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시간, 1920분 정도? 약 115200초 이상!
위 제목은 5월 28일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이하 라그 2)’의 오픈베타테스트가 시작된 후, 사월토끼가 접속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솔직히 사월토끼는 ‘오픈 시간에는 서버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당돌한 예상을 했습니다. 여러 번의 클로즈베타테스트로 다져진 노하우(?)를 활용해서, 오픈 시간을 피해 깊은 밤을 노린 것이죠. 3번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모두 참여해보신 분이라면, 이 정도 노하우는 자연스럽게 쌓입니다.
하지만, ‘라그 2’의 ‘오픈 폭주’ 태풍은, 오픈 당일 상륙해 다음날까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벌어진 일들은 이미 여러 게임 사이트의 뉴스로, 여러 블로그의 포스팅으로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_-; 묵념)
‘라그 2’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가 상상 이상의 메가톤급 폭풍이었을까요? 아니면, 서버 4개로 대처했던 그라비티의 초기 수해대책이 안일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너무나 많은 유저들이 몰려들어서 서버가 열리지 않았다는 홍보용 기사를 만들기 위해서? 근거 없는 추측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만, 그 만큼 힘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 해당 스크린샷을 클릭하시면 보다 큰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 홈페이지 대참사! |
▲ 꽃밭만 보여주는 꽃밭 온라인?! |
오픈베타테스트 대 소동으로 일단 ‘라그 2’는 첫인상부터 미운털이 하나 박혔습니다. 그렇다면 미운털이 몇 개 더 박힐지, 아니면 스스로 미운털을 뽑아낸 멋진 세계를 보여줄지, 오픈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인 ‘라그 2’의 세계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아쉬울 정도로 평범한 기본 시스템
캐릭터를 만들 때, 특히 MMORPG의 캐릭터라면 유저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최대한 공들여 캐릭터를 만듭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유명했던 ‘라그나로크(편의상 라그 1)’의 후속작 답게, ‘라그 2’는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헤어스타일과 다양한 머리색, 다채로운 모양의 눈동자는 유저에게 게임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킵니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유저의 성별에 따라 캐릭터의 성별이 고정된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오픈과 함께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했던 신 종족은, 유료화와 함께 서비스 될 계획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인간형 종족인 노만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나면 기초 훈련소에서 기본적인 조작을 배우게 됩니다. ‘라그 2’는 ‘W, A, S, D’ 키를 사용하는 키보드 조작이 주를 이루지만, 마우스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합니다.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조작이기 때문에 적응이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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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은 친절하지만 불필요하게 많이 달려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기초 훈련소에서는 뛰기 등의 조작 외에도 전투와 상자열기 등을 배우게 됩니다. ‘라그 1’의 초보자 수련장을 연상한 유저들이 아무리 열심히 몹을 잡아도 이곳에서는 레벨업이 되지 않습니다. 주의하세요.
초보자 수련장을 벗어나 모험가 수련장으로 들어서면 기본적인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미니 맵을 보며 NPC를 찾아가고, 여러 NPC를 만나며 연계 퀘스트에 대해배우게 됩니다. 퀘스트를 따라가면 쉽게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 연계 퀘스트와 설명을 한번에 |
▲ 어서 주게~ 라며 돈부터 챙기시는 할아버지 |
가이드북의 개념으로 제공되는 ‘책’은 기본적인 정보를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만 읽고 대부분 인벤토리를 차지하는 ‘짐’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결국 막히는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전체 말로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대답을 해주는 친절한 유저도 있지만 찾아보라며 화를 내는 유저도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말싸움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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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두면 좋지만, 쉽게 손이 안 가는 책들('책'이란 원래 그런 것?) |
장비와 돈은 퀘스트, 레벨 업은 사냥
마을에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퀘스트는 ‘공식 의뢰’ 퀘스트와 ‘청탁 의뢰’ 퀘스트, ‘시나리오’ 퀘스트의 세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게시판에서 공식 의뢰의 내용과 보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공식 의뢰를 수락하면, 요청에 따라 다양한 NPC를 만나게 되고, 일정한 조건이 만족되면 청탁 의뢰 퀘스트도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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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몇 개의 퀘스트가 있을 뿐이지만 금새 가득해지는 의뢰 목록 |
‘라그 2’의 퀘스트는 그 수가 많고 스토리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게임 초반, 유저는 지루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초반 퀘스트의 대부분이 (1) NPC를 찾아가고, (2) 마을 밖에서 몹을 한, 두 마리 잡은 다음 (3) 돌아가서 보고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청탁 퀘스트와 공식 외뢰 퀘스트가 내용 면에서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도 아쉽습니다. 단순히 동시에 두 가지 퀘스트를 할 수 있도록 나누어 놓은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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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하고... 돌아가고... 사냥하고... 돌아가고... |
빠르게 오르는 무기 레벨과 스킬 레벨에 비해 돈을 벌기 힘든 것도 한 몫 합니다. 무기 레벨 하나당 200제니씩 오르는 무기 성장 요금.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10제니씩 오르는 약속의 돌(마을 귀환 아이템) 사용 요금. 꾸준히 필요한 무기와 방어구 수리비용. 스킬북의 구입비용. 반면 돈을 드랍 하지 않는 몬스터. 하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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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적들은 그렇다 쳐도 동물들이 돈을 들고 다니는 건 좀 이상하긴 합니다-_-;; |
돈도 안주고, 드랍률 250%일 때도 그렇게 많은 아이템을 주지 않는 저레벨 몬스터들은,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모르는 유저들에게 ‘돈이 안 벌린다’는 고민까지 안겨 줍니다. ?
