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한 온라인게임 ‘리니지 2’가 드디어 미국에서 오픈베타테스트를 마치고 28일부터 정식 서비스를 실시했다.
엔씨소프트가 미국지역에서 리니지 2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미국에 대해 ‘리니지 실패’라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던 엔씨소프트가 구겨진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 3년간 날을 세우던 칼이 바로 리니지 2이기 때문에 이번 재도전은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과연 복수는 가능할 것인가? |
특히 리니지 2는 리니지가 큰 호응을 불러 모으지 못했던 일본시장에서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에 미국시장에서도 어느 정도의 성공을 점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미국 게이머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그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게임매체와 게이머들의 의견차이
미국의
게임 전문잡지에서는 어느정도 후한 점수를 주었다. 몇몇 한국 게임의 점수를 1.0
이하로 주던 곳에서도 리니지 2는 7점 정도를 받았으니 미국에서의 첫 출발은 순풍에
흘러가는 배와 같이 순조로웠다고 할 수 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리니지 1과는
다르게 기대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화려한 포장을 벗기고 처음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했을 때 직접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미국내 관련 커뮤니티에서 클로즈베타테스트 당시 리니지 2 패키지($49,99)를 구입한 게이머를 대상으로 진행한 토론에서 참석자의 90%가 사기당한 기분이 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리니지 2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 |
이들 대부분은 오픈베타테스트를 마친 시점에서 여전히 비슷한 시각으로 리니지 2를 바라보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화려한 설정과 방대한 게임의 내용을 봤을때 ‘에버퀘스트’나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을 넘어서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지만 실제 플레이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한 괴리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 미국 게이머들의 반응이다.
BORING~BORING~BORING~
미국
게이머들이 리니지 2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바로 ‘BORING’임을 확인할
수 있다. BORING은 미국에서 최악의 분위기를 나타낼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미국 게이머들이 리니지 2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BORING’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일화가 있다. 비록 게임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레스링 ‘WWE'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WWE의 PPV(Pay Per View: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유료경기)중 가장 큰 행사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레슬매니아 20’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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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 XX와 LINEAGE II의 상관관계는? |
레슬매니아는 전통적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가진 선수들이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왔으며 올해는 20주년을 맞이해 SMACK DOWN과 RAW라는 양 브랜드 최고의 선수인 브록레스너와 골드버그의 경기를 마련하고 있었다.
최연소 세계챔피언과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2명의 선수가 맞붙는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기대는 커져갔으며 경기당일까지 역대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레스링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후 역대 최강의 선수들은 무성의한 경기를 펼치며 관객들에게 ‘BORING~ BORING~’이라는 야유를 받았으며 쓸쓸히 은퇴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경기가 어땠는지 궁금한가? 쓸모없는 힘겨루기로 일관하면서 신경전을 펼치다 서로의 결국 필살기 2번을 선보이며 지루한 30여분을 소비했다.
▲최대 흥행카드는 무성의한 플레이로 최악의 상황에 이른다 |
미국 게이머들이 리니지 2를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BORING’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은 화려한 그래픽과 깊이있는 세부설정, 스킬의 다양함에 처음 시작시 상당한 호감을 갖게 되었지만 2주간 플레이하면서 얻은 것은 지루함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BORING의 첫 번째 이유 - 단순반복과
수평화된 게임
‘GRAPHICS ISNT EVERYTHING,
BORING GAME’. 즉 ‘그래픽이 전부인 지루한 게임’이라는 것이 리니지 2에
불만을 느끼는 게이머들의 총평이다. 왜 지루한가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리니지 2가
지겹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게이머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먼저 무한하게 반복되는 플레이 방식을 손꼽는다. 레벨업을 위해서 같은 지역에서 반복되는 사냥과 레벨업 이후 악순환 되는 사냥과 아이템 구입과 되팔기의 반복에서 재미보다는 지루함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레벨을 올리기 위한 사냥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느순간 레벨이 올라가 있는 게임성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냥 전후 꼭 필요한 행동인 매매는 정말 지루하다 |
게임의 수평적인 구조도 문제시하고 있다. 얼핏보면 리니지 2는 군주와 부군주 혈맹원으로 이루어지는 수직적인 계급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게이머들은 모든 인간은 자유스럽고 평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같은 혈맹의 힘을 키우기 위해 군주에게 충성하고 가지고 있는 아이템 등을 이들에게 올인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종족간 특징은 외모뿐? |
▲군주는 부자, 혈맹원은 노동자 |
그리고 다양한 듯 보이지만 정작 사용하는 스킬은 몇 개 없다는 것도 수평화된 게임성이라고 한다. 스킬의 문제에 대해서는 4개의 종족으로 분화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결국 휴먼, 엘프, 다크엘프, 드워프 등이 사용하는 스킬이 공통적이기 때문에 종족별로 특화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바로 종족이 달라도 플레이 형태는 같을 수밖에 없는 종족 평준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BORING의 두번째 이유 - 레벨업이 느리기
때문에 쉽게 지루해진다
위의 첫 번째 난관을 넘어선 게이머들이 또한번
걸리는 부분이 느린 레벨업을 토로하고 있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성장이 필수적인데 리니지 2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비교하는 게임은 바로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이하 DAOC). DAOC도 랠름간 경쟁을 통해 재미를 얻는 부분이 가장 큰 게임이다. 하지만 DAOC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만랩인 레벨 50까지 키우는데 1~2달 정도면 가능하고 이후 게임의 모든 것을 즐기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럭셔리해 보이진 않지만 알찬 내용으로 승부 |
리니지 2는 두달이라는 시간안에 어느 정도까지 키울 수 있을까? 흔히 말하는 폐인이 아닌 다음에야 레벨 30에 도달한다면 아주 열심히 플레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한 미국 게이머가 느낀 리니지 2의 평가를 살펴보자.
