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미왕] 연재 코너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전문가 ‘멀미왕’이 아직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VR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제껏 수백여 VR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한 영상 리뷰를 진행 중인 ‘멀미왕’에 대한 소개는 인터뷰(바로가기)에서 확인하세요!
▲ 직장의 스트레스, 가상현실에서 풀자 '잡시뮬레이터'
회사에서 일을 하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 기획서에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나 일 안 해!”라고 외치며 영화 속 장면처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곤 하죠. 실은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들고 옥상에서 바람 쐬는 것이 전부였지만요. 만약 진도가 나가지 않는 서류더미를 속 시원하게 집어 던지며 통쾌하게 일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익살스러운 가상현실 게임 ‘잡시뮬레이터’에서는 가능합니다.
▲ 내가 바로 회사원, 영상으로 보는 '잡시뮬레이터' (영상제공: 멀미왕VR)
때는 멀고 먼 2050년, 로봇이 인간의 일거리를 모두 대신하여 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이제는 박물관에 가서 사라진 ‘일’을 체험해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죠 사라진 직업 중에는 사무원(Office Worker), 요리사(Gourmet Chef), 편의점 직원(Convenience Store Clerk), 자동차 정비사(Automotive Repairman)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직업들이 미래에는 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나 봅니다.
“게임에서조차 일을 해야 한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타인의 직업을 체험하되 유쾌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것이 ‘잡시뮬레이터’ 특징입니다. 스팀에서 게임을 분류하는 태그에도 당당히 ‘유머’가 들어가 있을 정도죠. 4개 직업마다 13~17개 정도 미션이 주어지는데, 즐겁게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와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새 TV쇼에도 나오고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승진도 할 수 있죠.
▲ 사무직부터 요리사까지, 가상현실에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럼 먼저 사무원(Office Worker)이 되어볼까요? 게임에 돌입하자 사무실 여기저기에 파티션이 쳐진 익숙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자리를 살펴보니 컴퓨터를 비롯한 사무용품과 커피머신까지 있네요. 우선 눈에 띄는 사무용품들을 하나씩 잡아 냅다 바닥에 던져(…)봅니다.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네요. 어쩜 이리 통쾌한지 계속 던지고 싶어집니다. 평소 ‘멀미왕’ 영상을 보면 무언가 잡아 던지는 게 정말 자연스럽다고들 하시는데 바로 ‘잡시뮬레이터’에서 익힌 겁니다, 하하.
책상까지 들어내버리고 파티션을 들어 던져보는데 “아차!” 다른 로봇이 일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멀뚱히 이쪽을 쳐다보네요. 잘 부탁한다는 뜻에서 머그컵을 집어 던졌(…)는데, 어린아이가 장난치듯 웃음기 가득한 미소가 지어져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그야말로 “신세계구나” 싶더군요. 물건을 던지는 것은 아주 단순한 행동이지만 여긴 가상현실이니까요. 가상의 공간을 직접 걸으며 보이는 물건을 힘의 강약까지 조절하며 던질 수 있다니 현실과 다를 바 없습니다.
▲ 익숙한 사무실 풍경이 펼쳐진다, 출근을 하니까 갑자기 졸음이...
어느새 가상현실에 깊이 몰입하여 첫 미션 ‘도넛 먹기’에 돌입합니다. 이거 제대로 된 업무에 앞서 친절하게 당분을 충전시켜주려나 보군요.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HP에서 일할 당시 “회사에서 커피와 도넛을 주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기도 했죠. 여유롭게 커피를 뽑고 크림도 넣어 야무지게 마셔줍시다. “꿀꺽꿀꺽” 정말로 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효과음까지 들리네요. 커피 한 모금에 도넛까지 베어 무니 업무가 완료되었답니다. 직장 생활 참 쉽죠?
▲ 오늘의 업무는 도넛과 커피 먹기, 직장 생활 참 쉽죠?
