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형제팀, 삼성 화이트 vs 블루

삼성 화이트의 무서운 점은 세계에서 가장 전략적인 팀이란 것이다. 상대는 초반 라인전 단계에서 눈에 띄는 손해를 입거나 팀 단위 전투에서 대패한 것도 아닌데 중반 이후부터 서서히 승기를 잃어버린다. 삼성 화이트가 완전히 우위에 서는 순간까지 이러한 압박은 계속 된다.

아울러 삼성 화이트의 전략은 유연성까지 갖추고 있다. 상대가 교전 능력이 뛰어나다면 절대로 싸워주지 않으며, 반대로 상대가 약하다고 판단되면 초전에 박살을 낸다. 4강 진출팀 가운데 독보적인 데스 대비 킬수는 삼성 화이트가 모든 경기를 자신들의 뜻대로 조율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국내팀을 상대로는 삼성 화이트가 자랑하는 탈수기도 다소 빛이 바랜다. 압박 전략에 처음 당해보는 해외팀과는 달리 국내팀들은 삼성 화이트와의 경기 경험이 많고,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파훼법을 만들기도 했다. 하물며 바로 옆에서 삼성 화이트를 지켜보는 삼성 블루는 탈수기 전략의 빈틈을 꿰뚫어 보고 있다.

삼성 블루가 국내 최강자의 반열에 오른 반면, 삼성 화이트는 2인자에 머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삼성 블루는 팀 단위에서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교전 능력이 뛰어난 팀이다. 이에 반해 삼성 화이트는 상대를 서서히 말려버리는 전략적인 경기 운영이 강점이다. 그러나 삼성 화이트의 전략은 삼성 블루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형제팀과의 내전을 상정한 히든 카드라도 있지 않는한 삼성 화이트의 모든 패는 삼성 블루에게 이미 읽히고 있는 셈이다.

전략이라는 강점이 사라졌을 때 삼성 화이트는 삼성 블루의 교전 능력을 감당할 수가 없다. 치열하기로 유명한 삼성 구단의 내전에서 삼성 화이트가 승리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과연 삼성 화이트가 롤드컵에서 삼성 블루를 꺾는 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