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업적을 남겨 후대의 귀감이 된 위인들을 다룬 위인전, 아마 다들 어릴 때 한두 권씩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인들을 하나씩 찾아내 암살하는 '위인 잡는' 게임이 있다. 바로 유비소프트 ‘어쌔신 크리드’다.
‘어쌔신 크리드’ 하면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싸우는 스타일리쉬한 전투도 있지만, 시대 분위기를 충실히 살린 역사적 요소도 특징으로 떠오른다. ‘어쌔신 크리드’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게임이 역사적 고증에 꽤나 신경 썼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심지어 배경이 되는 공간도 역사적 명소들이고 실존 인물도 여러 명 등장한다. 그렇게 등장하는 실존 위인들을 하나씩 암살하는 것이 '어쌔신 크리드'다.
▲ 조지 워싱턴을 끝장내기 위해 뛰어드는 '어쌔신 크리드 3' 주인공
워싱턴이 뭘 들고 있는지는 잠시 후에 보도록 하자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서 제거되는 인물 명단만 봐도 누구나 알 만한 역사 속 위인들이다.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 마케도니아 알렉산드로스, 로마 카이사르,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진나라 진시황 같은 국가 지도자는 기본이다. 여기에 비록 죽이지는 못하지만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존 메이너드 케인즈 같은 유명 발명가, 사업가, 학자도 적으로 나온다.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 소설, 만화, 영화까지 치자면 암살목록에 실린 위인 명단은 더 길어진다.
역사 속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룬 위인을 왜 제거해야 하는 것일까? ‘어쌔신 크리드’는 사실 많은 위인들이 자기 힘이 아닌 정체불명의 고대기술에 의존해서 업적을 쌓았고, 언젠가는 큰 재앙을 일으킬 것으로 설정했다. 이처럼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은 역사 속 위인들의 이면과 죽음을 흥미롭게 각색하여 관심을 끈다.
두 비밀결사의 암투로 얼룩진 세계사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줄거리는 주인공 ‘데스몬드 마일즈’가 ‘앱스테르고’라는 대기업에 납치되며 시작한다. 겉으로는 보통의 제약회사처럼 보이는 ‘앱스테르고’는, 사실 DNA에 깃든 선조의 기억인 ‘유전기억(genetic memory)’을 연구해 과거에 사라진 어떤 정보를 쫓는 곳이다. ‘데스몬드’가 납치 당한 이유는 바로 그가 ‘앱스테르고’가 찾던 정보와 연관된 특별한 조상들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앱스테르고’는 ‘데스몬드’를 연구시설로 이송하여 강제로 ‘유전기억’ 재생장치 ‘애니머스’에 연결해 조상의 기억을 재생시키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 불운하게도 퇴근길에 '앱스테르고' 직원들에게 납치된 '데스몬드'
회사 로고 박힌 옷 입고 납치하다니 배짱이 훌륭하다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게임은 ‘데스몬드’가 선조들의 기억을 통해 세계사 이면에 존재했던 비밀을 깨달아가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사실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에는 아주 오랜 옛날 이미 고도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던 고대종족이 존재한다. 이 종족은 이미 오래 전에 모종의 이유로 멸종했지만, 아직도 이들이 남긴 기술이 세계 곳곳에 남아 잠들어있다. 그리고 ‘앱스테르고’는 유산을 지킨 수호자였던 ‘데스몬드’ 조상들의 기억을 통해 고대종족의 기술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데스몬드’는 ‘애니머스’ 시뮬레이트를 통해 조상들의 기억을 재생하며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 이면에는 고대기술을 놓고 벌어진 두 조직의 암투가 항상 있었고, 인류의 역사는 이 조직들의 암투에 따라 달라져왔다는 것이다.
두 조직 중 하나는 오늘날 ‘템플기사단(The Templar Order)’으로 불리는 조직이다. ‘템플기사단’은 고대문명의 유산을 복원해 이용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인류 전체를 선도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고대와 중세에는 무력과 종교로, 현대에는 산업과 정치로 인류를 통제하는 판옵티콘을 세우려 한다. 게임에서 ‘템플 기사단’은 ‘데스몬드’의 주적으로 등장하며, 그를 납치한 ‘앱스테르고’도 사실 ‘템플 기사단’ 산하조직 중 하나다.
▲ 질서와 안정을 위해 인류를 통제하고자 하는 '템플기사단'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다른 하나는 ‘암살단(The Assassin Brotherhood)’으로 불리는 조직이다. 이들은 고대기술이 인간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고대기술을 탐내는 이들을 막기로 서약했다. ‘데스몬드’ 옛 선조들은 ‘암살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들로 고대문명의 유산을 감추고 지켜왔다. ‘앱스테르고’ 계획은 바로 ‘데스몬드’를 통해서 이들의 기억을 엿보고, 봉인된 고대기술을 빼앗는 것이었다.