사무직의 꽃은 컴퓨터 작업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직접 코드를 꼽고 전원도 켜줘야 해요. 코드를 찾으려면 실제로 책상 아래로 몸을 숙여 들어가야 하는데요. 이거 슬슬 가상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마우스를 잡고 컴퓨터 문서를 작성하는 순간 진짜로 회사에 온 듯한 착각이 들더라고요. 회계장부를 조작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멋진 문구도 넣어 PPT를 완성하기 바랍니다.
▲ 가상현실에서 마우스를 움직여 실제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직원 채용을 위해 마음에 드는 이력서에 도장을 찍기도 하고, 반대로 마음에 안 드는 로봇은 ‘해고’를 찍어버립니다. 이거 참 인사 업무까지 두루 체험해보네요. 한참 일에 매진하는데 이번에는 상사가 갑자기 커다란 상자를 들고 오더니 증거물을 처리하랍니다. 아까 조작했던 회계장부를 비롯해 여러 서류를 세절토록 하죠. 그런데 아뿔사- 저쪽에서 상사 로봇이 경찰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예능이 따로 없네요. 갑작스러운 전개로 도망친 상사의 자리를 이어받게 됩니다. 승진한 김에 은퇴 선언까지 하고 바로 즐거운 퇴근길에 오릅니다.
다음은 요리사(Gourmet Chef)입니다. 쉐프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저도 한번 멋들어진 솜씨를 부려보겠습니다. 게임에 돌입하니 대형 냉장고와 최신식 주방용품이 가득 들어차 있네요. 이 정도면 도구 핑계를 대긴 어렵겠습니다.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본능이 시키는 데로 야성적인 조리법을 구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웬만해서는 시식은 못할 것 같지만요.
▲ 아무리 내용물을 쏟아버려도 무한 리필되는 환상의 냉장고
스테이크를 굽고 소스를 뿌리려는 찰나 살짝 태워버리기도 하고, 접시에 정서 들여 담은 후 독특한 맛을 내려고 우유나 핫소스를 가미하기도 합니다. 온갖 신선한 재료를 믹서기에 넣어 주스로 만들 수도 있는데, 포도쥬스를 병째로 갈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사고를 쳐도 평소에 맛보지 못할 맛깔스러운 음식이 탄생하니 절로 어깨가 들썩입니다. 접시도 힘껏 던져버리고 실제로는 못 할 비행을 마음껏 즐기니 스트레스가 날아갑니다. 왜 ‘접씨를 깨자'는 노래도 있잖아요.
주방 일을 하다 보면 차를 끓여달라는 간단한 주문부터 프로포즈를 한다며 샌드위치에 주먹만한 다이아를 넣어달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받게 됩니다. 가끔 음식이 상했다고 되돌려주는데 제대로 못 알아듣고 그걸 또 제 뱃속에다 처분하기도 했네요. 실제 제 몸은 아니지만 우웨엑- 토하는 소리가 어찌나 생생한지… 아무리 괴악한 음식을 내놓아도 잘 먹는 로봇들에 새삼 감사하는 찰나, 스타 쉐프가 되어 TV에 나온 제가 보이네요. 모처럼 창작(?) 욕구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 손님이 뭐라 해도 기상천외한 나만의 레시피로 요리해보자
이번에는 편의점 직원(Convenience Store Clerk)이 되어 계산대에 섰습니다. 가게에 굉장히 많은 제품이 보이네요. 우선 무엇이 있나 파악부터 해야겠습니다. 이것저것 만지며 살피다가 던져(…)버리니 편의점이 엄청 지저분해졌어요. 이거 청소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바로 영업을 개시하도록 하죠. 하나 둘씩 들어오는 로봇들을 응대하고 핫도그도 만들어 줍니다. 냉장고에서 소시지를 꺼내 해동시키고 빵에 끼어 소스까지 뿌려주니 참으로 먹음직합니다 고객만족을 몸소 실천하는 가상현실이군요.
