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텔리아' 공식 소개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 발매되는 MMORPG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모양새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그런데 지난 ‘지스타 2016’에서 MMORPG에 TCG를 결합한 점을 특징으로 내세워 이목을 끈 MMORPG가 하나 있었다. 바로 스튜디오8이 제작하고 넥슨이 서비스를 맡은 ‘아스텔리아’다. ‘아스텔리아’는 카드로 ‘아스텔’을 소환해 전투를 보조하는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시도, MMORPG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듯 보였다.
그러한 ‘아스텔리아’가 지난 20일부터 25일 사이 진행된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서 직접 체험해본 ‘아스텔리아’는 기대와는 달리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기대했던 ‘TCG 요소’가 거의 없어서 기존 다른 MMORPG와 차별화되는 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스텔리아’는 MMORPG에 TCG를 가미했다기 보다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사냥꾼’과 ‘흑마술사’가 사용하는 소환수를 모든 클래스가 사용할 수 있는 게임처럼 느껴진다.
▲ MMORPG + TCG라고 했지만...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소환수 ‘아스텔’을 빼면 ‘아스텔리아’는 기본적으로 ‘테라’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크게 다를 점이 없다. ‘아스텔리아’는 스토리 흐름에 따라 퀘스트를 수행하고 정해진 콘텐츠를 즐기는, 소위 ‘테마파크식 MMORPG’다. 이번 비공개 테스트에서 보여준 모습만 보면 ‘아스텔리아’는 전반적으로 다른 MMORPG와 차별화되는 점을 꼽기 힘들어 보인다.
TCG와 조합했다더니… 평범한 ‘아스텔 시스템’
▲ 유저 캐릭터 클래스는 평범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아스텔리아’ 유저 캐릭터는 여느 MMORPG와 다르지 않다. 방어에 특화된 ‘워리어’, 근접거리에서 빠르고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로그’, 원거리에서 안정적인 지속 공격이 가능한 ‘아처’, 스킬 사용에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에 넓은 범위에 큰 피해를 입히는 ‘메이지’, 아군을 회복시키고 축복을 내릴 수 있는 ‘스칼라’ 클래스 중 하나를 골라서 캐릭터를 만든다. 모든 클래스는 저마다 확실히 구분되는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다.
‘아스텔리아’의 특별한 점은 모든 유저 캐릭터가 ‘아스텔’이라는 소환수를 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아스텔’은 유저 캐릭터처럼 ‘나이트’, ‘워리어’, ‘로그’, 메이지’, ‘아처’, ‘스칼라’, ‘뮤즈’ 일곱 클래스로 나뉘며 그에 따른 능력치와 스킬을 지닌다. 이처럼 유저 캐릭터와 ‘아스텔’의 상호보완과 연계로 이루어진 집단전투가 이 게임의 기본이다. 예를 들어 유저 캐릭터가 ‘메이지’ 클래스라면, 마법을 쓰는 동안 적의 공격을 막아줄 ‘나이트 아스텔’을 소환하는 식이다.
유저는 한 번에 최대 세 마리의 ‘아스텔’을 소환할 수 있다. 혼자 플레이 하는 유저도 ‘아스텔’만 소환하면 ‘탱, 딜, 힐’이 되는 ‘파티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아스텔’을 운용하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유저 캐릭터는 ‘마나’와 비슷한 ‘소환력’ 수치가 있는데, ‘아스텔’을 둘 이상 소환하고 있으면 이 수치가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소환력’이 바닥나면 모든 ‘아스텔’이 강제 소환 해제되므로, 유저는 전투 시 ‘아스텔’을 몇 마리나 소환할지 고민해야 한다.
▲ '나이트' 클래스 '아스텔'인 '로타'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여기에 ‘아스텔’은 ‘소환력’을 소모하는 방식에 따라 ‘가디언’과 ‘서번트’ 두 종류로 나뉜다. 이 중 ‘가디언’은 한 번에 많은 ‘소환력’을 소모하는 대신 일단 소환되고 나면 추가적 ‘소환력’ 소모 없이 일정 시간 동안 함께 싸워주는 막강한 수호신이다. 반면 ‘서번트’는 소환 자체는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데리고 다니는 동안 계속 ‘소환력’이 소모되는 약한 소환수다. ‘아스텔리아’는 이처럼 여러 소환수를 전략적으로 소환해 함께 싸우는 전투를 추구했다.
