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공식 게임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하면 떠오르는 것은 우선 두 가지다. 하나는 실제 역사에 그럴 듯하게 녹여 넣은 독특한 스토리와 세계관. 다른 하나는 ‘암살검’으로 대표되는 ‘어쌔신 액션’. 하지만 이번 ‘E3 2017’에서 직접 체험해본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그 둘 중 무엇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시리즈 고유의 분위기가 흐려진 느낌이다.
우선 기자는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체험에 앞서서 시연 도우미에게 스토리에 대한 짧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카이사르가 독재관으로 있던 로마 공화정이 이집트로 영향을 뻗친 기원적 47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바옉’은 이집트 지역 순찰대 겸 보안관에 해당하는 ‘메자이’ 신분으로, 이번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그가 사제계급과 로마의 횡포에 맞서서 백성을 지키기 위해 ‘형제단(Brotherhood)’을 세우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 '어쌔신 크리드 2'에 따르면 카이사르를 죽인 브루투스도 어쌔신이었다고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처럼 국가가 보장하는 신분과 직책이 있는 인물이다 보니 주인공 ‘바옉’은 수시로 자기 정체를 드러내고 다닌다. “나는 메자이요(I’m Medjay)”라는 말이 아마 시연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주인공 대사였을 것이다. 하는 일도 ‘어쌔신’이 아닌 ‘메자이’다. 백성을 심하게 매질하는 사제에는 논리와 명분으로 맞서고, 민가를 약탈한 산적들을 쫓아 정면승부로 몰살시켰다. 그 외에도 여기저기 찾아 다니며 민생에 이바지 하는 ‘바옉’의 모습은 영락 없는 민중의 지팡이지 암살자는 아니었다.
▲ '바옉'의 본업은 어쌔신이 아닌 민중의 지팡이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전투도 ‘어쌔신 크리드’ 보다는 ‘위쳐’에 가까운 느낌을 줬다. 적의 공격을 정확한 순간에 흘리고 반격으로 숨통을 끊어버리던 멋지고 우아한 기술은 없다. 아니, 애초에 시연 버전에는 ‘암살검’을 잘 사용할 일이 없었다. 대신 ‘바옉’은 낫처럼 생긴 장검 ‘코페쉬’, 장창, 활, 방패를 활용해 싸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정신 없이 구르는 모습이나, 큰 동작으로 검을 휘두르는 폼은 ‘위쳐’를 연상시켰다. 전작보다 전투의 속도감도 빠르고 여러 적이 동시에 공격해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 이렇게 큰 대검이나 양손 망치도 휘두른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전작들에 비해 아이템을 수집하고 골라 사용하는 RPG적인 면모도 강화됐다. 물론 시리즈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도 아이템을 모아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요소는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아예 다양한 등급으로 나뉜 여러 아이템을 수집해 장착하는 등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였다.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던 ‘스킬 트리’가 전면에 나선 점도 특기할 만하다. 레벨이 오르면 얻는 포인트를 투자해 스킬을 올리면 그에 따라 새로운 콤보 조작이 가능해지는 식이다. 또한 ‘독수리의 눈’은 진짜 상공을 비행하는 매를 드론처럼 활용해서 주변을 둘러보는 기능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든 한 가지 의문은 ‘바옉’이 어떻게 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느냐는 거였는데, 이 질문에 대해서는 시연 도우미도 대답해주지 못했다.
▲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스킬 트리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렇다고 암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여러 환경요소와 NPC 사이의 관계에 따라 사실적인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경비병은 밤이 깊어지면 졸거나 동료와 교대하고, 못 보던 사물이 있으면 순찰경로를 변경하며, 육식동물은 알아서 초식동물을 사냥하러 다닌다. 게임은 이러한 환경 요소들을 이용해 암살을 시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마침 시연 버전에서는 해가 질 때까지 대기했다가 야음을 틈타서 황금 신상을 훔치는 퀘스트가 있었다. 여기서 주인공은 주변 지물을 이용해 숨고, 때로는 엉뚱한 곳으로 주의를 끌면서 목표에 다가가야 했다. 중간에 길을 막고 있는 경비병을 암살하고 시체를 숨기는 것도 여전했다. 이처럼 잠입이라는 부분에서는 아직 전작을 연상시키는 특징들이 꽤 남아있었다.
▲ 암살도 가끔 하긴 한다 (사진출처: IGN 유튜브 영상 갈무리)
게임 무대가 되는 지역은 굉장히 넓었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이집트 북쪽에 위치한 멤피스 및 시와를 중심으로 한 방대한 영역을 오픈 월드로 구현해냈다. 월드 맵 곳곳에는 퀘스트를 의미하는 물음표 표시가 산재해 있었지만, 이 중 대부분은 시연 버전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다만 정식 버전에서 즐길 요소는 이미 상당히 많이 준비된 듯했다.
▲ 광활한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신뢰의 도약' 한 방 (사진출처: IGN 유튜브 영상 갈무리)
또 하나 이야기할 만한 점은 시연 버전의 특징은 버그가 굉장히 많았다는 것이다. 시연 도우미가 “이 버튼을 누르면 길을 따라 자동으로 이동해요”라며 ‘자동여행’ 기능을 켜주자, 곧바로 주인공이 탄 말이 길을 벗어나 바위산을 가로질러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뜬금없이 선박 위에 하마가 나타나 선원을 몰살시키기도 했다. 물론 정식 발매 버전에서는 어느 정도 수정되겠지만, 이러한 버그 탓에 시연 버전을 체험하는 데 다소 문제가 따랐다.
▲ 시연 버전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플레이 요소와 스토리가 많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여기까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을 체험한 소감을 종합하자면 ‘위쳐 3의 어쌔신 크리드 모드’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전작 중 비슷한 작품을 찾으면 최신작인 ‘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정도. 다만 시연 버전은 굉장히 제한된 분량만 보여줬으므로, 정식 발매 버전에서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아직 있다. 스토리도 아직 베일에 싸인 점이 많다. 설정상 ‘어쌔신’은 이번 작품의 시대보다 훨씬 앞선 고대 페르시아와 바빌론부터 존재해왔다. 그렇다면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에서 최초로 설립된다는 ‘형제단’은 대체 무엇일까?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 많은 점에서 기존 시리즈 다른 방향성을 채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연 버전은 이 게임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만큼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직 숨겨둔 점이 많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전작과 달라진 방향성이 과연 어떤 완성품을 보여줄지는 아직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 주인공은 '위쳐'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전체 게임이 어떨지는 열어봐야 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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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dawnlee12@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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