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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개발자들 GDC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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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DC 2016 현장

게임전문지 기자로 일하다 보면 다양한 게임 관련 행사를 취재하게 됩니다. 국내 대표 게임쇼인 지스타는 물론이고 E3, 차이나조이,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등 전 세계에서 열리는 행사들을 경험하곤 하죠. 사실 이런 행사들은 어디까지나 ‘게이머’를 겨냥한 것들이라, 기자들 입장에서도 정보를 전달하기 좋습니다. 게이머 입장에서 신작을 체험하고 현장 분위기를 전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GDC는 좀 다릅니다. 현업에 종사하는 개발자들이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보니, 실질적인 업무 과정이나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프로그래밍이나 사운드 디자인 같은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나와서,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그 업무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니까요.

그래서 이번 GDC에서는, 아예 현업에 종사하는 국내 개발자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전문가들이 훨씬 더 잘 알 테니까요. 그리고, 개발자 입장에서 이번 GDC가 정말 유익했는지, 그리고 국내 개발 환경에 접목할 만한 노하우들이 있었는지 들어봤습니다.

북미의 ‘진짜’ 개발 노하우, 그리고 VR 열기가 좋았다

GDC 현장에서 만난 개발자는 세 명입니다. 넥슨 ‘야생의 땅: 듀랑고’ 강임성 디자이너, ‘메이플스토리’ 전상민 기획자, 그리고 ‘스매싱 더 배틀’을 개발한 HG스튜디오 한대훈 대표입니다. 이중 강임성 디자이너와 전상민 기획자는 지난해 NDC15 우수 강연자로 선정됐고, 그래서 이번 GDC에 올 수 있었죠. 회사 차원에서 준 ‘포상’인 셈입니다. 강 디자이너는 이번 행사 전에도 세 번 정도 GDC를 방문했었고, 3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거라고 합니다. 반면, 전 기획자는 2016년이 처음입니다.


▲ (왼쪽부터) 넥슨 '메이플스토리' 전상민 기획자, '야생의 땅: 듀랑고' 강임성 디자이너

두 사람 모두 이번 GDC는 흡족했다고 평했습니다. 강 디자이너는 ‘규모는 예전과 비슷했고, 들을 만한 강연도 꽤 있었다’고 말했고, 전 기획자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이야기했죠. 그리고 동시에 가장 인상 깊었던 강연으로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내러티브 디자인 강연을 꼽았습니다. 강임성 디자이너는 모바일 생존게임 ‘듀랑고’를 만드는 상황이고, 전상민 기획자는 본인이 시나리오를 작성하다 보니 같은 강연을 유심히 봤나 봅니다.

이 강연은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에 사용된 시나리오 디자인 기법을 소개하는 세션이었는데요, 이 팀은 메인 시나리오 디렉터가 게임 컨셉을 반영한 큰 골자를 잡고, 전문 내러티브 디자이너가 세부적인 내용과 서브 스크립트를 작성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체화 후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오는 방식이죠.

세션도 한 사람이 아닌,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여섯 명이 함께 진행했다고 합니다. 강 디자이너는 “6명이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였다”고 표현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국내에도 도입하고 싶은 구조라고 언급했죠.

강임성 디자이너가 놀라웠던 부분은 게임 시나리오라는 하나의 ‘부문’에 체계적인 구조를 도입한 점이라고 합니다. 국내는 게임 단위로 저런 작업 구조가 간혹 존재하지만, 시나리오 하나에만 저렇게 다양한 인력이 투입되어 만들어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네요. 전상민 기획자 역시 본인이 ‘메이플스토리’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국내에서도 시나리오 디자인에 좀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었던 점은, 이번 GDC에서 제일 ‘핫’했던 가상현실(이하 VR) 세션은 거의 듣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으니, 사람이 너무 많기도 했거니와 동일한 시간대에 현재 업무와 관련된 좋은 강연들이 배치됐었다고 합니다. ‘트렌드’를 전달하는 게 우선인 기자, 그리고 실제 업무에 접목 가능한 정보를 듣는 게 중요한 개발자다 보니 역시 우선순위가 다릅니다.


▲ '스매싱 더 배틀' 캐릭터 이미지 (사진제공: HG스튜디오)

반면 HG스튜디오 한대훈 대표는 강연장보다 GDC 엑스포에 더 오래 있었습니다. 오큘러스VR 부스에 ‘스매싱 더 배틀’을 전시했기 때문이죠. 한 대표는 이번 GDC에서 VR에 대한 열기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GDC 엑스포에 설치된 부스의 70~80% 정도가 VR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걸 보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스매싱 더 배틀’을 시연하면서 만난 한 북미 개발자는, VR에 대한 열기를 “3D 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고 하네요. 역시, 이번 GDC가 괜히 VRCD와 같이 진행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개발자들이 지식을 ‘공유’하기를

개발자들이 GDC에서 느꼈던 게 또 있습니다. 해외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게임을 제작하며 얻었던 노하우를 아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는 것입니다. AAA급 타이틀을 만든 개발자든, 인디게임 개발자든 노하우를 아주 기꺼이 내놓습니다. 기업비밀 같은 게 없나? 싶은 수준으로요. 그리고 그런 팁을 활용해 더 발전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강임성 디자이너는 해외 개발자들의 마음가짐을 길게 설명하는 대신, ‘오버워치’ 사운드 세션에서 나왔던 멘트를 전해줬습니다. ‘오버워치’ 사운드 세션 연사 스콧 라울러(Scott lawlor)는 강연 말미에 “이건 그동안 GDC에서 들었던 다른 (사운드) 발표들에서 영감을 받은 기능이다. 고맙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준비한 거고, 여러분이 영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즉,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배우며 성장한다는 거죠.


▲ GDC 2016을 방문한 수많은 개발자

이처럼 개발자들에게 있어 GDC는 다양한 개발 팁을 얻을 수 있는 보고입니다.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든 가고 싶겠죠. 다만 태평양 건너 먼 나라 미국에서 열려서, 비행기 티켓이나 숙박비 등 제반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게 문제입니다.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처럼 큰 개발사는 회사 차원에서 보내줄 수 있겠지만, 작은 회사들은 아무래도 어렵죠.

그러나 국내에도 대표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가 있습니다. 다소 규모는 줄었지만 아직 건재한 KGC, 매년 규모가 커지고 강연 테마도 다양해지는 넥슨의 NDC 두 가지입니다. 이런 행사에서는 국내 개발자들이 연사로 참여해 다양한 노하우를 전해주죠. 사실 아직까지는 컨퍼런스가 있어도 개발 일정이 바빠 외부로 나오지 못하는 개발자들이 많은데요, 앞으로는 현업 종사자들이 서로 지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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