다행인 것은 퀘스트의 보상으로 다양한 장비를 받을 수 있어, 방어구의 구입비용이 들지 않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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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뿐 아니라 장신구에서 옷까지 다양한 보상 |
레벨이 오르고 퀘스트가 연계되면 사냥뿐 아니라 이야기에 따라 배달과 수집이 연계 되면서 퀘스트의 재미도 살아나고 돈도 잘 벌리게 됩니다. 하지만 초반에 사냥 위주의 비슷한 퀘스트가 반복은, 결국 가장 성장이 빠른 사냥 노가다를 선택하게 합니다.
팔 수 없는 무기, 자유도 높은 스텟
‘무기를 사고 팔수 없다.’는 라그2 만의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무기를 사고 팔수 없는 대신, 무기에 레벨이 존재하고 라그1의 ‘카드’ 대신 ‘오오제’나 ‘알터스톤’, ‘카르마 스톤’ 같은 아이템을 무기에 박아 넣어 무기의 외형과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 무기의 특성을 결정짓는 스톤 |
▲ 마켓에서 이미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오오제들 |
기본 무기 외에도 퀘스트를 통해 보조무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전직에 제한이 없는 ‘라그 2’에서는 전직을 할 때 무기 역시 바꿀지 아닌지를 선택할 수 있어, 같은 인첸터(마법, 보조계열)라도, 리크룻(총을 사용하는 직업)이라도 단검이나 장검 등의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스킬에 맞는 무기가 있기 때문에 보조 무기를 가져야 다양하게 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기를 사고 팔 수 없기 때문에 생산계열의 직업이 없고, 회복 계열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인첸터나 클라운도 마법 계열의 전투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스페셜리티가 더해져 직업 간의 경계를 희미하게 합니다.
전직을 한 후, 이전 직업의 스킬 중 몇 가지를 가져갈 수 있는 스페셜리티 역시 상당히 유용합니다. 스페셜리티는 회복 계열 직업의 스킬을 전투 계열 직업이 사용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파티 뿐 아니라 솔로잉을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가 됩니다.
▲ 스페셜리티에 등록하려면 일정 잡 레벨을 올린 후 전직해야 합니다. (레벨 노가다의 예감) |
전직이 자유롭지 못 했던 ‘라그 1’에서는 스텟의 재분배가 거의 불가능해서, 스텟이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마법사라면 지능, 도둑이라면 민첩 등 직업에 따라 반드시 찍어줘야 할 스텟의 공식이 있었습니다. ‘라그 2’에서는 전직이 자유로워지면서 전직을 할 때마다 스텟을 다시 분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 힘'이나 '올 민첩' 등 한 가지 스텟 만을 일방적으로 밀어주는 행위도 금물입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적당한 밸런스로 힘, 재주, 지능 등의 스텟을 직접 올려보고, 여러 번의 전직을 거치면서 자기에게 맞는 스텟을 찾아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한 퀘스트 중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시나리오 퀘스트 역시 ‘라그 2’의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할 만 합니다. 북구 신화라는 세계관을 살린 한편의 만화(소설) 같은 시나리오를 따라 유저들이 퀘스트를 수행하게 되는 시스템으로 생각 됩니다. 왜 생각만 할 뿐인가 하면, 아쉽게도 이 중요한 시나리오 시스템이 단지 오프닝만을 보여 준 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저는 시작과 동시에 체스를 두는 발두르와 로키가 등장하는 멋진 오프닝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마을에 들어서면 전형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판타지 세계에서 가장 잘 먹히는 ‘의문의 소년’과 마주치게 됩니다.
