘메탈슬러그’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 전에 언급해야 할 게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아이렘에서 제작한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 ‘지오스톰’이다. 지오스톰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에서 착취당하는 여성 포로들을 구출한다는 내용으로, 훗날 이 게임 영향을 받아 제작된 메탈슬러그도 이와 비슷한 게임 구성과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를 지향했다.
아이렘이 1994년 출시한 지오스톰은 전쟁으로 문명이 몰락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각종 탈 것에 탑승해 파시스트, 미치광이 돌연변이, 사이보그 등을 물리치고 여성 포로들을 구조하며 돌아다니는 전사다. 얼핏 매드 맥스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게임은, 당초 계획대로였으면 꽤나 거대한 프로젝트가 될 뻔 했다. 그러나 개발 도중에 개발진 상당수가 퇴사하는 바람에 겨우 다섯 스테이지만 제작됐고, 그나마도 엔딩이나 크레딧이 제거된 미완성으로 발매됐다.
지오스톰이 미완 상태로 출시된 이유는 개발업체 아이렘의 아케이드 사업 철수 때문이었다. 아이렘은 쿵푸 마스터, 언더커버 캅 등 나름 인지도 있는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한 업체였다. 그러나 1994년 초, 모기업이었던 나나오가 아케이드 사업 철수를 발표함에 따라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지오스톰 개발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아이렘을 떠난 개발자들은 다른 게임 개발사를 찾아 취직했다. 그 중 지오스톰 개발 핵심 인물 몇몇이 나즈카라는 개발사를 새로 차리며 독립했는데, 이 나즈카가 출시한 두 번째 게임이 바로 메탈슬러그다. 메탈슬러그가 지오스톰과 비슷한 구성을 취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초기 메탈슬러그는 지오스톰처럼 탈 것을 활용한 횡스크롤 아케이드 게임을 지향했다. 이러한 특징은 게임 제목과 스토리에서도 확인된다. ‘메탈슬러그’란 작중 등장하는 신형 전차 이름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쿠데타를 시도한 반군이 아직 개발 중이던 전차 메탈슬러그를 탈취하자, 정부군이 이를 탈환하기 위해 특공대를 파견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그리고 실제 게임에서도 이 전차에 탑승해 전투를 치르는 구간이 상당히 많다.
심지어 메탈슬러그는 초기에 아예 주인공으로 인간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전차만 나오는 구성을 취하려고도 시도했다. 아케이드 게임 행사인 ‘어뮤즈먼트 머신 쇼 1995’에 출품된 버전을 보면, 포스터 및 게임 내에 주인공으로 인간이 아닌 전차 메탈슬러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록 실제 출시 버전에서는 인간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탈 것을 중시하는 특성은 메탈슬러그의 주요 콘셉트로 꾸준히 내려져 온다.
스토리 상 메탈슬러그는 지오스톰과 달리 미래가 아닌 근현대를 배경으로 했다. 실제 지구와 같은 국가들이 존재하지만, 다른 역사가 진행된 대체역사 세계관이다. 21세기 어느 시점, ‘도널드 모덴’이라는 어느 장성이 백화점 테러 사건으로 아내와 딸을 잃자 정부에 앙심을 품고 반란을 일으킨다. 그가 정부에 복수심을 품은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테러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원한을 군에 돌린 것으로 추측된다.
모덴은 여러 해 동안 비밀스러운 준비 끝에 휘하 부대들을 ‘모덴 혁명군’이라는 조직으로 재편한 후쿠데타에 나섰다. 그는 그 과정에서 정부의 신무기들을 탈취하기도 했는데, 메탈슬러그 전차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이에 정규군은 모덴 혁명군에게 빼앗긴 메탈슬러그를 탈취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했고, 이들이 바로 플레이어 캐릭터다.
이후 진행되는 스토리는 상당히 간결하다. 후방에 침투한 두 주인공 마르코와 에리가 람보와 같은 활약을 펼치며 모덴 혁명군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생포된 정규군 포로들을 구해내고, 마침 시찰을 나온 모덴까지 사로잡는다. 그렇게 진압되는 듯한 쿠테타였으나, 엔딩 영상에서 모덴 장군은 탈옥에 성공하며 후속작을 암시한다.
첫 작품인 메탈슬러그는 간단한 스토리라인 속에서도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러나 게임 내서에는 조그마한 해학적 요소들을 약간이나마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는 다음 시리즈인 메탈슬러그 2에 이르러 게임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게 된다. 메탈슬러그 2 때부터 진지한 분위기를 포기하고, 황당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로 분위기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다만, 게임의 핵심 요소인 횡스크롤 런 앤 건, 탑승물의 활용이라는 핵심 요소는 계속 고수했다.
