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필자는 3등신~4등신의 말랑말랑한 캐릭터들이 활보하는 게임에 대해 개인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 아기자기한 꼬맹이들이 무기를 들고 사냥하는 모습에서는 진지함과 박력이 부족했고, 깔끔한 옷을 차려입은 아동용 인형을 보는 마냥 위화감이 들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에 당장 전장에 뛰어나가 휩쓸어도 이상하지 않은 캐릭터, 혹은 화려한 갑옷(이라지만 방어보다는 외형에 치중한 의복)을 입은 6~8등신의 훤칠한 미남미녀들이 활보하는 MMORPG들을 주로 골라 즐겨온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그런 와중 만나게 된 복병이 있었으니, 바로 5월 2일 두 번째 출발을 시작한 ‘헤바 클로니아’라는 이름의 캐주얼 MMORPG다. 그리고 이는 곧 지금까지의 게이머 인생이 쌓아온 고집을 무너트린 첫 게임이 되었다. ‘겉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MMORPG랄까? 그것이 아장아장 율동에 어울릴 법한 모습을 가진 캐릭터라 해도 말이다.
있을 건 다 있는, 완성형의 UI
헤바 클로니아는 얼마 전 소개된 개발자 인터뷰로도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2009년 12월 OBT 및 정식서비스를 한 차례 진행한 적 있는 재수생이다. 2010년 9월 서비스 종료 후 해외서비스를 진행하며 게임을 리뉴얼, 한국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헤바
클로니아의 기본 게임화면
메뉴는 간단해보이지만, 메뉴를 여는 순간 다양한 기능의
UI가 나타난다
▲알리미를
클릭하면 미니맵에 위치가 표시되는 기능 외에
내가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를
안내해주는 '가이드' 부분도 신선!
그런 탓인지 게임 내 대부분의 UI적인 기능은 모두가 ‘완성된 상태’라 기약 없는 [구현 중] 문구와 조우할 일이 없었다. 퀘스트 목표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부터 쪽지 보내기, 커플 맺기, 길드 관리, 게임 내 자체 음악플레이어 지원까지 눈에 띄는 도구들은 모두 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이미 한 차례 수능을 치른 재수생인 만큼, 작고 사소한 부분이지만 실제 플레이를 하는 유저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UI를 꼼꼼히 준비해둔 점에서 기본은 된 셈이다.
▲OGG
확장자 파일만 있다면 게임 내에서 음악감상도 가능하다
전투의 손맛, 제법 괜찮은데?
게임을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전투’의 조작방식이었다. 일반적인 MMORPG들처럼 마우스로 대상을 지정한 후 스킬을 누르면 알아서 따라가는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던전이나 필드의 구조에 따른 점프 기술의 활용, 그리고 캐릭터를 컨트롤하는 플레이어가 직접 적과의 거리를 재어가며 공격하는 모습은 잘 만든 액션게임에 가까웠다. 특히 모든 공격 및 사용스킬에는 시전거리 뿐만 아니라 효과범위라는 척도가 있어, 근접공격 시 마치 캐릭터가 무기를 휘두르는 궤적에 따라 몬스터가 공격에 맞는 듯한 인상을 풍길 정도였다. 플레이어의 조작 비중이 높은 만큼 체감 난이도도 높고, 그 만큼 전투가 지루하지 않았다.
▲모든
공격이 '범위'를 가지고 있다보니 액션게임이란 착각이 들 정도
몬스터 리젠 속도도
빠른 편이라 시원시원한 몰이사냥에 제격이더라
▲시원시원한
점프 모션과 이에 관련된 각종 장치들은
캐릭터의 움직임이 더욱 액션성있게 느껴지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투시스템의 손맛을 희석시키는 요소도 존재했다. 특정 물체에 전투 중인 캐릭터가 가려질 경우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하기 곤란하고, 시점이 주변 사물과 캐릭터의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바뀌면서 시점이 ‘헛도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던 것이다. 사실 마우스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카메라 시점기능의 불편함은 단순 이동 중에도 마찬가지로 발견되는 단점이다. 허나 키보드에 양 손을 올려두어야 하는 헤바의 전투는 이러한 부분을 더욱 극명히 드러나게 했다. 또한, 초반부 활용할 만한 스킬의 부재로 평타 위주의 전투가 진행되고, 평타 사용 시 단축키를 계속 연타해야 하는 불편함은 개선이 필요해보였다.
운을 시험하라~! 중독성 있는 랜덤 콘텐츠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월드메세지로 뜨는 문구가 있다. 이는 대부분 ‘행운의 상자’에서 기막히게 좋은 장비나 클론을 습득한 유저들의 캐릭터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타인의 ‘경사’는 구경하는 이로 하여금 “혹시 나도?” 라는 생각을 품게 하기 마련이다.
헤바에는 몬스터가 드랍하는 ‘행운의 상자’와 같이 다양한 '뽑기' 형태의 미니게임이 존재하고, 사용 시 맞춰진 이미지에 따라 다양한 범위의 아이템을 보상으로 얻는다. 또한 반복 퀘스트의 경험치 보상을 몇 배로 뻥튀기할 수 있는 ‘가위바위보’ 미니게임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게임 도중 제공되는 이런 미니게임들은 게임의 ‘주 목적’은 아니지만, 게임 플레이가 단순해지지 않게 해주는 ‘양념’의 기능으로는 충분한 수준이다.
▲행운의
상자로 초반에 얻기 힘든 고급등급 목걸이를 획득했다!
