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말 콜룸부스가 발견한 신대륙은 포화상태에 이른 유럽국가들의 식민지 개척사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인도의 향신료와 중국의 차, 비단 등의 새로운 문물에 큰 관심을 모아왔던 유럽 국가들은 잉카제국의 황금을 발견한 스페인의 코르테스 같은 정복가들의 성과에 신대륙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완전히 매료됐다.
이로 인해 수많은 모험가들과 군인들이 부와 명성을 위해 신대륙으로 몰려들었고 새로운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한 열강들과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항쟁하는 원주민들, 그리고 종교의 탄압에서 벗어나 신대륙을 제 2의 고향으로 삼고 개척하려는 청교도들의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텀험과 정복, 그리고 개척에 이르기까지 현대 미국 역사의 개화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 지난 9월 8일 데모버전의 공개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RTS 게임 대표 브랜드의 최신작을 살펴본다.
고대와 중세를 지나 근현대로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시작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역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RTS 게임답게 그 시대의 유명한 전투와 인물들을 게임 속에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중세시대를 그린 전작 ‘에이지 오브 킹스’와 대항해시대(식민지 정복시대)를 그린 확장팩 ‘컨커러’를 지나 이번 작품은 광활한 신대륙 미국의 개척역사를 그리고 있다.
미국 근현대사의 경우 남북전쟁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 이외에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 시리즈의 특징인 역사적 배경의 흡입력은 떨어지지만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친숙해진 개척시대의 대규모 전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이전 작품들과는 스케일이 다른 전투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 총과 대포만 사용할 뿐 중세시대 전투와 별다를 것이 없었던 개척시대의 전쟁은 나란히 줄서서 마주보고 총을 쏘는 엽기성을 자랑하기도 했다(영화 패트리어트 中) |
▲ 수백의 군인들이 발사하는 총에서 피어오르는 긴 화약연기와 고막을 찢는 총성음의 향수를 그대로 재현한다 |
개척시대에 있었던 대규모 전투와 광대한 대지를 표현하면서 시스템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로우폴리곤 모델을 많이 사용했지만 형광효과를 적극 이용해 낮은 시스템 사양에도 높은 그래픽 수준으로 원활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한층 빠르게 강화된 전략 시스템
주민을 이용해 목재를 채취하고, 수렵과 농사를 통해 식량을 모으는 것은 전작과 동일한 부분이지만 석재와 철, 금과 같이 채광을 통해 얻어지는 자원은 모두 금으로 통일됐다. 또한 이전 작품들과 달리 마을회관으로 채집한 자원을 가져가는 부분 없이 바로 자원량이 상승하게돼 자원수집 활동의 번거로움이 대폭 감소됐다.
▲ 자원채집 방식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채집한 자원을 들고 건물로 이동하는 과정이 없어졌다 |
▲ 카드, 교역로 등을 이용해 부가적으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추가돼 빠른 속도로 자원을 모을 수 있다 |
게임의 진행속도는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빨라진 편인데 변경된 자원채집 방식도 그렇지만 전투유닛의 경우 최대 5명까지 하나의 유닛단위로 묶어서 생산할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병력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새롭게 추가된 카드시스템을 통해 일정시간마다 추가의 자원과 유닛을 받을 수 있어 쉽게 병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카드시스템은 이전 RTS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만의 독특한 시스템으로 흡사 디아블로 2의 스킬트리 시스템이 RTS 게임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에서 적을 죽이거나, 건축물을 파괴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 일정한 경험치를 얻게 되는데 전투를 마치게 되면 전투를 통해 얻은 경험치를 계산해 레벨업을 하고 정해진 레벨 범위 내에서 카드를 살 수 있는 포인트를 얻게 된다.
카드는 일종의 스킬로 일정시간이 지나면 항구에 정박하게 되는 무역선과 거래를 통해 특수한 효과를 얻게 된다. 또 그 효과는 일꾼과 자원을 얻거나 병사를 늘리는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건물의 가격을 낮추거나 요새나 공장과 같은 특수한 건물을 얻는 것까지 다양하다.
카드는 도시 메뉴로 들어갈 수 있는 5개의 건축물에 따라 그 특징이 나뉘며 상위 레벨의 카드의 경우 하위 레벨의 카드가 투자돼야 사용할 수 있는 트리방식이라 자신의 게임스타일에 따라 제한된 숫자의 금화를 사용하여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게임 내에서 사용가능한 카드는 총 20장으로 이를 고려해 자신의 전략에 맞는 카드를 구성해야하며 고레벨 유저의 경우 많은 숫자의 카드를 이용해 폭넓은 전략을 짤 수 있다.
하지만 고급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문명레벨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게임 초반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되고 낮은 레벨의 유저들이 사용하는 저급카드들은 오히려 초반에 많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교통의 요지를 둘러싼 전투
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인해 경험치가 중요해진 만큼 적에게 유닛을 잃거나 건물을 파괴당해 경험치가 손실되면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한 탓인지 게임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그것이 바로 ‘교통의 요지’다.
각 맵에는 맵을 관통하는 교통로와 그 교통로를 통해 자원과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교통의 요지가 존재하는데 그곳을 장악함으로써 얻는 부가자원을 이용해 상대진형보다 좀 더 유리한 진행을 할 수 있게 된다.
교통의 요지는 맵에 최소 4개 이상 존재하며 그 숫자가 제한적이고 위치자체가 각 진영의 길목에 위치하기 때문에 각 진영은 교통의 요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를 중심적으로 벌이게 된다.
때문에 교통의 요지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통해 각 진형간의 강약을 가늠해볼 수 있다. 만약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이 되면 많은 수의 유닛을 잃어 경험치를 잃기 전에 항복을 해 경험치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기대 이상의 작품, 정식 발매 이후의 반향이 기대
동일한 맵을 불러오더라도 자원을 랜덤하게 배치해 다양한 변수를 제공하는 랜덤 배치 시스템, 전투를 거듭함에 따라 새로운 스킬을 구입하고 폭넓게 자신만의 전략을 짜볼 수 있는 카드시스템 등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 데모판이 보여준 모든 것은 기대 이상이다.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이후 간략화 된 자원의 수집과 빠른 생산으로 대량의 유닛들이 벌이는 전투가 하나의 트랜드가 되가는 RTS시장에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최대한 간략화 시키면서 여러 가지 변수들을 섞어 다양한 전략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RTS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다.
RPG에서만 사용돼 온 스킬트리 시스템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RTS와 융합시켜 낸 것은 지금까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를 만들어온 앙상블 스튜디오의 저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젠 전략마저 포화상태에 이른 RTS 게임시장에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는 무궁한 전략이 숨 쉬는 새로운 신세계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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