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1989년, 윌 라이트가 맥시스에서 개발한 심시티 클래식은 이전까지 파편적으로만 존재했던 경영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확립시킨 작품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습니다. 심시티 시리즈의 성공으로 맥시스는 1990년대 들어 수많은 심 시리즈를 냈는데요, 지구를 무대로 한 심어스, 농장 경영 게임 심팜, 무인도 경영 게임 심아일, 심지어 골프장이나 헬리콥터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골프, 심콥터까지… 그야말로 심 시리즈의 전성기였죠. 물론 지금까지 남은 것은 심시티와 심즈 뿐이지만요.
심 시리즈는 맥시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지만, 사실 심이라는 단어 자체가 시뮬레이션의 앞글자이기 때문에 시리즈 특유 고유성이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지금도 스팀 등에 SIM을 쳐 보면 수많은 XX심, 심XX 게임들이 나오는데, 이 같은 광경의 원조를 따라가 보면 심 시리즈가 한창 유행하던 1990년대로 향합니다. 당시 게임잡지를 보면 간혹 심 시리즈를 표방한 혼종들이 등장하곤 했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위 사진은 제우미디어 PC챔프 1996년 7월호에 실린 심 호스 광고입니다. 영문 철자에도 SIM이 들어가고, 당시 한창 심콥터, 심앤트, 심아일 등 다양한 소규모 스핀오프작을 냈던 맥시스이기에 얼핏 보면 ‘맥시스 신작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제작사와 유통사도 그런 반응을 유도한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이 게임은 맥시스 작품이 아닙니다.
광고 하단을 보면 판매원 애니미디어, 제조원 소프트월드가 나와 있는데요. 소프트월드는 과거 지관(유)라는 이름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한 대만 게임사입니다. 아마란스 시리즈, 8여신 이야기 등을 한국어화 해 국내에 출시한 바 있으며, 동방불패, 의천도룡기, 적벽대전 등을 제작하기도 했죠. 현재도 대만에서는 사업을 유지하며 최대 규모 게임 퍼블리셔로 거듭났습니다. 즉, 이 게임은 대만에서 나온 말 시뮬레이터 게임을 당시 국내에서 유행하던 ‘심’을 붙여 내놓은 작품입니다.
지면을 자세히 보면 게임 스크린샷이 나와 있습니다. 게임이 다소 투박해 보이는데, 처음부터 윈도우가 아닌 도스 환경에서 구동되도록 제작된 게임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말을 구매하고 키우고 경기에 나가 승부를 벌이는 과정이 나와 있는데, 1996년 게임 치고 나름 상당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당시 게임 제작 기술은 국내보다 대만 쪽이 더 높았었죠.
위에서 살짝 언급했듯 이 게임은 망아지를 분양받아 훈련을 시켜 훌륭한 경주마로 키워내고, 경마에 출전시켜 상금을 획득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다시 망아지를 분양받아 키우는 게임입니다. 다만 게임 설명에서는 경마가 어떻고, 배팅금액이 어떻고, 애마용품 점에서 예쁜 아가씨를 만나볼 수 있고… 뭔가 횡설수설합니다. 왠지 대만 현지 게임 설명문구를 직역해 놓은 것 같은 것은 제 착각일까요?
맥시스 심 시리즈와는 아무 상관 없는 심 호스 광고를 살펴봤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게임을 1999년인가 2000년쯤 동네 좌판대에서 1,000원~2,000원 정도에 덤핑으로 파는 것을 본 기억이 있는데요, 수많은 시뮬레이션 게임 사이에서 평작 이하로 묻힌 게임인 듯 보입니다. 2019년을 넘어 2020년으로 향해 가는 지금도 수많은 ‘심’ 시리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 게임 중 후대에도 기억될 정도로 게임성이나 상업성을 인정받는 게임이 얼마나 있을 지 궁금합니다.
*덤으로 보는 광고
기왕 말 게임이 나온 김에, 다른 말 게임도 소개해 보겠습니다. 같은 호 잡지에 실린 ‘준마탄생’이라는 이 게임 역시 경마 시뮬레이션입니다. 일본 주간 경마정보지에 연재되고 있던 만화를 경마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었다는데, 목장에서 말을 키워 더비에서 이기고 상금을 받는 것 자체는 위에서 언급한 심 호스와 동일합니다. 다만 만화풍 그래픽을 기반으로 다양한 말과 대화를 나누고 경마 관련 지식을 얻는 등 상호작용 요소를 다수 넣은 것이 특징인 듯 합니다.
1990년대에는 이처럼 경마 관련 전체이용가 게임들이 은근히 많이 만들어지고 수입됐습니다만, 현재는 이런 게임들이 거의 국내에 소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의외로 해외에는 경마 관련 게임들이 지금까지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아마도 당시 국내에서는 이런 게임들이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네요. 실제로 저 게임은 주변에서 구경조차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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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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