▲ 기대를 부풀리는 오프닝 |
▲ 약간은 전형적인 인물 설명 |
후드를 눌러 쓴 의문의 소년은 등장하자마자 사라지고, 게임의 퀘스트 상황 창에 ‘시나리오 퀘스트 - 북부 해안’이라는 정보가 생겨납니다. 대부분의 유저는 북부 해안에서 의문의 소년을 찾게 되는데, 퀘스트의 내용과 정보를 알려주는 의뢰노트에 따르면 ‘다음 업데이트를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만화’가 원작인 ‘라그 2’에 ‘시나리오’ 퀘스트가 첨가 된다는 것은, 유저에게 상당히 기대를 품게 하는 일입니다. 이것을 오픈베타테스트라고 해서, 오프닝만 보여주고 기다려 달라는 것은 유저를 상당히 김빠지게 합니다.
너무 이른 오픈베타테스트, 갈 길이 먼 라그 2
'라그 2'의 오픈베타테스트가 너무 일렀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버그. 이중으로 연주되거나, 뚝 끊기거나, 갑자기 연주되는 BGM. 튕김과 함께 여러 번 이루어진 롤백. 휴일 오후도 아랑곳하지 않는 점검. ‘라그 2’의 버그는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합니다.
버그로 배를 못 타기도 하고, 내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스킬 버그 때문에 평타로 전투하는 소드맨도 보입니다. 다 끝낸 퀘스트가 완료 되지 않기도 하고, 단지 인벤토리에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퀘스트를 완료하고도 중요한 보조 무기를 못 받기도 합니다.
서버를 늘리는 노력으로 게임 접속은 처음보다 많이 원활해졌지만, 여전히 렉과 튕김은 사이 좋은 친구마냥 떨어질 줄 모릅니다. 그 동안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통한 버그리포팅은 어떻게 된 것 일까요? 급기야는, 다소 무리다 싶을 정도의 이른 오픈베타테스트를 강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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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마을에 갈 때나 마법을 쓸 때나 자세는 왜 이런 건가요? |
온라인 게임에 치명적인 ‘돈 복사’는 거듭해서 벌어지고 있지만, 계정 블록과 롤백만으로 깨끗하게 해결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을 더합니다. 롤백과 점검이 빈번해지면, 다수의 선량한 유저가 피해를 보게 되고, 그것은 곧 게임에 흥미를 잃는 요소가 됩니다.
방어력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오픈베타테스트라고 넘어가기 힘든 문제입니다.
게임 초반 몬스터보다 유저의 사정거리가 긴 것을 이용해, 뒷걸음질치면서 고레벨의 몹을 사냥하는 방법이 유행했습니다. 결국 패치를 통해서 몬스터들의 사정거리가 길어지게 되었고, 이제는 아무리 도망가도 보이지 않는 몬스터에게 얻어맞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바다가 아닌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조류 위험지역 |
▲ 포기를 모르는 몬스터들 “살려주세요~” |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가락과 다양한 감정표현. 캐릭터의 부드러운 동작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귀여운 장신구와 예쁜 옷도 유저의 흥미를 끕니다. 하지만 가장 밝은 색을 골랐음에도, 어두워 보이는 머리색이나, 한낮을 제외하면 항상 어두워 보이는 마을의 풍경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 가장 밝은 머리색을 골랐는데... |
▲ 실내에서는 더 어두운 분위기 |
퀘스트를 하다 보면 짧은 거리의 이동이 많은 편인데, 이동수단이 마을을 오고 가는 배와 귀환 아이템인 약속의 돌밖에 없는 것도 아쉽습니다. 탈 것이나 이동속도를 보조하는 아이템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음에도 아직 다른 온라인 게임과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앞으로 ‘라그 2’의 갈 길이 먼 것을 예고합니다.
‘라그 1’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시나리오를 강화하고, 개성적인 NPC를 만들고, 성장하는 무기 시스템을 채택한 노력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유저들은 아직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아직은 오픈베타테스트, 그것도 너무 이르게 시작된 오픈베타테스트라서 그런 것일까요? 첫 번째 클로즈베타테스트를 떠올려 보면 ‘라그 2’가 계속해서 노력하고, 변화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오픈된 만큼 아직 ‘베타테스트’라는 말이 유저들에게 변명처럼 들리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세계적인 온라인 게임으로 자리잡은 ‘라그나로크’. ‘사자의 아들은 고양이가 될 수 없다‘는 '라그 2' 박영우 PD의 약속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봅니다. 지금의 위태로운 오픈베타테스트를 견뎌내고, '라그 2'는 성공적인 후속작 서비스의 사례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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