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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행기로 여러분을 만나는 것이 얼마만일까? 무척이나 오랜만에 기행기를 통해 필자와 만나는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오늘은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서두를 열어볼까 한다. 필자가 키보드를 놓고 있는 동안, 워해머 온라인의 세상에도 퍽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지난 9월에는, 본격적으로 한국 땅을 밟은 워햄온이 한글로 꽃단장을 마치고 국내 유저들에게 큰 절을 올렸으며,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인구수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과단성 있는 패치를 감행한 바 있다. 사실, 인구수 감소 문제의 경우 실제 북미 서버에서 플레이 중인 필자에게는 꽤나 피부에 와 닿는 이슈였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상황을 지켜본 바 있다.
사실, 한국에서 워해머 온라인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바다 건너의 상황이 마냥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FGT 체험, 메카에서 뉴스 체크, 공홈 자게에 매일 출첵 후 광렙... 이 모든 업무를 하루도 빠짐없이 소화하며 워햄온에 대한 충심을 흩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이를 악물어 보지만, 제 아무리 근사한 일러스트를 두 눈이 충혈되게 들여다본다 한들... 실제 서버에 접속하여 하루하루 커가는 허접스런 장비의 내 본캐보다는 못한 법이다. 워해머 온라인의 국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NHN 또한, 우리들의 이런 애타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의 FGT 뿐 아니라, 11월 말에 열리는 부산 G★2009의 워파티를 통하여 예정되어 있는 워햄온 서비스의 일부를 공개해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 필자 역시, 워해머 온라인이 온전히 국내에 정착하게되는 그날까지 소소한 뉴비 이야기로써 메카 가족들을 찾아갈 것이다. 게임에 대한 갈증은 글로 푼다!(응?) 자, 그럼 묵혀두었던 오래된 이야기들부터 차근차근 풀어내보자..! Let`s go!
수도 알트도르프 관광을 마치고, 필자는 혼자 티어2로 넘어가게 되었다. 왜 혼자냐고? 그야 블루오빠님이 나를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블루오빠:
헐? 버리다뇨?! 어쨌든, 이제는 혼자 다녀도 길을 잃지 않으니...... 뭐어. 괜찮겠지. 수도에서 티어2행 날틀을 타기 위해서는, 궁성 정면 입구의 바로 오른쪽에 아치문을 통과하면 된다. 하지만, 레벨업을 하다보면 수도에 올 기회도 별로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잔소리꾼이 없는 틈을 타 항구에도 가 보고 쥐들이 달음박질 치는 빈민굴도 기웃거려 보았다.
상인도 없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지나 궁성으로 돌아가던 도중 담벼락에 있는 이상한 것(?)과 조우한 필자. 하수도 입구(※하수도 입구가 맞다. -_-)같은 창살 구멍 속에 빛나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 시혼: 무슨... 입구같은데. 그랬다. 척 보기에도 던전같은 것이 대도시 한복판에 있었던 것. 물론... 도시 내부에 던전이 있는 게임이야, 낯선것은 아니지만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 너무나, 엄청나게, 심하게 궁금해져왔다.
으흥. 던전이라... 그러고보니 필자의 퀘스트 추적기에도 하수도와 관련된 퀘스트가 등록되어 있었다. 얼핏 던전 속을 들여다 보자, 역시나 챔피언급 몬스터들이 우글거렸다. 이것은, 워해머에서 파티 플레이가 필요한 던전을 처음 경험해 볼 찬스였지만... 블루오빠:
던전! 좋죠. 가보세요! 도전 정신! 북미 유저들과 퀘스트도 깨고, 낯선 사람들과 던전 플레이를 해 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긴 했지만... 미국은 지금 새벽이다. (당시 한국 시각 PM 18:00 -_-;) 새벽까지 열심히 달리는 하드 유저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영어 짧은 뉴비가 외치고 또 외쳐서 파티를 찾는 데에는 용기가 많이 필요했던지라 조용히 던전 입구에서 물러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티어2행 날틀에 오르며 인적이 뜸한 수도 광장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섬뜩한 교수대가 아무렇지 않게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광장에는, 말을 탄 기사 NPC 한 명만이 지루한 기색도 없이 뺑뺑이를 돌고 있을 뿐이었다. 왕궁과 광장, 그리고 항구와 뒷골목의 얼굴이 판이하게 다른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오더의 수도 알트도르프. 어쩌면 그런 점들이 더욱 현실적이기에, 폴리곤 덩어리로 만들어진 이 공간을 `관광`하겠다며 그토록 설쳐댄 것인지도 모르겠다. 날틀의 엔진 손잡이를 힘차게 잡아당기자 드워프들의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진 프로펠러가 투타타타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수도 시내를 모니터 너머로 바라보며, 나는 문득 깨달은 조그마한 사실 하나를 아쉬워해야했다. 도시는, 속절없이 멀어져만 갔다. 시혼: ....젠장. 귀환 안찍었네.