▲ '데스몬드'와 21세기 '암살단' 구성원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은 이러한 ‘템플기사단’과 ‘암살단’이 고대기술을 차지하기 위해서 벌이는 각축으로 구성됐다. 각국의 정부, 문화, 중요인사는 모두 두 조직 중 하나와 관계되어있다. 또한 ‘템플기사단’과 ‘암살단’은 상대의 동맹을 제거하고 자신의 동맹을 늘리기 위해 늘 암투를 벌이고 음모를 꾸민다. 그렇기에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은 실제 역사 이면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공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역사 속에서 신기술을 개발했거나, 제국을 세웠거나, 통합의 이념을 제시했던 많은 위인들이 실은 ‘템플 기사단’ 소속이거나 그 동맹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게임에서 ‘암살단’ 역할을 맡게 되는 플레이어는 역사서나 위인전에서 보아온 인물들을 직접 처단해야 한다. 물론 체사레 보르지아 같은 인물을 죽일 때도 있지만, 훌륭한 업적을 쌓은 영웅을 죽여야 할 때도 많다.
▲ 체사레 보르지아도 어쌔신 크리드에 적으로 등장한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물론 위인을 직접 암살한다는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증도 든다. 왜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을 처치해야 하는 것일까? ‘어쌔신 크리드’는 그 이유를 매우 SF적인 설정으로 설명한다.
위인들의 업적, 알고 보니 ‘에덴의 조각’ 이용한 ‘템빨’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에는 고대종족이 남긴 초과학적 기술이 존재한다. 이 기술이 적용된 장치는 작중에서 ‘에덴의 조각’으로 불리며, 오늘날 기술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시나리오상 ‘에덴의 조각’은 플레이어가 역사 속 위인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에덴의 조각'으로 인류를 지배한 '이수'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에덴의 조각’은 이미 몇 만년 전 지구에서 고도의 기술문명을 건설했던 종족 ‘이수(Isu)’에 의해 제작됐다. ‘이수’는 영장류에 불과했던 인류를 진화시켜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기도 했는데, 그 목적은 인류를 노예로 삼아 노동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세계관에서 인간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 것이 아닌, ‘이수’에 의해 개발된 노예 종족이었던 셈이다. 또한 ‘이수’는 인류를 자신들의 모습을 본 따 개량했는데, 일부 특이한 ‘이수’는 인간을 사랑해 잡종을 낳기도 했다.
▲ 게임 중 만나게 되는'이수' 생존자 '유노'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렇게 만들어진 잡종들 중 아담과 이브라는 한 쌍이 있었다. 이들은 ‘이수’의 피가 섞인 덕분에 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지배하는 통제장치에 영향을 적게 받았고, 우연한 기회를 틈타 주인에게서 통제장치를 빼앗아 도망칠 수 있었다. 탈출한 아담과 이브는 통제장치를 역으로 이용하여 다른 인간들을 하나씩 해방시켜 반란을 일으켰다. 영화 ‘혹성탈출’에서 원숭이가 인간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것과 똑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인류의 반란으로 ‘이수’는 수가 많이 줄었지만, 마침 대규모 태양풍이 발생하는 바람에 두 종족 사이의 대립은 갑작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그 후 생존한 소수의 ‘이수’는 아직 남아있는 기술을 이용해 고대 인류에게 한동안 신으로 숭배 받았으나, 어느 순간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 생존한 소수 '이수'는 신으로 숭배 받았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후 긴 세월이 흐르고 일부 인간은 아직 지구상에 남아있던 ‘이수’ 문명 유적 일부를 발굴했다. 이들은 유적에서 얻은 ‘이수’ 장치의 사용법을 알아내 막대한 힘을 얻었고, 이 장치를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고대 문명의 편린이라는 의미에서 ‘에덴의 조각’으로 불렀다.
