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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혼의 워해머 기행기 -3부- `촌놈, 서울 가다`(워해머 온라인: 심판의 시대)

시혼의 워해머 기행기 -1부- "뉴비, 워해머온라인에 접속하다"
시혼의 워해머 기행기 -2부- `뉴비, 닭이 되다`
시혼의 워해머 기행기 -3부- `촌놈, 서울 가다`
시혼의 워해머 기행기 -4부- `공성전, 그리고 미래로...`

 

 

"오라버니, 저는 서울에서 꼭 성공할 것이어요."
"아니, 대관절 그 험한 곳에서 네가 어찌 살아가겠다고 이러는 것이더냐."
"아이고 안된다, 안된다. 너 없이 이 애미가 어찌 살라고...."

노모의 구성진 통곡에 누이도 오라비도, 너나 할 것없이 굵은 눈물 방울을 훔쳐내었으니
아아, 그것은 차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피붙이간의 별리로다.
재물과 금의환향이 어디 육친의 정만하겠으랴,
차마 그 정 떼어놓고 상경하는 처자의 속내 또한 편치만은 않았더라.
남몰래 로브자락 쥐어, 노모 눈에 띄일새라 눈가를 찍어내는 그 섬섬옥수에
오라비가 떼묻은 비단천 고이고이 싼 꾸러미를 가만히 쥐어주는데.

"고향으로 귀환할 수 있는 귀환서이니 요긴하게 쓰거라."
"오라버니...."

- 신파극 오함마(嗚緘魔) 中... 시혼 作

 

 

Nordland에서 Norsca 행 날틀을 타고 오는 것으로, 닭변이 디버프를 해제할 수 있었다. 장비도 구입했고, 기술도 다 배웠고... 준비는 이제 완벽한가. ....아, RvR 퀘스트는 결국 하나도 못해서 죄다 지웠지만. 뭐어. 까짓것. 그건 그만큼 내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과감히 앞으로 나가기로 했다. (아, 난 너무나 긍정적이야.)

▲ 심부름 수렵자예비군

    시혼: 자! 이제 티어2로 넘어가죠!
    블루오빠: ...짠.
    시혼: 짠?
    블루오빠: ............짠.

    시혼: 말을 해, 말을!!
    블루오빠: 커윽..... 헤 힝호 헛히혀? (해석: 제 칭호 멋지져?).
    시혼: ...응?

그러고보니, 길드는 아닌 놈이ㅡ 그렇다고 이름도 아닌 놈이 이름표 밑에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건 다른 게임 할 때도 많이 본 것 같은데... 생각난 김에 필자에게도 칭호가 붙어 있나 싶어 살펴보니, Militiaman 이라는 칭호가 달려 있었다. 흠, 이거 내가 단 거 아닌데. 멋대가리 없이 `민병대`가 뭐니 민병대가...

    시혼: 음. 이거 좀 그렇네요. 제게 적절하도록 `카오스의 악몽`같은 칭호는 없어요?
    블루오빠: ....The Peon, "머슴" 이거 괜찮네효.
    시혼: -_-

칭호란? 워해머 온라인에서는 달성한 업적에 따라, 캐릭터 이름 아래에 달고 다닐 수 있는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는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개성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므로, 다양한 업적을 달성하여 되도록 많은 종류의 칭호를 모아보세요.

칭호를 사용하려면, 먼저 키보드 단축키 K를 눌러 지식의 책을 불러옵니다.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사용중인 칭호가 표시되고, 여기를 눌러 칭호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칭호 페이지에서는 칭호를 지정할 수도, 지울 수도 있습니다. 지우려면 현재 칭호 아래에 표시된 Clear Title을 누르면 됩니다. 왼쪽 페이지의 칭호를 성격별로 분류한 카테고리에서 원하는 칭호가 있는 카테고리를 누르면 오른쪽에 선택 가능한 칭호의 목록이 표시됩니다. 사용하고 싶은 칭호 위에서 마우스 왼쪽 버튼을 클릭하면 해당 칭호와 관련된 지식의 책 정보를 볼 수 있고, 오른쪽 버튼을 클릭하면 해당 칭호를 사용합니다.

어쨌든, 개중에 제일 근사해 보이는 칭호를 선택해서 달아보았다. 음, 어쩐지 살짝쿵 영웅이 된 듯... 발그레한 기분이 들어 상태가 좋아진 필자는, 힘차게 블루오빠님을 닥달했다.

