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가만 보면, 창조주가 세상을 만들 때 사용한 툴은 커스터마이징 다양성이 조금 부족했나 보다. 세상에 이토록 닮은꼴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지난해 TV에 출연해 화제가 된 이영자를 닮은 일반인 남성, 실버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를 닮은 강아지, 강동원을 닮은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등 얼핏 봐도 Ctrl+ C, V로 복사 붙여넣기 한 사례들이 너무 많다. 저 목록에 이상한 게 섞여 있는 것 같다면 아마도 게임메카 AI가 비슷한 인물을 자동으로 추가한 것이 아닐까 한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게임 시리즈라면 닮은꼴 캐릭터가 있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다른 게임에서도 닮은 캐릭터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지나치면 같은 캐릭터가 옷만 바꿔 입고 1인 2역을 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오늘은 친엄마도 속을 정도로 닮은, 다른 게임 속 캐릭터 TOP 5를 뽑아 보았다.
TOP 5. 오버워치 ‘겐지’ – 워프레임 ‘엑스칼리버’
인체공학 디자인 업계에는 기능성이 극을 향해 달리면 결국 하나의 디자인으로 통일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전투형 사이보그에도 적용되나 보다. 검을 휘두르며 전장을 휘저으려면 날렵한 몸체와 긴 팔다리, 그리고 왠지 모르게 닌자 복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얼굴이 필수적인가 보다. 오버워치의 겐지와 워프레임 엑스칼리버를 보고 있자면 딱 그 생각이 든다.
위 둘은 2014년 오버워치 최초 공개 때부터 동일 캐릭터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닮은꼴이었다. 생김새 뿐 아니라 검을 휘두르며 적들 사이를 대쉬로 휘젓고, 궁극기로 위력적인 검을 뽑아든다는 것, 무엇보다 둘 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나체로 활보한다는 것까지 똑같다. 물론 워프레임은 옷 입은 캐릭터가 극히 드무니 다수의 법칙에 의해 별 상관없지만, 오버워치에서까지 그러면 좀 곤란하다. 겐지도 최근에서야 이를 깨달은 것인지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으니,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겠다.
TOP 4. 코에이삼국지 ‘조조’ – 노부나가의 야망 ‘오다 노부나가’
중국 후한 삼국시대의 주역 조조, 그리고 일본 통일의 기반을 닦은 오다 노부나가. 사실 이 둘은 닮을래야 닮기 힘든 사람들이다. 결정적으로 오다 노부나가는 전국시대 당시 유행하던 사무라이 민머리를 하고 있었기에, 긴 머리를 틀어 묶고 다녔던 삼국시대 군주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대에 파격을 불러온 만능형 군주라는 점에서 성격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 게임에선 이 둘이 거의 동일인물 급으로 묘사된다.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와 ‘노부나가의 야망’에 나오는 조조와 오다 노부나가는 그야말로 쌍둥이… 아니, 동일인물이다. 특히나 삼국지 9 이후로는 일러스트를 바꿔 놔도 못 알아볼 지경. 그러니까 태조 왕건과 해상왕 장보고와 태종무열왕 김춘추와 발해건국 대조영과 태양인 이제마가 동일인물이라는 설과 같은 급이다. 뭐, 사극 캐릭터란게 돌고 도는 거니까 이해해 주자.
TOP 3. 버추어 파이터 ‘사라 브라이언트’ – 철권 ‘니나 윌리엄스’
3D 폴리곤이 막 도입되면서 기술적으로 게임 캐릭터 표현이 많이 제한되던 시절이 있었다. 각진 사람 형체에 색깔만 이리저리 입혀서 옷이라고 우기고, 뒤통수에 바나나 하나 붙여놓고 머리카락 묶은 거라고 우기던 때 말이다. 당시 3D를 가장 잘 활용한 최초의 게임으로 불리는 버추어 파이터가 그랬다. 1993년 발매 당시 버추어 파이터에는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전신 타이즈를 입은 금발 여전사 사라 브라이언트 되시겠다.
그런데, 이듬해 출시된 남코의 철권에도 똑 같은 분이 재출연하셨다. 바로 영원한 철권의 언니, 니나 윌리엄스다. 콘셉트는 냉혹한 암살자와 알고 보면 상냥한 격투가로 조금 다르지만, 외모나 체형, 옷 입는 센스, 나이를 먹을수록 젊어지는 외모 등은 그야말로 동일인물 그 자체. 심지어 철권 4와 버추어 파이터 5에서는 두 캐릭터의 성우가 라일 윌커슨으로 같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이중인격 캐릭터 아닐까?
TOP 2. 모탈 컴뱃 ‘코탈 칸’과 ‘게라스’ – 철권 ‘오우거’와 오버워치 ‘둠피스트’
모탈 컴뱃 시리즈는 예나 지금이나 다양한 대중문화 속 캐릭터 속성들을 적극적으로 따와서 자기 게임에 넣곤 한다. 그러다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캐릭터들이 많은데, 가끔은 “얘 다른 게임에서 원정 온 것 아냐?” 싶을 정도인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친구들이 바로 코탈 칸과 게라스다.
코탈 칸은 모탈 컴뱃 X에서 데뷔한 아웃월드의 지배자인데, 초록색 거구에 옷 없이 갑주 일부만 갖춰 입은 모습, 화려하게 장식된 투구 등이 영락없이 철권 3에 나오는 에인션트 오우거다. 게라스는 모탈 컴뱃 11에서 등장한 시간 되감기 캐릭터인데, 민머리와 근육질 몸매, 피부색, 결정적으로 한 손에 끼고 있는 위력적인 건틀렛이 얼핏 봐도 오버워치 둠피스트다. 게임메카는 위 두 명에게 타 게임에 몰래 참전한 이유를 묻기 위해 몇 차례 기자를 보냈으나, 페이탈리티라도 당한 것인지 돌아오지 않았다.
TOP 1. 스타크래프트 ‘짐 레이너’ – 디 이블 위딘 ‘세바스챤 카스테야노스’
게임계에는 정의로운 터프가이, 맘고생 많이 한 아저씨, 약간의 유머 센스와 퇴폐적 매력 기믹을 모두 가진 주연급 남성 캐릭터가 의외로 드문가 보다. 그게 아니면 스타크래프트의 주인공인 짐 레이너와 디 이블 위딘 시리즈 주인공인 세바스찬 카스테야노스의 동일인물 캐스팅 설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위 두 캐릭터는 외모, 분위기, 성격 등 모든 면에서 판박이처럼 닮았다.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상대로 식은땀 하나 안 흘리며 침착하게 싸우는 터프함, 선을 결코 넘지 않는 파트너와의 브로맨스, 모든 무기를 제 몸처럼 다루는 능숙함, 잃어버린 연인이나 가족을 생각하며 슬쩍 비추는 인간성까지. 아마 중간에 잠깐 캐릭터를 바꿔치기 해도 갑옷 같은 것만 없다면 알아채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혹시 궁예가 잠에서 깨어나 김두한이 되는 것처럼, 세바스찬이 잠에서 깨어나 짐 레이너가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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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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