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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양의 드래고니카 기행기 3부, 달콤한 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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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

전투마법사 크양이 울부짖었다.

크양은 졸라짱쎄서 유저중에서 최강이었다.

신이나 마족도 이겼다. 다 덤벼도 이겼다.

세상에서 하나였다. 어쨌든 울부짖었다.

“으악 제기랄 도망가자.”

전사 도적 궁수들이 도망갔다. 크양은 최고였다.

그래서 유저들이 도망간 것이었다.

“…아XX꿈.”

크양은 잠에서 깨어났다. 달콤한 꿈이었다. 이윽고 현실이 다가왔다. 크양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현실의 크양은... 그냥 사냥만 잘 하는 약골이었다.

▲ 너 졸면서 잠꼬대 하던데 어떤 꿈을 꾼 거야? / 행복한 꿈을 꾸었어요

크양, 전투마뻔뻔의 힘을 경험하다

드디어 전투마법사가 된 크양은 전직과 함께 얻은 스킬초기화 물약을 사용했다. 물약의 힘으로 수백에 달하는 스킬포인트가 원상복구 되었다. 크양의 앞에는 드넓은 스킬트리와 그 속을 탐험할 수 있는 대량의 스킬포인트가 놓여 있었다. ‘에너지 볼’, ‘토네이도’, ‘매직 미사일’ 등 전투마법사만의 공격 마법들과 ‘마나쉴드’, ‘클라우드 킬’ 등의 다양한 효과 마법도 존재했다. 꼬질꼬질한 매지션 마법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 간단하면서도 매력적인 2차 직업 스킬 트리!
신중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캐릭터를 망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킬 포인트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이 상당히 많아 보였다. 마음 끌리는 대로 생각없이 스킬을 선택했다간 강력한 스킬 하나 없는 잡캐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스킬 초기화 물약은 단 하나뿐이기 때문에 크양은 한동안 고민했다.

“이렇게 보고만 있어봐야 소용 없어, 모를 땐 물어봐야지.”

크양은 전투마법사 스킬에 대해 유저들이 평가해놓은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PvP와 사냥 중 어느 쪽을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선택할 스킬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일단 전투마법사의 주력 스킬은 ‘에너지 볼’ 이다. ‘에너지 볼’ 은 느린 속도로 전진하는 전격 구체를 발사하는 마법으로, 주변의 적 다수에게 지속적인 대미지를 준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대미지를 주는 간격이 짧아지고 마법 쿨타임도 줄어들기 때문에 몬스터를 대량으로 살상할 수 있다. ‘에너지 볼’ 을 익히고 나자 그 동안 사용해 온 띄우기 스킬 ‘포인트 버스터’ 나 ‘공중 콤보’ 등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다.

▲ 전투마법사 사냥의 주력 스킬 '에너지 볼'

▲ 파지지직~ 하고 전방의 적을 싹쓸이한다!

‘에너지 볼’ 에 이은 두 번째 필수 스킬은 ‘마나 쉴드’ 다. 체력과 방어력이 비교적 약한 전투마법사를 보호해주는 스킬로, 피격 대미지의 일부를 마나 소모량으로 바꾸어 주기 때문에 PvP와 사냥 양쪽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매지션의 ‘포션사용 효율화’ 스킬과 같이 써 주면 적은 포션으로 안정된 사냥을 할 수 있게 된다.

▲ 적의 공격을 마나로 받아치는 '마나 실드'

크양은 그 외에 빠른 발동을 자랑하여 PvP에서 위력을 발휘(뛰어나진 않다)하는 ‘토네이도’, 다수의 미사일을 전방으로 발사하여 보스 등을 쉽게 잡을 수 있는 ‘매직 미사일’, 창을 사용해서 근접한 적을 공격하는 ‘스피어 마스터리’ 등을 익혔다. 이 스킬들의 영향으로 크양의 사냥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 다수의 적을 공중에 띄우는 '토네이도!'
후딜이 길어서 공중 콤보가 들어가진 않는다 (사실 공중 콤보 쓸 일도 이제 없다)

일단, 몬스터가 많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에너지 볼을 발사해준다. 그러면 근접 공격형이나 돌진형 몬스터들은 공격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전기에 감전되어 죽거나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간다. 체력이 남은 몬스터들은 토네이도와 매직 미사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이런 방식으로 5~6마리의 몬스터를 해치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겨우 차가운 물 한 잔 마실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 노랗게 노랗게 불가사리의 껍질이 쌓이네

▲ 보스 몬스터도 문제없어!