    시혼: 자! 이제 티어2로!
    블루오빠: 잠깐. 시혼님 리노운 랭크 얼마예요?
    시혼: 응....? 에.... 저 8랭크.
    블루오빠: 그럼 리노운 마스터리도 올리고 넘어가죠. 그래야 전장에서 안 썰려요. 지금까지는 별 차이를 못 느꼈지만 이제는 꼬박꼬박 투자해 주셔야 할거예요.
    시혼: 리노운 마스터리?

Renown Trainer(리노운 훈련가)? 워해머 온라인에서 캐릭터에게 적용되는 랭크는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일반적인 MMORPG에서의 레벨 개념인 `랭크`와, RvR 활동을 통해 축적되는 `Renown(리노운) 랭크`의 두 가지가 그것입니다. 그 중, 리노운 랭크는 랭크의 수치가 곧 획득된 포인트가 되어, 리노운 마스터리 스킬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캐릭터의 스탯을 향상 시키고 택틱 스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리노운 훈련가는, 견습부터 상위단계까지 NPC 등급이 나뉘고 플레이어의 리노운 등급에 적합한 NPC와 대화해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리노운 훈련가는 각 종족 대도시를 방문해 보세요.

※포인트나 스킬을 잘못 배우더라도 언제든 초기화 할 수 있으니 리노운 랭크가 올라갈 때마다 꼭 방문하여 포인트를 분배하고 택틱 스킬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리노운 택틱 스킬을 획득하면 이렇게 리노운 택틱 슬롯에 장착됩니다. 패시브 스킬이므로, 2개 이상의 리노운 택틱을 획득하였다면 어떤 것을 장착할 지 고민하여 꼭 보다 적절한 것으로 장착해 주세요. (리노운 마스터리에 대한 상세 가이드 바로가기)

후우... 아니, 무슨 기술 배울 것만 이렇게 많고 또 많은거냐. 쉽다며! 직업 훈련가도 하나 뿐이고 아무 데서나 만날 수 있고 레벨업 할때 걔만 찾아가면 되니까 쉬워서 까무라친다며!

    블루오빠: ....내.. 내가 언제 그랬어여;

뭐, 사실 쉽다는 것이 틀린말은 아니다. 직업 훈련가를 직업별로 따로 찾아가거나 온갖 직업 퀘스트를 하는 등, `성가시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 워해머 온라인에서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다. 하고 싶은 일을 편리한 시간에 하는 것만으로 준비된 콘텐츠를 충분히 즐길 수가 있는 것. 몇번이나 거듭 말하지만, 워해머 온라인은 결코 어려운 게임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성장 시키고 랭크업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야만 하는 NPC는 셋이다. 그 첫번째가 가장 처음에 언급한 직업 훈련가(Career Trainer)로, 직업별 기술을 배우고 계열 기술의 마스터리 단계를 성장시켜 더 강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끔 해 준다. 두번째는 리노운 장비 상인(Renown Gear Merchant)으로, RvR 활동을 통해 올리는 리노운 포인트 보상 아이템을 판매한다. 이를 통해 누구나 표준적인 장비를 갖출 수 있으므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가 위에 언급한 리노운 훈련가(Renown Trainer)이다. 워해머 온라인에서는 레벨 개념의 기본 랭크보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리노운 랭크가 더 중요하다. 리노운 랭크는 기본 랭크가 40이 최고인 것과 달리 80까지 랭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고 랭크에 도달한 뒤에도 꾸준히 올려줘야만 하는 만렙 콘텐츠의 일부이다. 똑같이 40랭크의 캐릭터라도 리노운 랭크가 40인 캐릭터와 80인 캐릭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또한, 같은 리노운 80랭크의 캐릭터라도 리노운 훈련가를 방문해 포인트를 투자하고 택틱 스킬을 배우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결국 0랭크인 것과 다를 바가 없기에 랭크업을 하는 동안 잊지말고 훈련가를 방문해 주자.

    시혼: 뭐야? 인텔 2개 밖에 투자 못한다고? 포인트가 8갠데 왜 2개 밖에 안된다는거야?! 아저씨 사기꾼 아님?!! 장비 좀 후지다고 포인트나 떼어먹겠다는 심산인가본데, 나 그렇게 호락호락한 위자드아니야, 이거 왜이래!!
    블루오빠: .............부탁이니까, 엔피씨랑 싸우지 마요... -_-;;

리노운 트레이닝에 소모되는 포인트 리노운 트레이닝을 통해 특정 스탯의 레벨을 올리면, 다음의 레벨업 때에는 더 많은 포인트를 요구합니다. 포인트 분배를 잘 하시기 바랍니다.

....뭐, 어쨌든 이런 일들을 체크했다면 마을을 떠날 준비가 된 것이다.