‘어쌔신 크리드’는 역사 속 위인들을 ‘에덴의 조각’ 소유자로 각색했다. 즉 자기 자신의 힘이 아니라 ‘에덴의 조각’ 덕분에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칭기즈칸은 검의 모습을 한 ‘에덴의 조각’으로 사람들을 복종시켜 거대한 군세를 만들어냈다. 예수는 ‘에덴의 수의’를 사용하여 여러 기적을 행했다. 니콜라 테슬라는 구체 모양 ‘에덴의 조각’인 ‘선악과’에 저장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발명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 '에덴의 조각'에서 얻은 지식으로 '애니머스' 초기 모델을 고안한 테슬라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 외도 ‘에덴의 조각’은 시공을 뛰어넘은 통신, 세포 복제를 통한 치유와 부활, 지구 자기장 조종 등 여러 기능들이 있다. 그야말로 신과 같은 힘을 주는 셈이다. 다만 ‘에덴의 조각’도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소유자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본래 ‘에덴의 조각’은 ‘이수’가 인류를 통제하기 위해 제작한 장치들이었다. 그렇기에 ‘에덴의 조각’을 사용하는 자는 저도 모르는 사이 정신적인 이상증상을 보이기 시작하고, 환각을 보거나 과대망상에 사로잡히는 결과를 맞이한다. ‘어쌔신 크리드’에서는 위인들이 지닌 집착이나 기벽 중 일부를 이러한 ‘에덴의 조각’ 부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우리가 아는 위인의 장점과 약점 중 많은 부분이 실은 ‘에덴의 조각’ 때문이었다고 각색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작용으로 미친, 혹은 본래부터 이기적인 심성의 소유자가 ‘에덴의 조각’의 힘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를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 탓에 ‘암살단’은 고대로부터 이 물건이 인간 손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믿음을 갖고 스스로 ‘에덴의 조각’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기로 했다. 게임 속 주인공이 위인들을 처치하는 이유도 이들이 ‘에덴의 조각’을 갖고 있거나, 혹은 찾아 소유하고자 하는 ‘템플기사단’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 정치 철학자 사보나롤라도 '에덴의 조각' 덕분에 대중을 홀릴 수 있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처럼 ‘어쌔신 크리드’는 문명 발전의 역사 이면에 ‘에덴의 조각’이라는 SF 요소를 넣어 음모론적 재미를 더했고, 여러 시대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흥미롭게 재구성해냈다.
▲ 간디도 '에덴의 조각' 소유자였다니...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플레이어가 역사적 사건에 뛰어들어 위인을 암살하는 독특한 이야기
그렇다면 역사 속 위인 중 ‘템플 기사단’ 소속으로 ‘에덴의 조각’을 사용했던 인물은 과연 몇이나 될까? 대충 꼽아도 위인전 전질 중 1/3은 채울 듯하다. 어떤 인물들이 ‘암살단’ 손에 죽게 되는지 간략하게 꼽아보자.
암살단에게 제거된 가장 옛날 실존인물은 ‘어쌔신 크리드 2’에서 등장한다. 암살자 주인공 ‘에지오 아우디토레 다 피렌체’는 ‘암살단’의 숨겨진 성소에서 고대 암살자들의 유물을 발견하는데, 이들은 각각 고대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 1세, 마케도니아 알렉산드로스 3세,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7세, 로마 칼리굴라, 진나라 진시황을 죽였다.
사실 ‘어쌔신 크리드’에서 이들은 모두 ‘에덴의 조각’을 이용하여 제국을 세우고 통치한 독재자로 묘사된다. 예를 들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방대한 영토정복과 헬레니즘 문화권의 성립은 인간의 정신을 조종하는 ‘에덴의 지팡이’와 ‘에덴의 삼지창’을 사용해 가능했다는 식이다. 알렉산드로스 죽음 또한 그가 ‘에덴의 조각’을 과도하게 사용한 여파로 과대망상을 비롯한 정신적 문제가 생겨 폭정을 시작했기에 ‘암살단’에게 제거된 것으로 설명된다.
다만 앞선 인물들은 배경에 깔린 설정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암살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위인은 누가 있을까?
▲ 실존 인물인 로베르 드 사블은 '어쌔신 크리드'에 보스로 등장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우선 시리즈 첫 작품인 ‘어쌔신 크리드’에서도 플레이어는 주인공 ‘알타이르’를 조작해 제3차 십자군 당시 성지를 빼앗은 ‘템플 기사단’ 간부를 하나씩 암살한다. 이 중 시브란트는 3차 십자군 시절 튜튼 기사단 시초가 된 병원을 세운 인물이며, 가흐니에 드 나뷔레는 동시대 구호기사단의 장이었다. 다른 제거 대상인 윌리엄 몽페라트는 몽페라토 후작 굴리엘모 5세를 각색한 캐릭터다. 보스 로베르 드 사블도 실존 성전 기사단원이다.
이처럼 ‘어쌔신 크리드’에 등장한 주요 보스는 대부분 실존 인물들이다. 다만 사망 시기나 나이 등 인적 사항은 게임 상황에 맞게 수정됐고, 이들이 성지에 온 진정한 목적 또한 ‘에덴의 조각’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설정됐다.
여기에 ‘알타이르’가 등장하는 만화 ‘어쌔신 크리드: 더 시크릿 크루세이드’에서는 ‘알타이르’ 아들 '다림'이 13세기에 원나라까지 가서 칭기즈칸을 십자궁으로 쏴서 살해한다. ‘칭기즈칸’ 또한 ‘템플기사단’ 관계자로, ‘에덴의 검’을 이용해 원나라를 일으켜 세계를 정복할 야욕을 품었기 때문이다.