근엄했던 장군님이 점박이 팬티만 입고… 개그물로 선회한 메탈슬러그 시리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메탈슬러그는 아이렘에서 퇴사한 개발자들이 세운 나즈카에서 제작했다. 그러나 신생기업답게 나즈카는 메탈슬러그를 제작할 당시부터 쭉 금전적 압박에 시달렸다. 이에 나즈카는 메탈슬러그가 거의 완성된 시점에 SNK에 인수되는 길을 택했다. 인수 당시는 메탈슬러그 개발이 거의 끝난 시점이었기에, SNK의 입김은 후속작 메탈슬러그 2부터 들어가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SNK가 나즈카를 인수하고 메탈슬러그 제작에 개입한 시점부터 슬슬 게임 스토리가 개그 노선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1996년 출시된 메탈슬러그는 다소 나이브한 설정이기는 해도 나름의 진지한 분위기를 고수했다. 그러나 1998년 나온 메탈슬러그 2는 갑자기 화성인이 침공해오고, 근엄한 캐릭터였던 모덴이 알록달록한 팬티를 입고 바보 같은 웃음을 터뜨리는 개그 캐릭터로 변모하는 등 가볍고 웃기는 분위기를 내세웠다.
메탈슬러그 2에서, 모덴은 다시금 부하들을 모아 테러에 나선다. 이번에 그는 아지라비아 반군 등 다른 세력과 연합하는데, 반군을 모으고 무기를 지원해준 배후에 전혀 예상치 못한 존재가 있었다. 갑자기 화성인이 등장해, 지구 침공을 위해 모덴 혁명군을 지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다.
거대한 문어처럼 생긴 이 외계인들은 지구인보다 월등한 기술을 지니고 있었고, 모덴 혁명군이 사용한 몇몇 최첨단 에너지 무기도 그들이 제공해준 것이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이 외계인들은 더욱 냉혹하고 악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규군과 모덴 혁명군이 서로 싸워 둘 모두 약해지자, 갑자기 이용가치가 다한 모덴 혁명군을 배신한 것이다. 메탈슬러그 2 최종전은 모덴을 납치한 화성인 UFO와 결전으로 끝난다.
이 스토리는 메탈슬러그 2에서 제대로 끝맺어지지 않았다. 최종전에서 주인공들은 가까스로 UFO를 파괴하는 데 성공했지만, 한숨 돌리나 싶었던 찰나 외계인 모선이 나타나서 본격적인 침공을 감행하는 장면으로 게임이 끝나기 때문이다. 화성인 침공이라는 전작에서 상상도 할 수 없던 전개로 넘어간 스토리는, 2000년 출시된 메탈슬러그 3에서야 마무리됐다. 이 게임에서는 원수를 납치당한 모덴 혁명군과 정규군이 동맹을 맺고 화성인에 맞서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메탈슬러그 3에서 주인공들은 정규군과 모덴 혁명군이 화성인 군대와 싸우는 사이, 화성인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모선에 침투한다. 그곳에서 주인공들은 전작의 적이었던 모덴 장군을 구해내고, 그 휘하 병사들과 함께 모선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모선을 조종하던 화성인 지도자 루트마스마저 처치한다. 결말에서 모덴 혁명군은 화성인들의 비행선을 탈취해 도망치고, 주인공들은 가까스로 바다에 추락해 구명정에 오르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스토리만 보면 메탈슬러그 2, 3편은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본격 개그 노선까지는 아니다. 노선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연출이다. 메탈슬러그 2 시작 지점에서 탈 것으로 기관포를 얹은 낙타가 나오는가 하면, 메탈슬러그 3에서는 배터리를 먹으면 번개를, 다이너마이트를 먹으면 화염탄을 코로 발사하는 코끼리 탈 것까지 등장한다.
