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FPS 게임은?”
3명 이상의 게이머가 모인 곳에다 이 질문을 던지면 100% 싸움이 납니다. 다른 게임도 그렇지만 특히 FPS는 워낙 쟁쟁한 대작들이 많고, 각각의 작품마다 나름대로의 매력이 제각기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게임메카에서 이 질문을 던져 보니 ‘헤일로’, ‘울펜슈타인’, ‘크라이시스’, ‘카스’, ‘서든어택’, ‘레인보우 식스’ 등 다양한 게임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대답이 나온 게임은 단연 ‘배틀필드’, 그리고 ‘콜 오브 듀티’ 시리즈더군요. 아무래도 가장 선두에서, 활발하게 전세계 FPS 게임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는 게임 타이틀을 뽑자면 이 두 게임이 언급될 수밖에 없겠죠. 가장 보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현대전’ 을 다루고 있는 것도 그렇구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 10~11월은 상당히 뜻 깊은 시기입니다. 2005년 발매된 ‘배틀필드 2’ 의 공식 후속편인 ‘배틀필드 3’, 그리고 2009년 최고의 게임 상을 수상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의 후속작인 ‘모던 워페어 3’ 가 불과 2주 간의 텀을 두고 발매되기 때문이죠.
▲ 배틀필드3(위)과 모던워페어3(아래)
오랜
기간 맞물려 온 두 라이벌이 정면 승부를 벌인다
‘배틀필드 3’ 는 뛰어난 광원 효과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 그리고 한글화라는 무기에 힘입어 발매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집중시킨 타이틀입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25일 발매된 ‘배틀필드 3’ 는 출시 3일만에 전 세계 1,000만 장을 출하, 500만 장 가량을 판매했습니다. 이는 첫 달 230만 장, 총 판매량 1,100만 장을 기록한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 2’ 를 아득히 뛰어넘는 자체 신기록이기도 합니다. 한편 11월 9일 출시 예정인 ‘모던 워페어 3’ 는 전세계 2,500만 장을 판매한 ‘모던 워페어 2’ 와 2,700만 장이 판매된 ‘블랙 옵스’ 의 후속작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개발사인 인피니티 워드(Infinity Ward)의 분열로 인한 우려감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그 실체에 대해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두 타이틀 모두 올 하반기를 장식하고도 남을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이 둘의 경쟁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있습니다. ‘모던 워페어 3’ 가 ‘배틀필드 3’ 를 압도적으로 누를 것이라는 추측에서부터 ‘배틀필드 3’ 가 핵심 개발진이 빠진 ‘모던 워페어 3’ 를 누르고 FPS계의 왕좌를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정말 다양하죠. 이 시점에서 EA와 액티비전을 대표하는 이 두 프랜차이즈의 경쟁사를 짚어보는 것은 두 게임의 현 구도를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메달 오브 아너와 인피니티 워드의 탄생
먼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창조하고 ‘모던 워페어’ 등을 개발한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비록 얼마 전에는 두 명의 창립자를 포함한 핵심 개발진들이 팀에서 이탈하고 액티비전과의 법정 다툼을 벌이는 등 안 좋은 모습도 보여졌지만, 적어도 인피니티 워드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이끌며 액티비전을 세계 최대의 게임 퍼블리셔로 올려놓는 데 일조한 개발사입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들의 모태가 EA였다는 것입니다. 인피니티 워드는 2000년대 초반 최고의 FPS로 손꼽히던 EA의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 개발에 하청업체로 참여한 2015 Inc. 에서 갈라져 나온 개발사입니다. 콘솔 타이틀 개발에 전념한 EA를 대신하여 2015 inc. 가 개발한 PC 타이틀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설트’ 는 당시 홍수처럼 쏟아지던 2차 세계대전 배경의 FPS 중에서도 유독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는 바로 히어로 스토리를 다루던 기존 FPS에서 벗어나 전장에서 뛰어다니는 군인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메달 오브 아너’ 차기작들은 물론, 이후 인피니티 워드가 창조하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 2015 inc가 제작한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설트'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후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합니다. 이에 2015 inc에서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설트’ 를 제작한 개발진들은 생각합니다. ‘아, 여기서 아무리 있어봐야 하청업체 이상이 될 수 없겠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제이슨 웨스트와 짐스 잠펠라를 주축으로 한 22명의 전사(?)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마음껏 제작하기 위해서 2015 Inc를 퇴사, 인피니티 워드를 설립합니다. 당시 그들과 손을 잡은 것이 바로 지금의 액티비전이죠.현재 액티비전과 인피니티 워드 설립 당시 멤버들의 분쟁을 알고 있는 저로써는 이에 대해 코웃음만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그땐 그랬으니까요.
