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극장가를 장악한 두 영웅의 대결이 단연 화제입니다. DC 코믹스와 워너 브라더스의 야심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올해 최대 예매율 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 시동을 걸었죠. 슈퍼히어로의 원류이자 상징 ‘배트맨’과 ‘슈퍼맨’이 한 영화에 나란히 등장한다니, 이들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즐기며 자란 세대에겐 그야말로 꿈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슈퍼히어로의 원류이자 상징 '배트맨'과 '슈퍼맨'이 만났다
‘배트맨’과 ‘슈퍼맨’ 승부는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논의 되어온 주제입니다. 저마다 정의를 실천하는 방법과 신념이 미묘하게 엇갈리는데다, 강약점이 명확하여 섣불리 우열을 가릴 수 없죠. 얼핏 보면 초강력 외계인 ‘슈퍼맨’이 한낱 인간에 불과한 ‘배트맨’을 손쉽게 제압할 것 같지만, 각종 변수 덕분에 역대 전적은 막상막하입니다. DC 코믹스가 이런 엄청난 흥행상품을 포기할 리 없으니 앞으로도 어느 한쪽이 최종 승자가 되는 일은 영원히 없겠죠.
‘배트맨’과 ‘슈퍼맨’은 정의 구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의의 경쟁자입니다. 바로 이러한 뜨거운 라이벌 관계가 독자들로 하여금 이들의 대결에 환호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물론 ‘조커’와 ‘렉스 루터’라는 호적수가 있긴 하지만 라이벌간 결투만큼 흥미롭진 않습니다. ‘손오공’과 ‘베지터’, ‘나루토’와 ‘사스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처럼 우리는 언제나 라이벌에 열광합니다. 그렇다면 게임 속 최고의 라이벌은 누구일까요?
5위 레드 vs 그린(포켓몬스터), 겉으론 얄미워도 마음만은 진짜 친구
▲ 언제나 '레드'보다 상성이 우월한 포켓몬을 고르는 얄미운 '그린'
5위는 ‘포켓몬스터’ 초대 주인공 ‘레드’와 라이벌 ‘그린’입니다. 관동지방 끝자락 태초마을에서 함께 자란 소꿉친구로, 각종 몬스터를 포획 및 육성하는 ‘포켓몬 트레이너’ 소년들이죠. 이들은 여러 마을을 돌며 ‘포켓몬’ 체육관장과 겨루고, 나아가 관동지방을 대표하는 챔피언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이 와중에 서로 유치한 견제를 하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죠.
특히 ‘그린’은 첫 ‘포켓몬’을 선택할 때부터 무조건 ‘레드’보다 상성이 우월한 것을 고르고, 매번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선 잘난체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중요한 물건을 챙겨주거나 조언도 해주는 걸 보면 역시 친구는 친구인가 봅니다. ‘레드’가 전 시리즈를 통틀어 대사 한 줄 없을 정도로 과묵한지라 얄밉게 떠드는 ‘그린’이 무언가 균형을 맞춰주는 느낌이죠.
그렇다고 ‘그린’이 그저 입만 살은 라이벌은 아닙니다. 어딜 가나 ‘레드’보다 한 발 앞서 도착해 자신의 업적을 늘어놓는 걸 보면 실력 하나는 확실하죠. 심지어 우여곡절 끝에 ‘포켓몬’ 리그에 당도한 ‘레드’ 앞에 챔피언이 되어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물론 그 자리에서 패해 역대 최단시간 챔피언이라는 슬픈 전설을 남겼지만… 여기서 ‘레드’와 ‘그린’이 정립한 라이벌 구도는 이후 ‘포켓몬스터’ 전통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4위 엑스 vs 제로(록맨 X), 100년이 지나 전해진 두 천재 박사의 유지
▲ 100년 전 두 천재 박사가 담긴 역작 '엑스'와 '제로'
4위는 ‘록맨 X’의 ‘엑스’와 ‘제로’입니다. 인류와 공존하는 로봇 ‘레플리로이드’ 가운데 폭주를 일으킨 ‘이레귤러’를 처단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죠. ‘엑스’는 온화한 성품 때문에 ‘이레귤러’ 처치를 주저하는 반면, ‘제로’는 냉철하게 적을 베는 과단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엑스’는 파란 갑옷을 입고 원거리 전투에 특화됐으며, ‘제로’는 붉고 검을 주로 사용하는 등 모든 면에서 대비를 이룹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레플리로이드’와 달리 100년 전에 만들어진 특별한 존재입니다. 클래식 ‘록맨’의 개발자 ‘라이트박사’는 말년에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후계기 ‘엑스’를 설계했는데, 숙적 ’와일리박사’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 일생일대 역작 ‘제로’를 제작했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깨어난 두 로봇은 당초 목적과 달리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만, 태생적으로 라이벌이 될 운명이었던 겁니다.
