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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워크와 C&C 능가? 충무공전과 쥬라기원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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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그 시절을 함께했던 게임메카는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쥬라기 원시전'과 '충무공전' 광고가 실린 PC챔프 1996년 7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 '쥬라기 원시전'과 '충무공전' 광고가 실린 PC챔프 1996년 7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이번에 소개할 게임광고는 제우미디어 ‘PC챔프’ 1996년 7월호에 실린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2종 광고입니다. 아직도 게이머들 입에서 회자되는 ‘쥬라기원시전’과 ‘충무공전’이죠. 1996년 당시에는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크게 인기를 끌며 국내에서도 RTS라는 장르가 서서히 전해질 당시였는데, 위 두 게임은 여기서 영향을 받아 막 태동하던 국산 RTS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8종족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원시 RTS '쥬라기 원시전'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먼저 ‘쥬라기 원시전’ 광고입니다. 광고 문구를 보면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8개 부족’, ‘원시인, 마법사, 공룡이 벌이는 대전투’ 등의 요소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쥬라기 원시전’ 하면 먹거리 자원을 찾아다니는 각양각색 8종족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1998년 나온 ‘스타크래프트’도 3종족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어했는데, 당시 국내 기술로 8종 종족의 밸런스를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어긋난 밸런스가 사실상 ‘꿀팁’ 취급받으며 게임의 인기를 더 키웠다는 점이죠. e스포츠 개념 자체가 없고 싱글 플레이가 주를 이뤘던 시기라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른쪽 상단에는 광고 게재로부터 한 달 후인 ‘8월 출시 예정’이라는 마크가 보입니다. 소개 문구를 보면 ‘모뎀 연결을 통한 멀티플레이’, ‘3차원 애니메이션을 위한 고해상도 그래픽 모드’ 등이 눈에 띕니다. 지금 보면 ‘당연한 것 아니야?’ 라는 느낌이지만, 당시에는 멀티플레이나 3D 애니메이션 자체도 낯선 시기였다는 것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디아블로 1’이 처음으로 배틀넷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이 때로부터 반 년 후니까요.

우측 하단에는 ‘워크래프트2’와 ‘C&C’를 능가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쥬라기 원시전’은 당시 RTS들에 비해서도 인공지능 수준이 꽤나 낮았기에, 과장광고로 느껴집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인공지능을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컴퓨터와의 1대 1 대전이 불가능했다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했듯 모뎀을 통해 유저 간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긴 했지만, 느리고 싱크도 잘 안 맞는데다 통화료도 많이 나오는 모뎀 대전을 즐기는 사람은 당시로선 흔치 않았습니다. 그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게임이었고요.

그 아래에는 개발사와 유통사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앞서 ‘버추어’ 시리즈에서 소개한 SKC가 유통을 맡았고, 트릭(TRIC)소프트에서 개발했습니다. 이 작품의 성공 후 트릭소프트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했던 10억 원 이상 개발비를 들여 후속작인 ‘쥬라기 원시전 2’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인해 1999년 유통사였던 위자드소프트(SKC)에 합병됐고, 이후 출시된 ‘쥬라기 원시전 2’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게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쥬라기 원시전’ 시리즈의 탄생과 몰락에 대해서는 세계관을 위주로 다룬 아래 기사를 참고하세요.


역사 게임의 대부 김태곤의 첫 작품인 '충무공전'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역사 게임의 대부 김태곤의 첫 작품인 '충무공전'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충무공전’ 광고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게임 역시 국산 RTS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게임으로, 현 조이시티 김태곤 CTO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군 휴가 당시 우연히 접한 ‘워크래프트’에 감명받아, 한국형 RTS 게임을 만들고자. 죽마고우였던 이제형, 정종필, 이형진 세 명과 함께 HQ DOWN이라는 개발팀을 설립해 제작했죠.

