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를 활용한 그림 그리기 툴이 다수 등장했지만, 누구나 고품질 일러스트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코딩에 가까울 정도로 세세한 상황과 요소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데요, 필자 [진석이] 님과 함께 AI 일러스트 프로그램의 현황과 다루기 어려운 점을 재미있게 묘사한 [AI야 소녀를 그려줘] 코너를 통해 확인해 보겠습니다.
오랜만에 무협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귀곡팔황(Tale of Immortal) 이라는 게임을 구매했지. 플레이하다 뭔가 이상해서 찾아보니 무협이 아니고 선협(도술을 익혀 신선이 되는) 장르였어. 사실 선협 장르라는 건 이 게임을 통해 처음 겪어봤는데, 강도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리니 강도의 친족이 날 죽이러 오더라고. 강호의 도리는 없는 세계인가 싶었어.
그래도 동양풍은 맞으니 분위기부터 잡고 가자.
“오리엔탈 스타일, 안개 낀 대나무 숲에 있는 소녀를 그려줘”
안개 낀 대나무 숲에 동양풍 옷까지. 잘 구현했군.
오리엔탈 스타일 태그가 잘 먹혀서 다행이야.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자.
일단 바둑을 두는 할아버지를 만나는 걸로 시작해 볼까?
“삿갓을 쓰고 바둑을 두는 신비한 할아버지”
바둑이 조금 이상한데? 바둑판 위에 냄비를 올려두다니, 뺨 맞을 짓이야.
혹시 바둑판을 식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명색이 AI면서 바둑, 이세돌, 알파고 몰라?
아무튼 신비한 노인과 대화하고 나서 숲을 나서면 전투가 발생한다!
“대나무 괴물, 요괴와 전투, 전투 자세, 권법”
대나무 요괴라고 했는데, 그저 초록색일 뿐인 오크가 나왔다.
그래, 언젠가 오리엔탈 세계관을 깨부수는 뭔가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어.
뭐, 그래도 저렇게 생긴 동양 요괴도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
오크... 아니, 대나무 요괴를 정리하고 숲을 벗어 나면 보이는 건!
“두 명의 고수가 싸우는 중에 용이 난입해서 번개를 내려친다!”
이건 용이 아니라 서양의 드래곤이야!
아까 한 번 넘어가 줬다고 여기까지 와? 보자보자 하니까...
오리엔탈 스타일로 가자 좀.
날개가 없고 길쭉한… 도마뱀이라고 하면 나오려나? 그냥 동양의 용 자료를 조금만 쓰자.
“보라색 번개를 내려치는 동양의 용”
왠지 용이 아닌 다른 전설의 생물 같지만,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절벽에 서 있던 두 명의 고수가 서로 싸우려다 용에게 벼락을 맞고 쓰러지는데...
용은 상서로운 동물이니 벼락에 맞은 고수들은 놔두고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아니 내가 게임에서 도와주려다 강도당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쓰러진 사람을 보살피는 소녀”
흐음 수상한 구도가… 하지만 내공을 주입해야 치료를 하니까...
그런데, 뒤에 서서 지켜보는 남자는 뭐야?
“뒤에서 지켜보는 남자에게 기습 공격!”
동반 수련을 하려는 소저들 사이에 끼어드는 소협은 용서치 않아요.
흥이 식어버렸으니 그냥 스토리를 진행하겠다.
“동양풍 시골 마을, 초가집, 논”
뭔가 시골 같기도 하면서 묘하게 관광지 느낌이 드는 곳이네.
마을에서 대화를 들어 보니 우공이라는 노인이 산에 길을 만들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산이 다시 복구된다는군. 일명 우공이산(愚公移山).
산신이라는 자가 이러한 천인공노할 짓을 하고 있다고 하니, 산신을 죽이고 강호의 도리를 바로잡는 것이 목표다.
“산맥에 숨겨진 동굴, 그리고 산신!”
아니, 이건 산신이 아니라 그냥 민간인이잖아. 또 어느 세계에서 튀어나왔냐고.
혹시 새로운 캐릭터 등장시킬 때마다 동양풍임을 강조해 줘야 하나?
“목(木)속성 무공을 사용하는 동양풍 인간 여성”
장르가 선협이라서 그런 건지, 이 게임은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일단 싸우고 본다!
산신과 첫 전투는 패배 이벤트가 나오지!
“도망치는 소녀, 나뭇잎을 바늘처럼 쏘아내는 산신!”
산신과의 전투에서 패배 후 강해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좋은 기운이 가득 찬 곳에서 내공을 모으는 것이지.
“푸른 기운이 가득한 곳에서 가부좌를 튼 소녀”
푸른 기운이 있는 곳에 오래 있었더니 얼굴에 퍼런기가 도네. 창백해졌어.
가부좌를 모를 경우 책상다리, 양반다리 등을 쓰려 했는데, 예상외로 잘 나오는군.
"파란 기운 좀 보정해 봐"
뭔가 제대로 그렸다 했는데, 자세히 보니 손에 찻잔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늦게 알아차렸다.
푸른 기운, 영기를 흡수하여 다음 경지로 올라갔다.
그리고 비급서를 사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므로 도적을 토벌한다.
“도적 떼와 싸우는 소녀, 이펙트, 다이나믹 액션!”
싸우는 건 좋은데 이펙트가 약해.
힘을 얻었으니 도적 정도는 추풍낙엽처럼 날려버려야지.
“추풍낙엽처럼 날아가 버리는 도적들!”
가을바람에 낙엽이 날리는 날, 천명을 따라 세 명이 의형제를 맺는 것도 아니고 뭐 하는 거야?
도적과 의기투합하던 말던 어쨌든 돈만 벌면 된다! 그것이 선협이라는 장르 아닌가? 아닌가!
무공을 배우는 장면은 기를 모으는 거랑 비슷하니 생략한다.
다시 산신과 전투다!
“숨겨진 동굴 안, 산신과의 전투!”
이번엔 다르다!
무공으로 승부를 보자!
“파쇄권! 무수한 주먹의 그림자가 날아가는 효과!”
오라오라 러시! 이걸로 끝이다!
산신을 죽여서 진법을 깨면 산에 길이 생긴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산에 길을 만들고 멀리 떠나는 소녀”
우공은 너무 멀리 떠나버린 소녀를 기렸다.
GAME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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