▲ 칭기즈칸은 '알타이르' 아들 '다림'에게 제거된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프랑스 인디언 전쟁과 미국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한 ‘어쌔신 크리드 3’에서도 위인 죽이기는 계속된다. 조지 먼로 장군, 에드워드 브래독 장군, 찰스 리 장군 등 수많은 실존 군 지휘관들이 ‘템플 기사단’ 소속으로 나와 주인공을 비롯한 ‘암살단’ 손에 최후를 맡기 때문이다. 여기에 DLC는 평행세계가 무대로, ‘선악과’ 힘을 사용해 아메리카 왕국을 세운 ‘조지 워싱턴 왕’을 죽이는 엽기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DLC 제목도 ‘워싱턴 왕의 폭정’.
▲ '에덴의 조각'으로 왕이 된 조지 워싱턴
'에덴의 조각'으로 분신술, 방어막은 물론 막강한 충격파까지 쏜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에서는 프랑스 대혁명 시기 정치인 막시밀리앵 로베스피에르와 유명 은세공 장인 프랑수아 토마스 제르맹을,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에서는 크림 전쟁 장군이자 카디건 스웨터로 유명한 카디건 백작, 만화경을 발명하고 에딘버러 대학 총장을 지낸 데이비드 브루스터 등을 살해한다. 중간 보스와 최종 보스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점은 외전 ‘어쌔신 크리드: 크로니클’와 영화, 소설, 만화 등 모든 시리즈가 공통이다.
▲ 카디건 스웨터를 처음 만든 카디건 백작도 암살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마지막으로, 발매를 앞두고 있는 신작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기원전 49년 이집트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이집트를 통치했던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는 ‘템플기사단’ 관계자로 설정되었으므로, 아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서는 플레이어가 이 둘의 암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제3차 십자군, 르네상스 시기 보르지아 가문의 폭정, 미국 독립 전쟁, 프랑스 대혁명 등 역사적 사건에 플레이어가 직접 뛰어들어 위인을 암살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덕분에 ‘어쌔신 크리드’는 묘하게 사실적인 분위기에 더해, 플레이어유저 자신이 드러나지 않은 역사 속 빈 틈을 채워 넣는 듯한 독특한 재미를 선사했다.
▲ 처칠도 나왔지만 간신히 목숨은 건졌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늘 비슷한 내용이어도 항상 재미있는 이유
이처럼 대개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암살단’ 주인공이 ‘템플 기사단’ 소속인 역사 속 위인을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배경이 되는 시대와 주인공은 달라질지언정 이 구조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2007년 나온 시리즈 첫 작품부터 내용이 계속 비슷하니, 얼핏 보면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복장과 하는 짓은 언제나 비슷하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2017년이 된 지금까지도 꾸준히 게임이 나오고 있을 뿐 아니라 영화,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미디어 프랜차이즈까지 이루어냈다. 그만큼 아직 많은 팬이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에 매력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이 가진 핵심적인 재미는 대체 무엇일까? 아마 가장 큰 재미는 ‘가상역사물’이라는 점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가상역사물’은 ‘실제 역사 이면에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있다’는 가정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뜻한다. 예를 들어 ‘예수가 사실 죽지 않고 살아서 자식을 낳았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쓴 소설 ‘다빈치 코드’가 ‘가상역사물’에 해당한다. 이처럼 ‘가상역사물’은 익숙한 소재를 기초로 ‘사실적인 상상’을 하게 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 '에덴의 검' 소유자였던 잔다르크의 활약과 생존을 다룬 소설
실제 역사와 달리 잔다르크가 화형장에서 구출되고 살아남는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어쌔신 크리드’가 택한 이야기 방식이 바로 ‘가상역사물’ 방식이다. 만약 실제 역사 속 위인의 업적이 실은 고대기술에 의존한 것이고, 이들의 죽음과 실종은 고대 ‘암살단’ 소행이라면? 그리고 내가 직접 그 죽음에 개입했다면?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은 바로 이러한 상상을 하게 해준다.
▲ '어쌔신 크리드: 크로니클'에서 플레이어는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공주 아나스타샤의 목숨을 구해주게 된다(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러한 점을 보면, 항상 비슷한 내용이어도 새 ‘어쌔신 크리드’가 나오면 관심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내가 아는 실제 역사’를 어떻게 각색해서 보여줄지 궁금해지기 때문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언젠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조선 암살자가 활약하는 ‘어쌔신 크리드’도 나오길 기대해본다.
▲ '암살단'과 독립군, 의외로 잘 어울리지 않을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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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dawnlee12@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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