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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데드풀'처럼, 제4의 벽을 넘는 게임 캐릭터 TOP5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은 정말 슈퍼히어로 팬덤에게는 꿈 같은 시기다. 슬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충격이 가시려니까 이번에는 ‘데드풀’이 나타나 배꼽 빠지게 웃겨준다. 주연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의 파격적인 내한 행보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은 ‘데드풀 2’는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 스케일과 더욱 과감하고 맛이 간 전개를 자랑한다. 필자는 스태프 롤이 올라가기까지 “형이 왜 거기서 나와!?”를 한 열댓 번은 외친 것 같다. 스태프 롤이 올라간 뒤에도 두 번인가 더 외쳤고.

데드풀이 이다지도 특별한 이유는 그가 극과 관객을 구분 짓는 보이지 않는 경계 즉 ‘제4의 벽’을 마구 넘나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 캐릭터가 배우나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하고 스크린 너머를 응시하며 대사까지 치니 당연히 재미있을 수밖에. 이런 방식은 비단 ‘데드풀 2’뿐만 아니라 각종 만화와 게임에서 이따금씩 활용되어 신선한 느낌을 주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데드풀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제4의 벽을 넘은 게임 캐릭터 다섯을 만나보자.

5위. 히로 (포가튼 사가)

포가튼 사가
▲ 게임 주인공조차 청탁으로 (출처: ‘포가튼 사가’ 영상 갈무리)

패키지 게임 시절의 명가로 통하는 손노리는 작품 곳곳에 패러디와 개그 코드를 즐겨 삽입했는데, 이 와중에 캐릭터가 제4의 벽을 돌파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서는 주인공 일행이 “조종당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소”라며 마을 사람의 집을 털거나, 일시적으로 합류한 NPC에게 별 도움도 안되면서 메모리만 축낸다고 타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외에도 ‘유저’나 ‘버그’와 같은, 스토리 외적인 게임 용어를 언급하고 불법 복제에 대해 에둘러 한탄하기도 한다.

이러한 손노리의 센스가 극에 달한 작품이 바로 ‘포가튼 사가’. 여기서 주인공 히로는 스스로 게임 캐릭터임을 자각하는 듯한 대사를 대놓고 하는가 하면, 2D 게임이라 대각선으로 공격할 수 없다는 등 뭔가 지나치게 구체적인 불만을 가지고 있다. 옆에서 동료가 뜬금없이 손노리 개발력을 칭찬하다 “이렇게 해서라도 2편에선 주연을 맡고 싶었어”라며 울자 “크흑, 이해한다. 나도 이 자리에 오기까지 눈치며 아첨에…”라며 분노하는 모습은 플레이어의 할 말을 잃게 한다.

4위. 사이코 만티스 (메탈기어 솔리드)

메탈기어 솔리드
▲ 독심술을 가장한 치터 (출처: ‘메탈기어 솔리드’ 영상 갈무리)

‘메탈기어 솔리드’ 사이코 만티스는 제4의 벽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이를 실제로 전투에 써먹는 강적이다. 보스전에 돌입하면 염력과 독심술의 대가라는 설정답게 솔리드 스네이크를 완전히 농락하는데, 이쪽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읽고 대처하는 터라 천하의 뱀병장이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심지어 이 녀석의 필살기 블랙아웃은 정말로 게이머 TV가 신호가 끊긴 것마냥 화면이 암전된다. 다만 TV 오른쪽 상단 입력단자에 비디오(VIDEO)가 아니라 히데오(HIDEO)라 뜨는 부분이 킬링 파트.

