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위닝일레븐 온라인’ 이 발표되던 날 기자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졌다. 대학 시절, 전공 수업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위닝일레븐’ 이 온라인화 된다니! 이제 꼴보기 싫은 ‘피파’ 팬들의 우쭐거리는 모습을 다시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에 그날 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행보는 외줄을 타는 것마냥 위태로웠다. ‘지스타 2011’ 에서 처음 모습을 확인했을 때도 처음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끄는 게임이 아니었고, 이후 진행된 비공개테스트 역시 별다른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좋게 말하면 과거 플스방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주는 그래픽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렇게 추억과 초라함의 경계에 서 있던 ‘위닝일레븐 온라인’ 은 넥슨의 ‘피파 온라인 3’ 와 비교되면서 초라함 쪽으로 기울어졌다.
사실 지난 2012년 12월 27일, ‘위닝일레븐 온라인’ 이 공개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기자는 ‘피파 온라인 3’ 와 멋진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기존 ‘피파 온라인 2’ 의 인기를 등에 업은데다 서비스도 먼저 시작한 ‘피파 온라인 3’ 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리그 오브 레전드’ 와 ‘카오스 온라인’ 정도의 구도는 이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비스 3주차를 넘겨 4주차를 향해 달려가는 지금,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성적은 참담하다. ‘피파 온라인 3’ 가 콘텐츠 부족이라는 폭탄을 안고도 온라인게임 인기순위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을 때, ‘위닝일레븐 온라인’ 은 잠시 하위권에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나름 ‘피파 vs 위닝’ 에 대해 방송 인터뷰까지 하면서 ‘위닝일레븐 온라인’ 을 옹호했는데, 지금 결과를 보면 왠지 민망하다.
‘피파’ 와 함께 세계 양대 축구게임이라 불리우는 ‘위닝일레븐’ 의 온라인 버전인 ‘위닝일레븐 온라인’ 은 어쩌다 '피파' 와 달리 부진한 성적만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을 찾고자 ‘위닝일레븐 온라인’ 을 세포 단위로 해부해보았다.
▲ 날 해부하겠다고?
도저히 익숙해지기 힘든 최적화
‘위닝일레븐 온라인’ 에 처음 접속하면 메인 타이틀 화면이 보인다. UI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 블루 톤 계열의 깔끔한 버튼 배치는 세련된 느낌을 주며, 게임 중 로딩 화면에서 표시되는 로고 표시 역시 상당히 부드럽다. 메뉴 화면만 보자면 ‘피파 온라인 3’ 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최적화다. 게임성을 본격적으로 파보기도 전부터 짜증이 솟구치는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다.
가장 거슬리는 점은 로딩이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로딩이 길다거나 자주 발생한다는 푸념이 아니라, 로딩 중에 유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먼저, 공식 사이트에서 로그인 버튼을 누르면 게임 실행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아주 잠깐 표시되는 업데이트 확인 창을 제외하면 아무 창이나 메세지도 뜨지 않은 채 짧으면 10초, 길면 20초 가량의 시간이 흐른다. 게임 실행을 위한 로딩인 셈인데, 이 시간 동안 유저는 불안에 떨며 텅 빈 웹사이트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아무 소식 없이 어느 순간 갑자기 실행되는 게임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 일단 청색 빛깔 계열의 세련된 UI 자체는 합격!
(게임에 져도 기분 나쁘지 않으려고 게임메카 장제석 기자의 이름을 멋대로 빌려썼습니다)
▲ 화면이 넘어갈 때의 이펙트도 그 자체만으로는 합격이다
▲ 일단 게임을 시작할 때 부터 배려심 없는 로딩 화면을 아무 말 없이 보고 있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실행된다고 해서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일단 아주 사소한 부분. 예를 들면 메뉴를 이동하는 중간중간에 1~3초 정도의 짧은 로딩(랙으로 보이는 수준의)이 발생하는데, 이 때마다 마우스가 살짝 멈춘다거나 화면이 순간적으로 무반응 상태가 된다. 마치 게임이 다운될 것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 내 마우스 움직임이 부드럽지 못하다거나, 버튼 반응이 미묘하게 느려지는 등 정말 사소한 부분들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 한 느낌이다. 최신형 컴퓨터에서도 상황이 별반 나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클라이언트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인다. 경쟁작인 ‘피파 온라인 3’ 가 로딩 중간에 부드러운 이펙트 효과를 삽입해 게임 전반의 환경을 부드럽게 포장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도 아마추어틱하다.