▲반복
퀘스트의 미니게임 '가위바위보', 최고 32배까지 뻥튀기 가능하다
동체시력과
반사능력에 자신있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시길
클론은 새로운 헤바의 부제이자 핵심
유저들 사이에서 좋은 장비 못지 않은 가치를 자랑하는 것. 헤바 클로니아에는 플레이어의 동반자 ‘클론’이라는 소환수가 존재한다. 이들은 주로 몬스터와의 전투 시 얻어지며, 클론도감을 채우거나 주인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단
몬스터를 사냥하여 '클론 진'을 획득한 다음
클론 마스터를 통해 부화시키면 나의
'클론'으로 태어나는 방식
좋은 스킬을 가진, 혹은 클론도감을 채울 수 있으면서 매우 희귀한 클론들은 매우 고가에 거래된다. 만약 조합이라도 성공해서 등급이 높은 클론이기까지 하다면 더욱 금상첨화! 그 정도로 클론은 수월한 전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없어선 안될 존재였다. 단, ‘힐러’나 ‘어시스터’와 같은 특정 계열의 클론들만이 주로 사용되는데다, 4레벨 이하의 저레벨 몬스터에게서는 클론 부화의 핵이 되는 ‘클론 진’의 드랍률이 극도로 낮은 부분은 패밀리테스트 동안 게시판을 달군 대표적 주제였다. 빠른 진행을 위해 도감을 완성치 못하고 지나가버린 유저들은 추후 거래 혹은 부캐릭터 육성밖에 저레벨 클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필드
사냥 중 갑자기 난입해온 히든 보스 '거대 라무라무'
약 1시간의 사냥 끝에 이녀석을
통해 '라무라무 클론 진'을 획득했다 ㅠㅠ
▲사용하지
않는 클론은 클론도감을 완성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1페이지(1~20레벨대)는 클론
탑승스킬 입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채워야 할 구간이다
헤바에서 쓸모 없는 아이템은 없다
헤바의 아이템들, 특히 장비들은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하다. 다른 클래스용 장비라 하여, 혹은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점에 헐값으로 넘기지 않아도 된다. 10레벨에 배울 수 있는 제조/분해 스킬은 장비를 직접 만들거나 수수료를 내고 완성된 장비를 분해하여 재료를 일부분 회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바로 이 스킬의 존재가 아이템들의 끊임없는 소비와 순환을 이끌어냈다.
▲자신이
전사라서 총이나 완드가 필요 없다면?
깔끔하게 분해한 다음 전사용 무기로 만들어버리면
그만
제조와 분해의 상호작용은 장비의 ‘랜덤 옵션’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게임 리뉴얼과 함께 고급 이상의 아이템에 랜덤옵션이 부여되면서, 동일 아이템이라도 현재에는 서로 다른 추가 능력치가 붙고 있다. 따라서 원하는 추가 능력치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여러 번의 제조 시도가 필요한데, 이때 사용하게 되는 것이 바로 ‘분해’ 스킬이다. 따라서 좋은 의미로는 옵션이 좋지 않은 아이템이라도 ‘분해용’으로 염가에 판매할 수 있으니 어떤 의미로든 아이템의 ‘순환’은 멈추지 않게 되는 셈. 다만, 이 때문에 필드의 ‘채집’ 관련 스킬들의 비중과 중요도가 플레이를 진행할수록 떨어지는 역기능은 개선이 필요하다.
▲제조로
만들어진 아이템은 무조건 '랜덤옵션'을 가지게 된다
강화보다 좋은 옵션을 노리기
쉽다보니, 제조의 중요도가 더욱 강조된 셈
두 번째 도전장을 던진 헤바 클로니아
헤바 클로니아는 5월 2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패밀리테스트를 끝내고, 4일부터 바로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2010년 시기에 존재하던 기존 유저들의 캐릭터는 모두 삭제되었지만, 대신 이들에게는 아이템 및 캐시 보상 등의 별도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신규 유저와 기존 유저의 격차를 조절하고자 현재 ‘29레벨’이라는 최고 레벨 제한을 마련한 상태다.
29레벨은 헤바의 전체 콘텐츠로 치면 2차 전직을 하기 직전의 위치. 하지만 열성적인 소수 유저들의 레벨업 속도로는 거의 하루 만에 달성할 수 있었을 만큼의 수준이다. 물론 이들은 만렙 달성을 위해 던전이나 클론, 커플던전 등의 콘텐츠를 거의 무시했으니 가능한 부분이었을 터. 하지만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고 익숙해지는 시간은 항상 개발사의 상상을 초월한다. 헤바의 콘텐츠가 결코 적은 편은 아니지만, 유저가 그 모든 것을 골고루 즐겨주리란 보장이 없다는 부분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레벨이 올라갈수록 즐길 거리가 점차 늘어가는 기분은 참 오랜만이었다. 이곳에는 여느 MMORPG와 다르지 않게 캐릭터 육성에 대한 고민, 클론에 대한 끊임없는 조합과 연구, 더 강해지기 위한 아이템 파밍이 있었다. 헤바 클로니아가 보여준 이틀 간의 가능성은 ‘캐주얼 MMORPG는 심도 깊게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리그 오브 레전드
- 2 발로란트
- 3 FC 온라인
- 41 로스트아크
- 51 메이플스토리
- 62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 7 서든어택
- 87 패스 오브 엑자일 2
- 9 메이플스토리 월드
- 102 오버워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