액티비전은 ‘메달 오브 아너’ 에 이어 ‘배틀필드’ 시리즈까지 런칭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EA를 견제하고 싶었고, 인피니티 워드는 ‘메달 오브 아너’ 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2차 세계대전 배경의 FPS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 곳이 필요했으니까 당시로서는 윈-윈 전략이었습니다.
▲ 일단 액티비전과 손을 잡으며 자유로운 게임을 개발하게 된 인피니티 워드
배틀필드와 콜오브 듀티의 탄생
당시 ‘메달 오브 아너’ 의 성공에 힘입은 EA는 스웨덴 개발사인 디지털일루전이 제작한 ‘배틀필드 1942’ 를 2002년 9월 발매합니다. ‘메달 오브 아너’ 와는 형제 지간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배틀필드’ 시리즈의 탄생이었죠. 첫 타이틀인 ‘배틀필드 1942’ 는 당대 최고 수준의 리얼리티와 다양한 무기, 항공기, 선박 등을 구현해 전략적인 전투를 지향한 게임으로, 꽤나 성공적인 프랜차이즈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후 ‘배틀필드 1942’ 는 두 개의 확장팩과 수많은 MOD를 양산하며 많은 인기를 누립니다. 특히 이라크전을 주제로 한 ‘데저트 컴뱃’ 의 경우 마치 ‘워크래프트 3’ 의 ‘DoTA’ 처럼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국내 N모 기업은 ‘데저트 컴뱃’ 의 인기가 부러웠는지 자사의 게임에 총기 격발 사운드 등의 프로그램 소스를 도용했다가 들통나며 망신살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 액티비전으로 적을 옮긴 인피니티 워드는 2003년 ‘콜 오브 듀티 1’ 를 출시합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기획 당시부터 시리즈화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게임으로, 액티비전이 이 게임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죠. ‘콜 오브 듀티 1’ 은 특유의 디테일과 전쟁 영화를 보는 듯 한 연출력으로 마치 부대의 일원이 되어 실제 전장을 누비는 듯한 느낌을 구현합니다. ‘콜 오브 듀티 1’ 에서 확립된 특유의 사실감은 2010년 ‘블랙 옵스’ 2700만 장 판매라는 대기록의 밑바탕이 됩니다.
▲ 배틀필드 시리즈의 탄생, '배틀필드 1942' (1942번째 시리즈가 아닙니다)
▲ 인피니티 워드 신화의 시작을 알린 '콜 오브 듀티 1'
모두가 알고 있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콜 오브 듀티’ 는 흥행에 성공합니다. 그것도 EA의 ‘메달 오브 아너’ 와 어깨를 나란히… 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옆에서 서 있을 정도로 대 성공을 말이죠. 이후, ‘콜 오브 듀티’ 는 시리즈를 거듭해가며 자신들이 참여했던 ‘메달 오브 아너’ 를 누를 정도의 인기를 얻게 됩니다. 아직은 조금 훗날의 이야기이지만요.
이후 EA는 ‘배틀필드: 베트남’ 등의 외전을 출시했으며, 이후 2005년에는 ‘배틀필드’ 를 탄생시킨 스웨덴의 디지털일루전(DICE)를 본격 인수합니다. 사실 어느 개발사가 자신들의 회사를 퍼블리셔에 넘기고 싶겠냐만은, EA가 DICE의 주식 과반수를 인수해버린 덕에 결국 EA에 흡수 합병되어 버리고 말죠. 인피니티 워드는 액티비전과 든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었구요. 이로써 ‘챔피언’ EA와 ‘신예 강자’ 액티비전의 치열한 현대전 FPS 1위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 EA DICE가 탄생했습니다
배틀필드 2, 그리고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전개 개시
2005년, EA와 액티비전 두 회사는 나란히 ‘배틀필드 2’ 와 ‘콜 오브 듀티 2’ 로 승부수를 띄웁니다. 먼저 ‘배틀필드 2’ 는 나름 성공적으로 런칭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메달 오브 아너’ 의 뒤에 묻혀 있던 ‘배틀필드’ 시리즈를 단숨에 전 세계 FPS의 최고봉으로 진입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비록 많은 출시연기 끝에 발매되었으나, 그만큼 ‘비싼 값’ 을 했다는 평가죠.
