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워해머 온라인: 응보의 시대(이하 워해머온라인)’의 일부 콘텐츠 삭제 소식이 들려왔다. 게임 밸런스의 어려움 때문에 4개 직업을 삭제하고, 게임 내 종족의 수도를 6개에서 2개로 축소시켰다.
하지만 아직 어느 부분이 어떻게 삭제되었는지, 이후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또 삭제된 콘텐츠를 어떻게 보충할 계획인지에 대해선 정확한 정보가 발표되지 않았다. 그리고 ‘워해머 온라인’의 게임 시스템 자체가 워낙 새롭고 혁신적인 것들이 많아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는 ‘워해머 온라인’이 어떻게 바뀔지 정확히 예상하기 힘들다.
이 때문인지 유저들은 북미지역 정식 출시가 9월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해머 온라인’은 세계 MMORPG장르를 독식하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대항마로 평가 받을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온라인 게임이니 그럴 만도 하다. MMORPG팬들은 ‘워해머 온라인’이 평범한 MMORPG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게임메카는 현재 ‘워해머 온라인’은 어떤 상태인지, 또 문제는 없는지 진단해 보고자 한다.
4개 종족 수도 삭제, RvR 콘텐츠 대폭 축소?
먼저 4개 종족의 수도 삭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자. ‘워해머 온라인’의 기본골격은 RvR게임이다. 총 6개 종족이 오더(Oder)와 디스트럭션(Destruction)두 개 진영으로 나눠져 전쟁을 벌이는 게임이다. 물론 PvE 요소도 다수 존재하지만 최종 목적은 적 진영의 수도를 탈환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4개 종족 수도(Capital city) 삭제가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6개 종족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워해머 온라인’에는 두 개 진영이 존재한다. 오더 진영은 드워프(Dwarf)와 하이 엘프(High Elves), 엠파이어(Empire, 인간) 등으로, 디스트럭션 진영은 그린스킨(Greenskin, 오크 & 고블린)과 다크 엘프(Dark Elves), 카오스(Chaos)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하이 엘프와 다크 엘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장. '워해머 온라인'은 두 종족이 다른 전장에서 RvR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 종족들은 서로 원수지간인 종족과 직접적으로 전쟁을 펼치도록 기획됐다. 엠파이어는 카오스와, 하이 엘프는 다크 엘프와, 드워프는 그린스킨과 전쟁을 벌이는 1vs1, 1vs1, 1vs1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엠파이어 종족의 수도와 카오스 종족의 수도를 제외한 4개 종족 수도가 삭제되면서 승리 여부의 기준이 되는 수도점령이 애매해져 버렸다.
즉, 하이 엘프와 다크 엘프, 드워프와 그린스킨은 자신들의 승리를 위해 차지해야 할 상대편의 수도가 사라진 것이다. 이 종족간 수도 점령 시스템은 RvR 팬들에게 큰 기대를 불어넣은 시스템이기에 실망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워해머 온라인’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가장 큰 차이점도 바로 종족 수도 점령이니 말이다.
물론 엠파이어 종족과 카오스 종족의 대표적인 수도가 1개씩 남아있으니 이 도시를 놓고 승패를 가릴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EA미식엔터테인먼트이 우려하던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렉(Lag)이다. EA미식엔터테인먼트는 한 지역에 많은 유저가 몰릴 경우 렉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지금과 같은 형태로(1vs1, 1vs1, 1vs1) 유저를 분산시켰던 것이다. 이점을 떠올려보면 4개 수도 삭제는 원활한 게임 진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
게다가 ‘워해머 온라인’의 매력중 하나인 깊이 있는 스토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각 수도에는 약 120개의 퀘스트가 존재했고, 이 퀘스트 중에는 ‘워해머 온라인’의 핵심적인 스토리와 연결되는 퀘스트가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수도 삭제됨에 따라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퀘스트도 다수 삭제됐다.
종족 수도 삭제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알아보자. 앞서 밝힌 것처럼 ‘워해머 온라인’은 1vs1, 1vs1, 1vs1 구도다. 따라서 전투를 벌이는 지역도 각각 나눠져 있다. 즉, 엠파이어와 카오스 종족이 전투를 벌이는 지역과 드워프, 그린스킨이 전쟁을 벌이는 지역, 하이 엘프와 다크 엘프가 전쟁을 벌이는 지역이 각각 나눠져 있는 것이다. 물론 서로 왕래는 가능하다. 하지만 각 지역마다 종족별로 특화된 콘텐츠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대로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선 자신의 종족이 전쟁을 벌이는 지역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아래 그림은 드워프와 그린스킨 종족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의 도식화 지도다.
