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2003년 3월 19일 미국이 대량학살 무기의 척결을 명분으로 이라크에 쳐들어가 갔을 때 썼던 군사전략의 명칭입니다. 이 단순한 용어 하나에도 미군은 단기간 압도적인 화력으로 적을 깨부수고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적 의미를 포함시켜 놓은 것이죠. 911테러는 그렇게 미국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어 적과 아군을 구분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전쟁을 시작할 수는 명분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세계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그 명분을 핑계 삼아 이라크의 ‘자원(석유)’을 약탈한다라고 말합니다. 세계 전생사의 8할 이상이 자원을 약탈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것을 환기해본다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니긴 합니다만
본 리뷰를 쓰기 앞서 이런 장황한 설명을 늘어 놓는 이유는 ‘배틀필드 온라인’의 시놉시스 역시 ‘자원 전쟁’을 뿌리로 러시아와 미국의 이권다툼을 다루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구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이후 피폐해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자원’이 절실했고 미국 역시 뛰어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석유를 먼저 확인했지만 이를 ‘독점’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국의 정보원을 제거함으로써 숨겨진 야욕을 들어낸 것이죠. 따지고 보면 둘 다 나쁜 놈이라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애매한데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한쪽을 골라야 합니다. 오늘은 그 두 나쁜 국가의 싸움을 토대로 한 ‘배틀필드 온라인’에 대해서 말해보겠습니다.
그래픽 다운그레이드? `오해다` 업그레이드다
‘배틀필드 온라인’을 평가절하할 때 흔히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다운그레이드된 그래픽입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오해`죠. ‘배틀필드 온라인’은 ‘배틀필드2’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고 당시 소스와 비교해 봐도 분명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제작사인 네오위즈 측에서도 EA와 기술을 공유하며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진보된 기술력을 토대로 훨씬 더 향상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원작과 비교해 난이도 부분은 미묘하게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이점은 배필 골수 매니아들에게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처럼 큰 온도 차를 느낄 수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술력 문제라기 보다는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판단됩니다. 초기 이슈를 불러 일으켰던 탄도학의 변경, 탈것 조종술의 변화 등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하시면 되겠습니다. 매니아들에게는 분명 불만스러운 일이지만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것으로 ‘배틀필드’가 더 알려질 수 있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배드컴퍼니2를
하셨다면 당연히 실망 하셨겠지만
게임성, 대중과 매니아를 아우를 수 있는 합의점을 찾다
제작사 측에서 노리는 것은 당연하게도 매니아를 붙들고 대중을 아우르는 `배틀필드`일 것입니다. 그래서 조율이 필요했던 것이고 1, 2, 3차 테스트는 이 둘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겠죠. 이미 오픈베타테스트가 시작된 마당에 리뷰어가 이러 쿵 저러 쿵 하는 것 보다 직접 한번 플레이 해보시는 편이 빠르겠지만 속단 하자면 배틀필드 온라인은 그 `합의점`을 거의 찾았습니다. 실망하는 매니아분들도 계실 테고 아직 어려워하시는 초보유저 분들도 많겠지만 `원작`의 게임성을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는 지금이 최선이라고 판단 됩니다. 차라리 더 고민되는 것은 원작훼손이 아니라 배틀필드의 게임성이 대중들에게 통할 것인가 라는 부분입니다.
현재 국내 FPS의 시장은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만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후죽순 신작들이 폭포처럼 쏟아졌고 또 쏟아지고 있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 기반의 게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때문에 배틀필드 온라인이 원작을 100%로 살렸을지언정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인가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수준은 더 낮추자니 그것은 배필이 아니게 될 것이고 높이자니 매니아들만 붙들게 되는 그럼 게임이 될 수 있게 때문입니다. 더욱이 `배틀필드: 배드컴퍼니2`가 나온 마당에 매니아들이 배틀필드 온라인을 붙들고 있을지 미지수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현재 `배틀필드 온라인`이 겪는 딜레마는 이 한 장의 사진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이건
뭐.. 어뢰도 아니고..
