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소위 말하는 ‘로빠’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추종하는 ‘노빠’가 아니라 ‘로봇대전 빠돌이’인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시리즈를 클리어했으며 1차부터 질리도록 즐겨온 사람이다. 사람들이 산업 폐기물로 치부하던 ‘신 수퍼로봇대전’이나 ‘수퍼로봇대전 임팩트’도 아주 재밌게 즐겼고(특히 신 수퍼 같은 경우는 로딩의 압박을 딛고 종합편까지 5회 클리어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 글을 쓰기 얼마 전에도 ‘수퍼로봇대전 MX’를 즐겼다. 그러므로 리뷰에 객관성이 결여될 수도 있으니 이 점 유념해서 읽어주시기 바란다.
3D라고? DC판 수로대 알파처럼 만들면 어쩌지?
‘수퍼로봇대전 GC’의 발매 소식을 듣고, 이어서 그 작품이 3D라는 소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걱정된 부분이다. 솔직히 DC판 수로대 알파의 경우 새로 추가된 시나리오와 합체 공격 등은 상당히 괜찮았지만 엄청난 로딩과 쓰러지도록 아름다운(…) 그래픽은 플에이어들을 탈력 200%로 만들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운 시나리오를 보기 위해 플레이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또 3D라고? 주류 기종이 아니라고 이렇게 계속 실험만 하면 어쩌자는 거냐 반프레스토!
뭐, 어쨌거나 “로봇 대전이니 발매일에 지르도록 하거라”라는 지름신의 계시를 받고 발매일에 슬금슬금 구입하러 갔다. 프로모션 동영상에 비춰진 모습은 우려에 비해 썩 괜찮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처음 플레이해 봤을 때의 느낌은 “뭐 이래?”였지만, 하다보니 슬슬 익숙해져 갔다.
▲ ……오프닝 보컬이 없다! |
어딘가 어색하지만 왠지 끌리는 그래픽
‘수퍼로봇대전
GC’의 그래픽은 솔직히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보다보면 정감이 든다고
할까, 세뇌되어 간다고 할까. 전투신 연출도 박력이 조금 부족한 것 빼고는 괜찮은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버전의 기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쏘는 건 박력 넘친다. 쏘는 것만… |
오프닝도 없고 끝날 때까지 동영상 하나 없으며 그 흔한 전투신 짜깁기 오프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사소한 문제점(…)은 넘어가자. 배경이 약간 허전한 감이 들지만 이것 역시 “3D니까”, “여백의 미를 추구한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마찬가지로 슬금슬금 넘어가자.
▲ 이 아름다운 여백의 미를 보라 |
기체 그래픽 자체는 꽤 정밀한 편이다. 스테이터스 화면에서는 C스틱으로 캐릭터를 돌려볼 수 있어 지금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유닛들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반다이의 우수한 프라모델 기술력 때문인지 G제네 시리즈 때문인지, 모빌 슈츠들의 모델링은 상당한 수준이니 건담 팬들에겐 환영할만한 일이다. 뭐, 보다보면 꽤 괜찮아 보인다. …정말이라니까.
▲ 사나이는 등으로 말한다 |
작렬하는
음악
하지만 GC판의 사운드만큼은 상당히 훌륭한 편이다. 음악 선곡도 마음에 들고…. 아쉬운 점이라면 오프닝이나 엔딩에 보컬이 없다는 것, 그리고 엔딩용 음악이 없다는 것이다(특히 마징카이저가 OVA로 바뀌면서 음악이 Fire Wars가 흘러나오는데 감동하고 말았다). 전체적으로 선곡에 실험적인 느낌이 가득한 것이 지금까지의 수로대 시리즈와는 다른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등장 작품만 봐도 마이너한 느낌이 팍팍 풍긴다. 올드 팬들은 환영할만한 기체들로 가득 차 있긴 하지만.
수퍼로봇 G 제너레이션 대전
각설하고, GC판의 가장 획기적인 신 시스템들에 대해 좀 알아보자. 비주류나 휴대용 시리즈에서는 늘 파격적인 시스템을 사용해왔던 시리즈라 그런지 이번 작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수로대 GC에 새로이 추가된 부위별 공격 시스템과 포획 운용 시스템, 그리고 특정 위치에서 몇 번이고 플레이할 수 있고 그만둘 수도 있는 프리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로봇 대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영역이다. 실험적인 느낌이 너무나 강하긴 하지만.
