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텔링 온라인 RPG'를 표방한 '테일즈위버'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테일즈위버’는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스토리가 패키지 게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당시, RPG 명가였던 소프트맥스는 서사에 집중한 온라인 RPG를 만들어보자는 도전적인 기치를 걸고 ‘스토리텔링 RPG’ 개발에 착수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이 바로 ‘테일즈위버’였다. 심지어 제작진은 유명 판타지소설가 전민희 작가를 영입해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축하는 등 스토리 제작에 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야심 찬 포부로 기획된 ‘테일즈위버’는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물론 ‘테일즈위버’의 흥행 실패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토록 공 들였던 세계관과 스토리였다는 것이다. '테일즈위버'는 유명 소설가가 쓴 세계관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설정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고 독자적 노선을 걸으며 원작과 별개의 스토리를 진행했다. 그러다 서비스 10년째 되던 지난 2013년에는 돌연 그 전까지의 스토리를 모조리 부정하고 다시 원작 세계관과 결합했다.
그 탓에 오늘날 ‘테일즈위버’는 골수 팬이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스토리가 난잡해진 상태다. 스토리를 중시한 ‘스토리텔링 RPG’라지만, 정작 게임만 해서는 도저히 스토리를 따라갈 수가 없다. 원작 소설을 꼭 봐야만 이해가 가능하다. 대체 ‘테일즈위버’는 왜 작가를 고용해 원작 세계관을 만들고도 원작과 다른 길을 갔던 것일까? 그리고 왜 10년이 지나서야 지금까지의 스토리를 폐기하고 무리해 소설과 세계관을 맞추어야 했을까? 그 기이한 역사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RPG 명가’ 소프트맥스의 온라인 시장 진출 위해 제작된 세계관
‘룬의 아이들’과 ‘테일즈위버’의 관계는 1999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소프트맥스를 부양해온 ‘창세기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창세기전 3 파트 2’가 발매를 딱 한 해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를 뒤로 한 채 새로운 RPG 라인업을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당시에 MMORPG ‘리니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점을 의식하여 자신들도 온라인 RPG를 제작하기로 뜻을 품었다. 그렇게 기획된 소프트맥스 온라인 RPG가 바로 ‘테일즈위버’였다.
그런데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를 개발하던 시기에 표절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었다. 그 탓이었을까? 소프트맥스는 온라인게임 시장으로의 첫 진출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게임의 근간이 될 세계관부터 확실히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테일즈위버’ 세계관 제작을 위해 소프트맥스에서 영입한 인물이 바로 유명 판타지 소설가 전민희였다. 당시 전민희는 첫 작품인 ‘세월의 돌’로 빠르게 유명세를 얻고 있었다. 독특한 점은 그가 쓴 소설은 단지 주인공 입장에서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무대가 되는 가상세계의 역사, 문화, 국가 등에 대한 다양하고도 세밀한 설정까지 짜임새 있게 구축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민희는 치밀하고도 서사성 깊은 세계관을 구축할 적격의 인물이었다.
여기에 소프트맥스는 ‘테일즈위버’의 세계관을 잘 짜서 여러 작품에 사용할 계획을 품고 있었다. 이미 ‘창세기전’ 시리즈로 큰 재미를 봤던 소프트맥스는 잘 만든 프랜차이즈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새로 제작하는 ‘테일즈위버’도 단순한 ‘좋은 게임’을 넘어 ‘좋은 프랜차이즈’로 만들고자 했다. 즉 처음부터 탄탄한 세계관과 빼어낸 캐릭터를 내세운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지향했던 셈이다.
실제로 소프트맥스는 게임 개발에 앞서 커뮤니티 서비스 ‘포립(4leaf)’에 이 설정을 적용하여 우선 공개했다. 대략적인 세계관을 미리 설명하고, 캐릭터도 채팅용 아바타로 제공하여 유저의 흥미를 게임 출시 전부터 끌어놓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당시 ‘포립’을 통해 드러난 설정은 선행 공개에 가까웠으므로 불분명한 점이 많았다. 확실한 부분은 전반적인 세계관 분위기, 캐릭터의 성격 및 외모 정도였다. 구체적인 스토리는 추후 ‘테일즈위버’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다.