크양의 옆에는 공중에 떠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도적과 공중에 뜬 적을 열심히 쏘고 있는 궁수, 열심히 몸을 움직혀가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전사 클래스들이 크양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몬스터 3~4마리를 사냥할 때 크양은 10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해치웠다.

크양은 의기양양하게 그들을 향해 미소를 날려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영문도 모르고 멀리서 달려오는 광전사 앞 불곰의 웃음과 비슷했다.

“저 부드러운 남자, 아니 소녑니다. 크하하하.”

▲ 공중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이후 PvP에서 이러한 생각은 싹 사라지지만)

▲ 필드의 전투마법사는~ 불곰~ 불곰~
스플래시 대미지까지 추가된 불곰~ 불곰~

크양, 블리자드의 축복에 힘입어

올챙이 시절과도 같던 매지션에서 드디어 전투마법사로 전직한 크양은 한동안 그 힘에 취해 미친 듯한 레벨업을 계속했다. 전투마법사의 화려한 스킬들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크양의 전성기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전성기는 조금씩 져 가고 있었다.

<마나가 없습니다>

“어? 벌써 마나가 다 떨어졌네? 물약을…”

<물약이 없습니다>

“엥? 물약 100개 사온 게 바로 얼마 전인데 벌써 다 떨어졌어? 어쩔 수 없지, 물약을 사 와야..”

<돈도 없습니다 ㅋㅋㅋ>

“??”

▲ 무.. 물약이 없습니다!

뭔가 이상한 어투이긴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일반 공격보다는 스킬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전투마법사의 특성 상 마나 물약을 꽤 많이 소모하며 사냥을 해야 했고, 생각 없이 물약을 마구 써 오던 크양은 결국 재정난에 부딪힌 것이다. 물론 사냥을 하며 얻는 아이템과 돈도 상당했지만, 물 쓰듯 나가는 물약 값을 감당하기엔 어려웠다.

결국 크양의 선택은 마나 안 드는 일반공격이었다. 물론 ‘에너지 볼’ 등의 스킬을 봉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비하면 스킬의 비율을 엄청나게 줄이고 일반 공격에 치중했다. 일반 공격 위주로 사냥하자 확실히 물약 소모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사냥 속도도 그에 맞게 느려졌다.

▲ 좋은 스킬 놔두고 일반공격이라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벨에 따라 난이도가 높아져가며 자칫 방심하면 황천길로 떠나버리는 살얼음같은 나날이 계속되었다. ‘에너지 볼’ 은 몬스터의 공격을 강제로 취소시키긴 하지만 일정 거리 이상에서 날아오는 공격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메이지 시절보다 공격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 공격력도 강해졌지만 그에 따라 피격 횟수도 증가다

▲ 암울한 상황에서의 구세주, 블리자드 등장!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두 주먹 쥐고 겁 없이 걸어왔건만... 내 생애 봄날은 짧구나.”

그러나 쩌리짱이 말했던가, 인생은 굴곡이라고. 크양의 레벨이 20대 후반에 다다르자 전투마법사의 최강 스킬 ‘블리자드’ 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블리자드’ 는 술사의 전방에 광범위한 얼음 폭풍을 쏘아내어 지속적인 타격을 입히면서 적을 동결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마법이다. 특히 적을 동결상태로 만든다는 점 때문에 사냥과 PvP에서 골고루 활용되는 유용한(맞아준다면야) 스킬이기도 하다.

▲ 꽃게는 얼음에 보관해야 상하지 않아요

‘블리자드’ 가 함께 하자 사냥 효율이 더욱 올라갔다. 사냥 틈틈이 아이템들을 내다 팔자 어찌저찌 스킬 마음껏 쓸 정도의 물약값도 모아졌다.

사냥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크양에게는 또 다른 유혹이 생겼다.

▲ 그 유혹이란 게 전사 전직은 절대 아니다!

크양, 죄송합니다. 우쭐대서 죄송합니다.

