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만화나 소설에서 누가 죽을 때 명심할 점이 있다. 시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정말로 죽은 게 아니라는 것. 절대 살아남을 수 없는 절벽에서 뛰어내렸건 엄청난 폭발에 휩싸였건, 시체가 없으면 사망자도 없다. 더욱이나 악당이 “해치웠나?” 따윌 내뱉는다면 100%다. 이렇게 퇴장한 캐릭터가 꼭 몇 권쯤 후 강해져서 돌아와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구해준다.
다분히 작위적인 연출 같지만 이런 예기치 못한 부활이 비단 만화 속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업계에서도 이따금씩 시리즈 명맥이 끊겼거나 개발이 지연되다 못해 엎어져버린 프로젝트가 기적적으로 회생하곤 한다. 혹자는 추억팔이에 불과하다고 할지 모르나 오랜 기다림에 지친 팬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관 뚜껑 박차고 나온 게임 다섯을 만나보자.
5위. 록맨 11
▲ 정신적 후계자 보고 속터져서 직접 돌아온 '록맨'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한때 캡콤의 마스코트였던 ‘록맨’도 신작이 줄줄이 실패하자 고인(故人)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종당에는 관련 프로젝트 3개가 모조리 취소되고 수년간 신작 소식이 깜깜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 와중에 만들라는 게임은 손도 안대면서 굿즈는 줄기차게 파는 상술에 팬들은 황당할 따름. ‘록맨’ 쿠키상자를 가리켜 유골함이라 부르는 자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4일, 오랜 침묵을 깨고 최신작 ‘록맨 11’이 정식으로 공개됐다. 정신적 후계자를 자처한 ‘마이티 No.9’조차 나자빠져 희망의 끈을 놓아가고 있던 팬들로서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 달 일찍 받은 기분이었으리라. 클래식 감성이란 핑계로 우려먹던 도트 그래픽도 3D로 일신해 더욱 좋다. 과연 추억의 부활이 될지 확인사살이 될지 내년 하반기를 기대해보자.
4위. 쉔무 3
▲ 팬들의 힘을 빌어 못 다한 '쉔무'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버추어 파이터’의 아버지 스즈키 유가 만든 ‘쉔무’는 확실히 시대를 앞서갔다. 90년대 후반에 이미 현대 오픈월드 게임과 유사한 비전을 제시했으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조금 과하게 앞서나간 탓에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잡아먹고 거하게 망해버렸다. 결국 당초 11장으로 기획된 주인공 ‘하즈키 료’의 복수극은 달랑 2편에서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어쨌든 드림캐스트 시절 ‘쉔무’만한 게임도 몇 없는 터라 속편을 원하는 목소리가 쭉 있어왔다. 이에 스즈키 유는 국제게임쇼 E3를 기해 14년 만에 ‘쉔무 3’ 개발을 선언하고 비용도 충당할 겸 크라우드 펀딩까지 벌렸다. 추억의 힘이 대단한지 목표액을 3배나 웃도는 거금이 모이긴 했는데, 문제는 착수한지 2년 넘게 어설픈 영상 몇 개밖에 나온 게 없다.
3위. 창세기전 4
▲ 1년간 왕의 귀환과 몰락을 모두 보여준 '창세기전 4'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창세기전’은 국산 명작을 논할 때 빠지는 법이 없는 시리즈다. 신과 인간의 운명을 건 장중한 서사에 거대 로봇, 비행선, 광선검 등 SF 요소가 적절히 버무려진 세계관은 지금 봐도 일품이다. 갈수록 시공간 도약이니 무한히 순환하는 우주니 온갖 무리수가 따르긴 했지만 그만큼 여느 판타지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이 이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 삼부작을 끝맺은 ‘창세기전’은 강산이 변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완결이 나기도 했거니와 대세가 온라인으로 옮겨가 뭔가 시도하기도 애매했다. 이후 소프트맥스는 사세가 기울 데로 기울고서야 최후의 승부수로 MMORPG ‘창세기전 4’를 꺼내 들었는데,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도전은 결국 옛 명작의 몰락이란 최악이 결말을 맞았다.
2위. 듀크 뉴켐 포에버
▲ 나오지 않았으면 전설이라도 됐을 '듀크 뉴켐 포에버'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관 뚜껑 박차고 나온 게임이라면 역시 ‘듀크 뉴켐 포에버’를 빼놓을 수 없다. 97년 개발을 시작해 2011년에야 출시된 이 게임의 대서사시를 보노라면 부제가 왜 ‘영원히(Forever)’인지 깨닫게 된다. 무려 14년간 개발을 이어왔으니 어떤 의미에선 출시와 함께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든 셈. 심지어 전체적인 완성도는 되려 고전게임만도 못한 수준이다.
뇌까지 근육으로 들어찬 마초가 자기 여자’들’을 돌려받고자 외계인을 싹 쓸어버린다는 내용은 97년이면 모를까 지금 와선 그저 정신이 아득해질 뿐이다. 단순 무식하게 쏘고 부수는 맛이라도 살렸다면 모르겠으나 그래픽도 시스템도 시대착오적이라 별 재미조차 없다. 차라리 나오지 않았다면 전설이 됐을 텐데 괜히 부활해서 아쉬움만 남긴 경우다.
1위. 스타폭스 2
▲ 닌텐도 최후의 슈퍼패미컴 게임이 된 '스타폭스 2' (사진출처: 게임 웹사이트)
십 수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거나 개발이 완료된 것도 놀라운 소식이지만 ‘스타폭스 2’ 진기록을 넘어서기엔 다소 모자라다. 이 게임은 무려 22년 전 출시 자체가 불발됐다가 최근에야 세상 빛을 봤다. 닌텐도가 개발을 90% 가까이 완료한 상태에서 그대로 접어뒀던 것을 이번에 슈퍼패미컴 복각판 출시에 맞춰 마무리해 깜짝 수록한 것이다.
거진 다 만든 게임을 여태 발매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3D 비행슈팅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스타폭스’는 슈퍼패미컴 황혼기에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개발팀은 의욕적으로 2편 제작에 매진했으나 완성 직전에 닌텐도64가 나와버린 것. 신형 콘솔에 힘을 실어줘야 했던 닌텐도로서는 아깝지만 ‘스타폭스 2’를 포기하고 ‘스타폭스64’를 새로 만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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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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