‘배틀필드 2’ 는 과거가 아닌 근미래를 배경으로, 전작에서 보여준 게임 내 모든 요소가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발매된 지 6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유저들이 이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스페셜포스’, ‘유로포스’, ‘아머드 퓨리’ 등의 확장팩이 연달아 출시되며 ‘인기 폭풍’ 을 누립니다. 개인적으로 ‘배틀필드’ 시리즈의 최고 전성기라고 생각됩니다.
▲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린, 현재도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는 '배틀필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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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필드 2' 는 다양한 무기와 탈 것의 구현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한편, 그해 가을에는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시리즈 2탄이 발매되었습니다.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한 ‘콜 오브 듀티 2’ 는 전작의 드라마틱한 진행 요소를 더욱 발전시킴은 물론, 체력 자동회복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해 비현실적 요소인 체력 회복 아이템과 체력 게이지를 없애고 플레이어 캐릭터의 ‘상태’ 에 조금 더 신경쓰도록 했습니다. 비록 체력 자동회복 시스템은 ‘헤일로’ 시리즈에서 시작되었으나, 이 시스템을 많은 FPS/액션/어드벤처 게임으로 전파한 것은 ‘콜 오브 듀티 2’ 였습니다.
또한, PC뿐만이 아닌 당시 차세대 콘솔 기기였던 Xbox360으로의 성공적인 진입 역시 ‘콜 오브 듀티 2’ 의 흥행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콘솔 게임은 PC게임보다 낮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콜 오브 듀티 2’ 는 그러한 벽을 허물었죠.
이후 ‘콜 오브 듀티 2’ 는 PS2나 Xbox, 닌텐도 게임큐브 등으로도 이식되었으며, 당시 관련 작업을 총괄했던 개발팀은 액티비전에 의해 ‘트레이아크(Treyarch)’ 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어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서브 개발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후 액티비전은 인피니티 워드가 2년의 시간을 들여 새로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만들 때, 그 중간 중간에는 트레이아크의 새로운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나오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게 되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트레이아크의 존재입니다. 트레이아크의 첫 넘버링 작품인 ‘콜 오브 듀티 3’ 는 전작에 비해 흥행하지 못한 데다, 바로 다음 해에 인피니티 워드의 야심작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이하 모던 워페어)’ 가 출시되면서 많은 팬들은 트레이아크의 게임을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계속 전개되어 가면서, 트레이아크는 인피니티 워드가 개척한 길을 안정성 있게 다듬어 가며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아성을 굳건히 하는 데 한 몫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더 자세히 하도록 하죠.
▲ 당시로서는 차세대 기기였던 Xbox360으로의 성공적인 진입
▲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2' 의 타 플랫폼
개발진을 모아 트레이아크(Treyarch)를 만든다
'한 시리즈 두 개발사 번갈아 만들기'
의 시작
모던 워페어 vs 배드 컴퍼니
몰락해 가는 ‘메달 오브 아너’ 를 대신해 EA의 새로운 FPS 선두주자가 된 ‘배틀필드’, 그리고 영화 같은 캠페인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 위치를 굳건히 한 ‘콜 오브 듀티’. 그 둘의 대결은 ‘모던 워페어’ 와 ‘배드 컴퍼니’ 에서 현재의 형태로 판가름 납니다.
시작은 액티비전이었습니다. 2007년, 철저히 비밀에 붙여진 채 개발 중이던 인피니티 워드의 신작 ‘모던 워페어’ 가 PC, PS3, Xbox360, NDS, Wii의 전 플랫폼으로 출시된 것이죠. 사실 이전까지 ‘콜 오브 듀티’ 는 잘 나가는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만, ‘모던 워페어’ 로 인해 세계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게임으로 탈바꿈합니다.
먼저 ‘모던 워페어’ 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약간은 식상해진 배경을 탈피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현대로 끌고 옵니다. 이는 단순히 과거에서 현대로 게임의 무대가 바뀌었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총기와 탈 것 등의 표현 범위를 확대시키고 고증에서 자유로워져 다양한 가상 시나리오를 전개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습니다. 물론 2차 세계대전을 원하는 매니아층의 반발이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현대전을 무대로 펼쳐지는 ‘콜 오브 듀티’ 의 모습을 반가워하는 유저가 더욱 많았죠.