전작의 악당 모덴도 체면을 구겼다. 늘 근엄하고 진지했던 전작과 달리, 메탈슬러그 2부터는 만화에 나오는 악당처럼 크고 과장된 웃음을 터뜨린다. 여기에 화성인들에게 뒤통수를 맞아 납치도 되고, 마지막에는 고장 난 우주선을 탈취해 점박이 팬티만 입은 채 의기양양하게 날아가는 연출까지 나온다. 테러로 가족을 잃고 부조리한 세상을 힘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지닌 사연 있는 반군 지도자로서의 과거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스토리와는 별개로 메탈슬러그 2, 3편은 희대의 명작으로 칭송받고 있다. 게임 시스템 측면에서 큰 진보를 이뤘기 때문이다. 다양해진 탈 것, 뛰어난 레벨 디자인, 섬세한 도트 그래픽 등 많은 면에서 개선이 있었다. 특히나 메탈슬러그 3은 매 스테이지마다 분기점이 있어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후 전개 및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어 큰 호평을 받았다. 스토리 역시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 정규군과 모덴 혁명군이 동맹을 맺고 화성인 침략자에 맞선다는 이야기와 호쾌한 분위기로 새로운 팬층을 개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탈슬러그에는 거대한 암운이 드리워졌다. 바로 모회사인 SNK의 파산이었다. 1999년부터 도산 위기에 처해 있었던 SNK는 메탈슬러그 3 출시 1년 후인 2001년, 한화 약 3,9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은 채 파산하고 말았다. 그에 따라 메탈슬러그 시리즈도 한동안 개발이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작으로부터 2년이 지난 2002년, 메탈슬러그 4가 간신히 출시됐으나, 전작 대비 낮은 완성도로 인해 큰 혹평을 들어야 했다.
SNK 파산과 함께 시작된 암흑기, 그리고 메탈슬러그의 몰락과 재기
SNK는 2001년 도산했지만, 그 와중에도 자사 IP 재확보를 위한 방법을 강구해 두었다. 파산 직전에 주요 개발팀을 독립시키고, 미리 IP를 관리할 플레이모어라는 회사를 만들고, 회사 파산 당시 파산 법원 공매 입찰에 참가해 IP를 회수한 것이었다. 이후 플레이모어는 회사명을 SNK 플레이모어로 개명해 부활을 꾀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회사 사정은 확실히 좋지 못했고, 당시 출시된 게임은 대체로 부실한 점이 많았다. 메탈슬러그 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언급한 메탈슬러그 4는 SNK 암흑기에 출시된 대표적인 퇴보작이었다. 당시 플레이모어는 자체적으로 메탈슬러그 4를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전까지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만든 나즈카 출신 개발자는 대부분 2001년 SNK 파산 당시 회사를 떠났고, 개발비를 넉넉히 투입하기에도 자본이 부족했다. 이에 플레이모어는 SNK IP 일부를 획득한 한국 회사 메가 엔터프라이즈와, 자회사인 노이즈 팩토리 공동개발로 메탈슬러그 4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존 개발자가 대부분 떠나고 자본도 부족한 환경 속에서 개발이 원활히 이루어질 리 없었다. 메탈슬러그 4는 출시 전 새로운 캐릭터를 내세워 홍보에 나섰지만, 실제로 나온 게임은 이미 전작에서 사용했던 도트 그래픽을 조금 수정해 재활용한 수준에 그쳤다. 배경, 레벨 디자인, 적 모델 등 대부분의 요소가 전작에서 따온 것이었고, 그나마도 조금 있는 신규 탈 것마저 전작에서 적으로 나온 모델들을 뜯어고친 디자인이었다.
스토리는 큰 궤에서 시리즈 첫 작품 메탈슬러그와 비슷하다. 메탈슬러그 4에는 아마데우스 박사라는 미친 과학자가 이끄는 사악한 조직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덴 혁명군 잔당과 연합을 맺고, 전세계의 군사 시스템을 해킹할 수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퍼뜨리겠다고 나선다. 이들을 막기 위해 세계정부는 가장 뛰어난 특수부대원인 주인공들을 파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세계전복을 시도하는 악의 군사조직을 막기 위해 특수부대가 침투한다는 1편의 전개를 그대로 채용해 온 셈이다.
문제는 기존 설정과 부딪치는 점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메탈슬러그 2에 나왔던 적인 미이라는 고대 유적의 초자연적 수호신이다. 그런데 그 미이라는 메탈슬러그 4 놀이동산에서 즐비하게 등장한다. 메탈슬러그 3에서 나온 좀비도 비슷하다. 정체불명의 외계인이 인간을 변이시켜 만든 괴물이지만, 메탈슬러그 4에서는 이 역시 놀이동산에서 등장한다. 전작 소스를 재활용해야 하는데, 어디다 넣을 지 몰라 대충 때려박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이러한 문제들 탓에 메탈슬러그 4는 전작들의 게임성을 계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부문에서 큰 혹평을 들어야 했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는 메탈슬러그 4에서 끝나지 않았다. SNK 플레이모어는 4편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10개월 만에 급히 후속작 메탈슬러그 5를 출시했다. 이 작품 역시 졸속 제작이라는 말을 들으며 혹평을 이어갔다.