로딩에 대해 추가로 불만사항이 있다면, 전술 설정에 게임 준비 시간 정도의 로딩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어느 게임이든 리소스가 큰 고급 메뉴로 이동하려다 보면 어느 정도의 로딩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전술 설정은 상당히 심플하다. 이동 방향이나 선수 배치, 역습 등의 작전 설정, 코너킥과 프리킥 담당 설정, 선수 움직임 지시 등이 전부며, 특별한 기능은 없다. 겨우 이런 전술 설정 화면으로 넘어가는 데 길면 10초 이상의 로딩이 걸리고, 나오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콘솔에서도, PC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이 정도의 전술 변경을 위해 긴 로딩 시간을 할애하는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창 모드가 공식적으로 지원되지 않는데다 ‘Alt+tab’ 키를 억지로 막아놓은 것도 실소를 자아낸다. 기본적으로 ‘위닝일레븐 온라인’ 에는 창 모드 설정 기능이 없다. ‘Alt+Enter’ 를 이용해 창 모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긴 한데, 게임 어느 곳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자유게시판에 검색이라도 해 보지 않는 이상 알지 못하는 구조다. 심지어 경기를 시작하면 강제로 전체 화면 모드로 변환되며, 울고 불고 떼를 써봐도 창 모드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많은 부분에서 불편을 초래한다. 게임을 하다가 잠시 웹브라우저로 검색을 하고 싶을 때, 다른 프로그램을 만지고 싶을 때, 외부 설정을 하고 싶을 때… 아무리 ‘Alt+tab’, ‘Ctrl+Alt+Delete’, ‘Window+D’ 등을 눌러 보아도 게임은 요지부동이다. Alt+Enter로 창 모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모르는 유저가 게임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게임을 끄거나, 혹은 로딩이 발생하는 아주 짧은 시간에 타이밍에 맞춰 ‘Alt+tab’ 을 필사적으로 누르는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게임패드 설정하기 기능이 게임 외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어 있는데, 연습 경기를 하면서 게임 패드를 설정하기 위해 게임을 반복해서 끄고 켜는 촌극이 생기기도 한다. 게임에 집중하라는 의도 같은데, 유저 입장에선 마냥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부분이다.
▲ 메뉴가 뜰 때 마다 화면이 '끼긱- 끼긱-' 하며 멈춘다
▲ 이 심플한 전술 메뉴를 불러오는 데 로딩이 10초 가까이 걸리다니…
사실 이런 눈에 보이는 부분은 약과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클라이언트는 심각하게 불안하고, 무겁고, 약하기 때문에 Alt+tab 이라도 막아 놓지 않으면 불안했을 것이다.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바로 영상 캡쳐 프로그램 ‘Fraps’ 랙 효과, 그리고 '설정 초기화 현상' 이다.
‘Fraps’ 랙 효과는 랭크 경기건 리그 경기건 ‘Fraps’ 의 영상 녹화 기능을 켤 경우 게임의 속도가 거의 1/3 수준으로 느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악용하면 게임의 속도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으며, 상대방의 짜증을 유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 ‘위닝일레븐 10: 라이브웨어 에볼루션’ 시절 해외 유저들과 PS2로 네트워크 대전을 즐기면 간혹 게임이 느릿느릿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2013년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줄이야… 매우 대중적인 프로그램 ‘Fraps’ 조차 막지 못한다는 것은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현 상태를 절실히 드러내준다. 재미있는 점은, 상대방의 게임 환경에 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도로 경기 중 '‘Ctrl+Alt+Delete’ 를 누르면 강제로 몰수패 처리되는 기능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구멍이 뻥뻥 뚫린 보안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설정 초기화 현상' 은 유저가 공들여 설정해 놓은 키보드나 조이패드 키 설정이 계속해서 초기화되는 것이다. 기자는 레이저 게이밍패드 ‘ONZA’ 를 사용하는데, 키 설정 프로그램을 끄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현상 때문에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시간이 지나자 패치 효과인지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아직도 키보드와 조이패드의 키 설정이 초기화되는 문제로 불만을 토로하는 유저들이 꽤나 많은 형편이다. 이에 대한 FAQ 역시 매우 빈약하고 기본적인 수준이라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 정지 화면이라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1/3 속도로 가고 있습니다
캐쉬를 지르지 않으면 네 앞에는 거지의 길 뿐이다?
