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이라는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위가 바뀐다는 점에서 ‘완성’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삼국지 10은 이런 의미에서 시리즈의 집대성을 노려 개발된 작품이다. 코에이의 삼국지 게임을 좋아하는 요즘 팬들은 물론이고 필자처럼 오래된 팬들, 전혀 삼국지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만족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시도. 과연 그 시도가 성과를 거두었는지 살펴보자.
필자와 삼국지 시리즈
코에이의 ‘삼국지’는 필자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제공해준 게임이다. 7살 때부터 소위 오락실 게임이라 불리는 아케이드게임만 해오던 필자가 PC게임과 비디오게임의 맛을 알게 된 것이 바로 ‘삼국지’ 때문이었고, 게임과는 관련 없는 화학공학과 전공자인 필자가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오로지 ‘삼국지’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 친구의 자취방에서 처음으로 삼국지를 만났다. 당시 일본에서는 삼국지 3가 엄청난 붐을 일으키고 있던 때였다. 물론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DOS-V를 통해 일본어판 그대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 상황. 일본어를 전혀 모르던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1,000권의 무협지 독파로 쌓은 한자 실력을 바탕으로 삼국지 3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고 친구의 자취방으로 직행하던 필자. 당시 필자의 집에는 PC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삼국지 3에 얼마나 빠져들었냐 하면 방학을 맞아 친구가 고향(부산이었다)으로 내려갈 때 자취방의 열쇠를 빌려 친구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게임을 했을 정도였다. 일주일 숙식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다 집으로 돌아오고, 집?1주일 있다가 다시 친구 집으로 가서 일주일 숙식하며 게임을 플레이했다.
이러던 가운데 삼국지 3에 대한 집착(?)은 점차 도를 넘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졸라 레포트 작성에 필요하니 PC를 사야한다 주장, 결국 PC를 집에다 마련했다. 그리고 각 시나리오마다 모든 군주로 플레이해서 엔딩을 봐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 목표를 세우고 게임을 파고들던 필자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그 계획을 포기하게 된다. 바로 군입대였다. PC를 구입하고 주야로 삼국지 3를 즐기던 필자에게 입대 통지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그러나 훈련소에 들어가서도 삼국지 3는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력 90 이상인 무장의 이름을 높은 순서대로 나열한다거나 지력이 90 이상인 무장을 나열하는 등 한동안 군대 내에서도 삼국지 3는 필자를 쉽게 놔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으로 웃고 넘길 이야기지만 당시의 필자는 삼국지 3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삼국지 4에서 최신작 삼국지 10까지 필자의 삼국지 플레이는 계속되어오고 있다.
▲ 삼국지 3의 메인 화면. 오랜만에 보니 더 반갑다 ▶ 삼국지 3의 포스터. 지금과 얼굴이 많이 다르다 |
전무장
플레이로의 회귀
소설 삼국지에는 많은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그 중에는 한 세력의 군주도 있고 그 군주의 의형제, 군주를 돕는 일반 무장과 재야인사까지 다양한 군상을 이룬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그동안 군주로만 플레이가 가능했다. 중국의 통일이라는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군주로의 플레이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게이머들은 군주가 아닌 삼국지에 등장하는 다른 매력적인 인물로 플레이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삼국지 7과 8은 군주뿐만이 아닌 모든 무장으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9에서는 다시 군주 중심의 플레이로 바뀌었지만, 10에서 다시 모든 무장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 누굴 골라야할지 모르겠다면 추천하는 무장 중 한 명을 골라 플레이하는 것도 좋다 |
모든 무장으로 플레이가 가능해짐에 따라 게임의 볼륨이 크게 늘어났다. 마을을 다스리고 병사를 훈련시켜 세력을 넓히는 군주 중심의 시나리오에서 군주는 무소불위의 존재다. 그러나 부하 무장으로 등장하는 일반무장은 실행할 수 있는 일에 차이가 있음은 당연. 일반 무장으로 플레이하면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물들간의 교류나 명산고적의 유람, 보물 아이템의 수집 등 플레이의 자유도를 높아지는 결과가 생겨났다.