▲ '포립'을 통해 처음 공개됐던 캐릭터들의 일러스트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당시 소개된 ‘테일즈위버’ 세계관은 18세기 프랑스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왕국 ‘아노라마드’와 인근지역을 무대로 삼고 있었다. ‘아노라마드’는 프랑스 대혁명 후 왕정복고기를 모티프로 삼은 듯한 분위기였다. 복권된 왕당파 귀족들과 숙청된 공화파 지식인들 사이에 위험한 기류가 흐르고 있고, 아직도 음지에서는 음모와 공작이 횡행했다. 주인공들은 이와 같은 혼란기에 저마다의 사정으로 모험을 하다 마법학원 ‘네냐플’에 입학한 14명의 인물들이었다.
물론 ‘포립’ 특유의 귀여움이 강조된 캐릭터 일러스트와 낭만적인 분위기의 초대 문구들은 이러한 어두운 설정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었다. 그러나 1999년이었던 당시에도 캐릭터들의 설정에는 조금씩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 중 하나인 ‘막시민 리프크네’는 극성 공화당원인 아버지로 인해 몰락한 집안에서 장남으로 자랐으며, 그 탓에 사회에 대해서 냉소적이고 반항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 것으로 묘사됐다. 또 다른 주인공 ‘이스핀 샤를’은 ‘아노마라드 왕국’에 속한 공국인 ‘오를란느’의 지배계급으로, 어린 시절부터 정적에 둘러싸인 채 자라 나이에 걸맞지 않게 냉정하고 영리한 인물로 등장했다.
▲ '포립'은 캐릭터의 매력과 미니게임 '주사위의 잔영' 두 가지만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입체적인 캐릭터는 딱히 ‘포립’ 콘텐츠가 없던 시기에도 유저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에는 꽤 많은 유저가 채팅 방에서 각 캐릭터의 역할을 맡아 역할놀이를 하기도 했을 정도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야기지만, 어쨌거나 그러고 놀던 유저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캐릭터들의 인기가 대충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이 세계관과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스토리를 풀어낼 ‘테일즈위버’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소프트맥스 몰락과 함께 길 엇갈린 ‘룬의 아이들’과 ‘테일즈위버’
그러나 이처럼 큰 공을 들여서 제작한 ‘테일즈위버’는 제작이 끝나기도 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인은 소프트맥스의 개발부진이었다. 당시에 소프트맥스 개발진은 패키지 시장에 내놓을 신작 ‘마그나카르타’ 제작으로 분산되어, 온전히 ‘테일즈위버’ 제작에만 힘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첫 온라인게임 제작이라는 미숙함도 한 몫 했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인페이즈’라는 코드네임으로 개발 중이던 ‘테일즈위버’는 본래 계획인 2001년 오픈 일정에서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혼자서는 ‘테일즈위버’를 완성시킬 수 없었던 소프트맥스는 서버 프로그램과 운영을 비롯한 일부 개발을 넥슨에 맡기는 대신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계약을 채결했다. 개발부담을 나눈 덕분에 ‘테일즈위버’는 2002년 말에는 공개 서비스에 돌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본래 기획과 달라지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단일 세계관을 이용한 미디어믹스의 포기였다.
본래 소프트맥스는 ‘포립’을 포탈로 삼아 ‘테일즈위버’를 서비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넥슨이 ‘테일즈위버’ 서비스를 담당하게 됨에 따라 ‘포립’의 역할도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그에 따라 ‘포립’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었던 각종 미니게임 및 웹 소설 연재도 애매한 처지에 놓였다.
전민희가 집필할 예정이던 소설인 ‘룬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테일즈위버’는 전민희가 구상한 세계관을 완전히 공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1년 소프트맥스는 돌연 실제 게임 제작 도중 많은 한계가 드러나 스토리와 실제 게임 진행을 엮을 수 없다고 판단, 소설과 게임을 서로 다른 세계관으로 진행시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배경 세계나 캐릭터는 공유하지만 스토리 전개는 완전히 다른, 소위 ‘평행세계’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였다.
