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어느 날, 미국에서 대규모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부대통령 ‘리처드 호크’가 이끄는 쿠데타군이 군대를 포함한 주요 기관을 모두 장악한다. ‘유능한 자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사상의 소유자인 리처드의 수중에 떨어진 미국에 암흑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모두 생각했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남아있었다. ‘마이클 윌슨’이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었던 특수기동 중장갑(파워드 수트)을 입고 합중국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비서 ‘죠디 크로포드’와 함께 폭거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고독한 싸움이지만 마이클의 신념은 흔들림이 없었다. 왜냐면 그는… 제 47대 미국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주 황당하기 그지없는 스토리로 전개되는 메탈 울프 카오스. 기존의 프롬 소프트웨어 작품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헐리웃 액션영화처럼 과장되고 가벼운 설정은 팬들의 의표를 사정없이 찌르지만, 정작 액션 파트는 “역시 프롬 소프트웨어”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무겁고 어두운 SF 메카닉 액션작품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야 모르겠지만 액션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은 주목해야 할 이 작품.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메탈 울프 카오스의 매력을 모르고 지난다면 너무 아까운 일이기에 잠시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파워드 수트를 입고 백악관에서 출격하는 마이클. 화려한 등장은 아직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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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리처드 호크 정부의 홍보 CF. 우리는 R.H.(리처드 호크)를 사랑합니다…라니…(-_-). 이처럼 메탈 울프 카오스에는 곳곳에 플레이어의 웃음을 자아내는 조크와 유머가 삽입되어 있다 |
어떻게
싸울 것인지는 내 마음대로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미국 대통령’의 목적은 부대통령 리처드에게 짓밟힌 미국의 자유를 되찾는 것이다. 게임은 미션 클리어 타입이라 미션마다 설정된 클리어 조건을 만족시켜야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할 수 있다.
메탈 울프 카오스에서 조작할 수 있는 파워드 수트는 하나뿐이다. 좀 부족한 느낌이 들겠지만, 맵 위에 떨어져 있는 ‘에너지 팟’을 일정 개수 회수하면 내구력 게이지 등 여러 능력이 자동으로 강화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아머드 코어 시리즈와 달리 바디 수트의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요구에 딱 맞도록 기체를 조정할 수는 없는 셈이다. 하지만 메탈 울프 카오스의 매력은 다양한 공격법, 즉 무기의 활용에 있다. 100 종류가 넘는 무기를 통해 수많은 공격법을 만들어낼 수 있어 오히려 기체 커스터마이징처럼 복잡한 요소를 배제한 건 “쓸데없는 고민은 말고 적들을 상쾌하게 부수는 것에 전념하라”는 제작사의 숨은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무기는 기본적으로 양손에 각각 하나씩 쥘 수 있다. 왼손 무기를 발사할 때에는 왼쪽 트리거 버튼, 오른손 무기라면 오른쪽 트리거 버튼을 누르는 직관적인 조작법도 GOOD! 무기는 등에 있는 좌, 우 백팩에 4종류씩 수납할 수 있어 같은 스테이지 내에서도 다양하게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 B 버튼으로 무기를 수납하는 백팩을 연 후 좌, 우 트리거 버튼으로 무기를 바꾸면 되는데, 이때 장비하는 무기가 스나이퍼 라이플처럼 양손을 동시에 사용하는 무기일 경우 자동으로 양손 무기를 장비하게 된다. 참고로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왼쪽, 오른쪽 백팩에 어떤 무기가 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왼쪽에 핸드건과 머신건 등의 연사무기를, 오른쪽 백팩에 바주카와 미사일 등 단발무기를 장비하면 무기를 변경할 때에 많은 도움이 된다.
▲ 미션을 시작하기 전에 백팩에 탑재할 무기를 골라야 한다. 무기 변경은 B 버튼으로 가능 |
메탈 울프 카오스에 등장하는 무기는 총 11 종류다. 초기에는 각 종류마다 하나씩밖에 무기가 없지만 미션 클리어 후에 얻게 되는 자금을 무기 개발에 투자해 개발 레벨을 올리면 새로운 무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미션 중에 아이템으로서 얻을 수 있는 무기도 존재하지만 주력 무기는 대부분 개발과 생산을 통해 얻을 수 있다.
11 종류나 되는 무기를 모두 개발하고 생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기에 플레이어는 그 중 자기 플레이 스타일에 적합한 무기를 몇 가지로 한정해 집중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 이런 타입의 액션게임에서 흔히 등장하는 ‘특정 무기로만 공략이 가능한 적’은 별로 없기 때문에 굳이 많은 무기를 골고루 개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간혹 특정 타입의 무기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는 적도 등장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무기에 비해 대미지를 적게 받는다는 것이지 그 무기에 무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미지는 조금 적게 나오겠지만 지금까지 익혀왔던 그 타입 무기의 사용법을 활용한다면 게임 진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무기 종류만 많다고 좋은 건 아니다. 메탈 울프 카오스의 무기에는 잔탄수가 적은 것, 타깃 커서가 작은 것 등 일장일단이 있는 무기들로 이루어져 있어 바꿔가며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혹 너무 성능이 좋아 게임의 밸런스를 조금 무너뜨리는 무기도 있지만, 이건 액션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뭐, 넷 랭킹에서 고득점 경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무기는 게임 밸런스와도 직결된다. 게임 밸런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무기개발이 플레이어의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자유도가 상당히 높다. 만약 다양한 종류의 무기 개발에 자금을 투자했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플레이어 실력이 필요해질 것이고, 몇 종류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면 강력한 무기로 적을 마음껏 물리치며 진행할 수 있다. 한 번 클리어한 미션은 몇 번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으므로 자금이 부족하다 싶다면 반복 플레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도 바람직하다.