이런 플레이의 자유도는 10에 와서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인물들간의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고 이렇게 친분이 쌓인 사람에게 가르침을 청해 자신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이와 반대로 상대를 가르쳐 능력치를 높여줄 수도 있다. 주막에는 일종의 퀘스트 개념인 다양한 의뢰가 들어와 이를 통해 명성과 능력치, 돈을 벌 수 있다. 입신양명을 노려 공적을 쌓은 후 보다 고위의 관직으로 진출하는 것도 게임 플레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지만, 앞에 나서는 것보다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며 군주나 태수를 보좌해 세력 확대를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굳이 군주에 의한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벤트와 즐길 거리를 통해 플레이의 자유도를 높여준 것은 삼국지 시리즈를 통틀어 봐도 단연 세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시스템이라 생각된다.
▲ 주막에서 의뢰를 받아 명성을 올리는 것도 좋고 |
▲ 모든 보물을 모으기 위해 돈을 버는 방법도 좋다 |
일기토와
설전으로 나뉜 무장의 활약
삼국지 시리즈의 꽃이라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 펼쳐지는 무장들간의 일대일 대결, 즉 일기토일 것이다. 그러나 전장에서 꼭 무력이 높은 무장들만이 활약했던 건 아니다. 제갈량이 적벽대전 당시 주유의 속을 긁어 상처를 도지게 하거나, 1차 북벌 때 위나라의 왕랑을 말로 꾸짖어 분노와 수치로 죽게 만든 일화(물론 삼국지연의상의 설정이다) 등 문신들도 활약을 보인 예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장의 일기토에만 초점을 맞추던 삼국지 시리즈는 10에 이르러 문신의 활약을 부각시켰다. 바로 설전 시스템으로 명명된 문신들간의 말빨 싸움, 아니 논쟁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설전 시스템
설전 시스템은 트레이딩 카드게임과 비슷하다.
도리, 인정, 이해의 기본 카드를 이용해 상대보다 높거나(반상이 大일 때) 낮은 숫자(반상이
小일 때)의 카드를 내면 심리 게이지를 밀어내는데, 이 심리 게이지가 최대까지 도달하면
승리, 최소까지 줄어들면 패배인 것이다. 물론 집중이나 위압처럼 심리 게이지에
부가 효과를 주는 보조 카드와 항변, 반록, 논파, 도발 등 공격 카드가 있어 다양한
전술 조합이 가능하며 기본 카드에 있는 숫자를 통해 반상에서 일종의 빙고를 만드는
전략까지 더해져 흥미진진한 대결을 유도한다. 무장의 지력과 매력에 따라 소지할
수 있는 카드의 개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력과 매력이 높은 무장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지만 공격 카드와 반상의 빙고 조합으로 역전을 노릴 수 있기에 의외성도 있다.
비록 문신들이 전장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설전을 시도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전투에서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설전과 관련된 특기를 배울 때나 주막에서의 의뢰를 달성할 때, 무장들과 친분을 다질 때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역할을 다하므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제갈량이나 방통, 곽가 등 문신으로 플레이를 꿈꾸는 사람에게 설전은 더없이 고마운 시스템이다.
▲ 오른쪽 아래에 빙고 모양의 반상을 보며 어떤 카드를 내야하는지 고르자 |
▲ 설전에서 패하면 이렇게 다리에서 굴러떨어지는 연출이 뒤따른다 |
일기토 시스템
비록 설전 시스템이 도입되어 독보적인
비중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역시 일기토는 삼국지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커맨드 선택에 의해 상대 무장과 일합씩 주고받는 가운데 체력이 줄어드는 시스템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기력 게이지의 활용과 다양한 특기의 조합으로 전략성이
대폭 강화됐다.
격, 참, 타로 이루어진 기본 공격은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물고 물린다.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할 것인지를 예측해 이를 이기는 공격법을 시도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 공격법이 트레이딩 카드처럼 랜덤으로 입수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원할 때 그 카드가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 즉, 제한된 카드만으로 그 상황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회피를 통해 상대를 무방비 상태로 만든 후 공격을 시도하거나 특정 공격 카드를 3장 모아서 사용하는 필살기를 언제 사용할 것인지, 기력 게이지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모두 고려하면서 싸움을 이끌어가야 한다. 무력이 높은 무장이 유리한 건 당연하지만 어떤 공격 카드가 들어오느냐, 어떤 타이밍에 필살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뒤바뀔 수 있어 의외성이 존재한다.
전투에서 일기토로 승리하면 적 부대는 궤멸되므로 불필요한 전투를 피할 수 있어 좋다. 또한 일기토 이벤트는 도적의 퇴치나 상대 무장과의 친분 쌓기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역할을 다한다. 무력 90 이상인 무장에게 모두 일기토로 승리한다는 목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재밌는 플레이 방법 중 하나다.