‘블리자드’ 와 함께 자신이 붙은 크양은 슬슬 PvP계를 넘보기 시작했다. 사냥에서는 효율이 떨어지지만 빠른 발동과 강제 다운으로 PvP에 적합한 스킬 ‘토네이도’ 와 상대를 얼려버리는 ‘블리자드’, 전방의 상대에게 미사일 어려 방을 명중시키는 ‘매직 미사일’ 이 있으니 유저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화면 오른쪽 아래의 ‘결투장’ 메뉴를 누르자 세 종류의 메뉴가 표시되었다. 가장 왼 쪽의 ‘연습모드’ 는 핸디캡과 보상이 없이 즐길 수 있는 모드로 레벨 10부터 언제나 입장이 가능하며, 가운데 의 ‘랭킹 모드’ 는 결투 결과에 따라 명예 포인트와 경험치 아이템, 강화 가루를 획득할 수 있으며 순위가 반영되는 모드이다. ‘랭킹 모드’ 는 35레벨 이상의 유저만 입장할 수 있으며,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제한적으로 오픈된다.

▲ 결투장 입장은 매우 쉽다, 화면 오른쪽 아래의 저 버튼 하나면 OK!

가장 오른쪽의 ‘배틀스퀘어’ 는 강한 몬스터들을 상대로 결전을 벌이는 모드로, 높은 확률로 강화 가루를 습득할 수 있다. 단, 40레벨 이상만 입장할 수 있으며, 오후 8시부터 30분 동안만 도전할 수 있다.

마침 인간이 가장 배틀을 잘 할 수 있다는 오전 11시(…) 였기 때문에 크양은 연습 모드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대를 죽이기 위해 눈에 불을 켠 투사들의 모임을 에상했던 크양은 평화로운 대기실과 ‘져드려요~’ 라며 아가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유저들(알고 보니 일일퀘스트 조건충족을 위한 것이었다) 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져준다는 방에도 들어가 봤으나 꼼짝하지 않고 공격을 얻어맞기만 하는 유저를 치는 것은 재미없었다.

▲ 시간적인 관계 상 연습 모드밖에 플레이할 수 없었다
배틀스퀘어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 페이지로..

▲ 져드립니다..라니..져드린다니..

▲ 결국 한 번 입장해 봤지만 더미를 때리는 느낌이라 아무 재미가 없었다

“뭐야, PvP 재미 없…”

결투장에 대해 흥미를 잃어갈 때쯤 크양의 눈에 들어온 것은 ‘덤벼봐!’ 라는 제목의 방이었다. 마침 상대의 레벨도 크양과 같은 레벨! 크양은 우쭐대며 ‘Ready’ 버튼을 눌렀다.

“하하하~ 전투마법사의 힘을 보여주마!”

“…”

“훗, 쫄았군! 간다!”

▲ 드디어 배틀다운 배틀 방을 찾았다!

5초 후, 상대의 스킬 한 방에 크양은 뻗어버렸다.

“어? 어라?”

다음 공격도, 그 다음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에너지 볼’ 은 물론이고 ‘블리자드’ 나 ‘매직 미사일' 도 느린 발동 탓에 상대에게 맞지도 않았다. 몬스터를 상대로 할 때는 충분히 빠른 스피드였으나 유저를 상대로 하자 맞추기조차 어려웠다. 근육 키우기에만 올인했다가 셀에게 무참히 당한 트랭크스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공격이 세면 뭐하니, 맞지를 않는데.”

“…”


▲ 이.. 이런, 죽여라! / 서두르지 마라, 10일 후 셀 대회에서 보자꾸나

눈 깜짝할 새에 다섯 번이나 연거푸 진 크양은 재빨리 방을 뛰쳐나와 다른 방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크양은 그 동안 사냥 속도 느리다고 깔봤던 직업들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그들의 빠르고 넓고 위력적인 공격은 크양의 마나 쉴드를 손쉽게 뚫고 치사량의 대미지를 입혔고, 크양의 공격은 거기에 비하면 너무 느려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물론 ‘토네이도’ 는 상당히 빠른 발동을 자랑했지만 그에 따르는 후속기가 약해서 상대에게 제대로 된 대미지를 줄 수 없었다.

▲ 죽고...

▲ 계속 죽고... 너무나도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한마디로 전투마법사는 몰이사냥은 뛰어나지만 PvP에는 취약한 직업이었다.

“괜찮아, PvP 하려고 게임 시작한 거 아니잖아? 다 잘 될거야.”