▲ 다 만든 핫도그를 낼름 먹어버리며 손님을 능욕(?)하는 것도 가능
개중에는 복권을 대신 긁어달라는 로봇도 있는데, 가상현실에서 복권을 긁으니 어색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동전으로 조금씩 긁어내는데 온통 꽝이네요. 실망 반, 분노 반으로 편의점에 있는 복권을 모조리 꺼냈습니다. 현실에서 절대 못할 짓이지만 여긴 가상현실이잖아요. 여기서까지 꽝이라니… 가열차게 긁어나가다 보니 드디어 1등 당첨됐습니다. 저도 모르게 함성을 질러버렸죠. 그리고 실제가 아니란 것을 깨닫는 순간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편의점에 앉아 있으니 참 다양한 로봇을 보게 됩니다. 무조건 달콤한 것만 찾는 어린이 로봇부터 자사 제품을 홍보하려는 판매처 로봇도 오고, 어떨 때는 복면을 쓴 강도까지 만나곤 하죠. 우리 생활인의 일상이 가상현실에 그대로 녹아져 있어 소름이 돋았습니다. 천태만상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어느덧 편의점도 막을 내릴 시간이 되었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차량을 정비하러 떠나야겠습니다.
▲ 진상 손'놈'에게는 물건을 던지자, 여기는 자유로운 가상현실이니까
마지막으로 체험해볼 자동차 정비사(Automotive Repairman)는 과연 그럴듯한 정비소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각종 기계 설비와 기름때 낀 장비를 보니 꼭 공장에 온 듯 하네요. 그러면 일단 정비에 필요한 연장들을 챙겨야겠습니다. 최신식 자동공구와 리프트 그리고 도색용 기계도 있습니다. 아, 고된 일일수록 노동요를 들으면서 즐겁게 해야겠죠. 라디오를 켜고 바로 정비소를 개점하니 곧 로봇 한 명이 자동차를 타고 들어옵니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양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줍시다. 선물로 엔진 오일도 한 통 얼굴에 던져줘야죠. 가상현실은 일단 뭐든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차에는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는데요. 보닛을 열면 큼직한 엔진과 배터리가 보입니다. 모처럼 개점 직후이니 특별히 친환경 꽃화분 배터리로 교환해주었습니다. 무언가 착한 일을 했다는 기분이 들어서일까요? 가슴 한 켠에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 차량 보닛을 열고 오일을 부어주거나 부품을 갈아 끼울 수도 있다
정비소를 오가는 각종 차량을 고쳐주고 도색도 해주는가 하면 터진 타이어를 도넛(…)으로 교환하며 엔지니어의 센스를 마음껏 발산해봅니다. 지구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매연이 심하게 나는 배기구는 바나나로 막아버리고 말이죠. 이쯤에서 ‘잡시뮬레이터’ 특유의 개그 코드가 또 다시 터지는데, 범죄자를 위해 도난 차량의 번호판을 갈아줘야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뉴욕(New York)’이 아니라 ‘잡욕(Job York)’이라는 식으로 번호판의 도시명이 살짝 뒤틀려 있다는 것이죠.
▲ 돌아보니 정비소장 로봇이 보인다, 내 가게가 아니었다니(부들부들)
어느덧 정비소 일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만 VR 기기를 벗고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잡시뮬레이터’는 HTC 바이브 구매 시 번들로 받을 수도 있고, 스팀에서 3만2,000원에 별도 구매도 가능합니다. 가상현실이 무엇인지 느끼기에 가장 적합한 게임으로, 유니티 어워드에서 ‘최고의 VR 경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죠. 가상현실을 서비스하는 공간이 생긴다면 꼭 라인업에 넣길 추천합니다.
다만 직업당 약 30분 정도 즐기고 나면 더 이상 콘텐츠가 없는 일회성 게임이라 살짝 아쉽습니다. 개그 코드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영어실력이 필요하기도 하죠. 그래도 모든 미션을 알기 쉽게 이미지로 표현한 점은 칭찬해줄 만합니다. 향후 오큘러스 리프트와 PS VR로도 출시될 예정이라니 더욱 다양한 직업이 업데이트되길 고대합니다. 인생을 크게 셋으로 나누면 수면과 여가 그리고 일이랍니다. 그처럼 큰 부분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오큘러스 리프트와 PS VR로도 출시 예정, 부디 더 많은 직업이 추가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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