▲ 어떤 카드를 내는지가 화면 위쪽에 표시된다. 결과에 따라 상대를 공격하거나 공격을 받는다 |
▲ 목표는 100연승! 노려라! |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사실은 크게 바뀐 전투
설전 시스템과 더불어 삼국지 10의 가장 큰 변경점으로 꼽힌 것이 바로 ‘전역’이라 불리는 대규모 전쟁 시스템이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필자는 ‘전역’보다 더욱 주목해서 봐야할 시스템을 전투 중에서 몇 개 발견했다. 함께 살펴보자.
부대 운용의 핵심, 지휘
삼국지 10은 전투 모드에서
행동력 시스템을 채택했다. 부대가 한 번 이동하고 한 번 공격하는 단순한 턴 제
시스템이 아니라 부대마다 설정된 행동력을 배분해서 이동과 공격을 펼치는 시스템이다.
행동력은 그 부대를 이끄는 장수의 무력에 따라 결정된다. 무력이 높을수록 행동력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동, 공격, 계략, 조립 등 행동력이 필요한 커맨드를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전투에 유리하다. 이 행동력 시스템은 다른 게임에서도 이미 많이 사용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 신선할 게 없지만, ‘지휘’라는 요소를 여기에다 섞으면 행동력 시스템이 경천동지의 위력을 발휘한다.
▲ 28이라고 표시된 것이 행동력. 모든 행동에는 행동력이 소비된다 |
▲ '군사' 기능을 갖고 있는 무장은 A급이라고 할 수 있다 |
지휘는 간단히 말해 자신의 차례에 다른 부대를 조작하도록 ‘지휘’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기 중 ‘군사’ 특기가 있으면 자신보다 낮은 품계의 부대에 지휘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제갈량의 품계가 3품관이고 군사 특기가 있으므로 자신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사품관 이하의 부대를 조작해 지휘할 수 있는 것이다.
지휘의 효용은 실로 다양하다. 성문을 공격하는 유닛은 보통 한 개로 한정되고 그 유닛은 하루에 한 번(1턴)만 성을 공격할 수 있어 성문을 돌파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그러나 다른 유닛을 맡고 있는 무장이 ‘지휘’를 사용할 수 있다면 자신의 차례에 공성 유닛을 조작해 성문 공격에 집중시킬 수 있다. 즉, 한 턴에 한 번만 차례가 돌아왔던 것이 ‘지휘’ 커맨드를 통해 한 턴에 최대 5번까지 차례가 돌아오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병력의 소모가 너무 심한 유닛의 경우 후방의 안전한 곳까지 물러난 후 병력이 많은 유닛을 ‘지휘’해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지휘’ 기능의 도입으로 인해 문신(‘군사’ 특기를 가진 무장은 주로 지력가 타입의 문신이다)의 전투 참여 범위가 커졌다. 또한 특정 유닛을 여러 번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부대 운용에도 융통성이 늘어났다. 하지만 모사 타입의 무장 3명(이들은 병사가 1,000명이어도 된다)과 관우, 장비 같은 맹장 2명(이들은 병사가 10,000명)이 평범한 무장 5명이 이끄는 5만명의 부대를 간단하게 휩쓸어버릴 수 있는 점은 ‘지휘’ 개념이 낳은 딜레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병사의 수보다 고급 무장의 보유 여부가 전쟁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 군주가 '군사'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무장의 부대를 지휘할 수 있다 |
▲ 지휘의 도입으로 전략의 다양성이 대폭 향상됐다 |
대규모 전면전, 전역
이건 기존의 삼국지 시리즈가
도시 또는 관문을 차지하기 위해선 한 곳씩 전투를 벌여야만 했던 것과 달리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전역’을
일으킬 수 있다.
전역에서는 복수 도시의 군대를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으며 야전, 시가전 등이 이동지도 상에서 수치적으로 해결된다. 즉, 전역을 일으켜 승리할 경우 성을 하나씩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전체를 한번에 제압할 수 있는 것. 이 기능은 게임이 중반 이후로 접어들 경우 플레이어가 성을 하나씩 차지해 나가는 반복 작업에 싫증이 나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으로 짐작된다. 전투를 간략화시켰다는 점에서 호, 불호가 갈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플레이 시간의 단축을 가능케 하는 선택지와 같다는 점에서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 전역이 가능해지면 사마휘가 나타나 대략적인 운영법을 알려준다 |
▲ 부대의 세부 운용은 불가능. 이렇게 이동 맵 위에서 간략하게 숫자로 표시된다 |
날림
번역의 완성형…(?)