그러나 일견 참신해 보이는 기획과 달리, 직접 해본 ‘아스텔 시스템’은 그렇게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남은 ‘소환력’을 봐가며 관리해야 하는 점만 제외하면 다른 MMORPG의 소환수와 크게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소환수를 여럿 불러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기존 MMORPG와 차별화되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게다가 한 유저가 여러 캐릭터를 조작하는 MMORPG로 이미 ‘모나크’, ‘창세기전 4’ 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도 완전히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 '아스텔'은 다른 게임의 소환수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 다른 문제는 여러 ‘아스텔’을 소환해도 ‘파티 플레이’ 하는 느낌이 잘 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스텔’을 세밀하게 조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아스텔’에게 스킬 한 개만 사용을 지시할 수 있다. 그 외에 ‘아스텔’은 자동으로 유저 캐릭터를 따라다니고 적을 공격한다. 섬세한 분대단위 조작은 불가한 셈이다. 이 정도 소환수 조작은 다른 MMORPG들에도 이미 존재하는 요소이므로 ‘아스텔리아’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기대와 달리 TCG와 연관되는 부분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기존에 ‘아스텔리아’는 ‘MMORPG에 TCG 요소를 더했다’는 이야기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실제 플레이에서 TCG 느낌을 주는 부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TCG는 다른 유저와 카드를 거래할 수 있는 ‘트레이드’ 요소와 보드게임적인 ‘카드게임’ 요소로 구성된다. 하지만 ‘아스텔리아’에는 ‘트레이드’도 ‘카드게임’도 없다. 자원관리와 소환 요소만 가지고는 TCG의 면모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 TCG보다는 모바일 수집형 RPG처럼 보이는 '아스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실 ‘아스텔리아’는 TCG보다는 모바일 수집형 RPG에 가까워 보인다. 자동이동, 자동전투, 같은 ‘아스텔’을 합치면 ‘별’이 더해지며 강해지는 ‘초월’은 모바일 수집형 RPG에서 자주 봐온 것들이다
이처럼 ‘아스텔리아’의 TCG 요소를 가미했다던 ‘아스텔 시스템’은 기대와 달리 신선함을 주지 못했고, 기성 MMORPG에 ‘누구나 소환수를 부릴 수 있다’는 미미한 개성만 더하는 데 그쳤다.
최종 콘텐츠는 ‘아바론’, 대규모 RVR로 진영전 정수 보여줄 듯
‘아스텔리아’의 액션과 전투는 기존 MMORPG에서 한 번씩 선보인 요소들을 잘 버무린 느낌이다. 기본적인 조작감은 ‘테라’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비슷하다. 타게팅 방식 전투에, 적의 공격을 순간적으로 피하는 ‘구르기’와 주변 지물들을 이용할 수 있는 ‘점프’로 역동성을 더했다. 여기에 한 캐릭터로 두 스킬 세트 중 하나를 상황에 따라 골라서 사용하는 ‘스탠스 시스템’으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 스킬도 다양하게 준비되어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주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싸우는 집단전투를 지향하고 있다. ‘핵심 콘텐츠는 ‘던전’, ‘콜로세움’, ‘아바론’이다. 이 중 ‘던전’은 다른 MMORPG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인스턴스 던전’이고, ‘콜로세움은’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몬스터 무리를 막아내는 ‘디펜스 던전’이다. 여기에 ‘아바론’은 넓은 전장에서 세 진영으로 나뉜 유저가 몬스터 사냥, 거점 점령, RVR을 즐길 수 있는 점령전장이다.
▲ '아스텔리아'의 핵심 콘텐츠 세 가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아바론’이다.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아바론’은 넓은 전장에서 다양한 전투가 발생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공간이다. ‘아바론’에는 세 진영 거점뿐 아니라 중립거점, 중립 몬스터도 곳곳에 산재해있다. 여기서 각 진영 유저는 일정 기간 동안 사냥, 거점확보, 적 진영 유저 처치로 자기 진영의 점수를 쌓아야 한다. 즉 PVE, 1:1 PVP, 파티 단위 PVP, 대규모 RVR 등 다양한 종류의 전투가 이루어진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각 진영의 유저들은 지금까지 쌓은 자기 진영 점수에 따라 ‘배틀포인트’라는 재화를 보상으로 얻고, 이를 사용해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배틀포인트’가 지급되고 나면 지금까지 쌓은 진영 점수는 초기화된다. 이처럼 여러 방식의 전투가 벌어지는 독립된 시즌제 진영 전장 ‘아바론’은 ‘아스텔리아’의 최종 콘텐츠에 해당한다.
