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아레프갈드를 부활시켜라(이하 빌더즈)’는 일본 대표 RPG ‘드래곤 퀘스트’에 ‘마인크래프트’를 결합한 게임이다. 게임의 무대는 시리즈 1편이 진행된 ‘아레프갈드’로, 플레이어는 ‘물건을 만드는 힘’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대신해 폐허가 된 세계를 재건해야 한다.
▲ 집 수리도 못해 멸망해가는 세계
‘빌더즈’ 첫 공개 당시에는 우려가 컸다. 시리즈 최초로 샌드박스 게임을 선택해 이질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에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4월 28일(목) 정식 한국어화를 거쳐 발매된 ‘빌더즈’, 과연 ‘검을 휘두르는 용사’가 아닌 ‘건물 짓는 빌더’는 어떤 모습일까?
▲ '아레프갈드'여, '빌더'가 간다!
‘용왕’에 맞설 힘은 건물에서 나온다
‘빌더즈’ 기본은 다양한 블록을 이용해 건축물을 짓는 샌드박스 게임이다. 여기에 퀘스트나 마물과의 전투 등 RPG 요소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다. 따라서 RPG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 육성도 건축이나 아이템 생산 등 샌드박스와 결합되어 있다. 캐릭터 레벨이나 능력치 대신 건물과 장비, 아이템을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독특한 요소가 바로 ‘건축’이다. 건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먼저 블록 2개 높이 벽이다. 다음에 문을 설치해 출입이 가능해야 하고, 횃불, 모닥불 등 조명 가구를 배치해야 한다. 여기에 가구를 추가해 장식을 하거나 색다른 기능을 추가한다. 예를 들어 ‘요리용 모닥불’과 ‘수납함’을 추가로 배치하면 ‘모닥불 부엌’이 되고, ‘침대’ 2개를 두면 ‘침실’이 된다.
▲ 모든 건물의 시작은 '빈 방'이다
이러한 건물은 다양한 효과가 있다. 가령 ‘모닥불 부엌’이 있으면 주민이 음식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음식을 구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또, ‘의상실’이 있다면 주민이 옷을 갈아입는다. 이 상태에서는 별 효과가 없지만 무기와 갑옷 보관대를 추가하면 ‘무기와 의상의 방’으로 업그레이드돼 공격력이 올라간다. 이처럼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건물을 짓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 멋진 건물을 지으면 모두가 축하해주기도...
또, 지금까지 얻은 적 없던 재료를 손에 넣으면 새로운 레시피를 획득한다. 가령 ‘돌’을 처음으로 획득하면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는 나무보다 더욱 강력한 장비를 만들 수 있다. 장비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구도 만들 수 있어 건물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 재료는 다양한 방식으로 얻는다
이처럼 ‘빌더즈’는 캐릭터를 육성하려면 건물이나 장비 등 다양한 물건을 생산해야 한다. 이렇게 강해진 캐릭터는 지금까지 갈 수 없던 지역에서 블록과 재료를 얻는다. 이를 통해 가구나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육성 방법을 통해 샌드박스와 RPG 조화를 이뤘다.
위기에 빠진 ‘아레프갈드’를 구하라!
‘빌더즈’는 용왕을 물리치는 ‘스토리모드’와 자유롭게 건물을 짓고 공유하는 ‘프리빌드모드’가 있다. 다만 프리빌드모드는 스토리 1장을 클리어해야 진입할 수 있으므로, 스토리모드를 먼저 플레이하게 된다.
스토리모드는 ‘아레프갈드’ 각지의 문제를 해결하며 최종적으로는 ‘용왕’을 물리친다는 줄거리로 진행된다. ‘골렘’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멜키드’부터 독기 때문에 질병이 창궐하는 ‘리무르달’, 최강의 병기 단서가 숨겨진 화산지대 ‘마이라’, 마지막으로 ‘용왕’의 거처 ‘라다툼’ 등 총 4개 장으로 구성된다.
▲ 무덤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한다
각 장의 기본적인 진행은 유사하다. 새로운 지역에 도착한 주인공은 부서진 마을 터를 복구하며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을 모은다. 그리고 이들이 주는 퀘스트를 해결해 마을을 발전시키게 된다. 점점 거세지는 ‘용왕군’ 공세를 막아내며 최종 보스까지 쓰러트리면 다음 장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면 습득한 레시피를 제외한 모든 것이 초기화된다.