게임 내용적인 면만을 두고 보면 삼국지 10은 시리즈의 집대성이라 부르기에 걸맞게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플레이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 게임의 다양한 재미를 맛보게끔 했다는 부분에서 삼국지 10은 분명 걸작의 반열에 오를만하다. 그러나 이런 평판을 사정없이 바닥에 곤두박질치도록 만드는 것이 엉성한 번역이다.
그때그때 달라요~
번역 작업, 넓은 의미로 로컬라이징
작업의 경우 다른 나라 말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같은 단어라도 다르게
번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로 ‘셀룰러 폰’이라는 단어가 있을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이나 핸드폰으로 번역을 한다(비록 정확한 명칭은 셀룰러 폰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으므로 일부러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휴대폰,
저기서는 핸드폰, 또 페이지를 넘기면 셀룰러 폰…. 이러면 읽는 사람은 3개가 전부
다른 단어인줄 알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번역을 할 때는 ‘글로서리’라는
변환 지침서를 만들어 이에 해당하는 단어는 모두 하나로 통일해서 번역한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내용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국지 10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용어 통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기토에서 커맨드는 격, 참, 타로 구분되어 있지만 도움말에는 공격, 베기, 치기로 적혀 있다. 무장의 특기 중 ‘언쟁’과 ‘매도’는 도움말에서 각각 ‘반박’과 ‘면박’으로 되어 있다. ‘반격’은 또 카운터로 되어있지 않나. 원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적절히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는 것은 좋다. 그러나 바꾸려면 아예 똑같이 바꿔야지 장소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바꾸면 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 왼쪽에 보이는 커맨드에는 격, 탐, 타로 나오는데 도움말에는 치기, 베기, 공격으로 나온다 |
|
▲ 여기는 분명 반박인데 |
▲ 여기는 또 논쟁이네? |
번역기 돌리셨어요?
용어 통일뿐만 아니라 번역기를
돌린 것처럼 전혀 엉뚱한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일본판에서는 ‘산월의 엄백호님이 오에서 거병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라고 나오는데 한글판에서는 ‘산너머의 엄백호님이…’라고 나온다. 지명 중의 하나인 고유명사 ‘산월’을 ‘산너머’로 번역한 것이다. 또한 지명 중 하나인 ‘계교’를 ‘국경다리’로 번역해서 ‘원소군과 공손찬군이 국경다리에서 격돌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라고 표시된다. 허탈할 수밖에 없다.
적절치 않은 번역도 곳곳에서 보인다. 군주를 부를 때 보통 ‘주군’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삼국지 10에서는 무조건 ‘전하’로 통일된다. 전하는 보통 ‘왕’을 부르는 칭호인데 고작 주목에 불과한 자신의 주군에게 전하라고 부르다니…. 전부 찬역을 도모하는 역당의 무리란 말인가?
또한 군주에게 반말을 쓰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군주가 무장과 ‘담화’를 했을 때 ?보통은 ‘누군가 했더니 전하셨군요. 잘 오셨습니다’라고 해야 매끄러운 문장일 것을 ‘누군가 했더니 전하군. 잘 와 주었네’라고 하대를 하지 않나, ‘저보다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군’이라고 공대와 하대를 함께 쓰지 않나 정말 어지럽기 짝이 없다.
▲ 어처구니 없는 오타까지… |
기본이 아쉬웠던 한글화 작업
삼국지 10은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출시된 작품이다. 역사왜곡 논란의 소용돌이에 정면으로 맞닥뜨려 하마터면
발매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게임 내용을 수정함으로써 어렵게 출시됐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엉성한 한글화에 빛이 바랬다.
삼국지 10에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잔뜩 나오는 건 아니다. 기껏해야 지명과 인명, 관직명 정도뿐인데, 이것도 한문을 기초로 적혀있기 때문에 번역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한글화 작업 중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용어 통일, 어체 통일, 단어 확인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랫동안 삼국지 10을 기다려 온 게이머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그동안 뛰어난 한글화로 인정을 받아온 코에이코리아이기에 그 아쉬움은 더 크다.
▲ 공대인지 하대인지 감잡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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