    시혼: 자! 그럼 이제 티어2....
    블루오빠: 아, 또 잠깐.
    시혼: ...........내가 티어2 가는 걸 질투하고 있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말해요.
    블루오빠: ㅋㅋㅋㅋㅋㅋ 그런 것보다, 저 경매장이랑 은행 좀 다녀올께요.
    시혼: ........
    블루오빠: ?
    시혼: .......그런 게........있었음???!!
    블루오빠: 넵! *^^*

    시혼: 뭘 히죽거리면서 혼자 갈라 그러고 있어!!

으, 경매장이라니. 경매장이라니.... 그런 게 있는 줄은, 아니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 같이 쪼레벨에 바로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차마 생각하지 못했었단 말이다. ....응? 그래서 뭐가 문제가 있냐고? 당연히 있지!!! 이제까지 주워먹은 아이템, 전부 다 노점에 갖다 팔고 팔기 싫은 놈들은 나중에 서울가면 팔아서 한 몫 잡겠답시고 괴나리봇짐 속에 꾸역꾸역 넣어 놓고 다니고 있었단 말이다! (....자랑이다.)

    시혼: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진작 말을 해 줘야죠!!! 바로 갈 수 있었으면 날래날래 설명을 해 줬어야죠오오!!!
    블루오빠: .......님, ....며, 멱살은 좀 놓으시고.... 컥.

대도시는 언제든 방문할 수 있습니다 각 렐름맵에는 종족별 대도시가 있습니다. 대도시는 분류상 티어4 구역에 위치하지만, 플라이트 마스터를 통해 언제든 방문할 수 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직업 NPC와 모든 종류의 리노운 NPC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매장이나 은행 등의 여러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후우. 다소 오버했지만, 이것으로 나도 워해머 온라인의 경제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겠군. 무엇보다도, 좁아터진 가방 공간을 비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 워해머 온라인의 가방은, 랭크가 올라감에 따라 점차 슬롯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저랭크 때는 아무리 갑부라도 그저 주머니 쌈지에 우겨넣는 수준의 아이템 밖에는 들고 다닐 수가 없다.

    시혼: 자아!! 가죠! 서울로!!!
    블루오빠: ......플라이트 마스터는 반대쪽인데;

이리하여, 오더 연합 엠파이어 진영의 대도시 알트도르프(Altdorf)로 향한 우리들... 과연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웅장한 알트도르프, 드디어 그곳에 발을 딛다

 

 "우와아..... 여, 여기가 수도인가....."
 널찍한 광장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화, 확실히 고향 마을과는 다르구나. 이 광장에 우리 마을을 통째 집어 넣어도 다 들어가고 남겠... 아차! 내가 여기서 이렇게 감탄해선 곤란하지. 제발 촌사람 티내지 말고, 어디가서든 업신여김 당하지 않게 처신을 당당히 하라고 어머니가 그렇게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아.. 엄니...."
 어, 이런. 어머니 생각 했더니 또 눈에 먼지가... 쳇. 올겨울엔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 얼굴 뵙고 발이라도 닦아드리고 와야지. 난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며 반스 삼촌에게 받은 장검의 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고향을 떠나 삼촌이 계신 노드랜드로 올 때까지만해도 내가 수도 구경을 할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다정한 반스 삼촌은 나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해 줄 생각을 가지고 계셨으며, 보어헥센이 지나기 전 시그마 수도원의 프리스트님들께 조카를 부탁하는 편지를 쓰기로 결정하셨다. 아, 물론 삼촌이 언감생심 직접 수도의 프리스트님께 편지를 쓴 것은 아니다. 삼촌이 전부터 알고지내던 수도의 부적 장사치가 거래 관계로 시그마의 수도원에 자주 드나드는데, 수련생 선출이라든지 그 밖의 수도원 행사가 있을 때 적절한 인재를 추천할 수 있을만큼 수도원의 사제들과는 친분이 있다는 것이었다.

 

 

 "흐음... 그러니까, 네가 프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반스씨 조카냐?"
 "그...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프리스트가 되려는 건 삼촌이 아니라 제가...."
 "시끄러 이놈아. 대충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알트도르프 시장 거리에서 만난 모레나씨는 첫인상이 아주 무서웠다는 걸 고백해야만 하겠다. 그녀는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도끼를 지팡이처럼 짚고 선 채, 그렇게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빈정댔다.