배틀필드 온라인, 그래도 아직 어렵다
보시다시피 아직도 어렵습니다. `배틀필드 온라인` 역시 보병전투용 맵이 따로 있어 탈 것 조정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플레이 할 수 있지만 탈것 없는 배틀필드라면 굳이 이 게임을 할 이유가 없어져버립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조정하자니 위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죠. 또한 탈것 하나에 여러 명이 탑승할 수 있기 때문에 조종미숙은 곧바로 민폐로 이어집니다. 칭찬은 경험치를 춤추게 하지만 구박은 게임을 떠나게 합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부류의 게임은 쏘고 던지고 찌르면 FPS기본 특성에 충실해 특별한 학습없이도 충분히 플레이 할 수 있지만 대규모 전쟁을 표방하는 `배틀필드 온라인`에서는 7개 병과를 상황에 맞게 컨트롤해야하고 30종류 이상의 탈것에 대한 기본 조종술을 익혀야 하는 까닭에 캐쥬얼 게임 장르의 수준을 벗어나 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 유저들에게 FPS게임의 인식은 한두게임 가볍게 즐기는 캐쥬얼 게임에 속해 있어 특별한 학습없이 즐길 수 있다는 메리트를 먼저 느끼고 있습니다. 학습하지 않으면 곤두박질 치는 게임, 그래서 구박받는 게임이라면 굳이 열 내고 흥분하며 게임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니까요.
▲후후
오른쪽 호주머니에 숨겨둔 케첩을 정확하게 맞췄다
배틀필드 온라인은 초보에 대한 배려가 되어 있는가?
다행이 그런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튜토리얼 모드는 국내외 어떤 FPS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다만, 이렇게 잘 만들어진 튜토리얼을 유도할만한 보상과 시스템적인 기반이 없다는 게 아쉬움이 남습니다. 한 예로 훈련소(튜토리얼)모드를 모두 클리어하면 5,000BP를 얻을 수 있습니다. 노력대비 적은 포인트는 아니지만 무기 하나 당 평균 50,000BP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는 점수입니다. 또, 훈련소 미션 마다 랭킹시스템을 도입해 반복을 유도할만한 장치를 마련해 놓았지만 이 또한 보상이 미약해 굳이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바람은 보상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리고 현재 유저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컨디션 포인트를 훈련소를 통해 일정 부분 회복시켜주는 방안입니다. 물론. 컨디션 시스템의 제 목적을 상실하지 않게 하룻동안 일정 포인트이상만 회복할 수 있는 제한선을 만들어놔야겠죠.
▲튜토리얼은
잘 만들었지만 한 번하고 끝나는 보상 퀘스트일 뿐이다
▲반복플레이를
유도하는 랭킹시스템이 있지만 역시 메리트가 없다
명분없는 `컨디션` 시스템
과몰입 방지를 위한 `피로도` 시스템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닙니다. `컨디션`은 현재 유저들이 `배틀필드 온라인`에 가장 불만을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 MMORPG에서 골드 회수 용 시스템(장비 수리 등)과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MMORPG는 여러 경로를 통해 골드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FPS게임에서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죠. 더욱이 `피로도 시스템`은 밖으로는 과몰입을 방지하고 안으로는 콘텐츠 소모를 막는다는 `명분`이 있지만 컨디션 시스템은 이런 명분 없이 `규제`만 강요하고 있어 유저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컨디션 시스템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초 100% 맥시멈 게이지 |
결국 컨디션은 BP회수를 위한 시스템으로만 작동하며 이를 항상 100% 유지하면서 플레이한다면 사병급 계급 라인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게 짜여 있습니다. 또, 무리해서 장비를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종량제` 형태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BP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장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BP를 계속 모아야 하는데 BP는 컨디션회복을 위해 계속 지출되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총 7개 병과를 게임 중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배틀필드 온라인’의 특성상 병과별로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고 이를 전술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무리한 BP회수 시스템으로 인하여 전체적인 게임 밸런스를 흔들고 있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결국,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BP를 얻어야 한다는 말인데 유저들은 이런 무리한 `운영`을 차후 업데이트될 캐쉬 아이템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게이머들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습니다.
▲ '컨디션'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은 대게 이런 형태다
총평
훌륭합니다.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배틀필드`의 게임성을 훼손하지 않고 대중과 매니아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태의 가장 근접한 접합점을 `배틀필드 온라인`은 찾았습니다. 밸런스 부분은 좀더 언급할 여지가 있지만 우려할 정도의 문제는 아닙니다. 현재 ‘배틀필드 온라인’이 당면한 문제는 그래픽이나 타격감과 같은 원초적인 게임성이 아닌 노골적으로 깔린 부분유료화 모델입니다. 불만이 끊이질 않는 ‘컨디션’ 시스템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조삼모사일 망정 유저달래기에 나서지 않은 운영도 섭섭한 일이지만, 개발팀에서 이런 불평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이 없어 불만을 가중시킵니다.
대규모 전투를 지향하는 ‘배틀필드 온라인’은 다양한 병과의 활용과 육.해.공의 다양한 현대전 탈 것을 이용해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2세대 FPS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는 게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좀더 편하고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활용되어야 할 부분유료화 모델이 오히려 충실하게 쌓아온 게임 밸런스를 뒤흔들고 있어 개발사의 다음 행보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멋지게
헬기 잡는 화면을 담고 싶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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