메탈슬러그 5는 쇄신을 위해서인지 또 한 번 새로운 적을 등장시켰다. 이번에도 적은 신형 전차의 설계도를 훔치는 것으로 행동을 개시하는데, 이들의 정체는 오컬트 조직 ‘프톨레마익’이다. 프톨레마익은 첨단기술과 흑마술을 접목한 마천루 신전 위에서 알 수 없는 의식을 준비 중이었다. 이에 정규군은 다시 한 번 주인공들을 파견해 이를 저지하는데… 이번에는 뜬금없이 악마가 소환돼 접전을 치른다는 황당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메탈슬러그 5는 스토리도 전작들과 아무 상관 없고, 게임 내에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제는 스토리만이 아니었다. 스테이지도 고작 다섯 개 뿐인 데다, 그나마 있는 것도 상당부분 이전 시리즈 배경과 모델을 재활용했다. 적은 예산과 짧은 개발기간으로 만든 게임이니 결과물도 조악할 수밖에 없었다. 동시기에 나온 SNK 게임 중 상당수가 완성도 논란에 시달렸으나, 그 중에서도 메탈슬러그 5에 대한 혹평은 유독 컸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메탈슬러그 시리즈는 그 다음에 나온 6편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절치부심한 SNK 플레이모어는 5편 발매로부터 3년이 지난 2006년, 세가 유통을 통해 ‘메탈슬러그 6’를 발매했다. 지난 4, 5편이 워낙 혹평을 받은 탓에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시리즈 팬들에게는 어느 정도 예전의 재미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토리 역시 4, 5편을 무시하고, 3편 결말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전개됐다.
메탈슬러그 6은 3편 엔딩에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를 다룬다. 모선과 지도자를 잃은 화성인 잔존자들은 어떻게 모덴 혁명군의 환심을 사서 다시 동맹을 맺는 데 성공했고, 지구를 장악하기 위해 정규군에 함께 맞선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적이 등장한다. 화성인을 먹이로 삼는 외계인인 인베이더가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무차별하게 화성인을 잡아 뇌를 빨아먹고, 이들을 보호하던 모덴 혁명군마저 적대했으며, 더 나아가 지구 정복의 야욕까지 보였다.
메탈슬러그 6은 추가된 캐릭터와 고유 커맨드, 다양한 무장을 순간적으로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는 웨폰 체인지 시스템, 재활용을 반복하던 전작과 달리 새로워진 사운드와 그래픽 등으로 팬들을 만족시켰다. 또한 연출에 있어서도 3편의 메인 악당으로 나온 루트마스를 부활시켜 함께 인베이더에 맞서고, 추락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UFO를 타고 나타난 모덴이 주인공을 구해내는 등 팬들이 만족할 만한 극적인 장면을 다수 삽입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렇듯 6편에서 어느 정도 재기에 성공한 SNK 플레이모어는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조금은 모호했으니, 메탈슬러그 IP를 모바일 플랫폼으로 전개하면서 게임성에서 변화를 가했기 때문이었다.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 메탈슬러그의 미래?
메탈슬러그 6 이후 SNK 플레이모어는 한동안 다양한 플랫폼으로 메탈슬러그 시리즈를 확장시키려 시도했다. 2006년에는 PS2로 3D 메탈슬러그를, 2008년부터는 메탈슬러그 서바이버즈를 시작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2011년에는 드래곤플라이가 제작한 메탈슬러그 제로 온라인을 통해 PC 온라인게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대부분이 실패로 끝났고, 현재 꾸준히 나오고 있는 플랫폼은 모바일이 유일하다.
아쉬운 점은 정식 넘버링 시리즈가 2008년 나온 메탈슬러그 7과 그 확장판 메탈슬러그 XX 이후로 뚝 끊겼다는 점이다. PS2 3D 메탈슬러그에서 이어지는 메탈슬러그 7은 다시 한 번 재기를 노리는 모덴 혁명군,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에서 시간여행으로 찾아온 미래 모덴 혁명군을 막기 위한 주인공의 활약을 다룬다. 게임 자체는 꽤 준수한 게임성을 인정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마지막으로 메탈슬러그 개발진이 다수 퇴사하며 후속작 기약이 없어졌다.
모바일 메탈슬러그 시리즈는 SNK 플레이모어가 2016년 출시한 디펜스 장르 게임 ‘메탈슬러그 어택’, 중국 개발업체인 코코베어가 2017년 출시한 횡스크롤 ‘메탈슬러그 XX 온라인’, 2019년 출시된 방치형 게임 ‘메탈슬러그 인피니티’ 등으로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플랫폼 특성에 맞추다 보니 원작 특유의 게임성은 차츰 사라지고, 이제는 캐릭터와 이름값만 남았다. 메탈슬러그 시리즈의 게임성을 사랑해 온 팬들에게는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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