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 '악튜러스' 광고가 실린 PC파워진 2000년 1월호 (자료출처: 게임메카 DB)
[잡지보기]
주변을 둘러보면 실제 나이와 다르게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특히 업계 선배라고 하면 왠지 연장자로 보이게 마련입니다. 호칭으로 ‘옹’이 어울릴 듯한 그런 분들이죠. 게임업계에서는 흔히 말하는 1세대 개발자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소개할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나 이원술 손노리 대표 같은 사람들 말입니다.
이들은 국내 PC게임산업이 채 자리잡지도 않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년 넘게 게임업계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터라, 둘 다 1973년생으로 아직 4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옛날부터 '형님'이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납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인간 종족. 어릴 적 모습도 분명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악튜러스’ 광고처럼 말이죠.
▲ 당시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악튜러스'의 발매 연기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이 광고에는 1999년 11월 열린 ‘제 2회 손노리 페스티벌’에서 상영된 ‘악튜러스’ 발매 연기 관련 영상을 캡쳐한 사진이 나와 있습니다. 지금 같아서는 SNS나 유튜브 등의 매체로 영상 광고를 내보냈겠지만, 이 당시만 해도 이를 전달할 매체가 사실상 TV나 PC통신, 초기 인터넷이 전부였죠. TV 광고는 너무 비쌌고, PC통신이나 인터넷은 아직까지 실시간으로 영상을 자유롭게 볼 만한 플랫폼은 아니었습니다. 접근성도 낮았고요. 덕분에 이런 방식의 영상캡쳐 잡지광고가 게임 뿐 아니라 타 업계에서도 꽤나 유행했었죠.
영상을 요악하자면, 그라비티와 손노리가 손잡고 개발하던 세기말 기대작 ‘악튜러스’가 완성도 문제로 발매 연기 상황에 처했다는 내용을 꽤나 코믹하고 재치있게 풀어냈습니다. 완성도를 높이자는 이원술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왠지 발매일을 우선시하는 악역처럼 등장한 위자드소프트 심경주 사장의 대립 구도가 일품이죠.
광고의 클라이막스는 당시 그라비티 수장이었던 김학규 대표, 손노리를 이끌던 이원술 대표의 20대 시절입니다. 솔직히 말해, 김학규 대표는 20여년이 흐른 지금이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간혹 젊을 때 세월을 미리 보내버려(?) 향후 20~30년 간 외모 변화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학규 대표가 딱 그런 케이스인가 봅니다. 이원술 대표는 콧수염도 없고, 머리도 단정한 것이 지금보다 앳된 티가 팍팍 나네요.
▲ 앳된 티가 나는 이원술 대표, 수염 때문인지 이 때도 40대로 보이는 김학규 대표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아래쪽 글을 보면, 완성도와 발매일 중 무엇을 선택하겠냐는 유저 설문 결과 ‘완성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결과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악튜러스’는 4월 초순으로 발매일을 연기했으나, 결국 계속되는 발매 연기로 그 해 연말에서야 출시됩니다. 뭐, 그렇게 요란하게 나온 작품도 결과적으로 미완성 논란이 거셌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와선 씁쓸한 블랙 유머긴 하네요.
‘악튜러스’ 이후 이원술 대표의 손노리는 로커스 홀딩스로 합병된 후 엔트리브와 손노리로 분사됐고, 그 중 손노리는 이후에도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손노리라는 이름을 버렸습니다. 지금은 카카오게임즈 계열사로서 손노리라는 이름을 되찾았죠. 김학규 대표는 그라비티가 김정률 회장에게 인수된 후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개발했으나, 이후 김정률 회장과의 갈등 끝에 독립해 IMC게임즈를 차렸습니다. 위자드소프트는… 2004년 대규모 횡령사태 이후 유선통신장비 제조업체에 합병되어 사라졌죠. 잠시 게임업계를 떠나 있던 심경주 사장은 온라인게임 개발사 네오리진을 통해 복귀했지만, 대표작 ‘젤리젤리’ 흥행 실패와 함께 게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습니다.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 프로농구구단 SK 나이츠 팬클럽 모집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오늘의 B급 광고는 서울에 연고를 둔 프로농구구단 SK 나이츠 2기 팬클럽 회원 모집 광고입니다. 정확히 게임광고는 아니지만, 게임과 프로스포츠의 팬층이 비슷해서인지 게임잡지 광고로 실렸네요.
광고에는 1999-2000 시즌 최대 스타였던 서장훈과 현주엽의 젊은 모습이 보입니다. 둘 다 은퇴 후 잘 나가는 방송인으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스타들이죠. 2000년대 이후 출생한 독자들에게는 서장훈은 키 큰 ‘아는형님’ 아저씨, 현주엽은 ‘원나잇 푸드트립’ 역대 기록 아저씨로 더 잘 알려져 있겠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프로농구 흥행을 이끄는 최고 인기스타였습니다.
팬클럽 가입 혜택은 선수 유니폼과 동일한 유니폼 상의, 팬북, 멤버십 카드, 소식지, 팬초청 행사 우선초대 등 다양합니다. 다른 것 다 차치하고서 유니폼만 주더라도 꽤나 큰 혜택이 아닐 수 없겠네요. 요즘도 이런 공식 팬클럽 혜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90년대만 해도 이런 프로구단 팬클럽 가입이야말로 진정 스포츠 덕후들의 기본 소양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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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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