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을 가운데 둔 국내 게임사와 게이머 사이의 ‘적대적 기류’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게임 속 과금 요소로 촉발된 갈등은 비단 국내만의 일이 아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넘어, 패키지 게임에서도 ‘과금’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북미 게임 심의 기구 ESRB가 “랜덤박스를 도박으로 여기지 않는다”라는 성명을 낼 정도로 패키지 게임 속 과금 요소는 핫이슈로 떠올랐다.
대표적 예시는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다. 지금은 EA 스스로 취소한 상태지만 본래 이 게임에는 캐릭터와 장비를 랜덤박스 식으로 구매하는 유료 상품이 있었다.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추가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은 테스트 단계에서 유저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EA가 과금 요소를 빼고 게임을 출시하며 일단 한 발 물러난 상태다.
▲ 유저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과금 요소를 삭제한 채 출시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 (사진출처: EA 공식 홈페이지)
패키지 시장에서 불 붙은 ‘추가 과금’ 논란은 ‘배틀프론트 2’만의 일은 아니다. MS의 ‘포르자 모터스포츠 7’에는 자동차, 의상, 차의 성능을 개조할 수 있는 ‘모드 카드’ 등을 뽑을 수 있는 랜덤 박스가 있다. 여기에 이 랜덤 박스는 현금으로 충전하는 게임머니 ‘CR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어 전작보다 과금 유도가 심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단순히 ‘돈을 더 많이 쓰게 만들었다’가 아니라 랜덤 박스가 들어오며 플레이를 통해 자동차를 모으고, 이를 통해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기존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과금 논란은 회사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력을 넓히고 있다. 2K스포츠의 최신작 ‘NBA2K18’은 전작보다 발전된 게임성과 그래픽으로 팬들의 기대심을 자극했으나 출시된 이후 혹평을 면치 못했다. 가장 큰 부분은 과금 유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이 게임에는 나만의 선수를 키울 수 있는 ‘마이 커리어’가 있다. 선수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게임머니가 필요한데, 이를 유료로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임머니가 전작보다 줄었다. 즉, 선수 육성을 위해 추가 결제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 '포르자 모터스포츠 7'(상)과 ''NBA2K18'(하)도 과금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2K 제공)
게임을 샀는데, 반드시 추가 결제를 해야 하다니
콘솔이나 PC 패키지 게임에 유료 콘텐츠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새로운 시나리오나 캐릭터가 포함된 DLC에서 출발해 시즌 패스, 그리고 ‘팀 포트리스 2’나 ‘오버워치’처럼 캐릭터 외형을 꾸밀 수 있는 치장 아이템까지 이어졌다. ‘오버워치’의 경우 게임 자체를 유료로 구매한 후 스킨 등을 무작위로 뽑는 ‘전리품 상자’를 또 구매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오버워치’ 전리품 상자가 큰 불만을 일으키지 않은 이유는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아이템이 들어 있지 않아서였다.
▲ '오버워치' 전리품 상자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본래는 ‘치장’에 그쳤던 패키지 게임 속 추가 결제가 ‘NBA 2K18’, ‘포르자 모터스포츠 7’,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까지 점점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로 넘어오며 이에 대한 불만은 임계점에 달했다.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던 콘텐츠에서 점점 플레이 자체에 추가 과금을 유도하는 게임이 많아지며 유저 역시 이를 참을 수 없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패키지 게임은 온라인이나 모바일과 달리 게임 자체를 돈을 주고 구매한다. 온라인, 모바일에는 PC나 콘솔 패키지보다 훨씬 오래 전에 ‘페이 투 윈’ 타이틀이 있었으나 대부분이 플레이 자체는 무료다. 그러나 패키지의 경우 유료로 게임을 샀음에도,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추가 과금이 요구되기에 게이머 입장에서는 ‘이중 과금’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다.
위에서 예로 든 세 게임 모두 반드시 추가 결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속에서 얻은 게임머니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플레이만으로 장비를 얻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배틀프론트 2’의 경우 비공개 테스트 참여자가 ‘영웅 캐릭터 6종을 해금하기 위해서는 170시간을 쉬지 않고 플레이해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레딧을 통해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 '배틀프론트 2' 캐릭터에 대해 테스트 참가자 'The HotterPotato'가 제시한 자료 (사진출처: 레딧)
디지털 매출 비중 증가와 라이브 서비스
패키지 게임 추가 과금은 대표적인 불만사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게임사 입장에서 이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게임은 즐길거리인 동시에 산업이다. 즉, 게임사 입장에서는 사업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가 발달하며 패키지 게임 역시 ‘멀티플레이’가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즉, 게임을 완성한 이후에도 서버 관리, 패치 등에 추가 비용이 들기에 ‘패키지 판매’만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여기에 패키지 게임 주력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북미의 경우 50달러에서 60달러 선으로 게임 가격이 고정되어 있다. 혹자는 패키지 가격을 올려 받으면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으나 경쟁사가 60달러에 게임을 판매할 때, 혼자 70달러에 제품을 내놓기란 어렵다. 즉, 패키지 수익이 고정되기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밖에 없고, ‘추가 과금’은 그 수단이 됐다.
AAA급 게임 제작비 상승과 라이브 서비스, 게임사업 환경이 변하며 업계가 이에 적응하기 위해 찾은 것이 ‘패키지 게임 추가 과금’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소액결제, DLC와 같은 디지털 상품은 게임사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게임만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판매하며 매출 성장을 노리는 것이다.
실제로 EA는 2017년 7월부터 9월까지 라이브 서비스 매출 3억 1,000만 달러(한화로 약 3,394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EA 분기 매출의 53%에 달한다. 즉, EA는 게임 판매보다 라이브 서비스를 통한 디지털 상품 판매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역시 올해 3분기 매출 중 83%를 DLC, 소액결제 등이 포함된 ‘디지털 온라인 채널’에서 확보했다. 즉, 패키지 게임을 주력으로 했던 게임사의 매출원이 ‘패키지’에서 ‘콘텐츠 판매’로 전환된 것이다.
▲ EA 2018년 2분기 회계연도(2017년 3분기) 실적, 라이브 서비스가 분기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진출처: EA IR 페이지)
올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패키지 게임 추가 과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이중과금’을 주장하는 유저와 달라진 사업 환경에 맞춰서 매출을 창출해야 하는 게임사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모바일을 넘어 패키지 게임에서 촉발된 ‘과금 논란’이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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