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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VR, AR, 가상화폐에 떠도는 유령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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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게임, 한빛소프트, 파티게임즈 CI (사진제공: 각 게임사)

가상화폐 광풍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가상화폐에 뛰어드는 기업들이다. 이는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엔엑스씨에 이어 가상화폐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게임업체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가상화페를 비롯한 다양한 신 사업 진출 의지를 밝힌 엠게임, 서로의 게임에 가상화폐를 활용할 수 있는 공동 사업을 추진 중인 한빛소프트, 파티게임즈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보면 몇 년 전에 업계에서 불었던 VR, AR 광풍이 생각난다. 선점효과 하나만 보고 준비 기간 없이 VR에 뛰어들고, ‘포켓몬 GO’를 위시한 AR 게임 열풍에 편승하여 반사이익만 보려는 모습들이다. 이 부분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AR이다. 국내 시장에 AR 열풍을 불러온 ‘포켓몬 GO’가 뜨자 그 전까지 업계에서 일언반구도 없던 AR 게임 이슈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켓몬 GO’ 열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자 소위 ‘한국형 포켓몬 GO’ 혹은 ‘국산 AR 게임’ 키워드는 쏙 들어가버렸다.

엠게임의 ‘캐치몬’이나 한빛소프트의 ‘역사탐험대 AR’처럼 출시는 됐으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는 양반이다. 햇수로 2년이 지나도록 ‘출시 예정’을 벗어나지 못한 AR 게임도 있다.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 AR’, ‘또봇 AR’, ‘시크릿쥬쥬 AR’ 등은 아직도 시장에 나오지 못했으며 엠게임과 한빛소프트의 AR 게임 ‘귀혼-SoulSaver’와 ‘우주전략 AR’도 출시 준비에 머물러 있다.


▲ 아직 출시 예정에 머물러 있는 '스페셜포스 AR' (사진제공: 드래곤플라이)

명확한 결과 없이 유행만 뒤쫓는 게임사의 모습은 AR이 처음은 아니다. AR 이전에 신 기술로 떠오른 VR에서도 일단 질러놓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게임이 나오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공개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던 한빛소프트의 ‘헬게이트 VR’은 햇수로 3년 째 ‘출시 예정’에 머물러 있으며, 엠게임의 ‘프린세스메이커 VR’도 마찬가지다. 드래곤플라이는 작년에 자사 대표 IP ‘스페셜포스’ VR은 출시했으나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또봇’ VR 게임은 아직도 대기 중이다.


▲ 올해 초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헬게이트 런던 VR' (사진제공: 한빛소프트)

모바일로 주력 플랫폼이 넘어오며 게임사 간 생존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졌다. 게임 하나를 띄우기 위해서는 게임성과 함께 마케팅에 얼마큼의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열쇠로 자리잡은 것이 사실이다. 양질의 게임과 자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형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전략을 찾기 위한 중견 게임사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은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게임사를 넘어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기업 자체가 중심 없이 유행만 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는 것이다. 회사의 새 먹거리를 찾고 싶다면 VR이든, AR이든 자사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전력투구해서 성공 사례를 뽑아내야 한다. 그래야 장기간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 사업을 회사 주력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VR과 AR에 대한 업계의 움직임을 보면 이슈만 소진하고 유행이 지나가면 다른 아이템을 찾아나서는 소모적인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다.

게임사의 가상화폐 사업 진출 소식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VR, AR과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VR, AR 그리고 최근의 가상화폐까지 말은 있지만 실체는 없이 사람이 몰리는 곳만 기웃거리는 유령선과 같은 모양새다. 일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가상화폐도 한 순간 쓰고 소멸하는 아이템이 되리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더군다나 가상화폐는 VR이나 AR 같은 신 기술과 달리 전세계적으로 그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정부 규제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들어올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다. 이처럼 리스크가 큰 사업에 진출하며 명확한 계획 없이 먼저 질러놓고 보는 게임사에 믿음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유행에 민감한 것은 좋지만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하는 떠돌이 이미지는 ‘회사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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