자연히 두 박사의 유작 ‘엑스’와 ‘제로’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난지가 ‘록맨’ 팬들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실제로 시리즈를 거듭하며 몇 차례 결투가 성사되기도 했는데, 매번 둘 중 하나가 세뇌됐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복제품이었다거나 하는 식이라 누가 이겨도 그리 개운치가 못했죠. 설상가상으로 ‘록맨 X’가 8편을 끝으로 10년 넘게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어 승부의 향방이 묘연한 상황입니다.
3위 미키 마우스 vs 오스왈드 래빗(에픽 미키), 디즈니의 진정한 마스코트는?
▲ 디즈니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오스왈드 래빗'과 '미키 마우스'
3위는 ‘에픽 미키’의 ‘미키 마우스’와 ‘오스왈드 래빗’입니다. ‘미키 마우스’는 게임 주인공보단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로 훨씬 유명하죠. 하지만 여기서 소개할 ‘오스왈드 래빗’과의 이색적인 라이벌 관계는 오직 게임 ‘에픽 미키’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미키 마우스’가 이름 그대로 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면, ‘오스왈드 래빗’의 모델은 바로 토끼랍니다. 바지도 ‘미키’의 빨강과 대비되는 파란색을 챙겨 입었죠.
‘에픽 미키’에 등장하는 ‘오스왈드’는 ‘미키’를 조롱하며 사사건건 훼방을 놓습니다. 검은 털과 하얀 얼굴, 동그란 코와 눈까지 척 봐도 ‘미키’와 판박이인데, 어째선지 하는 짓은 영 딴판이죠. 사실 여기에는 무려 1927년까지 거슬러 오르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본래 ‘오스왈드 래빗’은 월트 디즈니가 처음으로 만든 상업적 캐릭터로, 말하자면 ‘미키’의 선배이자 원형이라 할 수 있죠. 그런데 계약 상의 문제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유니버설 픽쳐스에게 판권이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후 모두에게 잊혀졌던 ‘오스왈드 래빗’은 2006년이 되어서야 디즈니에게 반환됐죠.
수십 년 만에 게임으로나마 부활한 ‘오스왈드’는 자신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미키’를 집요하게 노립니다. 디즈니에게 버려진 옛 캐릭터들을 모아 인기 캐릭터의 대표격인 ‘미키’에게 복수하고자 하죠. 그야말로 디즈니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존재이자, ‘미키’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은 타고난 라이벌입니다. 아, ‘에픽 미키’ 1편에서 열심히 치고 받은 둘은 다행히도 서로를 이해하고 2편에선 동료가 된답니다.
2위 쿄 vs 이오리(더 킹 오브 파이터즈), 격투게임 사상 최고의 라이벌
▲ 여전히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얼굴 마담으로 활약 중인 '쿄'와 '이오리'
2위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의 ‘쿠사나기 쿄’와 ‘야가미 이오리’입니다. 대전격투게임은 일대일 대결이라는 특성상 라이벌 구도가 매우 두드러지는 장르죠. 실제로 ‘솔 배드가이’ vs ‘카이 키스크’, ‘하오마루 vs 겐쥬로’, ‘스콜피온’ vs ‘서브제로’, ‘카스미’ vs ‘아야네’ 등 유명한 맞수들은 대부분 격투게임 출신인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이 바로 ‘쿄’와 ‘이오리’입니다. 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주인공 자릴 내놓은 지 17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얼굴 마담으로 대활약 중이죠.
