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레전드 아르세우스(이하 아르세우스)’의 독무대였던 지난 달은 마땅한 인기 타이틀을 보여주지 못했던 플레이스테이션(이하 PS) 진영에게 제법 아쉬운 달이었다. 그러나 PS의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AAA급 오픈월드 3대장 ‘다잉 라이트 2,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엘든 링’이 각각 2월 초순, 중순, 하순에 출시되며 ‘일 보 후퇴 뒤 삼 보 전진’을 보여줬다.
특히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와 ‘엘든 링’은 PS 진영에 있어 단비와도 같은 타이틀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용산전자상가 부근에서는 ‘엘든 링’ 랩핑이 된 대형 버스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기에 9년만에 찾아오는 레이싱 시뮬레이션 ‘그란 투리스모 7’, 초현대적 도시와 전통 사원이 뒤섞인 묘한 오컬트 액션 어드벤처 ‘고스트와이어: 도쿄’가 출시를 앞두고 포스터 등으로 출시 임박을 알려 PS 매장은 이전에 비해 확실히 생기가 도는 모습이었다.
‘아르세우스’로 높고 뚜렷한 인기를 구가하던 닌텐도 진영은 이에 맞서 고전 SRPG 감성을 살린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와 30주년 기념작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로 수성전에 돌입했다. 바야흐로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는 치열하고도 반가운 천하양분지계의 형상이었다.
엘든 링이 왕좌를 차지했다
‘엘든 링’은 오픈월드 3대장 중 최종보스로서 그 위엄을 제대로 드러냈다. PS에만 출시된 게임이 아님에도 출시 당일 오후에 방문한 용산 PS샵에서는 벌써부터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도 이미 보장된 퀄리티의 작품이었던 덕에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용산에 위치한 ‘게임몰’ 관계자에 따르면 “아쉽게도 다잉 라이트 2는 기대한 만큼의 판매량을 보이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는 국내에서의 인기가 앞서 말한 두 작품에 비해 낮았고, 결과물 또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평작 정도에 그친 것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엘든 링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보기 위해 발매 당일 매장을 방문했지만, 비교적 매장은 한산한 편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 문제로 대부분의 예약구매자들이 택배수령을 선택하거나 다운로드 판을 구매해, 타이틀의 인기가 좋아도 이전처럼 매장에 줄을 서거나 진을 치고 구매하는 사람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PS 플러스 매장은 어느 정도 활기를 띄고 있었다. 수량이 부족했던 PS5의 판매가 추첨제로 변경되며, 판매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달리 당첨된 사람들이 직접 인증 후 플러스 매장을 방문해 PS5 기기를 수령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PS5를 수령하며 타이틀을 구매하는 게이머들도 간간히 만날 수 있었는데, 구매하는 PS5 타이틀로는 역시 ‘엘든 링’이 압도적 인기를 차지하고 있었다.
외에도 간간히 팔리는 타이틀로 지난 24일 출시된 ‘소피의 아틀리에 2’가 기대에 부합하는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PS 진영 의외의 기대작으로 불렸던 ‘시푸’의 경우 비교적 아쉬운 판매량을 보였다.
의외의 복병, 닌텐도계의 허니버터칩 ‘냥코 대전쟁’
닌텐도 진영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독특한 순위 변경이었다. 한동안 이변이 없었던 인기 순위에 뜬금없이 ‘둘이서! 냥코 대전쟁’이 4위에 등극했기 때문이다. 용산 아이파크 대원샵 관계자는 “세뱃돈을 가지고 게임을 사러 오는 저연령층 학생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재미있다는 입소문과 구하기 힘들다는 평이 더해져 도리어 구매자들이 늘어나, 마치 예전 ‘허니버터칩 대란’을 보는 듯하다”는 말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이 현상은 가족 방문이 비교적 높은 대원샵 뿐만 아니라 국제전자상가에 위치한 다른 매장 등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그래도 1위는 단연 ‘아르세우스’의 몫이었다. 판매량도 출시 시점에서 별다른 하락세를 보이지 않아 현재까지도 품절 현상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의외의 점은 ‘아르세우스’ 판매량이 ‘포켓몬스터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이하 브다샤펄)의 상승세를 돕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한 최신 타이틀이 잘 나갈 경우 전작 또한 구매량이 같이 오르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아르세우스’의 경우에는 오직 본인만이 독주했다”는 것이 대원샵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현상은 30주년 기념작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에서도 확인됐다. 예약주문 수는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별의 커비 스타 얼라이즈’가 판매량이 상승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외에도 오랜만에 출시되는 SRPG 장르 게임인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가 20-30대를 중심으로 예약 주문이 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기대되는 3월, 오랜만에 활기를 띌 수 있을까?
2월은 PS 진영이 겨우 닌텐도를 따라잡았고, 오는 3월은 양 진영마다 각각 콘솔을 대표하는 타이틀이 준비되어 있어 제대로 된 대결 구도를 기대할 수 있겠다. 특히 PS의 경우에는 3월 이후로도 독점작과 서드 파티를 가리지 않고 넓고 고른 신작이 준비되어 있어 한동안 이전과 같은 타이틀 가뭄을 겪을 일도 없어 보인다.
닌텐도 진영의 3월 쟁점은 ‘별의 커비 디스커버리’가 과연 얼마나 높은 판매량을 보여줄 것이냐다. 포켓몬스터 9세대 신규 타이틀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이 올 겨울 발매를 알린 만큼, 한동안 독점 타이틀이 공백기를 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공백기를 과연 별의 커비와 다른 신작들이 잘 채워줄 수 있을 지가 공백기 간 흥망의 쟁점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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