 "뭐, 상관없겠지... 그 땡초들도 딱히 사람을 가려가면서 뽑고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일단 추천장은 넣어주마."
 난 특별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저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신상 앞에서 굽신거릴 서생이 필요해서 뽑는 게 아닐테니까."
 "예...?"
 "아, 아냐! 어쨌든, 시그마 사원에 가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장만해야 하니 수도 구경도 할 겸 내 심부름이나 좀 해 다오. 할 수 있겠지?"
 "아...예, 시켜만 주세요."
 "그래. 그럼 우선 여기 이 지도부터 받거라. 그리고 여기 표시된..."
 

대도시의 제작기술 훈련가 대도시에서는 제작기술을 가르쳐주는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작기술을 배우려면 해당 NPC를 찾아가 기술을 배우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뒤, 단축키 V를 눌러 기술창을 열고 가장 오른쪽 탭을 보면 마지막 페이지에 방금 배운 제작기술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아이콘을 클릭하면 제작창을 엽니다. (제작 시스템 가이드 바로가기)

 "자, 잠시만요... 좀 지나, 지나가겠습니다...!"
 경매장이란 곳은 정말로 정신이 없군. 사람들로 붐벼서 발디딜 틈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손님들이 무서운 눈빛을 한 모험가들이라 공기부터가 박력이 장난 아니었다. 엄청나게 굽신거리고 엄청나게 눈총을 맞아가며 꾸역꾸역 앞으로 나가 경매인 앞에 서자, 경매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저, 저기! 경매 담당 알두스씨 되시나요?"
 "그렇소만?"

 휴, 다행이다. 제대로 찾았군. 난 모레나씨가 수도를 돌며 받아와야 할 물건을 적어 준 쪽지를 펼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레나씨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경매장과 은행 대도시에서는 경매장과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경매장과 은행은 보통 붙어있으니, 지도에서 경매장 아이콘()을 찾아가세요. 경매인을 클릭하면 경매장을 사용할 수 있고, 경매장 인터페이스는 위 그림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 그러니까, 다음은 말 사육장의 마부 그루버씨인데........."
 알트도르프의 말 사육장으로 가기 위해 수도 주둔군 연병장을 가로지르는 동안, 난 그토록 조심한 `촌티내지 않기`도 잊고 그만 멈춰선 채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우....우와아........."
 수도 중앙 광장에서 좌우 대칭 구도의 연병장 한가운데로 들어선 순간, 엄청난 크기의 동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하나같이 중무장을 한 위엄있는 모습으로. 저게 대체 뭘까. 저 사람들은 누굴까. 모험에서 공을 세운 사람들? 건국의 영웅? 태어나 한번도 보지 못했던 거대한 입상들의 웅장한 모습은 나의 심장을 마구 쿵쾅거리게 만들었고, 나는 무심코 동상 중 하나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잘 다듬어진 대리석의 차가운 감촉이 질 좋은 가죽처럼 손바닥에 착 감겨왔다.

 "....저들은, 현재의 전쟁 영웅들이라네."
 "...!"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인자한 얼굴의 노인장께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미소지었고, 그만 머쓱해진 난 머리를 긁적이며 동상에서 물러났다.

플레이어 동상 시스템 Altdorf 의 War Quarter와, Inevitable City의 Undercroft 에는 실제 플레이어 캐릭터들의 동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동상은 서버 내 각 렐름 별로, 금주와 전주의 명성 점수(리노운 포인트) Top 10에 오른 유저를 보여줍니다. 광장 중앙의 가장 높은 단에 오를 수 있는 것는 점수가 가장 높은, 최고의 전쟁 영웅 뿐입니다. 이 명예로운 자리를 탈환하고 싶다면, 되도록 많은 적들을 처치하고 연합의 힘이 되세요!

 "휴... 이것도 힘들구나...."
 수도란 정말 넓군... 모레나씨가 나에게 이 심부름을 시킨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도까지야, 삼촌이 드워프들의 날틀 대금을 내 주어 편하게 올 수 있었지만(사실, 그걸 한 번 더 탄다면 난 아마 까무러치고 말 것이다.) 여기서까지 어디 그런 사치가 통할까. 간간히 엘프 귀족이나 제국 기사들이 말을 타고 오가고 있었고, 드워프들은 그 끔찍한 날틀을 시내에서까지 들춰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연병장 안쪽, 수도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말 사육장을 찾았다. 훈련을 끝낸 말들이 마구간에 나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마구간 바로 앞에서 말구종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저..."
 "응?"
 "모레나씨 심부름으로 왔는데..."
 "아, 부탁했던 부적인가보군. 지난번 에크룬드 전투에서 공을 세운 엘프 메이지가 자기 안장에 박겠다고 특별히 부탁한 거라 잘 세공해 달라고 말해뒀었는데, 틀림없겠지?"
 "그, 그게 전 그냥 심부름을 왔을 뿐이라...."