또한, 멀티플레이 모드가 대폭 강화되며 온라인 매치를 원하는 유저들을 ‘콜 오브 듀티’ 의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싱글플레이 모드의 경우 자유도를 살짝 축소하는 대신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보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더욱 영화 같은 생생한 연출을 구현해냈죠. 결과적으로 ‘모던 워페어’ 는 인피니티 워드를 세계 제일로 손꼽히는 FPS 개발사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액티비전에게도 함박웃음을 짓게 합니다. 사실 당시 액티비전은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비벤디와의 합병을 진행하며 세계 최대의 게임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던 터라, ‘모던 워페어’ 의 선전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릅니다.
▲ 과거에서 현재로! '모던 워페어' 의 발진
‘콜 오브 듀티’ 가 ‘모던 워페어’ 로 눈부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EA는 뭘 했을까요? 물론 놀고만 있진 않았습니다. EA도 나름 22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한 ‘배틀필드 2142’, 카툰랜더링 그래픽을 도입한 ‘배틀필드: 히어로즈’ 등의 다양한 작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죠. 그러나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던 ‘콜 오브 듀티’ 와는 달리 ‘배틀필드 2’ 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진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와중 2008년 발매된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이하 배드 컴퍼니)’ 는 상당한 수작이었습니다. 차세대 기술을 통해 그래픽이 대폭 강화된 것은 물론,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이용해 게임 내 존재하는 대부분의 건물, 사물, 자연물을 부술 수 있어 화제가 되었죠. 또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싱글 캠페인이 극찬을 받자 이에 자극받은 것인지, 싱글 캠페인의 비율을 크게 늘린 것도 특징입니다. 물론 멀티플레이의 재미는 여전했구요.
단, ‘배드 컴퍼니’ 의 약점을 꼽자면 역시나 ‘모던 워페어’ 에 비해 빈약한 느낌의 싱글 캠페인 플레이, 그리고 PC 버전의 미발매입니다. 당시 EA는 ‘PC=멀티 유저 多, 콘솔=싱글 유저 多’ 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합니다. 그러나 싱글 캠페인을 강화했다고 해서 PC판을 출시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결정적으로 ‘배드 컴퍼니’ 의 보급률을 저해했습니다. 특히 콘솔 보급률이 적은 국내에서는 많은 유저들이 ‘배드 컴퍼니’ 의 존재조차 모르곤 했죠. 게다가 싱글 플레이 또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에 비하면 약간 아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정식 '배틀필드'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존재했기에 나름 잘 만든 게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말 안 듣는 친구들과의 작전 한 판! '배틀필드: 배드컴퍼니'
영원한 강자는 없다
2000년대 초, 잘 나가던 ‘메달 오브 아너’ 와 신예 ‘배틀필드’ 로 현대전 FPS계를 주름잡던 EA는 결국 액티비전에게 추월당하고 맙니다. 한때는 게임업계 최대였던 회사 규모도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합병으로 인해 2인자 자리로 밀려났고, ‘배드 컴퍼니’ 이후 발매한 ‘배틀필드 1943’ 역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합니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처럼 말이죠.
한편 ‘콜 오브 듀티’ 의 서브 개발사인 트레이아크는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 를 출시하며 나름대로의 호평을 받습니다. 사실 인피니티 워드가 ‘모던 워페어’ 를 통해 현대로 무대를 옮길 당시부터 그랬지만, 인피니티 워드와 트레이아크는 이 때부터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됩니다. 인피니티 워드는 ‘모던 워페어’ 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여기며 현대전에 열중한 반면, 트레이아크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전통인 2차 세계대전에 초점을 맞추게 되죠. 같은 ‘콜 오브 듀티’ 안에 두 개의 시리즈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모던 워페어’ 출시 당시에는 2차 세계대전 배경의 게임을 그리워하던 많은 매니아들이 존재했습니다. ‘월드 앳 워’ 는 이러한 매니아층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이었죠.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검증/진화된 게임성, 화끈한 액션성과 좀비 모드 도입 등은 많은 유저들과 매체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1,100만 장이라는 판매량을 기록합니다.
