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90년대 초중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PC통신 채팅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채팅은 지금처럼 움직이는 이모티콘이나 이미지 전달 등은 불가능했고, 오로지 텍스트만 이용하다 보니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독특한 통신어나 텍스트 이모티콘 등이 발달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 그래픽 온라인게임 물결을 타고 새로운 형태의 채팅이 등장했습니다. 게임 내에서 돈을 벌어 자신의 캐릭터를 꾸미고, 이곳 저곳을 이동하며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이른바 '아바타 채팅' 게임이었습니다. 그 중 대표작이 바로 1997년 서비스를 시작한 유리도시인데요, 지금 보면 이게 뭔가 싶지만 텍스트에서 벗어나 화사로운 캐릭터를 움직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7년 5월호와 6월호 뒷표지에 실린 유리도시 광고입니다. 가운데 텍스트가 배경 그림에 먹혀서 그리 보기 좋은 광고는 아니지만, 아바타를 활용한 채팅 위주 게임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전달이 됩니다.
가운데 잘 보이지 않는 텍스트를 해석해 보면, "꿈 같은 세계가 실현되었습니다. '유리도시'는 PC통신 내 XXXX(해석 불가)를 이용하여, 그 안에 구축된 가상세계 '유리도시'에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참여시키는 네트워크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낯선 이와의 예견치 않은 모임, 기상천외한 이벤트, 그리고 스스로 창조하는 즐거움의 세계! '유리도시'의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이 뭔지 아는 사람이 더 적었던 1997년인지라, 이런 설명을 통해 이해시키려 한 것 같은데 가독성이 정말 나쁘군요.
앞서 설명했듯, 유리도시는 채팅과 아바타 꾸미기가 주 콘텐츠였습니다. 오락실이라는 메뉴가 소개돼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했고, 실제로는 월드 곳곳을 돌아다니고, 접속 시간에 따라 주어지는 토큰을 모아 아바타를 꾸미고, 빌라를 임대해 사람들을 초대하며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된 콘텐츠였습니다. 특이한 점은 운영자의 일부 권한을 몇몇 게이머들에게 '도우미' 형식으로 부여한 것인데요, 온라인게임으로서는 꽤나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아래쪽에는 게임 스크린샷이 몇 장 들어 있습니다. 몇몇 독자분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스크린샷일 듯 한데요, 지금 보면 굉장히 촌스럽지만 당시엔 내 캐릭터의 얼굴, 성별, 체형을 내 맘대로 고르고 돈을 벌어 옷이나 액세서리로 꾸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러한 아바타 꾸미기는 인형 옷 입히기나 종이인형놀이의 연장선으로, 2020년 현재도 VR챗 등에서 발전된 형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환경도 지금 보면 이색적입니다. 486 이상 CPU, 256 칼라 이상 모니터, 윈도우 3.1 이상 소프트웨어, 9,600bps 이상 모뎀 등이 눈에 들어오네요. 스크린샷만 보면 얼핏 웹게임이나 플래시게임처럼 설치가 필요 없을 것 같지만, 나름 40MB 이상의 하드디스크 용량을 차지하는 브라우저형 게임이었습니다.
광고 맨 아래쪽에는 당시 막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던 CJ 제일제당 로고가 제일씨앤씨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들어 있고, 개발사인 후지쯔 로고도 있습니다. 참고로 후지쯔는 현재 컴퓨터나 휴대폰, 각종 전자기기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과거 에베루드, 판타스틱 포춘 등을 제작한 게임사이기도 했습니다. 한국후지쯔 역시 국내에서 프린세스 메이커 3~5 등을 유통한 바 있죠. 유리도시 역시 후지쯔가 제작한 게임이니 당연히 일본 서버(일본명 J-Chat)가 있었고, 국내 서비스가 종료되자 몇몇 게이머들은 추억을 찾아 일본 서버를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이와 비교도 되지 않는 화려한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는 게임이 수두룩하고, VR로 실감 나는 체험은 물론 몸짓까지 반영할 수 있는 채팅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23년 전 투박하지만 정감 넘쳤던 유리도시가 그리워집니다.
*덤으로 보는 광고
유비소프트의 고참 캐릭터, 레이맨을 소재로 한 교육용 게임 '레이맨 플러스' 광고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횡스크롤 게임 레이맨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게임 중간중간에 수학과 영어 문제가 나오고 알맞는 선택지로 이동해야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방식의 교육용 소프트웨어입니다.
1997년 당시 교육용 게임들은 대부분 재미 없는 단순 퀴즈 형태였는데, 이 게임은 전작 레이맨 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되다 보니 게임성 면에서도 상당히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레이맨 플러스처럼 재미와 교육을 둘 다 잡는 게임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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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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