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 우리 집 거실에는 색종이로 만든 꽃 하나가 코팅된 채 장식돼 있었다. 듣자하니 기자가 5살 때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첫 어버이날 카네이션이란다. 만든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걸 받은 부모님은 정말 감개무량 하셨나 보다. 그걸 보고 있자면, 효도도 할 수 있는 때가 정해져 있다는 말처럼 더 늦기 전에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바쁜 현실 속에 맘처럼 쉽지 않다는 변명이 절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어버이날에는 게임을 통해 반면교사 삼을 만한 인물들을 보면서 효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사실 게임 속에는 드라마틱한 삶을 사는 인물들이 참 많다. 부모나 친족과 갈등을 빚고, 자의 혹은 타의로 그들을 해하는 장면은 꽤나 뻔한 클리셰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특히 스케일이 크고, 집요하고, 무시무시한 불효자들을 모아 봤다.
TOP 5. 쿠파 주니어(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이전까지 쿠파의 자식들이었던 쿠파 7인조를 양자 혹은 부하 자리로 몰아내고 외동아들의 지위를 확립한 쿠파 주니어. 쿠파 캐릭터가 미워할 수 없는 악당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쿠파를 뒤에서 사실상 조종하거나 쿠파 대신 메인 빌런이 되어 난장판을 벌이는 캐릭터다. 작중에서는 쿠파의 하나뿐인 아들인지라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모습인데, 그래서인지 꽤나 버릇이 없게 컸다.
쿠파 주니어의 패륜 행각은 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에서 절정에 달한다. 피치공주를 찾으러 온 마리오에 의해 1스테이지부터 아버지 쿠파가 용암에 빠져 해골이 되어버렸지만, 그게 뭔 대수냐는 듯 피치공주를 끌고 다음 성으로 도망간다. 이후에는 뼈만 남은 쿠파를 부활시켜 부하처럼 부리며 보스로 내보내기까지 하는, 완벽한 불효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역시 자식은 마냥 오냐오냐 키우면 안 된다.
TOP 4. 지미 드 산타(GTA 5)
GTA 5에 등장하는 드 산타 일가의 장남, 지미. 답 없는 행동들을 너무나도 많이 보여주는데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밉상인지라 GTA 5 게이머들에게서 미움 받는 인물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실제로 트레버 필립스와 더불어 마이클의 인생을 꼬이게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아버지인 마이클을 상대로 한 지미의 막장 행각은 그야말로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취업이나 진학도 안 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는 것은 애교고, 돈 필요하다며 아빠가 아끼는 요트를 헐값에 내다 팔거나, 아빠 명의로 비싼 자동차를 몰래 구매하는 것도 애교다. 나중에는 아들과 교류하기 위해 함께 차를 타고 나간 마이클을 속여 음료수에 마약을 타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다음 도로에 내다버린 후 아빠가 마약을 했다며 누명을 뒤집어씌우기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아빠는 막장이라며 욕을 하고 다니는 꼴을 보면 그야말로 일상형 불효자의 정석이다. 마이클의 눈에 깊어 가는 시름을 보고 있자면 보는 내가 더 분통이 터진다.
TOP 3. 아서스 메네실(워크래프트)
왕좌를 놓고 부자 간 죽고 죽이는 것은 실제 역사에서도 그 예가 수두룩할 만큼 크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남긴 이는 드물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대표 불효자 아서스는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지”로 알려진 대사를 외치며 개선식장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는 장면은 출시 18년이 지난 지금도 패륜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사실 아서스가 테레나스 2세를 살해할 때,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서리한의 속삭임에 미쳐버려 영혼이 타락한 상태에서 벌인 행각이니만큼, 심신미약이 어느 정도는 인정된다. 이후 그가 벌인 행각들도 제정신으로 벌인 것 같진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조종당하던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의지로 벌인 일이니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임은 확실하다.
TOP 2. 크레토스 (갓 오브 워 1, 2, 3)
지금은 그 느낌이 많이 빠졌지만, 과거 크레토스는 ‘나쁜 주인공’의 대명사였다. 잔혹함과 분노에 휩싸여 인간이건 신이건 가리지 않고 죽이는, 그야말로 피에 미친 귀신과도 같다. 물론 그 바탕에는 아버지라고도 할 수 없는 제우스의 만행이 있었으나, 어쨌든 크레토스의 복수극은 꽤나 잔혹한 패륜의 길이다.
크레토스는 갓 오브 워 1, 2, 3편에 걸쳐 그리스 신들을 전멸시키고 다니는데, 그 중에는 아버지 제우스를 포함해 그의 아내 헤라, 삼촌인 포세이돈과 하데스, 배 다른 남매인 아테나, 할아버지인 크로노스, 그 외에도 수많은 친가쪽 친척들을 몽땅 살해한다. 심지어 본인 자신까지 세 번에 걸쳐 죽이려 드는데, 이 역시 패륜의 길이다. 그나마 아들 아트레우스에게 한없이 자상한 모습을 보임으로서 패륜의 굴레를 자신의 대에서 끊었다는 게 다행이긴 한데, 이걸 다행이라고 표현해야 할 지…
TOP 1. 미시마 일가 (철권 시리즈)
미시마 헤이하치와 미시마 카즈야, 카자마 진으로 이어지는 미시마 일가. 이들은 불효 분야에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금자탑을 쌓은 이들이다. 철권 시리즈 자체가 이들의 부자 싸움에 휘말린 세계 및 불쌍한 등장인물들을 다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시작은 헤이하치다. 부인을 죽이고, 부인의 피를 이어받은 아들을 절벽에 던지고, 입막음을 위해 아버지를 지하에 유폐시켜 죽이고, 살아 돌아온 아들을 또 한 번 때려눕혀 화산 분화구에 던지고, 나중에는 손자까지 총으로 쏴 죽이려 한다. 아들인 카즈야 역시 이를 그대로 아버지에게 되돌려 주고, 손자인 진도 틈만 나면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죽이려 든다. 뭐, 시리즈가 전개되며 ‘얘들도 사실 불쌍한 녀석이었어’가 적용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삼대에 걸친 패륜 행각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차기작에선 또 어떤 패륜이 시작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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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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