▲장비만을 맞추기 위해 소비되는 시간은? |
“리니지 2는 상당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 중독성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레벨 10~20 사이가 리니지 2를 즐기는데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20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더 이상 즐기는 것이 불가능했다.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또다시 이전행동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종족일지라도 20레벨까지 키우는 방식이 같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설마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반복하기에 중독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정식서비스가 시작된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자신은 게임을 떠날 것이 확실하다”
BORING의 세번째 이유 - 그래픽에 비해
단순한 조작과 개방된 PVP
결정적으로 미국 게이머들은 리니지 2의
화려한 그래픽은 눈을 즐겁게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들이 처음 리니지 2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것도 화려한 그래픽이지만 불만을
갖게 만든 이유도 단지 볼만한 것은 그래픽일 뿐이라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그래픽의 그래픽에 그래픽을 위한 게임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주는 만큼 게이머가 할 수 있는 조작도 다양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작 게이머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동하기 위한 마우스 클릭, 앉기 위한 단축키 또는 아이콘의 클릭 등 너무 단조로운 조작에 의한 게임외적으로의 반복행동이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자신이 종이인형의 옷갈아 입히기 놀이를 하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채팅창은 너무 작으면서 수많은 글이 올라오고 단축키의 키보드 배치는 이해할 수 없으며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작은 커서를 움직이면서 대상을 클릭하는 것뿐인 게임은 에버퀘스트, DAOC, 울티마 온라인 등 미국식 표준 조작법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목표를 찾아 마우스로 조준하고 클릭하는 것이 전부인 게임은 RPG가 아니라고 미국 게이머들은 말한다.
▲"마우스 커서의 조준과 클릭은 RPG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미국 게이머 |
개방적인 PVP도 게임을 포기하게 만든다. 미국식 MMORPG는 ‘집단적인 협력과 경쟁’이다. 서로 도우면서 캐릭터를 키우고 랠름전을 통해 다른 집단과 경쟁하는 것이 미국식 스타일이다. 하지만 리니지 2의 PVP는 PK일 뿐이라고 한다. PVP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과 차이가 없는 전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찾고, 전투를 하고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리고 반복. 정말 지루하다. 이런 지루함을 재미로 여기고 초보자를 무단으로 살해하는 게이머도 있다. 이는 조건없는 개방적인 PVP의 폐단이다. 누구나 다른 게이머를 공격할 수 있고 심지어 그것이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재미를 느낄지 모르지만 당해본 나로서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게이머들과 서버를 공유하고 싶지 않지만 리니지 2에는 PVP, Non PVP 서버가 구별되어있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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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빨갱이는 척살뿐이다 |
이것은 미국 리니지 2 커뮤니티에 쓰여진 게이머들이 생각하는 PVP에 대한 내용의 일부다.
리니지 2는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만든 게임?
물론 리니지 2에 대한 일반 게이머의 평가는 악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호평과 악평을 서로 비교분석해보면 보이는 특징이 있다. 호평은
단지 ‘그래픽이 멋지다’, ‘세부설정이 대단하다’는 단순한 내용에 불과하지만
악평에는 왜 리니지 2가 지루한지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그래픽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루한 7가지 이유 |
미국 게이머가 꼬집는 리니지 2의 단점중 가장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 리니지 2는 한국게임이며 미국인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MMORPG라는 것.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한 패치도 현지 게이머를 고려한 패치가 아닌 개발자의 생각대로 진행되는 패치라는 것은 더욱 미국 게이머들이 리니지 2에 대해 흥미를 잃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EQ와 AC2가 왜 한국에서 실패했는지 아는가? |
왜 외국 온라인게임이 한국에 들어와서 실패를 했는지 거꾸로 생각해 본다면 한국 게임이 미국에 들어가서 왜 실패를 했는지 답이 나온다. 바로 현지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서비스 중인 리니지 2는 캐릭터 특정부분을 클로즈업하면 생기는 투명화 효과 등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버전과 크게 다른 부분은 없다. 한마디로 현지화를 한 부분이 전혀 없다.
한국의 순수한 게임이 대만과 일본에서 베타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해서 세계화에 성공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단지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일 뿐이다. 만약 엔씨소프트가 스스로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커다란 판단착오일 것이다.
▲에버퀘스트 2는 미국에서 곧 런칭된다 |
지금 미국에서는 에버퀘스트 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현지 게이머에게 익숙한 게임이면서 그래픽의 화려함에서 리니지 2를 뛰어넘는 온라인게임이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리니지 2가 아직도 그래픽을 내세우면서 미국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아마도 리니지 1의 추억을 재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엔씨소프트가 아레나넷을 인수해 개발중인 ‘길드워’와 울티마 온라인을 만든 리차드 게리엇이 개발중인 ‘타뷸라라사’가 북미와 유럽시장을 노리는 것은 스스로 리니지 2가 미국시장에서 가지는 한계를 인식한 것”이라는 현지 게임평론가의 비평은 리니지 2가 미국시장에서 밝은 미래를 보이고만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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