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짱구는 못말려 온라인(이하 짱구)’은 직접 해보기 전까지 참 궁금한 게임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모습일지 감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팍팍 스파크 튀는 액션 게임일까? 그렇다면 액션가면은 필수요소일 텐데. 이게 아니면 아가들을 위한 교육용 게임? 혹시 누나에게 우유 한잔 권하는 연애 시뮬레이션은 아니겠지? ‘짱구’를 시연할 수 있는 ‘e스타즈 2010’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나름 즐겁더군요.
행사장에 도착해 윈디소프트 부스로 가니 새싹 친구들이 바글바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이날 ‘겟앰프드’ 한중일 리그가 열리는 바람에 구경나온 것이죠. 이 아이들 틈에 껴서 ‘짱구’를 해볼 수 있는 시연대 앞에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이 먹고 새싹 틈에 껴 있기 슬쩍 불편했지만, 마침 운 좋게 아는 기자 한 분을 만나 옆에 앉혀놓고 도란도란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액션 에너지로 적들을 쓸어버리는 ‘짱구’
일단 ‘짱구’는 스토리와 게임 설정이 매우 간단합니다.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던 짱구와 친구들 앞에 갑자기 ‘말하는 사과’가 나타나 공격을 해온 것. 이에 짱구는 이상 신호를 감지한 떡잎 박사를 만나 액션 에너지를 이해하게 되고, 이후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 마을을 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떤가요, 참 ‘짱구’스럽죠?
설정이 이러하니 액션은 기본 베이스로 깔립니다. 기자가 해본 체험판에는 짱구, 철수, 유리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로 나오며, 순서대로 근거리, 원거리, 마법 형태로 분류됩니다.
▲ 캐릭터 선택창, 현재는 셋뿐이지만 추후 다른 친구들도 추가될 수 있겠지요
전투는 의외로 재밌습니다.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디자인된 2D 횡스크롤 게임으로
특유의 쫙쫙 달라붙는 타격감 맛이 의외로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도 큼직하게
표현돼 산만하지 않아 집중하며 플레이할 수 있었고, 조작법도 간단해 쉽게 진행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각 캐릭터마다 서로 다른 스킬들도 잘 구비돼 있어 나름 타 캐주얼 액션 RPG와 견줄 만했습니다. 비록 정교하게 디자인된 건 아니었지만 액션성을 강화해주고, 협동 플레이로 보스 몬스터를 잡을 때나 PvP를 진행할 때 촉매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 전투 장면, 2D 특유의 쫙쫙 달라붙는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답답한 부분도 있습니다. 주 연령층을 너무 어리게 잡아둔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진행속도가 좀 느린 편입니다.
일단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타 캐주얼 게임에 비해 느립니다. 캐릭터가 큼직해서 그런지 더 느려 보이더군요. 공격 모션을 취하는 부분이나 스킬을 발동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캐주얼 게임에 약간의 슬로우모션 효과를 도입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아시다시피 우리 민족은 워낙 ‘빨리빨리’를 지향하는 터라 살짝 답답한 느낌은 지울 수 없더군요.
조작도 아직 완성도가 높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모션이 크고 느리기 때문에 공격 중에 다른 커맨드를 입력할 수 없을뿐더러, 먹히지도 않습니다. ‘저 녀석을 잡기 위해 세 번의 공격을 해야 하는데 반격이 있으니 두 번 치고 살짝 피했다가 다시 한방 먹이자’란 계획을 실행하기가 좀 어렵다는 거죠. 정교하게 조작해 진행하는 것보다 막무가내로 치고 부수는 스타일에 더 가까운 모양새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시원시원하지만 좀 느리다는 것이 아쉽네요!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미니게임
‘짱구’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미니게임에 있습니다. 윈디소프트측 설명에 따르면 미니게임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두뇌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약간의 교육성을 지향하겠다는 건데요, 그래서인지 다른 게임의 미니게임과는 좀 차별화된 점이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우리가 어렸을 적 오락실에서 즐긴 세가의 ‘탄트R’을 기억하시나요? 탈옥한 죄수를 잡기 위해 탐정 둘이 쫓으며 퍼즐을 풀어나가는 두뇌싸움 게임 말이죠. ‘짱구’의 미니게임은 바로 이 ‘탄트R’의 라이트 버전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흥미로웠어요.
▲ 세가의 '탄트R' (이미지출처: 크라이프의 게임이야기 블로그)
간단히 예를 들어보면 덧셈뺄셈, 바나나먹은 고릴라 찾기, 숫자 빨리 클릭하기,
풍선 빨리 터뜨리기 등이 있습니다. 덧셈뺄셈은 말 그대로 문제가 나오면 빨리 계산해
먼저 맞추면 승리하는 방식, 바나나먹은 고릴라 찾기는 이리 저리 움직이는 고릴라
중 바나나먹은 녀석을 골라 맞추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숫자 빨리 클릭하기는 1부터
30까지 숫자를 빠르게 찾아 누르는 방식이며, 풍선 빨리 퍼뜨리기는 스페이스바를
빠르게 연타해 더 많이 터뜨린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이 미니게임이 의외로 재밌습니다. 난이도가 아주 낮은 것도 아니고, 모든 종류가 흥미를 유발해 게임 자체가 주는 본연의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으니까요. 옆에 기자분과 함께 대전을 해봤는데요, 경쟁의식이 생기니 이거 더 재밌더군요.
아직 종류가 몇 없고 반복해서 플레이했을 때 재미가 얼마나 갈지가 관건이겠으나, 시도 자체는 참 높이 평가할 만 했습니다.
▲ 다양한 미니 게임, 농담아니라 덧셈뺄셈 어렵더라고요!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살려 낸 ‘짱구’
짱구는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봤을 것입니다. ‘짱구’도 이 부분을 강점으로 가져가기 위함인지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일단 짱구를 비롯해 엄마, 원장선생님, 채송아 선생님 등 원작의 캐릭터들이 모두 나옵니다. 악당으로 나오는 하이그레마왕과 수하 부하는 물론, 원작에서 짱구가 열광하는 액션가면까지 등장해 기대를 더합니다. 특히 짱구가 액션가면으로 변신한다는 콘셉은 ‘짱구’에 열광하는 모든 어린 친구들에게 큰 재미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게임의 무대도 유치원, 놀이터, 짱구집근처, 번화가 등 원작의 장소가 그대로 재현돼 친근함을 더해줍니다.
▲ 원작의 장소가 잘 구현돼 있어 친근감을 더해줍니다
체험해본 시간이 워낙 짧았던 만큼 아쉽게도 진행 방식과 또 다른 콘텐츠 여부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 하나는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고 여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다양한 재미요소를 첨부했다는 것입니다.
체험판이고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 ‘어떻다’라고 평가하긴 힘들겠지만, 나름 주목해볼만 한 캐주얼 게임이 등장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콘셉도 특수 유저층을 노리겠다는 것보다 짱구를 아는 사람이면 어린아이, 청소년, 주부, 노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쉽게’ 설계했으니 완성도만 높인다면 꽤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겠지요.
‘짱구’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흰둥이는 안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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