‘쿄’와 ‘이오리’ 싸움은 수백 년을 이어온 두 가문의 반목에서부터 비롯됐습니다. ‘쿄’의 혈족 쿠사나기 가문과 ‘이오리’가 속한 야사카니 가문은 아주 오래 전, 함께 신성한 불길로 요괴 ‘오로치’를 봉인한 맹우였죠. 그러나 660년 전, 야사카니가 금단의 힘에 취해 쿠사나기를 배신하면서 두 가문은 비극적인 파국을 맞게 됩니다. 야사카니가 야가미로 개명하고, 신성한 불길이 불길한 색으로 바래버린 것도 이 즈음이죠.
‘오로치’의 저주에 이끌린 ‘이오리’는 ‘쿄’를 처치하는데 엄청난 집착을 보입니다. 격투 대회 ‘더 킹 오브 파이터즈’에 매년 참가하는 것도 오직 ‘쿄’를 제거하기 위해서죠. 이 때문에 호기롭고 여유가 넘치는 ‘쿄’와 달리 ‘이오리’는 시종일관 극도로 호전적입니다. 다만 97편에서 ‘오로치’가 소멸한 후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최신작에선 ‘쿄’와 서로 죽이진 않을 정도로(…) 그럭저럭 잘 지낸답니다.
1위 알퀘이드 vs 시엘(월희), 시키의 옆자리를 노리는 두 미소녀의 혈투
▲ 흡혈귀와 사제이기 이전에 사랑의 라이벌로 대립 중인 두 미소녀
1위는 '월희'의 '알퀘이드'와 '시엘'입니다 둘 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미소녀지만, 실상은 800년 묵은 흡혈귀와 사제라는 전통의 라이벌이죠. 다만 이들의 갈등은 단순히 입장차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토오노 시키'라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사랑의 경쟁자에 가깝죠. 순혈의 흡혈귀 공주 '알퀘이드'가 우연찮게 ‘시키’와 동거하게 되고, 여기에 성당교회의 대행자 ‘시엘’이 끼어들며 묘한 삼각관계를 이룹니다.
'알퀘이드'와 '시엘'의 목적은 상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쪽에게 원한이 있는 흡혈귀 '로어'를 쫓다가 공교롭게도 일본에서 마주친 것이죠. 따라서 되도록 정면충돌은 자제하며 신경전을 벌입니다. 어차피 ‘알퀘이드’는 엄청난 회복력을 지녔고, ‘시엘’은 모종의 이유로 불사신이라 전력을 다해도 결판이 나질 않죠. 그나마 ‘시키’를 만난 후로는 물리적으로 싸우는 빈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정신적으로는 서로 더욱 거슬려 하는 모양입니다만.
‘월희’ 본편만 봐서는 ‘알퀘이드’와 ‘시엘’ 중 누가 ‘시키’를 차지했는지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미소녀 연애게임이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개가 완전히 바뀌거든요. 물론 이리저리 따져봐도 개발사가 공인한 ‘알퀘이드’가 진히로인이긴 하지만, ‘시엘’에게도 분명 기회가 남아있는 셈이죠. 지난해 말부터 ‘월희’ 리메이크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데, 독자 여러분이라면 ‘알퀘이드’와 ‘시엘’ 중 누구를 공략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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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파이어레드/리프그린
2004.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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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켓몬스터 파이어레드/리프그린'은 '포켓몬스터' 시리즈 첫 작품인 '포켓몬스터 적/녹'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GBA에 맞게 전체적으로 리메이크 하였으며, 기존 151마리의 포켓몬 외에 2, 3세대 포켓몬도 게... 자세히
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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