제4의 벽을 넘어 공격해오는 상대는 똑같이 응수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일단 블랙아웃은 거짓된 연출이므로 진정하고 잠시 기다리면 TV는 원상 복구된다. 예전에야 게임하다 종종 TV 신호가 끊겼으니 그럴싸했겠지만 이제는 한물간 속임수에 불과하다. 다음은 독심술인데, 상당히 어이가 없지만 1P에 꽂힌 PS 컨트롤러를 2P로 옮기면 사이코 만티스가 더는 마음 속이 보이지 않는다며 혼란스러워 한다. 제4의 벽만 넘지 않는다면 별볼일 없는 상대이므로 흠씬 두들겨 패주자.
3위. 본다리 (발더스 게이트 2)

발더스 게이트 2▲ 세/로 신공도 한계가 있다 (출처: '발더스 게이트 2' 영상 갈무리)

NPC를 죽일 수 있는 자유도 높은 게임을 하다 보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분명히 정의로운 편이고 마주한 상대도 좋은 녀석임에 틀림없지만, 장비하고 있는 아이템이 너무 탐난 나머지 그냥 암살해버리는 것이다. 어떤 게임에서는 희생자에게 나무통을 씌우고 죽이면 목격자가 없는 것으로 처리돼 평판이 떨어지지 않는 기묘한 편법도 있었다. 어쨌든 혹여 일이 틀어지더라도 미리 저장한 시점으로 되돌리면 끝이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는 편.

만약 이런 짓거리를 NPC가 플레이어에게 벌인다면 어떨까? ‘발더스 게이트 2’에서 던전을 탐험하던 주인공은 일단의 모험가를 구해주게 되는데, 이들의 대장 ‘본다리’가 주인공 일행이 지닌 장비가 탐난다며 동료들과 기습을 모의한다. 그러나 이즈음 주인공은 매우 고레벨인지라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기스조차 낼 수 없었고, 싸늘한 주검이 된 ‘본다리’는 이전 시점으로 불러오기를 누른 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것 아닌가.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전개인데…

2위. 소네 미유키 (그와 그녀와 그녀의 사랑)

그와 그녀와 그녀의 사랑▲ 다른 루트 탔다가 이 사단이 났다 (출처: '토토노' 영상 갈무리)

흔히 미연시라고 불리는 연애 게임은 다양한 매력을 지닌 미소녀 가운데 한 명을 골라 공략하는 구성을 취한다. 세부 장르에 따라 양다리를 걸치거나 아예 전부 사귀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회차 당 미소녀 1인이 기본. 이때 각 회차는 서로 독립된 평행세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주인공은 계속해서 순애물을 찍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그와 그녀와 그녀의 사랑’을 접하기 전까지는 필자도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이야기.

이전 회차에서 만남을 이어가며 호감을 쌓고 끝내 진실된 고백을 받았는데, 그 남자가 바로 다음 회차에 다른 미소녀와 사랑에 빠진다고 생각해보라. 주인공의 소꿉친구인 소네 미유키는 1회차에서 유일하게 공략 가능한 미소녀이며 놀랍게도 이 기억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간직한다. 그리고 다른 미소녀를 공략하려는 주인공, 아니 모니터 너머의 플레이어를 똑바로 응시하며 일갈한다. “나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신이치는 절대로 하지 않을 선택지를 고른 너!”라고.

1위. 플라위 (언더테일)

언더테일
▲ NPC 주제에 못 하는 일이 없다 (출처: '언더테일' 영상 갈무리)

싱글플레이 게임은 플레이어와 여타 NPC가 동등한 입장에서 진행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오직 플레이어만이 각종 보조 아이템을 100% 활용하며 제대로 된 성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여러 특별한 효과의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능은 죽어도 끊임없이 되살아나며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낼 때까지 일정 구간을 반복할 수 있는 저장 및 불러오기 아닐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기능이 NPC에게는 엄청난 기적처럼 느껴질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가 진행 상황을 저장하고 다시금 불러오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게임 외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언더테일’ 속 ‘플라위’라는 소름 끼치는 꽃은 NPC 주제에 저장 및 불러오기에 대해 알고 있을뿐더러 직접 그 권능을 펼치기도 한다. 저장 및 불러오기를 신의 능력이라 일컬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으로 전황을 되돌리질 않나, 주인공이 패배할 경우 영원히 잠들라며 게임을 강제 종료시키는 만행까지 저지른다. 그나마 언인스톨은 하지 않으니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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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테일 2015. 09. 15
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제작사
토비 폭스
게임소개
‘언더테일’은 인디 개발자 토비 폭스가 제작한 RPG로, 우연히 지하 세계로 떨어진 아이의 모험을 그린다. 게임은 닌텐도의 ‘마더’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슈팅, 퍼즐과 같은 요소...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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