▲ 일반 필드와 동떨어진 섬에서 벌어지는 진영 전장 '아바론'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기획상으로 볼 때 ‘아바론’은 레이드 던전이나 단판으로 끝나는 전장 위주로 정형화된 MMORPG 사이에서 독특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진영전은 이후 다른 많은 MMORPG에서 차용했었지만, 대부분은 진영이 나뉘어 싸우기만 할 뿐 진영전 특유의 느낌을 살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바론은’ 시즌 기간 동안 수많은 유저가 모여 단판 승부가 아닌 ‘전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진영전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아바론’에서 개선해야 할 점도 몇 가지 보였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진영 채팅’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수많은 유저가 각자 최대 세 마리씩 ‘아스텔’들을 데리고 다닌 탓에, 대규모 전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쉽게 파악할 수 없었다. 또한 자동 타겟 키를 사용하면 적 유저 대신 적 ‘아스텔’만 잡히는 일도 잦아서 타겟 잡기도 쉽지 않았다. 추후에 테스트에서는 이 문제들이 개선되어 핵심 콘텐츠를 쾌적하게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몽환적인 세계관, 캐릭터 부각시킨 독특한 대화 연출
‘아스텔리아’의 가장 뛰어난 면은 동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세계를 아름답게 연출했다는 점이다. 배경을 가득 채운 ‘블러 효과’는 다소 뿌연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환상적인 아지랑이에 뒤덮인 세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그 외에도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 신비한 요정 숲, 기묘한 생물들이 사는 습지 등, ‘아스텔리아’의 세계는 보고 있기만 해도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독창적인 환경을 구현했다.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만 해도 상당하다.
▲ 몽환적인 세계를 구경하는 재미는 확실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아스텔리아’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퀘스트에서 보여지는 캐릭터간 대화에 꽤 힘을 썼다는 점이다. 보통 대화 시 캐릭터 일러스트와 대사 텍스트만 보여주는 여타 MMORPG와 달리, ‘아스텔리아’는 대화가 발생하면 풀3D 모델 캐릭터들이 서로 마주보는 별도의 대화창이 나타난다. 또한 대개의 캐릭터는 성우 연기가 지원되어 자신만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즉 스토리에 몰입하게 도와줄 여러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 게임 화면이 대화 인터페이스로 전환되며 캐릭터들을 조명해준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캐릭터 성장이 스토리에 따른 메인 퀘스트에 맞춰 이루어지고, 별도 대화창 인터페이스와 성우 목소리까지 지원되는 데 비해, 스토리 자체는 조금 진부해서 아쉽게 느껴진다. ‘아스텔리아’ 스토리는 신성한 힘을 지닌 존재 ‘아스텔리안’인 ‘페이’가 마족에게 납치되고, 이를 오빠/언니이자 또 다른 ‘아스텔리안’인 주인공이 구출하기 위해 뒤쫓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개성 있는 캐릭터, 드라마틱한 내러티브, 핍진성 등 스토리가 진지하게 느껴질 만한 요소도 다소 부족하다.
이처럼 ‘아스텔리아’는 메인 퀘스트와 대화 인터페이스가 모두 스토리를 자세히 보여주도록 짜여있지만, 정작 보여줄 스토리가 부족하다. 플레이 중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스토리인 만큼, 조금 더 캐릭터와 시나리오가 개선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 부분이다.
▲ 대화 인터페이스에서의 캐릭터 움직임과 감정표현은
추후 추가될 예정인 듯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차별화 위해서는 한 방면 특화 해야
종합해보면, ‘아스텔리아’는 초기 차별화 포인트였던 ‘TCG 요소’는 그리 잘 담아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아스텔리아’의 장점은 ‘아스텔 시스템’이 아닌, 기존 MMORPG들의 장점을 따와 잘 버무린 안정적인 ‘기본기’, 그리고 최종 콘텐츠인 ‘아바론’이었다
▲ '아스텔'이 카드로 표현되는 것 외에는 TCG와 연결될 점이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당초에 ‘아스텔리아’의 특징으로 내세웠던 ‘TCG 요소’가 실은 다른 MMORPG의 소환수나 펫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아스텔리아’가 다른 MMORPG들과 차별화될 개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지금 ‘아스텔리아’의 정체성은 조금 모호하게 느껴진다.
서로 비슷한 수많은 MMORPG들 사이에서 외칠 수 있는 ‘아스텔리아’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다음 테스트 버전에서는 ‘아스텔리아’의 정체성이 조금 더 명확히 드러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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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dawnlee12@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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