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가 지난 7일 발매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유비소프트는 ‘레인보우 식스’와 ‘스플린터 셀’과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밀리터리 게임을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주요 작품 대부분 미국 유명 군사소설가 ‘톰 클랜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언제나 실감나는 스토리를 선보였는데, 이런 부분은 세밀한 부분 하나 빼놓지 않고 철저한 고증을 거치는 유비소프트와 좋은 시너지를 내며 매번 호평을 받아왔다.
이런 유비소프트가 내놓은 밀리터리 게임 중에서도 천덕꾸러기가 있으니, 바로 ‘고스트 리콘’이다. 처음에는 전략적인 분대 플레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호평을 받아왔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완성도는 높지만 본래의 특징이 퇴색되어 언제나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전작 ‘고스트 리콘: 퓨쳐 솔져’만해도 전장을 장악하는 전략보다는 신 무기 오가는 미래전에 집중한 점을 생각하자면, 아무래도 처음에 보여준 방향성과는 많이 달라진 상태다.
▲ 미래전을 내세운 '고스트 리콘: 퓨쳐 솔져' (사진제공: 인트라링스)
그야말로 시리즈의 표류라고 불러도 될 무방한 상황... 유비소프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 차기작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에서는 시리즈의 회귀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여줬다. 배경도 미래에서 현대로 돌아왔고, 분대 플레이 기반의 전략적인 전투를 다시 한번 그려냈다. 여기에 볼리비아 현지를 방문해 자료를 수집해 완성도 있는 오픈월드를 구현해냈다. 이런 노력에 팬들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진 상황.
이런 호응 속에 드디어 지난 3월 7일(화)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가 발매됐다. 과연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의 귀환은 성공적이었을까?
▲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그래픽과 최적화는 우려와는 달리 ‘합격점’
유비소프트 게임을 평가할 때, 그래픽과 최적화는 빠지지 않는 부분이다. 그도 그럴게 ‘와치독’ 등 이전 작품에서 사전 영상에서는 엄청난 그래픽을 보여주고는 막상 발매된 후에는 그보다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로 팬들을 실망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와치독 2’를 거치면서 그 명성은 조금이나마 회복했지만, 여전히 유비소프트 게임을 구매할 때 가장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 역시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다. 시리즈 최초로 오픈월드를 채택해 ‘볼리비아’ 9개 주를 고스란히 구현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면적의 5배에 달하는 세계, 그리고 거기서 ‘자유롭게’ 펼치는 작전 활동... 아무래도 구매자 입장에서는 걱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부분.
▲ 처음 스크린샷을 보고, 환희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다행히,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엄청난 크기에도 최적화는 수준급이었고, 게임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단순히 빈 공터를 늘어놓는 대신, 볼리비아의 환경을 세밀하게 구현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를 선사했다. 정글 지역에서는 소나기가 수시로 내리고, 분지 지역에서는 모래바람이 불어 시야를 가리곤 했다. 여기에 ‘유우니 소금 사막’과도 같은 유명 지형도 고스란히 구현되어, 전투만 뺀다면 볼리비아 여행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픽 연출에서도 정말 눈에 띄는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비가 오거나 건조해지는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질감은 물론, 나뭇잎과 다양한 사물에 비치는 햇빛 광원은 세계관을 더욱 사실적으로 꾸며준다. 이런 부분까지 따져봤을 때, 그래픽과 최적화의 평가는 ‘더 디비전’보다는 나은 편에 속하지 않나 싶다.
