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한국 가정용 콘솔게임에 있어, 1990년대는 짝퉁 게임기의 황금기였습니다.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통해서도 몇 차례 소개해드렸듯,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짝퉁 게임기들이 출시됐죠. 대부분은 기기 스펙이 낮고 보급이 널리 된 패미컴을 기반으로 한 패미클론들이었는데, 자동차 모양부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모양까지 정말 다양한 짝퉁 기기들이 존재했었습니다. 지금은 레어템 취급받고 있지만요.
오늘 소개할 것도 그 중 일부입니다. 얼핏 봐서는 게임기인지 로봇 장난감인지 헷갈릴 정도로 전위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데, 놀랄 만한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제품입니다. 일명, '슈퍼 원더보이' 입니다.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4년 2월호입니다. 색 배열이 애매해서 헤드라인이 잘 보이지 않는데요, 당시 용산에 위치해 있던 삼일전자 광고입니다. 광고 내용을 살펴보면 매장 리뉴얼을 진행했고, 이에 따른 할인판매도 실시한 듯 합니다. 모든 구매/교환 고객에게 고급 전자손목시계를 증정한다는 멘트가 가장 인상적이네요.
그러나, 이 광고의 핵심은 저게 아닙니다. 바로 뒤에 흐릿하게 나와 있는 정체불명의 기기에 자꾸 눈길이 가네요. 얼핏 보면 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 같기도, 우주전함 같기도 한 저 물건의 정체는 뭘까요?
저 제품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는 조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게임챔프 1993년 8월호 특별부록 광고에 실려 있습니다. 이 기기의 이름은 무려 '슈퍼 원더보이'. 동명의 게임이 있긴 한데 그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게임기로 보입니다. 화질이 그리 좋지 않아서 어떤 게임기인지 확정짓기가 어렵긴 한데, 컨트롤러 소켓이나 팩 삽입구 형태 등으로 볼 때 슈퍼패미콤 짝퉁일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막상 '기종은 8비트'라는 설명을 보면 오리지널 패미콤 기반 패미클론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무려 게임시간조절장치가 부착돼 있다는 겁니다. 아마 가장 위쪽에 보이는 액정 달린 동그란 물체가 그 장치인 것 같은데요, 게임 시작 60분이 지나면 경고음이 발생하고 경고등이 작동한다고 합니다. 당시 서서히 고개를 들던 게임 과몰입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심리를 대변한 장치로 보이는데, 지갑을 쥐고 있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기기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장 기능이 없던 패미콤 기반이라면 60분만으로 클리어 할 수 있는 게임이 많지 않기에 플레이하는 아이들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기능일 지도 모릅니다.
일단 이 기기에 대한 상세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유명했던 제품이 아닌지 인터넷 상에 정보가 없는데다, 광고에 표시돼 있듯 제조원도 한국이라 해외 자료도 없습니다. 참고로 저 씨에코라는 제작사는 훗날 '장풍 3' 라는 대전게임을 개발하죠. 하필이면 기기명도 유명 게임 시리즈와 겹쳐서 더욱 그렇네요. 혹시 이 기기를 사용해 보셨거나 보유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면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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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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