다음은 콘텐츠 부분에 대한 평가다. 솔직히 말하자면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콘텐츠는 게임 플레이 외에는 모조리 기대 이하다. 비약하자면 차라리 과거 지스타 시연 버전처럼 ‘경기하기’ 와 팀 고르기 버튼 하나만 있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일단 게임을 하다 보면 돈을 써야 하는 부분이 엄청나게 많다. 선수 카드 뽑기와 재계약은 기본이다. 뽑은 선수의 훈련 방향을 정하는 데도 돈이 들며, 이마저 랜덤인데다 심지어 꽝도 존재한다. 기자는 주전 골키퍼의 성장 방향이 ‘공격’ 으로 되어 있길래 이를 바꾸려고 성장 방향을 20여 번이나 변경해 겨우 '방어' 능력치로 설정할 수 있었다. 10만 GP에 가까운 돈을 들여서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선수마다 정해져 있는 성장 부스터값(성장치에 도움을 주는 등급)을 올리는 데도 돈이 들며, 역시 꽝이 존재한다. 이에 더해 체력 물약이나 컨디션 물약(위닝일레븐을 해 본 유저라면 컨디션과 체력의 중요성을 알 것이다), 부상 치료약을 사는 데도 상당한 돈이 들어가며, 멀티 포지션 훈련에도 꽤 거금이 들어간다.
처음부터 설명하자면, 게임을 시작한 후 선수 카드를 뽑아 스쿼드를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거금을 투자해야 한다. 이후 주전과 보결 멤버가 어느 정도 결정되면 성장 방향과 성장 부스터를 갖추기 위해 또 많은 돈이 들어간다. 멀티 포지션 훈련까지 하고 싶다면 돈이 더더욱 필요하다. 중간중간에 컨디션이나 체력, 부상 등을 해결하려면 돈이 추가로 들어간다. 게다가 선수가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 업그레이드를 해 줘야 하는데, 여기서도 돈이 들어간다. '야구 9단' 을 해 본 게이머들이라면 매우 익숙한, 그런 시스템이다.
▲ '위닝온라인' 의 아이템은 마치 세금 같다. 뜯을 수 있는 곳에서 다 뜯어간다 (명언출처: 게임메카 크앙)
▲ 세금으로 모든 돈을 뜯긴 나는 파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수익 모델이 적용되지 않은 공개서비스(OBT) 기간이고,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OBT 이벤트를 통해 계속해서 돈과 아이템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벤트로 얻는 부수익 없이 경기 수당만으로 팀을 꾸려나가기엔 힘겨운 점이 많고, 초반에 제공받은 100만GP가 떨어지고 나면 재계약만으로도 빠듯하다.
여기까지 듣고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아닌가? 라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점은 이벤트가 끝난 후, 상용화 모델이 도입된 정식서비스 이후다. 벌써부터 ‘충전’ 버튼이 마련되어 있는데다, 비활성화 메뉴를 보면 선수 보관함 슬롯 확대나 리얼팀 카드, 능력치 업그레이드 기능 등도 암시하고 있다. 이벤트로 번 돈을 펑펑 쓰는 것에 길들여진 유저들이 정식서비스 이후에 경기 수당만으로 팀을 꾸려갈 수 있을까? 아마도 ‘야구9단’ 처럼 자신의 실력보다는 현금을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 그나마 지금은 OBT 관련 이벤트 보상으로 근근히 버티지만... 나중엔 어쩌지? 소고기나 구워 묵나?
▲ 왼쪽에 비활성화 된 아이템 관련 도움말 메뉴들을 보니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 국민연금처럼.
과거의 향수? 시대에 뒤떨어진 낙오자?
다음은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진가, 게임 플레이 부분이다. 앞서 프리뷰와 체험기, 리뷰 등을 통해 언급했다시피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게임성은 과거 PS2로 출시된 ‘위닝일레븐 10’ 이전 시리즈와 PS3로 출시된 ‘위닝일레븐 2008’ 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한없이 PS2 시절에 가깝다.
일단 기본적인 그래픽과 물리 엔진, 모션 등은 PS2 시절의 ‘위닝일레븐’ 시리즈에 약간의 스킨을 덮어씌운 수준이다. 얼핏 보면 그래픽이 꽤 좋아진 것 처럼 보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PS2 시절의 그래픽에서 경기장 효과나 전체적인 톤 정도만 바뀌었을 뿐이다. 패스 플레이는 강약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확실히 최근 발매되는 ‘위닝일레븐’ 시리즈에 비해 쉽고 간결하며, 와이드 카메라 외에 더 멀리서 경기장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 카메라 모드가 도입되어 전황을 한 눈에 확인하면서 게임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과거 PS2 시절 볼 수 있었던 익숙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며, 그때 그 느낌을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패스 강약 조절 기능이나 방향성, 전술 등의 부분에는 PS3로 넘어오며 생긴 신기능들이 조금씩 도입되었다.