부위 공격
이번에는 BODY, HEAD, ARMS, LEGS 네 파트로
분리되어 각각 체력이 설정되어 있다. 중심이 되는 것은 BODY. BODY의 HP가 모두
소모되면 기체가 폭발하게 된다. HEAD는 명중률과 회피율에 연관이 있으며 ARMS는
무기, LEGS는 이동력에 영향을 끼친다. 파트는 전함에 탑재하거나 강화 파츠를 사용하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으니 신경 써서 운용해야 한다.
▲ 이렇게 부위별로 체력이 설정되어 있다 |
사이즈에 따른 공격 제한
역시 최초로 도입된 시스템.
자기보다 두 단계 이상 큰 적은 부위밖에 공격할 수 없다던가, 자기보다 한 단계
이상 큰 적은 부위를 선택해서 공격할 수 있다. 또한 두 단계 이상 작은 유닛에게는
일정 무기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솔직히 지금까지 기껏해야 20m 정도 되는 모빌
슈츠에게 100m가 넘는 다이탄이 ‘선 어택’ 후 ‘다이탄 크래시’로 몸을 뚫어버리는
아스트랄한 공격이 가능했는데, 이제는 그런 무기를 사용할 수조차 없게 변경된 것이다.
포획과 운용
가장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BODY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를 모두 파괴하면(부위별 공격은 자신의 기체가 작거나 정신 커맨드의
‘저격’ 사용, 특수 기능 ‘겨냥’을 가진 파일럿일 때만 가능) 그 유닛은 움직이지
못하는데, 이때 전함을 접근시키면 포획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유닛을 포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포획했다 해도 그 유닛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찰하거나
1회 전투한 적은 B버튼을 이용한 스테이터스 화면에서 포획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니
잘 보고 결정하자.
프리 시나리오로 레벨 업♡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보면
중간중간 프리 시나리오가 나타난다. 스토리상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뒷얘기 정도를
알 수 있는 부분. 몇 번이든 플레이 할 수 있으며 2회째 플레이부터는 언제든지 퇴각할
수도 있다. 숨겨진 기체를 얻을 수 있는 시나리오도 다수 존재하며 경험치와 자금을
모아 원하는 캐릭터들을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으므로 초보자들부터 매니아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랄까.
▲ 시나리오 사이사이의 뒷얘기를 알 수 있는 프리 시나리오. 괜찮은 시도였다 |
결국은?
지금까지 수퍼로봇대전 시리즈는 비주류 시리즈에서 의외로 명작들이 튀어나온 전례가 있다. N64판 ‘수퍼로봇대전 64’가 그랬고 GBA판 ‘수퍼로봇대전 A’와 ‘수퍼로봇대전 오리지널 제너레이션’이 그랬다. 그렇지만 이번 로봇 대전은 약간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나 할까? ‘2D만큼 연출 못할 거면 3D로 만들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작품은 걸작이나 명작은 못 되어도 수작은 될 수 있을 것이다. 1년 전쟁을 배경으로 드래구너, 라이징오, 다이오저, J9시리즈 등을 잘 버무린 시나리오는 일품이다. 난이도가 좀 낮긴 하지만 충분히 즐길만한 수준은 된다. 로봇 대전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플레이하기 나름이므로….
게다가 이 게임은 차등 개조 개념이 적용되어(수로대 64에서 존재했던 것) 약한 기체일수록 개조 단계가 높아져 연방의 V작전의 힘을 아주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가 아니라, 자신이 쓰고 싶은 기체라면 아무리 약한 기체라도 개조 단계로 인해 충분히 주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오히려 이 차등 개조 덕분에 지금까지 괄시받던 NT-1 알렉스 같던 기체가 최강급으로 등극할 수도 있다. 자신만의 부대를 만드는 수퍼로봇대전만의 재미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고 할까. 반면, 상급 기체들은 상대적으로 개조 단계가 낮아서 찬밥이 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대는 짐 스나이퍼보다 약한 뉴 건담이 보고 싶은가? 백식보다 약한 사자비가 보고 싶은가?
▲ 보라! 연방의 V작전으로 탄생한 진정한 양산기의 위용을! |
▲ 이성인의 초과학조차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인 것이다!(수치 확인할 것)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반프레스토! 앞으로도 이렇게 만들고 프로모션 때문에 사게 만들면 화낸다!” 매번 속으면서도 계속 사야하는 이 신세. 수퍼로봇대전에 혼을 판 게이머들에게 아래의 사진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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