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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소녀에서 'VR 카노조'까지, 일루전 개발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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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정식 진출한 적이 없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하지만 쉽사리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일본 개발사가 있다. 바로 성인게임 개발사 일루전(Illusion)이다. 일루전은 과거 2D가 대세였던 일본 에로 게임 시장에서 3D 게임을 유행시킨 선구자다. ‘미행’, ‘인공소녀’, ‘스쿨 메이트’, ‘리얼 카노조’ 등은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일루전의 대표작이다.

에로 게임에 3D 시대를 연 일루전이 또 한번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 28일 출시된 VR용 에로 게임 ‘VR 카노조(VR 그녀)’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은 VR 성인용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십수년에 걸친 일루전의 에로게임 제작 노하우와 VR의 만남 자체로도 큰 화제를 모았으며, 그 결과물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런 일루전 개발자들이 28일, 한국을 방문했다. 게임메카는 한국을 찾은 ‘VR 카노조’ 개발자 나오유키 오츠루 PD와 유이치 히라이 아티스트를 만나 ‘VR 카노조’의 개발 비화와 흥행 성적, 향후 전개 방향 등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3D 에로 게임의 1인자 일루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VR 성인게임은 어떤 모습일까?


▲ 일루전의 나오유키 오츠루 PD(좌)와 유이치 히라이 아티스트(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바란다

나오유키 오츠루: 일본 게임회사 일루전에서 성인용 게임을 만드는 프로듀서 및 프로그래머입니다. 그 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한국에 잘 알려진 게임으로는 ‘인공소녀’, ‘인공학원’ 등이 있겠군요.

유이치 히라이: 저는 일루전에서 3D 모델링을 담당하는 리드 캐릭터 아티스트입니다. 주로 여성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죠.

이번에 방한한 의의는?

나오유키 오츠루: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해외 유저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분들은 일본인들보다 리액션이 커서 개발자 입장에서는 매우 기뻤습니다. 일본인들은 그냥 보고 끝인데, 한국인들은 캐릭터를 만져보려고 손을 뻗는 등 적극적이시더군요.

‘VR 카노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나오유키 오츠루: 일루전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과거의 3D가 그랬듯, 지금의 VR기기는 시대를 선도해 나갈 물건입니다. 4년 전 ‘오큘러스 리프트’를 처음 접한 순간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걸로 게임을 꼭 만들어 보고 싶었고, 그 결과물이 ‘VR 카노조’입니다.


▲ 명함도 심상치 않은 일본 No.1 에로게 회사 일루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세계적으로 아직 VR기기의 보급률이 높지 않은데, 일루전 전작들과 비교해 ‘VR 카노조’의 판매량은 어떤 수준인가?

나오유키 오츠루: 사실 ‘VR 카노조’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HMD 전용기기를 갖춰야 한다는 높은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전작들보다는 판매량이 높지 않지만, 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생각한 것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자세한 판매량은 노 코멘트입니다(웃음).

많은 일루전 히트작들이 유저 입맛대로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VR 카노조’는 주인공 캐릭터가 정해져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나오유키 오츠루: 실제로 일루전에서는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게임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다만, VR 게임은 처음 제작하는거라, 커스터마이징 기능 보다는 누가 봐도 귀엽게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이치 히라이: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넣으면 캐릭터의 세부적 부분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듭니다. 반면, 캐릭터를 정해 놓으면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할 수 있기 때문에 VR에서의 현실감을 전달하기 좋습니다.

나오유키 오츠루: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들이 만든 캐릭터를 예쁘게 봐주세요’라는 마음입니다.

처음 도전한 VR게임 제작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라면?

나오유키 오츠루: 아무래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캐릭터를 귀엽고 예쁘게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다만, HMD를 쓰면 일반 모니터와 캐릭터의 각도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것을 보정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유이치 히라이: 이러한 이유로 게임을 제작할 때도 HMD를 장착하고 캐릭터 모델링 작업을 했습니다. 모니터로 작업할 경우 HMD로 봤을 때 이질감이 들기 때문에, 작업 내내 HMD를 끼고 살았죠.


▲ 생생한 여성 캐릭터 구현을 위해 HMD를 낀 채 작업한 결과물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현재 VR 성인게임에 대한 일본의 대중적 관심과 시장의 크기는?

나오유키 오츠루: 관심은 확실히 높은데, VR 기기와 고성능 PC가 비싸기 때문에 시장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머 레슨’과의 캐릭터 디자인 연관성에 대해 말이 많다

나오유키 오츠루: ‘서머 레슨’을 의도적으로 따라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캐릭터 디자인 단계에서 일본인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까 우연히 비슷한 캐릭터가 나왔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헤어스타일의 경우 롱헤어 보다는 포니테일 스타일이 프로그램을 짜기 쉽죠. 두 회사 모두 일본인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캐릭터를 VR로 최적화해서 개발하다 보니 방향성이 겹친 것으로 판단합니다.

예전 일루전 게임은 성인용 기구와 연계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VR카노조는 어떤가?

나오유키 오츠루: 현재로서는 없지만 앞으로는 추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에 ‘텐가’라는 일본 남성용 성인기구 회사가 들어와서 유명해졌는데, 그와의 연동도 한 번 생각해 볼까 합니다.

냄새를 맡게 해주는 VR 주변기기 ‘VAQSO VR’의 연동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유이치 히라이: VAQSO VR과 연동해서 냄새를 맡으며 플레이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여성 캐릭터가 머리를 움직일 때 샴푸 냄새가 풍긴다거나, 옆을 지나갈 때 몸에서 나는 바디워시 냄새 등을 구현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 뿐인가?

유이치 히라이: 나머지는 비밀입니다. 사실 유나이트 행사에 VAQSO VR의 개발 버전이 출품됐는데, 스타킹 냄새 시연을 하더군요. 진짜처럼 생생했습니다.

스타킹 냄새라니, 새 스타킹인가?

유이치 히라이: 당연히 입었던 스타킹입니다(웃음)


▲ VR HMD와 연계되어 냄새를 구현해주는 VAQSO VR 개발 버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VR 카노조’의 차기작이나 추가 콘텐츠 계획은?

나오유키 오츠루: 일단 차기작 계획은 아직 없는 상태며, 8월에 DLC 형태로 ‘욕실’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여성 캐릭터와 함께 욕실에 들어가서 즐기는 콘텐츠죠. 이외에도 ‘VR 카노조’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를 검토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루전이 생각하는 VR 성인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를 말해 달라

나오유키 오츠루: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버추얼 섹스’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현실이 아니라 가상에서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유이치 히라이: 디자이너로서는 더 귀엽고 예쁜 캐릭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일본인 취향에 맞는 캐릭터 뿐이지만, 나중에는 미국 등 다른 나라 캐릭터도 제작해서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게임을 출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8월 출시 예정인 욕실 DLC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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