▲ 주인공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주민들
▲ 1장 보스 '골렘' 공략은 아이템 설치가 중요
이러한 뼈대에 각 지역 특색이 묻어 나온다. 이를테면 맨 처음으로 마주하는 ‘멜키드’는 ‘빌더즈’ 특징을 배우는 단계로, 다른 지역에 비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적고, 전투보다는 생산과 건설 중심이다. 하지만 다음 장 ‘리무르달’은 확연히 다르다. 마을 주변에는 독지대가 펼쳐져 있어 나무나 풀 등 자연물이 모두 죽어있는 상태인데다 이동마저 제한된다. 더군다나 주민들도 병에 걸려 쓰러져 있기 때문에 직접 마을로 데려와 치료해야 한다. 주어지는 퀘스트 역시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급수장 건설’이나 질병의 근원을 해치워 약을 만드는 등, 지역에 맞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 직접 환자를 옮겨야 한다
여기에 개성강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재미를 한층 더 높인다. ‘골렘’에 의해 멸망한 ‘멜키드’에서는 과거 영광을 되찾으려는 ‘로론도’와 ‘골렘’을 두려워해 마을 발전에 회의적인 ‘로시’가 갈등을 빚는다. ‘리무르달’에서는 약을 만들지 못해 가족과 친구를 잃고 상심에 빠진 약사 ‘겐로와’를 설득해야 한다. 또, 거친 사나이들이 가득한 ‘마이라’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마물의 성을 습격하기도 하는 등, 지역마다 특색이 담긴 이야기가 있다. 이외에도 멸망하기 전 ‘아레프갈드’와 주인공의 정체 등, 전체 줄거리를 관통하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 투덜거리는 '로시'의 속마음음?
‘알려지지 않은 섬’에서도 모험은 계속된다
스토리모드를 전부 클리어했다면, 프리빌드 모드에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프리빌드 모드가 진행되는 지역은 마물이 없는 평화로운 장소 ‘알려지지 않은 섬’으로, 스토리모드보다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다. 또, 지은 건축물을 인터넷에 공개해 자신의 실력을 뽐내거나, 다른 플레이어 작품을 볼 수 있다.
▲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섬'
이처럼 프리빌드 모드는 자유로운 건축을 장려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마인크래프트’ 크리에이티브 모드와는 확연히 다르다. 크리에이티브 모드는 블록이나 아이템을 무한으로 제공하고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유로운 이동방식을 지원하는 등, 무언가 만드는 데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러나 프리빌드 모드는 만들기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 배고픔은 스스로 해결하자
먼저, ‘체력’, ‘허기’ 등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모두 관리해야 한다. 또, 필요한 블록이나 재료 역시 직접 얻어야 한다. 물론 재료가 있는 곳에는 마물도 출몰하기 때문에 전투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멀티플레이 요소가 사실상 없는 수준이라 재료 수급부터 제작까지 오로지 혼자서 해내야 한다. 때문에 ‘빌더즈’에서 영화에 나오는 웅장한 성이나 실제 도시 풍경을 재현한 모습 등, 대규모 건축물을 짓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게임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프리빌드 모드는 ‘마인크래프트’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은 섬’ 곳곳에는 ‘드래곤퀘스트’ 전통의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다. 발판을 만들어서 올라가야 할 정도로 높은 곳이나 ‘나무망치’로는 깨지지 않는 블록 뒤 등, 다양한 장소의 보물상자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보스급 몬스터가 지키고 있는 보물상자도 있다. 이처럼 드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재미는 물론, 전투에 필요한 장비를 갖출 필요성까지 제공하고 있다.
▲ 이런 데에도 숨어있고...
▲ '골렘'을 쓰러트려야 상자를 열 수 있다
여기에 건물을 지어야 할 이유도 충분히 제공된다. ‘알려지지 않은 섬’에도 때때로 주민이 찾아오는데, 이들과 파티를 맺어 함께 마물과 싸울 수 있다. 초반에는 누더기만 입고 있어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스토리모드처럼 다양한 건물을 통해 전투원이 되거나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만들어 준다. 더군다나 스토리모드는 마을이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건축물 효과가 발동되지 않아 불편했다면, 프리빌드 모드에서는 드넓은 ‘알려지지 않은 섬’에 내키는 대로 지을 수 있다.
▲ 크진 않아도 다양한 건축물을 볼 수 있었다
샌드박스+RPG, ‘빌더즈’만의 재미 찾았다
샌드박스 게임을 대표하는 작품은 단연 ‘마인크래프트’다. 지구 크기에 육박하는 거대한 맵과 게임 내에서 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자유도는 ‘샌드박스 게임’을 정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비슷한 게임이 나오면 언제나 비교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빌더즈’ 역시 이러한 비교와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을 활용해 독특한 재미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바로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육성하는 RPG다. 물론 ‘마인크래프트’ 못지않은 자유도를 원한다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재미를 한 번에 느끼고 싶다면, ‘드래곤퀘스트 빌더즈: 아레프갈드를 부활시켜라’는 놓치기 아까울 것이다.
▲ '아레프갈드'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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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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