▲ 드워프와 그린스킨 종족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전장의 도식화 지도
각 지역은 티어(Tier)로 나눠져 있는데, 이는 해당 지역에서 게임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레벨에 의해 나눠진다. 즉, 티어1은 1레벨부터 10레벨 유저가, 티어2에선 11레벨부터 20레벨의 유저가 RvR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지역인 것이다. 두 종족은 각각 티어 지역 4개와 수도 1개를 자신들의 영토로 가지고 있다.
중앙에 회색해골로 표시된 중립지역(Neutral zone)은 상대진영의 수도로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차지해야 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을 점령하지 못하면 상대 진영의 수도로 진격할 수 없다. 중립지역은 각 종족의 4개 티어 지역에서 얻은 포인트(점수)에 따라 점령 여부가 결정된다.
각 티어 지역에서 유저들이 전쟁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상대편 유저를 처치하면 그 티어 지역의 점수가 쌓이게 된다. 이렇게 쌓인 각 티어 지역의 점수를 모두 합해 상대 종족의 티어 지역 점수 총합보다 높으면 중립지역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상대편 종족의 수도를 점령하기 위해 몇 개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은 반대로 게임의 플레이 목표가 수도 쟁탈전에 맞춰져 있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개발사인 EA미식엔터테인먼트가 밝힌 종족 수도 삭제가 게이머들의 게임 플레이 목적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란 부분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두 종족이 대립하고 있는 하나의 전장(8개 티어 지역과 2개 종족 수도, 1개 중립 지역이 존재하는 게임 내 공간)에서 종족수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아니, 핵심 요소라고 봐도 좋다. 핵심 요소가 빠짐으로 인한 빈 공간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유저들이 상대편 유저와 치열한 전쟁을 펼칠 수 있는 명확한 목표 말이다.
개발사인 EA미식엔터테인먼트는 수도 삭제에 대한 정확한 대안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그 대안이 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4개 종족 수도가 삭제되면서 ‘워해머 온라인’이 추구해온 전쟁(RvR)의 콘텐츠의 전체적인 볼륨이 줄어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4개 직업 삭제, PvE에 결함 우려
수도 삭제가 RvR 요소에 문제를 발생시켰다면, 직업 삭제는 PvE에 치명적인 결함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워해머 온라인’은 본격 RvR 게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RvR 못지 않게 PvE 콘텐츠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차이나조이에서 ‘워해머 온라인’ 개발자는 PvP와 PvE의 비율을 50:50으로 잡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해머 온라인’은 각 종족별로 4개의 직업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4개 직업은 협동형 MMORPG처럼 탱커(일명 몸빵), 근접 데미지 딜러, 원거리 데미지 딜러, 힐러로 나눠진다. 이번에 삭제된 직업은 쵸파(Choppa, 그린스킨 종족의 근접 데미지 딜러), 해머러(Hammerer 드워프 종족의 데미지 딜러), 블랙가드(Blackguard 다크 엘프 종족의 탱커), 나이트 오브 더 브래이징 선(Knight of the Blazing Sun 엠파이어 종족의 탱커) 등 이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워해머 온라인’은 6개 종족이 세 개 전장(8개 티어 지역과 2개 종족 수도, 1개 중립 지역이 존재하는 게임 내 공간)에 각각 나눠져 게임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워해머 온라인’에는 다양한 던전들이 존재한다. 이 던전들은 렐름 인스턴스, 그룹 인스턴스, 워밴드 인스턴스의 3가지가 나눠진다. 이 던전들은 규모는 다르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마찬가지로 각 직업이 서로 협동해 즐기는 콘텐츠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삭제된 하이 엘프 종족과 카오스 종족을 제외한 4개 종족은 각각 1개씩 직업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인스턴스 던전 진행에 필요한 직업이 모자라게 된다. 특히 다크 엘프 종족과 엠파이어 종족은 협동플레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탱커 직업 자체가 삭제되었기 때문에 엠파이어 종족 유저들이 제대로 인스턴스 던전을 체험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즉, 다크 엘프 종족과 엠파이어 종족 유저들은 타 종족 플레이어가 자신들의 전장으로 이동해 오지 않는 이상 탱커 없이 인스턴스 던전을 탐험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탱커 없이 인스턴스 던전을 탐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최근 공개된 '워해머 온라인'의 인스턴스 던전 '바스티언의 계단'. 직업 삭제는 PvE 콘텐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워해머 온라인’을 보다 즐겁게 즐기기 위해선 자신의 종족이 속한 전장에서 플레이해야 한다는 점을 떠 올리면, 얼마나 많은 타 종족 유저들이 엠파이어와 다크 엘프 종족의 전장으로 이동해 올지는 미지수다. 이런 점에서 4개 직업 삭제는 자칫 PvE 부분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직업 삭제는 특정 직업 부족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런 특정 직업 부족 현상은 유저들이 원활한 PvE 콘텐츠를 즐기는데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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