개인적으로는 PS3로 넘어온 게임도 마음에 들지만 PS2 시절 ‘위닝일레븐’ 을 조금 더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현재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게임성이 나름 마음에 든다.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닝일레븐 온라인’ 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것이며, 과거 플스방 유저였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 오, 추억의 스멜
그런데, 막상 뚜껑을 까 보니 호불호는 커녕, 대부분의 유저가 ‘위닝일레븐 온라인’ 에 혹평을 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PS2 시절을 추억하는 유저는 ‘패스 시스템 등이 이상해져서 재미없다’, PS3 시절에도 꾸준히 ‘위닝일레븐’ 을 즐긴 유저는 ‘너무 옛날 느낌이라 하기 싫다’ 라는 반응을 보인다. 여기에 ‘피파 온라인 3’ 를 한 번이라도 해 본 유저들은 두 게임의 퀄리티를 비교하며 진저리를 친다. 여기서 말하는 퀄리티란 그래픽 외에도 게임에 사실감을 부여하는 각종 게임 속 기능들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원작에선 찾아볼 수 없던 몇 가지 에러 요소들이 눈에 띄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크로스를 올릴 시 적절한 위치에 있는 선수가 아닌 엉뚱한 선수에게 커서가 옮겨진다거나, 골키퍼의 골킥 시 수비수가 너무 멀리 나가 있어 땅볼 패스를 줄 경우 거의 100%에 가깝게 공을 빼앗기게 되는 등 어이없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된다. 현 콘솔은 물론, PS2 시절에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기본적인 에러다.
해설 또한 매끄럽지 못하다. 원래 ‘위닝일레븐’ 시리즈가 해설이 썩 좋진 않았지만, 이번 ‘위닝일레븐 온라인’ 은 이상하리만치 해설이 ‘꼬여’ 있다. 다시 말해, 한 마디 한 마디는 나쁘지 않지만, 그 대사의 연결과 조합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자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들었던 해설 대사들이다. 여기 나온 문장들은 게임 내에서 0.5초 정도의 간격을 두고 연속해서 나온 대사라는 것을 기억하고 다음 문장을 읽어보자.
“견고한 수비!” “견고한 수비를 보여줍니다.”
“볼 경합을 벌입니다!” “볼 경합을 벌이네요.”
“서형욱 위원, 어떻게 보십니까?” “네!”
(후반 30여분이 지난 상황) “제라드, 오늘은 미드필더로 나섰습니다.”
“~~~~한 상황이었는데요! 서형욱 위원!” “네 말씀하시죠!” (이후 침묵 이어짐)
이런 중계를 듣고 있으면 게임에 집중하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혼란이 온다. 나중엔 아예 사운드를 끄고 게임을 진행했는데, 승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어설픈 중계 해설이 게임의 맛을 살리긴 커녕,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는 증거다. 도매급으로 욕을 먹고 있는 서형욱 위원이 불쌍해질 정도다. 다시 말하지만, 녹음 자체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조합이다.
▲ 골 킥 상태에서 땅볼 패스를 누르면, 수비수에 도달하기 전에 공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 차라리 사운드를 끄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 승률이 높을 정도!
위에서 언급한 게임성에 대한 비난은 사실 원작이 없는 신작 게임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을 정도의 자잘한 부분이기도 하다. 느껴지그러나 어디까지나 축구게임계의 양대산맥 ‘위닝일레븐’ 을 토대로 하고 있는 한, 적어도 원작(그것도 7~8년전 게임)보다 못한 부분이 보여서는 안 된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에 쏟아지고 있는 비난에는 이러한 심리가 상당수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같이 게임 할 사람이 없어
‘위닝일레븐 온라인’ 은 게임 외적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게임 홍보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픈 당시에는 네이버와 네이버 스포츠를 통해 조금 광고가 걸리더니, 그 이후로는 게임 홍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네이버 스포츠 메인에서도 내려갔다.