크양은 애써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위로하며 결투장을 떠났다.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 그나마 토네이도는 발동이 빨라서 가끔 맞긴 했지만

▲ 발동만 빠를 뿐 연계기가 부족해서 결국 패배

크양, 파티 사냥은 즐거워!

PvP의 세계에서 쓴 맛을 본 크양은 다시 사냥터로 발길을 옮겼다. 필드에서 열심히 몬스터를 잡다 보니 미션 맵에 또다시 도달했다. 크양은 이미 웬만한 미션 맵은 모두 클리어 한 상황이었기에 발길을 돌렸다. 여전히 미션 맵 앞은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로 북적…

“뭐? 파티사냥?”

그렇다! 파티사냥이다! 뭔가 잘난 체를 하고 싶은데 PvP에서는 그게 불가능한 크양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것은 파티사냥이었다. 사실 그 동안은 파티사냥이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다수의 적을 상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파티 모집 광고를 봐도 배경취급만 하고 지나갔었다.

▲ 오호, 파티사냥이라!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PvP에서 패배의 쓴 맛을 지독히 보고 온 크양은 열등감에 푹 절여져 있었다. 뭔가 잘난 체 할 수 있을만한 것이 필요했다. 잘난 체!

<크양 님이 파티에 들어오셨습니다>

“크양님 하이요~”

“네에~”

“자, 사람도 3명이나 모였는데 슬슬 가 볼까요?”

파티원은 크양을 포함해 3명, 두 명은 각기 전사와 도적 클래스였다. 방금 전 PvP에서 크양을 처참히 무력화시킨 전사와 도적이었다. 크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감싸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반드시, 반드시 잘난 체 해 보이겠어!

▲ 자, 나만 믿으라구!

“아자! 에너지 볼~”

“와아~”

“흐럇! 블리자드~”

“오오~”

“가라! 매직 미사일!”

“이야~”

▲ 빠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 꽁꼬로꽁꽁꽁꽁꽁꽁꽁꽁꽁

▲ 역시 난 세단 말이야 헤헷

크양의 마법은 유저를 상대로는 거의 먹히지 않았지만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약간 뒤에서 펼치는 ‘에너지 볼’ 과 ‘블리자드’ 는 수 많은 몬스터들을 일격에 때려잡았고, 보스전에서도 잔챙이 몬스터들을 손 쉽게 처리하여 파티원 모두가 보스 몬스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PvP 에서는 그렇게 쓸모없던 스킬이 사냥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역할을 했다.

 ▲ 보스도 한 방에! (한 방은 아니지만)

▲ 크양~ 크양~ 크양~ 전투마법사~

파티원들이 3~5마리의 몬스터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크양은 앞쪽의 10마리가 넘는 집단 몬스터를 싹쓸이하며 파티 사냥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우뚝 솟았다.

“크양님 덕분에 사냥 쉽게 하네요 ㅋ”

“그러니까요, 속도가 두 배는 빨라진 듯 한데요?”

“으하하하하 내가 누군데요, 전투마법사 크양이에요 크양!”

역시 크양에게 겸손함이란 존재치 않는 것일까, 크양은 언제 풀죽었냐는 듯 파티 사냥을 즐겼다. 역시 마법사는 사냥을 하고 살아야 한다.

▲ 크양은 역시 에이스였다, PvP만 아니라면...

크양, 왁자지껄 배틀스퀘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파티 사냥을 하다 보니 어느 새 오후 8시가 되었다. 어느덧 40레벨이 된 크양은 40레벨 이상 유저들만 하루 30분 즐길 수 있는 배틀스퀘어에 참가하기 위해 결투장 메뉴를 클릭했다.

배틀스퀘어는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임으로,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간의 전투가 함께 이루어진다. 게임 중 주어지는 다양한 미션(ex: 궁수 계열 직업 죽이기) 을 해결하거나, 몬스터를 죽이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 블루 팀과 레드 팀 중 하나를 선택한 후 전장에 뛰어들자!

배틀스퀘어에 대한 첫 느낌은 정신없다였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사람들이 펼치는 현란한 스킬 효과가 중첩되어 눈이 아팠고, 어느 새 뒤에서 다가온 적에게 기습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하루 30분 한정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참여해서 더욱 왁자지껄하게 놀 수 있었다.