 마부 그루버씨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날 노려보았지만 이내 손을 내밀었다. 난 서둘러 가방에서 모레나씨의 부적을 꺼내 마부의 거친 손에 건네주었다.

 

탈것에 대하여 탈것은 20랭크에 각 도시 마구간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은 15골드입니다. 건물과 동굴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탈것에 대한 상세 가이드 바로가기)

 

 "이, 이 길이 아닌가...?"
 수도 연병장에서 도망치듯 밖으로 나온 것까진 좋았지만... 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왠지 이 부근은 지도도 좀 부정확한 것 같았고, 중앙 광장이나 조금 전 연병장과는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왠지 무서운 동네로 들어와 버린 것 같은데...

 겁먹은 것 같이 보이지 않으려고 자꾸만 두리번거리려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만 이리저리 굴리며(...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겁먹은 놈의 모범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난 정신없이 그 거리를 헤매었다. 하지만 좀처럼 넓은 곳, 밝은 곳은 나오지 않았고 어쩐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점점 더 지저분한 곳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하늘마저 점차 붉은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난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레나씨, 날 걱정하고 있을까?

 "이봐. 너."

 목소리는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누군가가 어깨를 짚는 감촉과 내가 뒤돌아 본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뒤통수에 둔한 아픔을 느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이봐요, 어이, 아저씨? 오빠?.... 야! 임마! 애송이!"
 누구...? 누구시죠 당신은. 난 어디에 있는걸까. 간신히 눈앞이 보였을 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삐딱하게 기울어진 하늘과, 그 하늘을 넘치도록 가리며 날 흔들어대는 여자였다.
 "어? 정신들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그렇지... 나 길을 잃고... 그리고 헤매다가... 아!
 "윽...."
 생각 났다. 뒤통수... 갑자기 맞았지. 거기까지 생각이 나자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내 짐! 그 순간 난 앞의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는 걸 무시하고 벌떡 일어나 미친듯이, 정신없이 내 몸을 뒤졌다. 바지춤, 신발속, 셔츠 속까지 모조리 다 뒤집어보며 춤을 추는 내 모습을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두 사람은 아무래도 내가 미친놈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 같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개재가 아니었다.
 "아...아... 이런 멍청할 데가..."
 망연자실, 털썩 주저앉는 내 모습을 보자 날 깨우던 두 명 중 머리카락을 곧추세운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강도라도 당하셨음?"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제서야 경계심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수도에 오자마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이 사람들, 이 사람들도 위험하지 않다는 보장은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고, 난 엉거주춤 주저앉다시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 사람 강도 당했나봐요. 이것도 퀘스트인가?"
 "...아, 여기서 그런말 좀 쓰지말라니까!"
 
...여자...보다는 남자쪽이 약간 더 정상으로 보인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뭔가 심각한 얼굴로 악다구니를 쓰며 대화를 하더니, 내게 고개를 돌렸다.
 "알트도르프 사는 분이세요?"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남자가 다시 물어왔다.
 "어디 가던 길이신데요?"  
 그 질문에... 내가 어째서 그렇게 대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무의식 중에 입을 열었다.
 "시그마... 시그마 사원에..."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턱짓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시그마 사원이라면, 바로 댁이 기대고 있는 철창 뒤인데요?"

 

 

 아아...!

 놀란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거기에는 웅장해서 내 좁은 시야에는 다 들어오지도 않을만큼 거대한 신전이 우뚝 서 있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그런 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기묘하리만치 이상한 안도감, 짐과 돈을 모조리 빼앗긴 사실조차 희석시키지 못할 감정이 밀려왔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넘쳤다.
 
"...이 엔피...아니, 사람 미쳤나봐여."
 "단어 좀 가려서 쓰라니깟!"
 "뭐예요? 경매장 혼자 간다 그럴 때부터 내가 알아봤지! 수도 올 날틀값도 없어서 나한테 다 빌려놓고 큰소리 칠 입장임 지금??!"
 "그까짓 동전 50개, 내일 당장 갚아줄 수 있다니까!" 
 "지금 당장 갚아!"
 ...말다툼은, 여자쪽이 이긴 것 같...이 아니라!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저 소리일 뿐, 눈 앞의 신전이 내게 주는 감동은 정말 각별했다. 난, 나는 반드시 이곳의 프리스트가 될 것이다. 두 개의 달, 만스립과 모르스립에서 떨어지는 월광을 맞으며 난 오랫동안 그 자리에 못박힌 채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 어느 워리어 프리스트의 회상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