▲ 방대한 크기의 맵, 나름 그럴싸하게 꾸며졌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 이런 광원효과도 컴퓨터만 따라준다면 문제없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특수부대의 느낌과 전략적인 재미 확실히 잡았다
일단 가장 궁금한 부분이 해결됐으니, 이제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를 한번 살펴보자. 이번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에서 플레이어는 전설적인 특수부대원 ‘더 고스트’가 되어, 4인으로 이루어진 분대를 이끌고 범죄 조직 ‘산타블랑카 카르텔’과의 전쟁에 나서게 된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는 유사한 MMOTPS ‘더 디비전’에서 PvP 콘텐츠인 ‘다크 존’을 제외했다고 생각하면 쉽다. 방대한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며 주위에 보이는 임무를 수행하고, 여기서 얻은 경험치와 자원으로 캐릭터를 육성하고, 새로운 스킬 혹은 무기를 얻어 전략의 수를 늘려간다. 그 큰 틀은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에서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 그야말로 '협동'을 위한 게임이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가장 큰 차이라면 무조건 ‘분대’ 단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싱글플레이에서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3인의 NPC 동료를 데리고 직접 돌격, 정찰, 후퇴, 동시사격과 같은 여러 지휘를 내리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직접 해보면 조작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고, NPC 동료들도 의외로 실제 특수부대처럼 그럴싸하게 움직여준다. 특히 무전으로 동료가 자신의 위치에서 보이는 적을 음성으로 보고할 때는 마치 실제 ‘특수부대’가 된 느낌을 제대로 선사한다.
금상첨화로 다른 플레이어와 멀티로 즐기면 더욱 실감나는 전장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명령하는 걸 따르는데 그쳤던 분대원들이 플레이어로 대체되면서, 서로 시시각각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가령, 실수로 목표물을 놓칠 위기였는데, 멀리서 동료가 저격으로 마무리해 임무를 아슬아슬하게 완수하는 영화와 같은 상황도 자주 벌어진다.
결과적으로 과거 ‘고스트 리콘’ 시리즈에 비춰봤을 때, 이번 신작은 본래 가지고 있는 전략적인 재미를 제대로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사실적인 특수부대의 모습까지 담아내 ‘몰입감’까지 잡아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이다.
▲ 자리를 잡으시고... (사진출처: 필자 촬영)
▲ 쏘세요! 동료를 믿으시면 됩니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갈수록 반복적인 임무 진행, 지루함이 쌓인다
사실 여기까지는 지난 테스트에 필자가 체험해보고 내린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본편의 감상은 조금 달랐다. 당시에는 오래 못해서 몰랐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반복적인 임무 구조다. 아무래도 ‘범죄 조직 근절을 위한 작전 수행’이라는 하나의 큰 목표로 진행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정보 수집’이나 ‘요인 암살’과 같은 임무들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 맵을 가득 채우는 임무들...(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처음에는 신나지만, 나중에는 지루해진다 (사진출처: 필자 촬영)
처음에는 그래도 치밀한 작전으로 적을 쓰러뜨리거나 캐릭터 육성으로 배운 스킬을 써먹어본다는 동기가 있어 임무를 수행하는데 질리는 감은 없었지만, 어느 정도 진행을 하게 되면 임무가 반복되어 지루해진다. 이렇다 보니, 나중에는 임무 개요도 안 읽고 그냥 다같이 돌격하는 전략만 쓰는 일이 빈번해진다. 이미 ‘와치독’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인데 이번 작에서도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명령을 내려도 가끔 무시하는 동료 NPC, 조작감이 형편 없는 차량 운전 등은 몰입감을 크게 해치지는 않지만, 기본기를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 자동차를 타면, 예전 '와치독'의 악몽이...(사진출처: 필자 촬영)
잘 만든 미국 드라마 수준, 하지만 결코 영화는 아니다
‘고스트 리콘 와일드랜드’는 비유하자면 시즌으로 이어지는 '미국 드라마'와 같은 게임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짧고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든 미드처럼 오랜 시간을 집중해서 봐야하고 중간중간 지루해도 참아내면 어느 순간 몰입해 있고, 결국 엔딩까지 보게되면 어디가서 재밌었다고 평할 수 있는 존재다.
정리하자면 반복되는 임무 구조에 그 결말까지의 여정도 그리 짧은 편이 아니기에 이런 플롯을 싫어한다면 피해야 하는 작품이고, 하나씩 꼬인 점을 넘기고 지루함을 참아낼 수 있는 게이머라면, 실감나는 그래픽과 연출이 더해진 볼리비아에서 마약 카르텔과 전투를 벌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자신만의 콘셉이 가미된 전략은 덤이다.
▲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참아낸다면 그리 나쁘진 않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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