이후 2009년 인피니티 워드는 ‘모던 워페어 2’ 를 발매합니다. 사실 ‘모던 워페어 2’ 는 워낙 잘 알려진 게임이다 보니까 그리 할 말이 많지 않네요. 일단 2009년 최고의 게임 상을 받았다거나, 전세계 2,500만 장의 대기록을 수립했다거나 하는 성과만 봐도 알 수 있듯 ‘모던 워페어 2’ 는 말 그대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정점을 찍습니다. 이후 출시되는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 2’ 의 기록이 그대로 가려질 만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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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올해의 게임 상을 수상하고 2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모던 워페어
2'
그러나 ‘모던 워페어 2’ 의 이같은 대흥행은 인피니티 워드와 액티비전 사이의 골을 깊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모던 워페어 2’ 가 출시 5일 만에 6천억 원 가량을 벌어들이는 등 엄청난 수익을 기록하자 그 로열티와 계약 관계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것이죠. ‘모던 워페어 2’ 가 발매된 지 4달 만인 2010년 3월, 액티비전은 인피니티 워드의 창립자 빈스 잠펠라와 제이슨 웨스트를 계약 위반과 명령 불복종 사유로 해고합니다. 이후 그들은 액티비전이 자신들에게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법적 소송에 들어가죠. 이에 액티비전은 해고된 두 명이 경쟁 퍼블리셔와 접촉했다고 맞섰으며, 웨스트와 잠펠라는 이 모든 행동이 수백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술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인피니티 워드의 두 창립자는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라는 이름의 독립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라이벌’ EA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습니다. 인피니티 워드 창립 당시부터 함께 해 온 핵심 개발자들도 대거 이탈해 자신들의 수장을 따라 리스폰 스튜디오로 옮겨가게 되죠. 이에 액티비전은 자사 직원들과 남은 개발자들을 잘 추스려 퇴사한 개발자들의 빈 자리를 메꾸며 인피니티 워드를 유지시킵니다. 이로써 ‘콜 오브 듀티’ 를 창조하고 ‘모던 워페어’ 시리즈로 그 명성을 세계에 떨친 인피니티 워드는 둘로 갈라져 버린 셈이 되었죠. 현재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미공개 FPS를 제작 중입니다. 배경은 SF 혹은 근미래라고 하는데, 자세히 밝혀진 내용은 없지만 '모던 워페어' 와 어깨를 나란히 할 대작이 탄생할 지 궁금해집니다.
▲ 액티비전에서 해고당한 인피니티 워드의 두 창립자 제이슨 웨스트(좌), 빈스 잠펠라(우)
‘콜 오브 듀티’ 가 집안 싸움으로 흔들리는 사이, EA는 ‘계획대로’ 라는 웃음을 지으며 신명나는 타이틀 러쉬를 벌입니다. 그 시작은 인피니티 워드와 액티비전의 분쟁이 표면화 되기 조금 전에 출시된 ‘배드 컴퍼니 2’ 입니다.
‘배드 컴퍼니 2’ 는 전작에서 보여준 지형 파괴 요소는 더욱 강화되었고, 돌비 HD 서라운드 사운드를 지원하여 역대 최고의 사실감을 자랑하는 사운드 효과를 구현한 수작이었습니다. 비록 싱글 캠페인에서는 ‘모던 워페어 2’ 와 비교되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EA DICE의 노하우가 듬뿍 녹아들어 있는 멀티플레이 모드는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출시 첫 달에만 230만 장, 총 판매량 1,100만 장을 기록했으니 이 정도면 상당한 선전을 한 셈이죠.
그러나 ‘모던 워페어 2’ 의 금자탑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콜 오브 듀티’ 의 싱글 캠페인 플레이는 멀티플레이를 즐겨 하지 않는 유저들에게도 잘 먹혀었던 반면 ‘배틀필드’ 는 멀티플레이에 중점을 두다 보니 타겟층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난이도 자체도 약간 더 어렵구요.