주로 1 1로 이루어지는 대결 모드와는 달리 배틀스퀘어는 마치 길드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데다 크양이 좋아하는 뒤에서 기습(뒷치기)’ 가 수월했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 거대 몬스터를 합심해서 잡는 재미와 단체 길드전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 보스 몬스터 상대로는 매직 미사일 10연발이 최고지!

그래, 이거야! 맷집이 약한 전투마법사라도 여기선 즐겁게 놀 수 있어!”

한 두 번의 전투를 거치자 드디어 배틀스퀘어에 익숙해진 크양은 슬슬 요령을 알아가며 기습의 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재미가 붙을 무렵, 8 30분이 되며 배틀스퀘어가 종료되었고, 크양은 멍한 표정으로 필드로 귀환되었다.

, 뭐야! 이거 벌써 끝?”

30분간의 짧은 배틀스퀘어체험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30분이라는 시간 제한 때문에라도 더욱 기다려지는 듯 했다. 어느 새 크양의 스케쥴러에는 ‘8 30분 배틀스퀘어라는 알람이 등록되어 있었다.

역시 전쟁의 묘미는 기습이지!”

파티 사냥과 배틀스퀘어로 인해 크양은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해 가고 있었다.

▲ 때로는 기습을 당해 죽기도 하고

▲ 적을 기습해서 상처입히고 도망치기도 하고, 배틀스퀘어는 상당히 재밌다!

크양, 페르시아의 왕녀가 된 느낌?

파티 사냥을 하며 떠받들어지는 기분을 만끽한 크양은 다시금 사냥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달빛해안 마을의 NPC 좀도둑 제스에게서 뭔가 심상치 않은 얘기를 듣게 되었다.

“안녕~ 크양! 요즘 어떻게 지내? 마침 기막힌 일거리가 있는데… 들어볼래?”

“무슨 일거리인데?”

“놀라지 마, 전설의 용자 중 한 명인 벨칸이 숨겨놓은 보물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었어!”

“보.. 보물?”

▲ 보물? 트레져?

갑자기 보물이라니, 뭔가 뜬금없는 소리였지만 일단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제스에 따르면, 드래곤의 탑 이라는 곳에 벨칸이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변에는 드래곤의 탑이라는 곳이 없다. 결국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건가? 크양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드래곤의 탑을 아는 사람을 찾아다녔다.

“뭐? 드래곤의 탑?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군. 세월이 흐르며 이름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탑이라고? 이 지역의 탑이라면 망자의 탑 말고는 없어.”

▲ 음.. 고고학자를 찾아 봐야 하나?

▲ 결정적 단서 획득!

오케이! 결론은 났다. 망자의 탑이 드래곤의 탑이다! 명석한 두뇌로 망각의 탑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유추한 명탐정 크양은 팔미르 신전 꼭대기에 있는 망자의 탑으로 향했다.

망자의 탑은 9층으로 이루어진 전설의 탑으로, 인스턴스 던전의 일종이다. 곧바로 꼭대기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각 층에 존재하는 정예 몬스터를 처치해야만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왠지 의도적인 배치인데?

▲ 망자의 탑 입구, 탑이 보일 줄 알았는데 인스턴스 던전 입구다

▲ 웅장한 탑의 위엄

어쨌든 크양은 재빨리 꼭대기로 올라가기 위해 대시 첨프를 사용했다. 대시 점~

“아야야야”

점프를 사용한 순간, 탑의 벽면에서 화염이 솟구치더니 크양을 덮쳐 왔다. 다행히 몸에 불이 붙진 않았지만 꽤나 아프다. 누가 여기다 화염방사기를 설치해 놓은거야?

“으이그, 이게 뭐야? 침입자 방지 장치? 이러면 들어갈 수가 없잖…”

“으잉?”

▲ 쿠파 성?

매우 친절하게도 불꽃은 일정한 간격으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라도 10초만 보고 있으면 패턴을 파악하고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을 정도의 장치. 이건 왠지 ‘들어오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러나 함정은 불꽃 하나가 아니었다. 곧이어 ‘페르시아의 왕자’ 에서나 보던 칼날 장치와 돌 뭉치가 모습을 드러냈고, 이것들 역시 친절하게 패턴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걸 설계한 사람은 바보거나 다른 목적이 있음이 분명하다.

▲ 저 톱은... 페르시아 궁전인가?

