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스터 헌터 월드' TV CM (영상출처: 캡콤 공식 유튜브)
캡콤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헌팅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게임 자체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난이도 자체가 회복약도 타이밍을 재서 먹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데,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정보도 적은 편이라 진입장벽이 상당했다. 여기에 2007년 공전절후의 히트를 기록한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 이후 10년간 8작품이나 나왔지만, ‘우려먹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술적인 발전은 미미한 편이었다. 결국 ‘몬스터 헌터’는 하는 사람만 하는 ‘고인물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몬스터 헌터’가 새로운 세계를 맞아 확 달라졌다. 그 증거로 1월 26일 발매된 ‘몬스터 헌터 월드’가 3일 만에 전세계 판매량 500만 장을 돌파했다. 기존 ‘몬스터 헌터’ 팬은 물론 그간 시리즈를 접하지 못한 게이머까지 포섭했다는 증거다. 휴대기기가 아닌 PS4와 Xbox One을 택하며 진일보한 그래픽으로 대작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늘어난 편의 기능으로 그간의 단점을 최소화시켰다. 그러면서도 대형 몬스터를 사냥하는 특유의 손맛은 잃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간만에 PS4 버전이 한국어를 지원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신규 유저와 골수 마니아 모두를 만족시킨 ‘몬스터 헌터 월드’. 왜 ‘갓겜’이라 불리는지, 휴가까지 내가며 확인해 봤다.
▲ 수렵의 새로운 세계를 열다, '몬스터 헌터 월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래픽과 스토리 강화
‘몬스터 헌터 월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신구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기본이 되는 뼈대는 시리즈 전통을 유지하지만, 그간 단점으로 꼽혔던 부분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다른 AAA급 게임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게임성을 끌어올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래픽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는 항상 발전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그래픽 수준을 크게 높이며 광대한 야생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자주 등장하던 ‘설산’ 지형이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게임 내 필드는 모두 아름답게 구현됐다. 고작 4개월 전에 나온 ‘몬스터 헌터 XX’를 보면 ‘이런 그래픽의 게임을 왜 재밌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더 이상 평평한 과일 상자나 각진 바위 등 기대 이하의 그래픽에 고통 받지 않아도 된다.
▲ 이랬던 '몬스터 헌터'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멋짐이 폭발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요리까지 먹음직스럽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형 외에도 다양한 개선이 이뤄졌다. 플레이어가 가장 많이 보는 헌터 액션에도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다수 추가됐다. 달리기 하나만 봐도 걷는 모션과 뛰는 모션,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모션 등이 전부 다르다. 경사가 급하다면 아예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정교한 애니메이션은 액션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여기에 몬스터의 반질반질한 피부도 공격을 받을수록 피해가 누적되는 것이 표현되는 등, 그래픽 세부묘사가 크게 좋아졌다.
▲ 피해를 입으면 피부가 하얗게 바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스토리 면에서도 한결 강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간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스토리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플레이어의 분신 ‘헌터’가 각종 몬스터를 사냥하며 마을에 평화를 가져온다는 평범한 이야기로 진행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2013년 ‘몬스터 헌터 4’에서 미지의 바이러스 정체를 찾는다는 서사가 도입되며 플레이어에게 몬스터를 수렵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최종 보스 격 몬스터를 잡았을 때의 감동은 두 배가 됐다.
▲ 최종 보스와의 일전이 끝나면 뭉클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서사성은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 한층 더 강화됐다. 이제는 어엿한 RPG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먼저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존 시리즈에서 스토리를 보려면 수많은 퀘스트 중에서 몇 개를 찾아내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는 ‘임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통해 스토리만 따로 즐길 수 있다. 이야기를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임무를 통해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임무 퀘스트 내부에도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다양한 장치가 마련됐다. ‘몬스터 헌터 월드’는 강력한 고룡들이 바다를 건너는 미지의 현상이 어째서 발생하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개성 강한 NPC들이 대거 등장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이벤트 컷신도 크게 늘어나 스토리에 더욱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용산룡 ‘조라 마그다라오스’를 바다로 돌려보냈을 때는 마음이 찡했고, 최종 보스를 물리친 뒤 ‘길을 인도해 주는 푸른 별’이라 불렸을 때는 뭉클함도 느껴졌다. 이전 ‘몬스터 헌터’에서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다. 액션에 사연을 더해 사냥의 재미를 높인 것이다.