그런데, 우측 하단 개발사명에는 HQ가 아니라 트리거소프트가 적혀 있습니다. 당시 아마추어였던 네 명의 청년이 게임을 처음부터 만들긴 힘들었기에, 트리거소프트와 협력해 개발을 진행했었죠. 그 와중 게임디자인이나 그래픽 작업 등에서 주축을 담당한 트리거소프트가 대표 개발사로 소개됐지만, 사실상 공동 개발 작품입니다. 향후 트리거소프트는 단독으로 ‘충무공전 2’를 출시했으나, HQ 후속작 ‘임진록’에 밀리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유통사로는 오렌지소스트(오에스씨)라는 이름이 보이네요, 이 회사는 당시까지만 해도 ‘용기전승’, ‘이노센트 투어’, ‘하이리워드’ 등 일본 게임을 주로 유통하던 곳이었습니다. ‘충무공전’ 등을 시작으로 국산 게임의 유통을 맡다가, 이후 ‘머털도사’ 시리즈 등을 직접 제작하는 등 저연령 유저 대상 게임으로 나름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패키지 게임사업 몰락에 휘말려, 2003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업체입니다.

광고 전면에는 한국 소재 대체 역사물을 좋아하는 김태곤 작품답게 “임진왜란! 그 역사를 바꾸어 놓는다” 라는 문구가 가장 크게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는 역사를 바꿔 일본까지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있어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죠. 사실상의 대체역사물입니다. 이밖에 10여분 ’씩이나’ 되는 인게임 3D 비쥬얼(동영상이라고 하긴 약간 애매한), CD로 직접 녹음된 CD원음 청취 등도 인상적 문구입니다. 게임 자체는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사운드만큼은 이후에도 상당한 호평을 받았었죠.

시스템 사양을 보면 8M 이상 메모리와 IBM 486, 사운드 블래스터를 필수로 요구합니다. 참고로 동시대 최신 게임 ‘듀크 뉴켐 3D’나 3D 대전격투 ‘투신전’ PC판 등도 8M 메모리를 요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D 게임치고는 상당한 고사양입니다. 아래쪽에 언급된 '옥소리'는 국내 업체인 삼호전자에서 출시한 사운드카드로, DOS 시절 MIDI 음악으로 국내 사운드카드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CD-ROM 역시 슬슬 2배속 이상의 속도를 요구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죠. 1년마다 CD-ROM 속도가 2배씩 빨라지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김태곤은 부족했던 점을 대폭 보완한 ‘임진록’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임진록 2’, ‘천년의 신화’, ‘천하제일상 거상’ 등 역사게임으로 입지를 다집니다. 이후 ‘군주 온라인’, ‘아틀란티카’, ‘삼국지를 품다’ 등을 통해 그야말로 국내 역사게임 1인자로 우뚝 서게 되죠. 최근에는 역사게임을 잠시 내려놓고 ‘창세기전’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 '창세기전: 안타리아의 전쟁’을 개발했으나, 지난 7월 열린 '게임인 한국사 콘서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최근 다시 한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미소녀와 함께하는 환상체험! 언어 교육용 게임 '에미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미소녀와 함께하는 환상체험! 언어 교육용 게임 '에미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이번 B급광고는 ‘미소녀와 함께하는 환상체험!!’이라고 쓰여 있는 ‘EMIT(에미트)’ 입니다. 사실 사진만 봐서는 이게 무슨 광고인가 하는 분들도 계실 거에요. ‘에미트’는 1994년 코에이에서 슈퍼패미콤으로 내놓은 영어학습 게임입니다. 어드벤처 장르로, 일본어와 영어 음성/자막을 동시 지원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힌다… 라는 콘셉트로 출시됐죠. 뭐, 단순히 자막이나 음성만 영어로 비춰준다고 해서 뛰어난 학습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닌데다 시리즈 자체가 크게 성공하지 못한 터라 자연스레 묻혔지만요.

슈퍼패미콤에서는 사운드 재생을 위해 CD롬 주변기기인 ‘보이사쿤’을 따로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PC판에서는 CD만 넣으면 되는 편리함을 자랑했습니다. 국내 정식발매판 답게 한국어 자막을 추가로 지원했는데, 이를 통해 영어와 일본어를 둘 다 배운다는 콘셉트로 광고 했네요. 실제로도 ‘게임융합’, ‘영어, 일본어 학습 CAI’ 등 교육용 프로그램이라는 멘트가 보입니다. '외국어 음성+한국어 자막'이 게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방면에서 흔하게 쓰이는 현 시대에 사는 입장에선 ‘당시 이런 시도도 있었구나’ 라는 아련함이 밀려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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