그 후로도 소프트맥스는 계속해서 ‘테일즈위버’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갔다. 설상가상으로 소프트맥스는 또 다른 차기작으로 개발한 ‘마그나카르타’가 실패하며 재정적으로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2005년 소프트맥스는 ‘테일즈위버’의 지적재산권을 10년 동안 넥슨에게 넘겨 사실상 손을 떼고 말았는데, 이 계약은 2015년 다시 한 번 연장돼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지식재산권을 판 셈이 되고 말았다. 이후 ‘테일즈위버’는 온전히 넥슨에 의해서만 운영되게 됐다.
▲ '테일즈위버'와 결별하고 독자 스토리를 전개한 전민희 작가의 '룬의 아이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소프트맥스가 미디어믹스를 포기함에 따라 소설과 게임은 점차 똑같았던 세계관을 다르게 쓰기 시작했다. 전민희 작가는 독자적으로 집필한 ‘룬의 아이들’ 시리즈를 2001년 출간했는데, 이 소설은 ‘포립’의 시퀄에 해당하는 내용을 어둡고도 서정적인 분위기로 풀어냈다. ‘룬의 아이들’은 ‘포립 ‘시절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설정을 가혹하고 정치적인 드라마로 채워나갔다. 주된 내용은 10대 주인공들이 긴 모험 끝에 인격적으로 성숙하는 성장기였다.
출신이 불분명했던 수수께끼의 주인공 ‘보리스 진네만’은 ‘룬의 아이들 윈터러’에서 동구권을 연상시키는 ‘트라바체스 공화국’의 귀족으로 설정됐다. 그는 비열한 삼촌의 배신으로 일가가 몰살된 비극적이고 음울한 과거를 지닌 인물로, 소설 내내 가족을 잃고 외롭게 방황하다가 여러 사람을 만나며 차츰 성장해나간다. ‘보리스’는 때로는 분노에 차서 사람을 죽이고, 때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서로의 미래를 위해 헤어지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룬의 아이들 데모닉’에서 ‘막시민 리프크네’는 따로 언급이 없던 어머니가 어린 시절 동생을 낳고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어 훨씬 불우한 과거를 갖게 됐다. 그렇기에 그는 ‘포립’에서 드러난 설정보다 훨씬 냉소적이면서도 정에 굶주린 인물이 됐다. 이처럼 ‘룬의 아이들’ 시리즈는 ‘포립’을 기반으로 더욱 어둡지만 인간적인 드라마를 확장시켜갔다.
▲ '테일즈위버'는 극단적인 SF 요소와 영웅물 스토리로 전개됐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반면 ‘테일즈위버’는 ‘룬의 아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세계관을 전개했다. ‘테일즈위버’의 세계관은 SF 요소에서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에델’이라는 또 다른 세계로부터 시작한다. ‘에델’은 고도의 기술과 마법을 지닌 문명이 존재하지만, 행성의 핵이 점점 부서지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에델’에서는 특별한 힘을 지닌 ‘테일즈위버’라는 13인의 존재를 파견하여 ‘에델’을 본 딴 새로운 세계를 배양하고, 새로운 행성의 핵을 가지고 돌아와 ‘에델’의 핵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13인의 ‘테일즈위버’는 모성 ‘에델’과 연락이 두절된 채 자신들이 만든 행성 ‘테시스’에서 계속 살게 된다. 그리고 게임 ‘테일즈위버’의 배경이 되는 세계는 바로 오랜 세월이 지난 ‘테시스’이며, 14인의 주인공 중 13인은 바로 ‘테시스’ 창조자인 ‘테일즈위버’들의 환생이었다. 게임의 줄거리는 바로 이러한 배경의 주인공들이 진정한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에델’로부터 오는 외계의 적들에 맞선다는 ‘히로익 판타지’ 장르였다.
이처럼 ‘룬의 아이들’과 ‘테일즈위버’가 같은 설정으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다른 방향으로 스토리를 끌어가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두 작품은 거의 연관성이 없다시피 하게 됐다. 주인공 가족관계 및 출신이 서로 다르게 설명되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주인공 성격이나 버릇도 크게 차이가 나는 일도 생겼다. 그렇기에 일부 유저는 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세계관과 스토리는 완전히 다르다는 데 크게 당황하기도 했다.