어든 크양은 침입자를 통과시키는 함정(?)을 통과했고 정예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첫 번째 보스는 ‘얼음여왕 아르카’ 라는 반투명 요정으로, 발 밑에서 식물을 소환하는 공격이 특기였다.

“훗, 이런 몬스터 따윈 가뿐하지, 어디 에너지 볼 하고 매직 미사일부터 시작해볼까?”

그리고 2분 후, 크양의 위력적인 공격에 아르카는 무릎을 꿇…지 않고 크양의 발을 묶었다. 훗날 크양은 그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 무..묶였다! 뭐 하려는 거야 임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발이 딱 하고 묶이니까 공격이 환~하게 벌떼 같이 호롤롤롤롤롤로 날아 올라와! 그러면 내가 공격이 맞을까봐 오우으으으… 그러고 조금 있으니 크양이 죽었슴다--;”

부활을 위한 불사조의 깃털 하나 없던 크양은 마을로 강제 소환되며 분통을 터뜨렸고, 소환된 직후 보물상자 아이템에서 불사조의 깃털을 얻으며 또 한번 절규했다.

▲ 호롤롤롤로 하고 덤벼들더라니까요

다시 망자의 탑에 도전하기 위해 길을 나섰지만 망자의 탑은 너무나도 멀고 험한 곳에 있었다. 강한 몬스터들 사이를 헤치고 점프, 점프, 대쉬점프, 추락, 다시 점프를 반복해서 겨우겨우 망자의 탑에 다시 도달하니 이번에도 역시 아르카에게 두 번 연속 사망하며 제대로 병맛인증을 했다.

▲ 에구 멀기도 하다

▲ 갖은 고생을 다 해 다시 다다른 망자의 탑

▲ 덤벼라 아르카 정령!

▲ ......

크양, 문제는 결국 나 자신?

망각의 탑에서도 그랬지만, 크양은 총체적인 난항을 겪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점점 강해지고 똑똑해졌지만 크양의 성장 속도는 그저 그랬다. 초중반에는 빠르던 레벨 업 속도 또한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PvP에서 약한 것은 직업 특색이라고 쳐도 사냥에서까지 약해지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문제는 컨트롤이다. 액션 게임은 기본적으로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른 유저의 실력 향상을 요구한다. 그러나 크양은 RPG적인 캐릭터 성장 개념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게임의 난이도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점점 세 지고 똑똑해지는 몬스터에 비해 난 항상 이 자리에!

▲ 뭔가 스킬들을 조합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특히, 마법사 클래스임에도 불구하고 크양의 플레이 성향은 터프(무식)한 탱커 역할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적을 보면 일단 들이대고 보는 성격 탓에 점차 세지는 몬스터의 공격력을 감당하지 못 한 것이다.

▲ 이제 보스 몬스터의 기본 공격 범위가 이 정도다

결국 크양은 새로운 컨트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먼저 패턴을 바꿨다. 가장 먼저 ‘에너지 볼’ 먼저 쓰던 기존의 사냥 방식을 버리고 ‘토네이도’ 로 상대를 띄운 후 다운된 상대에게 히트하도록 진화한 ‘에너지 볼’ 을 발사한다. 수가 많을 경우 여기에 ‘블리자드’ 를 추가하면 뒤에서 얍삽하게 대기하고 있던 몬스터들을 완벽히 쓸어버릴 수 있다.

보스전의 패턴도 바꿨다. ‘매직 미사일’ 에 스킬 포인트를 집중 투자하여 10방이나 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후 쿨타임 시간 동안 도망치는 방법을 택했다. ‘에너지 볼’ 과 ‘토네이도’ 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한 길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 다운된 상대도 마음껏 감전시키는 에너지 볼의 성질을 이용하자

▲ 보스 몬스터에게는 매직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매지션 시절에도 겪었던 이러한 패턴 진화는 2차 전직을 하고, 그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마법사의 길을 선택한 유저의 시련(?)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크양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PvP에서도 빛을 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말이지.. 언젠가는..

▲ 또.. 똑같지 않을 거...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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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액션 RPG
제작사
그라비티게임즈
게임소개
'드래고니카'는 '라이징 콤보 액션 RPG'라는 장르명을 표방한 캐주얼 RPG다. '드래고니카'는 콘솔 게임과 같은 역동적이고 빠른 게임 플레이와 액션과 어드벤처 요소를 적절히 조합하여 완성된 스피디한 타격감, ... 자세히
게임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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