티어2에 도착하여 처음 느낀 것은,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전쟁의 냄새였다. 티어1만큼은 아니었지만, 드문드문 전투 중임을 호소하는 채널 메시지가 채팅창을 채우고 있었다. 마을 바로 바깥에, 곧장 RvR 구역이 존재하여 살벌한 붉은 글씨가 카운트되는 것을 보자마자 이곳이 초보존과는 다르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았다. 물론, 카운트가 끝나기 전에 바로 마을 안으로 쪼르르 달려들어왔다. -_- (막 도착한 뉴비가 어딜 겁없이 돌아다닌단 말인가;) 뭐, 일단... 습관처럼 시나리오를 주르르 등록한 뒤 지도를 폈다.
마을 바로 옆, 성채 아이콘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Keep`, 즉 성채는 티어2부터 존재하는 전쟁 거점의 하나로, 그곳을 소유한 진영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공개 채널에서는 공성 중이니 지원을 바란다는 메시지가 쉼없이 뜨고 있었다. 던전이야 못 갈 지언정,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누구라도 좋으니 달려와 달라는 아군 진영의 호소에, 살포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트롤 컨트리의 오더 워캠프 주변에서는, `Stonetroll Keep`과 `Mandred`s Hold` 두 개의 요새가 모두 전쟁 상태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일단, 지도 상 아이콘에 불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보아 스톤트롤 요새는 이미 싸움이 한창인 듯 보였다. 잠시 공개 채널의 대화에 주목하고 있자니, 스톤트롤 공략이 끝나는대로 만드레드로 이동할 예정이므로 현재 워캠프에 대기 중인 부대원들은 만드레드로 움직여 달라는 메시지가 보였다. 오호라, 시간차 연속 공격이로군! (응?;)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열어 만드레드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데,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스톤트롤 요새의 색깔이 푸른색으로 휘리릭 바뀌는 것이 보였다. 공략 성공이구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필자 또한 곧장 남쪽의 만드레드 성채로 향했다. 필자 외에도, 많은 오더 진영의 유저들이 함께 남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성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었다.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길드 단위의 유저들이었고, 그런 사람들은 겉보기에도 으리번쩍한 장비를 걸치고 있었다. 반면, 이제 막 12랭크를 달고 필자 못지 않은 후잡스런 장비를 든 채, 뗏국물 흐르는 얼굴에 긴장을 잔뜩 띄우고 성문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전투 의욕에 장비나 레벨의 고하 따위는 상관이 없는 법, 전투 부대장의 호령에 맞추어 일제히 성문 공격이 시작되었다.
공격은 의외로 손쉬웠다.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일부러 디스 진영 유저들이 없는 틈을 타 공략을 시도한 모양이었다. 저항하는 것은 성을 수비 중이던 NPC 경비병들 뿐, 개인 단위의 디스 유저들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흠, 기습에 당하면 좀 많이 안타깝긴하지. 미안하고 송구하고 머쓱해진 마음을 듬뿍 담아, 그들에게 사랑의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_-v "내 사랑의 뜨거운 불꽃을 받아줘!"