▲ 자기 타입에 맞는 무기가 가장 좋은 무기다. 진행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반복 플레이를 통해 자금을 모은 후 다른 계통의 개발 레벨을 올려 새롭게 도전해보자. 그래도 늦지 않다 |
액션게임의
원초적인 재미를 극대화
남자라면 총기류에 한번쯤 관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총기류에 대한 관리가 엄격한 편이라 군대라도 가지 않으면 실제 총을 만져볼 기회가 흔치 않겠지만, 메탈 울프 카오스에서는 지하철에 굴러다니는 무가지처럼 아주 흔한 존재다. 인사 대신에 방아쇠를 당기며 ‘한판 놀아보자’며 인사하는 것이 다반사며 미션마다 목표가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신나게 쏘고 갈기며 적을 파괴하다 보면 저절로 클리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은 게임 속에서 총을 쏘고 파괴하는 것뿐이지만, 화면 속 오브젝트들의 질량감과 연속되는 자극적인 화면 연출은 파괴를 통한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게임을 막 시작했을 때에는 실감할 수 없겠지만 미션을 한두 개 정도 클리어하다 보면 뛰어난 조작성을 통해 전달되는 액션게임의 쾌감이 몸 전체에 퍼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조작하기만 해도 재미있다는 감각은 액션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숨겨진 요소를 출현시키기 위해 ‘플레이를 강요당하는’ 것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숨겨진 요소 같은 건 없더라도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플레이어가 자발적으로 게임을 하게 만드는 ‘게임의 원초적인 즐거움’이 메탈 울프 카오스에는 있다.
▲ 클리어를 위해 최적의 무기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원하는 무기로 자유롭게 싸운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메탈 울프 카오스는 칭찬받을만 하다 |
▲ 화면 오른쪽 위의 게이지가 가득 차면 버스트 공격을 할 수 있다. 공격력이 높아 게임 초반에 아주 유용한 공격법이다 |
게임 중에 등장하는 미션도 백악관, 시카고, 그랜드 캐니언 등 아주 다양하다. 바다, 절벽 등에서 떨어지기만 해도 게임 오버로 이어지는 건 아머드 코어 시리즈에서 이미 겪어왔던 일이기에 ‘애교’ 정도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 분명 액션게임의 기본을 강조한 메탈 울프 카오스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다(이로 인해 적절한 긴장감을 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신경 쓸 이유가 없는 요소지만, 게임 내에서 뭔가를 모으면서 성취감을 얻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요소도 물론 있다. 맵 곳곳에 위치한 파워 팟과 포로 구출 요소는 게이머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요소로 충실히 작용하고 있다. 머리를 세차게 굴리지 않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에 숨겨진 포로를 발견했을 때의 성취감은 역시 대단하기 때문이다.
▲ 여유가 있다면 배경에도 주목해보자. 모티브가 된 지역의 특징이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
액션을
좋아하는 Xbox 유저라면!
메탈 울프 카오스의 프로듀서는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오토기’를 만든 다케우치 씨다. 2004년 9월 열린 프롬 소프트웨어의 신작 발표회에서 그가 말했던 것처럼 메탈 울프 카오스의 3D 엔진은 오토기의 것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아무리 좋은 토대(3D 엔진)가 있다고는 해도 약 1년이라는 짧은 개발기간 동안 단순한 파생작이 아닌 화려하고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 낸 개발 팀의 기술과 센스에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영화 ‘에어포스 원’을 연상시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귀여운 패러디라는 느낌이라 그다지 거부감도 없다(단지 어떤 의미로 9.11 이후의 미국을 상징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이런 연출을 ‘멋진 센스’라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고 ‘진부한 우려먹기’라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엔터테인먼트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리뷰를 적다 보니 너무 장점만 설명한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Xbox의 보급대수를 생각해보면, 그리고 이 게임이 일본에서만 발매된 걸 생각해보면 숨겨진 명작으로 묻혀 버릴 가능성이 높아 그냥 마음 가는대로 적게 됐다.
굳이 단점을 꼽아 보라면 온라인 플레이에 대응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적 캐릭터들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다는 정도랄까? 이런 점들은 속편에서 충분히 해결되겠지만, 정작 일본 내에서도 메탈 울프 카오스의 판매량이 그다지 높지 않아 과연 속편이 나올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다…. 좋은 게임이 많이 팔려서 그에 힘을 얻은 제작사가 계속해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점프한 후 착지할 때도 공격판정이 있다. 탄약을 아끼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사용하자 |
▲ 부스트 대시를 이용해 병사들을 처치하는 방법도 있다. 이것 역시 탄약을 아낄 수 있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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