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미왕]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전문가 ‘멀미왕’이 아직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VR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이제껏 수백여 VR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한 영상 리뷰를 진행 중인 ‘멀미왕’에 대한 소개는 인터뷰(바로가기)에서 확인하세요!
가상현실을 주제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전세계에서 호평 세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에 접속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호평을 이어가고 있는 ‘레디 플레이어 원’(사진출처: 네이버영화)
게임 내에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아바타의 모습으로 가상세계를 살아가는데요. 익숙한 게임 캐릭터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버워치'의 트레이서,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 심지어 '기동전사 건담'까지 등장합니다. 이들이 가상공간에서 우주를 넘나들며 극적인 전투를 벌일 때엔 통쾌함을 넘어 전율까지 일게 만들어주지요.
상상하던 캐릭터가 되어 가상세계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속 ‘오아시스’와 가상현실 소셜 콘텐츠 ‘VRChat’은 닮은꼴입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다양한 모습의 VR유저들은 지금도 ‘VRChat’에 접속해 다른 유저들과 탐험을 떠나고 있거든요.
▲ 멀미왕의 VRChat 체험 영상 (영상제공: 멀미왕)
사실 ‘VRChat’은 지금까지 출시된 가상현실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VR콘텐츠입니다. 역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폴아웃4 VR’이 11만 다운로드, 지구촌 구석구석을 담아 놓은 ‘구글 어스 VR’도 50만 다운로드인 반면, ‘VRChat’은 거의 400만에 가까운 다운로드를 기록하였습니다. 고성능 하이엔드 VR기기 판매량에 육박하는 숫자이지요. 그리고 스팀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콘텐츠 100위권에 속한 유일한 VR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이번 [멀미왕]에서는 ‘VRChat’이 무엇이고,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유저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를 알아볼 기회가 될 것 같네요.
일단 첫째로, 탐험할 가상세계가 많습니다. ‘VRChat’이 제공하는 유니티 기반 창작 프로그램은 유저들 스스로 다양한 가상공간을 창조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곳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탐험할 수 있지요.
▲ 상상 속에 존재하던 천여 개의 공간을 탐험할 수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영화 속 ‘오아시스’는 갈 수 있는 행성이 수천 개라고 하는데, ‘VRChat’에도 현재 천여 개의 공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하늘 위 정원에서부터,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학교도 있고요. 2년 전 필자는 우연히 ‘오버워치’ 공간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송하나가 타는 메카를 직접 엎드려 탈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나 영화 속 공간도 존재하는 만큼 상상하는 모든 세계를 만들 수 있고 가볼 수 있답니다.
▲ 유저들의 참여로 갈 수 있는 공간이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이 중 정성 들여 만들어낸 공간의 경우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모델링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일본의 벚꽃 나무 공원은 무척 인상적이었지요. 이곳 저곳 다녀보니 느낀 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간을 찾아갈 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찾게 되더군요.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공간이라도 혼자 덩그러니 있는 경우 금방 나오게 됩니다. 사람이 없으면 어떠한 이벤트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VRChat’에서는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습니다. 창작 프로그램에서 외부 디자인 소스를 불러와 다양한 아바타를 생성할 수 있거든요. 늘 똑같은 모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살리도록 도와준 것입니다. 일반적인 VR 콘텐츠들이 제작사가 제공하는 소수의 아바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에 비하면 자유도가 매우 높지요. 게다가 유저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아바타를 가상공간 내에서 옷을 바꿔 입듯 달리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경하던 캐릭터의 모습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지요.
▲ ▲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소품이나 도구들도 자유롭게 소환할 수 있고 특정 댄스 동작도 캐릭터에 입힐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한때 유행했던 ‘귀요미송’을 부르는 아바타도 만났고요. 발에 밟히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작은 소인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치켜 세워 봐야 할 정도로 거대한 거인이나 괴수들도 존재합니다. 바로 밑에서 보니 크기에 압도될 만큼 놀랍더라고요. 아바타를 바꿔가며 느낀 점이 있다면 호감 가거나 개성 넘치는 모습에 유저들이 반응하고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자세히 보기 위해 주위로 몰려들거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연스레 말을 걸기도 하니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
셋째,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팀 별 대항으로 격렬한 전투를 벌이거나 원반던지기, 볼링 등의 스포츠도 즐길 수 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유튜브나 영화를 시청할 수도 있고요. 실시간 스트리밍 덕분에 스포츠나 게임 등의 생중계를 함께 보며 응원할 수도 있지요. 바에 들러 술 한잔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디스코장에서 신나는 음악에 몸을 실을 수도, 캐릭터를 백분 활용한 상황극도 연출할 수 있습니다.
▲ 친구들과 함께 또는 나홀로 극장을 전세 내고 영상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배움과 소통의 장소가 된다는 점입니다. 지나가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서로 가르쳐주며 공간을 탐험하니까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가상공간에서는 할 수 있는 일들과 이벤트가 수없이 많이 벌어져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가상세계 속 사람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두 즐길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지요.
▲ 퇴근 후 파티장에 온 기분이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렇게 많은 콘텐츠를 즐기기 어려운 큰 걸림돌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VR기기의 태생적 한계입니다. 모바일처럼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연결되기 어렵고 사용하기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지요.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 속에서도 특정 장소에 가야만 접속이 가능한데 매우 현실적이라 공감가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거든요. 이는 올해 말 출시 예정인 고성능 컴퓨터 없이 가상현실에 접속 가능한 ‘오큘러스 산타크루즈’와 같은 스탠드 얼론 디바이스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따라줘야 가상세계로의 접속이 수월하겠지요.
▲ 너무나 현실적인 미래의 모습에 반가우면서 슬퍼졌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더불어, 공간과 공간을 넘어가기 위한 로딩 시간도 길게 느껴졌습니다. 가상공간에 들어가서도 환경 구성이 지연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데이터 전송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지는 5G가 기대 되는 이유입니다. 지연 없이 언제 가상공간을 누빌 수 있다면 더욱 편해지겠지요. 내년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편리한 VR기기까지 더해진다면 가상현실 접근성은 더 용이해질 것 같습니다.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 속 주인공 ‘웨이드’는 어린 시절부터 ‘오아시스’에 접속해 사람들을 만나왔고 절친 ‘에이치’를 만나게 됩니다. ‘VRChat’에서도 유저들은 개성 넘치는 사람들을 만나 친구를 맺고 새로운 공간으로 모험을 함께 떠납니다. 가까운 미래와 현실을 살아가는 VR유저들이 가상현실에 접속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곳은 어떤 모습이든 다양성을 존중 받고 무엇이든 함께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오큘러스를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인수한 페이스북이 그리는 미래도 사람과의 연결이었지요.
▲ 국내 최초로 개발된 SKT의 ‘옥수수 소셜VR’의 모습 (사진제공: SK텔레콤)
최초의 소셜VR ‘알트스페이스(Altspace)’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 ‘세컨라이프’의 린든랩이 만든 또 하나의 가상세계 ‘산사(Sansar)’, 정제된 모험 콘텐츠들이 모여 있는 ‘REC ROOM’, 그리고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소셜 콘텐츠를 제작해 MWC에 선보인 SKT의 ‘옥수수 소셜VR’ 등 유수의 콘텐츠들이 사람들을 연결하기 위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넥스트 소셜 플랫폼의 왕좌는 과연 누가 차지할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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