..................언제 보아도 고풍스러운 비석의 디자인에 감탄하며, 뼈저린 교훈 하나 습득. 내 머리 속 지식의 책에 철필로 그것을 새기며, 아군 고렙들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뉴비백서 1장 1조를 조용히 실천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문에 접근한 아군 유저들이 공성추를 성문에 소환하는데 성공했다. 멋진 그리폰 성상이 올려진 목재 공성추를 보는 순간! 필자는 그만 마우스를 놓고 감탄사를 흘리고 말았다.; 시혼: ....뭐야 이거; 머, 멋지잖아.......................-0-
그랬다. 정말로 멋있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다대다 전투, 그리고 공성이라는 콘텐츠 자체를 아예 처음 겪는 필자로서는 공성 병기의 모습이라는 것이 심하게 신기했다. 그러고보니, 성벽 위의 갤러리에는 뜨거운 기름을 부을 수 있는 가마도 준비되어 있었고, 원거리 격수라면 갤러리 위에서 성문에 달라붙은 공성 부대를 직접 공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공격과 수비, 양측 모두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공성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멋대로 클릭해서 은근슬쩍 공성추 조종도 해 보고, 주변에 널려있는 수비용 공성 패드들도 다 한번씩 건드려보며 초보티를 마구 흘리고 있자니, 어느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우와, 뚫었다!
드디어 뚫었구나! 확실히 성문은 막대한 체력 수치를 자랑했지만, 수비군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에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성채 내부로 진입한 뒤, 남은 NPC와 수비군들을 뚫고 2층으로 올라가자, 굉장한 포스의 요새 지휘관이 우리를 공격했다;
뉴비들은 어? 하는 사이에 픽픽 죽어나갔지만 꿋꿋하게 버티는 고렙들의 활약으로 마침내 지휘관이 쓰러졌고, 화려한 메시지와 함께 성채 내부의 NPC들이 전부 오더 군대로 바뀌었다! 으와오와, 공략 성공이다!!! 으하하 웃으며 덩실거리고 있으니, 요새 지휘관이 있던 2층 중앙 자리에 공개 퀘스트(Public Quest)를 완료했을 때와 똑같은 황금색 보상 상자가 텅 하고 생겨났다. 그러고보니, 성채 공략 자체도 하나의 공개 퀘스트로 취급하고 있었다. 응? 보상품 분배는 어떻게 되었냐고? 무...물론, 필자는.................. 기여도가 낮아서 아무것도 못 받았다. -_- .....그냥 그렇다고.
티어2에 도착하자마자 공성전에 참여해 본 것은 퍽 보람찬 일이었다. 워햄온에 준비된 RvR 콘텐츠가 정말 탄탄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정신없이 싸우고, 또 정신없이 죽고 달리는 아비규환의 필드 전투야말로 워해머 온라인의 모든 것이 녹아나는 장소였다. 티어2에 입성한 며칠 동안은, 첫날 공성의 감동과 흥분 덕분에 아주 의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그날만큼 운 좋게 필드 전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기회는 적었지만, 티어2의 새로운 시나리오와 새로운 퀘스트를 찬찬히 맛보며 아주 재미있게, 혼자서 플레이 했다. 블루오빠:
...`혼자서`라는 글자가 굵어 보이는 것은, 제 기분 탓이겠죠?
그리고, 그런 플레이 나날의 말미. 티어2에 들어온지 일주일만에... 마침내 필자도 20랭크를 달성했다. 20랭크는 탈것을 탈 수 있는 최초의 레벨이다. 드디어 필자도 말을 탈 수 있는 것이다. 탈것을 구입하기 위해, 수도를 다시 방문했다. 탈것을 파는 마부는 수도 남쪽 연병장 안 마구간에 있다.
그간 알뜰살뜰 모은 쌈지돈을 털어보니... 다행이다. 15골드는 될 것 같았다. 어떤 놈으로 살까, 5분 간 고민한 후 밤색으로 예쁘장하게 생긴 녀석을 골랐다. 말값을 지불한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말 아이콘을 눌렀다. 노란 뿔나팔을 뿜뿜 불자, 펑하는 연기와 함께 말에 탑승! 짜잔!
아아, 기쁘다. 음하하하하하ㅏㅎ하하하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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