▲'배틀필드 배드 컴퍼니 2'
개인적으로
여지껏 이만한 사운드를 만나본 적 없었다
이후 EA는 국내 업체인 네오위즈와 공동으로 개발한 ‘배틀필드 온라인’ 을 출시하지만 큰 호응을 얻진 못했고, 연말에는 ‘메달 오브 아너’ 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메달 오브 아너: 티어1’ 을 출시하지만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인기를 얻진 못했습니다. 물론 둘 다 망작이라고 부르긴 어렵습니다. ‘배틀필드 온라인’ 은 비록 결과물이 아쉽긴 했지만 시리즈 최초로 온라인 게임에 진입한 기념비적인 작품이고, ‘메달 오브 아너: 티어 1’ 은 시리즈의 부활을 알림과 동시에 완성도 높은 싱글 캠페인 모드를 구현했죠. 특히, ‘메달 오브 아너: 티어 1’ 의 멀티플레이는 EA DICE가 제작해 ‘배틀필드’ 와 ‘메달 오브 아너’ 의 중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후 액티비전은 둘로 나누어진 인피티니 워드와는 관계 없이 트레이아크가 2년 동안 준비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를 2010년 말 발매합니다. ‘블랙 옵스’ 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바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이죠.
그렇습니다. 원조 개발사인 인피니티 워드의 ‘모던 워페어 2’ 도 전세계 2,5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블랙 옵스’ 는 이를 뛰어넘어 무려 2,700만 장을 팔아치웠습니다. 트레이아크의 성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기록적인 판매량은 그 동안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일궈낸 유저층이 얼마나 넓고 탄탄한지를 잘 나타냅니다.
▲ '트레이아크의 게임은 한 수 아래다' 라는
편견을 과감하게 깨 준 '블랙 옵스'
그리고 현재…
EA와 액티비전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계속해서 현대전 FPS의 왕좌를 놓고 각축을 벌여왔습니다. ‘메달 오브 아너’ 와 ‘배틀필드 2’ 를 필두로 초반 우위를 점하던 EA, 인피니티 워드와 트레이아크의 ‘콜 오브 듀티’ 로 왕좌에 오른 액티비전. 그 전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 10월 25일, EA는 대망의 ‘배틀필드 3’ 를 출시했습니다. ‘배틀필드 2’ 이후 6년 만에 출시된 공식 후속작이자 ‘배드 컴퍼니’, ‘메달 오브 아너: 티어1’ 등에서 쌓아 온 EA DICE의 노하우가 녹아 있는 게임성, 발표 직후부터 유저들의 심금을 울린 놀라운 광원 효과와 그래픽, 전작보다 개선된 싱글 캠페인, 최대 64인까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방대한 멀티플레이 모드 등… ‘배틀필드 3’ 는 여러 모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현재 ‘배틀필드 3’ 의 전망은 꽤나 밝습니다. 발매 3일만에 1,000만 장 출하를 달성하고 첫 주 판매량도 약 500만 장에 달하는 등 ‘배드 컴퍼니 2’ 의 기록을 두 배 가깝게 추월했습니다. 비록 판매량이 게임의 흥행 여부를 100% 판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모던 워페어 2’ 와 ‘블랙 옵스’ 가 세운 기록에 근접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아 보입니다.
▲ po배틀필드3wer!!
64인 멀티의
웅장함은 정말이지 멋지다!
한편 오는 11월 8일 발매 예정인 ‘모던 워페어 3’ 에도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비록 인피니티 워드의 핵심 개발진이 다수 이탈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심리는 어쩔 수 없네요. 실제로 인피니티 워드의 유일한 한국인 개발자 오태훈 수석 디자이너가 ‘Xbox360 인비테이셔널 2011’ 에서 밝힌 “사람들이 많이 떠나긴 했지만 인피니티 워드 특유의 ‘스피릿’ 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작을 해 보신 유저라면 이번 ‘모던 워페어 3’ 가 시리즈 중에서 가장 대작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라는 발언처럼 말이죠. 이름 값도 무시할 수 없구요.
▲ 11월 8일(미국 현지시간) 발매되는 '모던
워페어 3'
인피니티 워드는 과연 예전의 그 힘을 잃지 않았을까?
향후 현대전 FPS 시장을 이끌어나갈 게임은 무엇이 될까요? ‘배틀필드’ 가 ‘콜 오브 듀티’ 를 누를 수도, 혹은 ‘콜 오브 듀티’ 가 현재의 아성을 계속 유지해나갈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제 3의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할 지도 모르죠. 어쨌든 라이벌 게임 간의 치열한 경쟁이 단지 진흙탕 싸움에서 끝나지 말고, 전체적인 게임 퀄리티를 상승시켜 유저들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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