물론 물량을 쏟아붓는 과다 홍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홍보 전략은 확실히 실패작이다. 입소문으로 유저를 끄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아예 사람들이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출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다 입소문도 퍼지질 않는다. 애초에 타겟 유저층이 평소 '피파 온라인 2' 등의 축구게임을 자주 즐기지 않는 과거 '위닝일레븐' 시리즈의 팬들 아니었나? 실제로 옛날에 같이 플스방에 다니며 ‘위닝일레븐’ 을 하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오픈을 아는 사람은 고작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그마저도 한 번 해보더니 더 이상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다.
▲ 18일 네이버스포츠 메인, '위닝온라인' 의 '위' 도 찾아볼 수 없다. '아스타' 광고가 깨알같다
그렇다면 대체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유저는 어느 정도일까? 공식 발표된 결과가 없으니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는 알 수 있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의 핵심 콘텐츠는 CPU와 즐기는 ‘리그 매치’,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와 즐기는 ‘랭크 매치’ 다. 이 중 랭크 매치의 경우 전 유저 가운데 내 성적이 표시된다. 17일(목) 오후 기준 0승 0무 0패의 감독으로 접속해 보니 8,679위를, 18일 오전에는 8,720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경기에서 패할 경우 순위가 변동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0승 0무 0패보다 높은, 즉 ‘랭크 경기에서 1무라도 거둔 유저’ 가 8천명을 약간 넘는다는 것이다. 동시 접속자수가 아닌 전체 랭크매치에 등록된 유저 수다. 랭크 매치를 즐기지 않는 '싱글 플레이 only' 유저들을 포함하더라도, 전체 유저 수가 대충 짐작이 가지 않는가?
더욱 난감한 점은, 단 1승만으로 단숨에 4,000계단 가까이 뛰어올라 4,762위에 랭크되었다는 것이다. 즉,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지 20일이나 지난 게임에서 1승 혹은 1무만 기록한 채 더 이상 랭크 매치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4,000명 가까이 된다는 소리다. 이들은 사실상 게임을 제대로 즐긴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니,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 수는 훨씬 적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서비스 4주차에 접어든 오늘(18일), 랭크매치 Top 100 유저들의 성적을 보면 7~80승에 승률 6~70% 정도 되는 유저들도 눈에 띈다. 80승에 승률 60%면 총 130 경기 정도를 뛴 셈인데, 이 정도가 ‘위닝일레븐 온라인’ 하드코어 유저 100위 안에 든다는 것이다. 다른 축구게임이라면 어림도 없는 수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랭킹 매치에서 대전 상대를 찾더라도 유저가 없기 때문에 경기가 이루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나마도 실력에 맞지 않는 유저끼리 붙기 십상이다. 기자의 경우 4,762위의 계정으로 랭킹 매치를 뛰었더니 1분 만에 100위대 유저와 맞붙여졌다. 게임메카 온라인게임 인기순위 진입 3주 만에 Top 50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 Top 100 안의 유저들 승 수와 승률, 100등 안의 유저들인데도 생각보다 낮은 편이다
▲ 랭크 매치 한 번 하기 위한 대기시간이 5대 5 게임인 'LOL' 보다 길다니
▲ 친선 경기 방 목록, 눈물이 난다
'피파온라인1' 이 생각난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왠지 ‘위닝일레븐 온라인’ 에 대해 나쁜 점들만 주구장창 얘기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사실 과거의 게임성을 선택했다는 부분만 제외하면, 나머지 지적 하나하나는 다소 작은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합쳐지니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게임이 전체적으로 어설퍼 보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위닝일레븐 온라인’ 이 기대 이하로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원인이다.
과거엔 ‘피파는 게임성, 위닝은 사실성’ 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두 게임은 하나의 정점. 즉 실제 축구의 길을 향해 달려가며 서로 닮아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에서는 ‘피파’ 가 패키지의 품질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할 동안, ‘위닝일레븐’ 은 과거의 영광만을 바라본 것 같아 아쉽다.
사실 ‘위닝일레븐 온라인’ 이 계속해서 혹평을 받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피파 온라인 3’ 와 비교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피파 온라인 3’ 또한 과거 ‘피파 온라인 1’ 시절에는 큰 이슈를 끌지 못했다. 계속해서 온라인에서의 노하우를 쌓고, 게임을 발전시키다 보니 ‘국민 축구게임’ 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위닝일레븐 온라인’ 이 벤치마킹 해야 할 요소는 바로 이런 게 아닐까?
▲ 언젠가는 원작만큼의 영광을 기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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