▲ 행성과 위성 설정만 소개된 '테일즈위버' 세계관 소개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10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합친 세계관, 결과는 미묘했다
그러나 ‘룬의 아이들’이 1부 ‘윈터러’만 해도 100만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가 된 데 비해, 게임 ‘테일즈위버’의 성적은 갈수록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그 탓인지 ‘테일즈위버’는 스토리는 점차로 느린 속도로 업데이트 됐다.
초기 ‘테일즈위버’는 3개월에 한 번씩 꾸준히 게임 스토리를 업데이트 했고, 고성능 아이템을 스토리 퀘스트를 보상으로 내놓았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훌륭한 보상은 많은 유저를 스토리에 관심을 갖게 했다. 그러나 2006년 ‘에피소드 2’부터 스토리 추가는 점차로 뜸해지더니, 급기야 2009년에는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아무 업데이트도 이루어지지 않기도 했다.
‘에피소드 1’이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3년이 걸리지 않아 완결됐던 데 비해 ‘에피소드 2’는 약 8년의 시간이 걸린 끝에야 유야무야 끝이 났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일은 이어서 ‘에피소드 3’을 소개함과 동시에 기존 ‘에피소드 1’과 ‘에피소드 2’를 삭제시킨 조치였다.
▲ 10년 동안의 스토리를 전면 폐기하며 등장한 '에피소드 3'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기존 ‘테일즈위버’ 스토리는 특별한 운명을 타고 난 주인공들이 ‘에델’에 맞서 ‘테시스’를 지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에피소드 3’는 돌연 ‘테일즈위버’ 고유 스토리를 갈아엎었으며, 스토리는 소설 ‘룬의 아이들 데모닉’ 이후 시점을 다루기로 했다. 즉 게임 스토리를 다시 시작한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었다. ‘에피소드 3’ 이전의 스토리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으며, 이후 업데이트로 ‘기억의 도서관’이라는 기능이 추가되고 이를 통해 ‘평행세계’의 사건을 본다는 설정으로 복원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전 스토리가 세계관의 ‘정사’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점은 똑같다. 이는 오랫동안 게임을 즐겨온 팬 입장에서는 다소 허무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한국의 최고 판타지 소설 작가 중 하나라는 전민희가 쓴 원작에 기반한 만큼, 게임 스토리 또한 ‘에피소드 3’을 기점으로 이전보다 완성도는 높일 수 있었다. 실제로 기존 유저 사이에서도 18세기 풍 판타지 세계에서 갑자기 외계인이 행성의 핵을 빼앗기 위해 침략한다는 설정은 다소 정황하고 이입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에피소드 3’부터는 원작에 따라 보다 인물들 사이의 감성적인 드라마에 집중하여 유저의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 에피소드 2까지 중요했던 '막시민'의 마검은 에피소드 3부터 갑자기 등장이 끊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이러한 ‘에피소드 3’를 문제 없이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원작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실제로 ‘테일즈위버’는 ‘에피소드 3’부터 지금까지는 한 번도 게임에서 언급된 적 없던 소설 속 내용이 아무 사전 설명도 없이 중요하게 등장시키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막시민 리프크네’는 지금껏 ‘테일즈위버’ 게임 속에서 ‘미스트랄 블레이드’라는 마검을 고유한 아이템으로 가지고 있었고, 스토리도 그가 이 마검에 휘둘리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에피소드 3’부터 갑자기 마검 이야기는 사라지고 소설에만 등장했던 마법악기 ‘카프리치오’가 주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뿐 아니다. 소설 속 인물간 관계, 과거 사건 등도 갑자기 중요하게 언급되는데, 소설을 안 본 유저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전개였다.
▲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내 캐릭터 애인이라는 '이솔렛'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물론 올해로 14년에 접어든 서비스 기간을 감안한다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참신한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원작의 명성을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소설 팬의 유입을 기대할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과연 이처럼 기존 유저를 무시하고 게임 스토리를 다 뜯어고치면서까지 단행해야만 하는 조치였을까? ‘스토리텔링 RPG’를 표방한 ‘테일즈위버’가 이처럼 스토리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다 게임을 갈아엎은 점은 깊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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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dawnlee12@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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