▲ 고룡 이동의 실체는? 게임에서 확인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액션 정수는 살리고, 선택지는 더하고
이처럼 ‘몬스터 헌터 월드’는 그래픽과 스토리를 대폭 강화하며 굉장히 많은 변화를 거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게임의 본질은 그대로다. 여전히 ‘몬스터 헌터’의 매력은 거대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재미에 있다.
이번 작품에는 기존에 등장한 14종 무기가 전부 등장하고, 각 무기 별 특징도 유지된다. 따라서 이전 ‘몬스터 헌터’를 플레이한 유저라면 큰 어려움 없이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다. 또한, 무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훈련구역이 새롭게 추가되어 게임을 처음 접하거나 이번에 새로이 추가된 액션 사용법 등을 쉽게 연습할 수 있다. 꾸준히 호평을 받았던 ‘몬스터 헌터’ 특유의 액션은 이번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지형지물을 활용하면 수월한 헌팅이 가능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액션 측면에서 달라진 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출시 전부터 크게 홍보했던 ‘생태계’다. 수렵해야 하는 타겟 외에도 다양한 몬스터가 필드 내를 활보하고, 마주쳤을 때 서로 세력 다툼을 하며 싸우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일부러 몬스터 간 싸움을 유도해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외에도 팔에 달린 자그마한 석궁 ‘슬링어’로 다양한 탄환을 쏘거나, ‘마비가스 개구리’ 등 다양한 환경생물을 활용하는 등 여러 가지 전략이 가능하다.
▲ 세력 다툼을 벌이는 몬스터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다양한 선택지는 보다 다채로운 사냥으로 이어진다. 초보자라면 이러한 요소를 활용해 보다 손쉽게 몬스터를 물리칠 수 있고, 어지간한 몬스터는 식은 죽 먹기인 고수 헌터라면 ‘타임어택’ 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게임 실력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요소로, 액션 재미를 더욱 높인 것이다.
▲ 활동 내역을 보여준다는 점도 향상심을 자극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커뮤니티 뒤질 필요 없다, 개선된 편의성
그간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지적되던 부족한 편의 요소도 대폭 개선됐다. 유저 스스로 고민하거나 미리 준비해야 했던 것을 크게 줄이며, 액션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전 ‘몬스터 헌터’에서는 사냥 중에 장비를 바꾸거나, 아이템 상자에서 비약 등을 꺼내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지만, ‘몬스터 헌터 월드’라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아이템이나 탄 조합 등을 단축키로 지정해, 번거롭게 버튼 여러 개를 누를 필요 없이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몬스터가 달려들 것 같은 상황에서 힘들게 회복약을 찾을 수고가 사라진 것이다.
▲ 힘들게 아이템 찾지말고 단축키 쓰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추가된 편의기능은 더 있다. 장비를 만들 때 무려 ‘테크트리’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특정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만약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 단계로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한결 더 손쉽게 원하는 장비를 맞출 수 있다.
장비 외에도 몬스터로부터 어떤 소재를 얻을 수 있는지, 약점은 어디에 있는지도 게임 중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전 ‘몬스터 헌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옆에 인터넷 페이지 한 두 개 정도는 띄워둬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변화지만, 지금까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겪어야 했던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 필요한 소재를 바로바로 조합한다는 점도 좋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라, ‘몬스터 헌터’의 미래는 밝게 빛나고 있다
기자는 아직도 ‘몬스터 헌터 XX 닌텐도 스위치’가 발매됐던 2017년 9월이 떠오른다. 당시 같이 게임을 하자고 주위 사람들을 꼬셔봤지만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닌텐도3DS버전과 별 차이도 없는 ‘몬스터 헌터’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기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 헌터들과 함께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PS4를 켜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몬스터 헌터 월드’를 플레이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전례 없는 ‘몬헌’ 붐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몬스터 헌터’ 특유의 재미를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진화시키고, 그간 단점으로 지적 받았던 것을 개선한 결과다.
▲ '몬스터 헌터 월드' 발매일, 매장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몬스터 헌터 월드’는 장래도 밝다. 출시와 함께 진행된 ‘호라이즌 제로 던’ 콜라보레이션을 필두로 다양한 게임과의 연계가 예정되어 있고, 공폭룡 ‘이블죠’처럼 무료 업데이트로 새로운 몬스터도 추가된다. 게임 본편 완성도도 여느 대작 못지 않은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콘텐츠가 더해진다.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에서 모두가 사랑하는 대작으로 거듭난 ‘몬스터 헌터’가 계속해서 발전하길 바라 마지 않는다.
▲ 튜토리얼도 끝냈으니 본격적인 사냥 한 판!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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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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