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무쌍 시리즈 태동
‘한 명의 무장이 전국(戰局)을 좌우한다’.
‘일기당천(一騎當千)을 체험한다’는 카피 프레이즈로 많은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아온
택티컬 액션 「진 삼국무쌍」 시리즈. 플레이어는 이 게임을 통해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위, 촉, 오 중 한 나라의 무장이 되어 치열한 전장을 헤쳐나가게 된다. 확장팩을
포함해 이미 다섯 작품이나 등장한( 전국무쌍보다 늦게 발매된 「진 삼국무쌍 3 엠파이어스」는
제외) 「진 삼국무쌍」 시리즈는 중국 역사상 비정상적일 정도로 동시대에 가장 많은
인재들이 출현했다는 삼국시대(A.D. 2C 중반~3C 후반)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제작사 코에이가 삼국지 말고도 게임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군웅할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전국시대다. 1467년 일어난 오닌의 난을 시작으로 도쿠가와 막부가 설립된 1603년까지 오직 약육강식이라는 법칙만이 존재했던 비정하고 잔혹한 시대. 그런 난세였던만큼 영웅들은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되고, 이들의 활약상은 게임으로 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전국무쌍」은 등장하게 됐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조작법과 대략적인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한 채 배경을 일본의 전국시대로 바꾼 「전국무쌍」은 일본 발매시 오히려 「진 삼국무쌍」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일본 전국시대는 중국 삼국시대에 비해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 인지도가 낮고, 무엇보다 과거의 역사 문제도 있고 해서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 홀대를 받아야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다. 자, 전국무쌍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 보자.
▲ 형제격인 작품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혹시 진 전국무쌍도 나오는 거 아니야? |
[전국무쌍 관련 특집기사 보기 1]
[전국무쌍 관련 특집기사 보기 2]
캐릭터들의
모션만으로도 가치는 충분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무기에 맞춰 서로 다른 공격 모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초기의
「진 삼국무쌍」 시리즈 캐릭터들은 비슷한 무기를 사용할 경우 몇몇 동작에서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으며, 비중이 떨어지는 어떤 캐릭터들은 겉모습만 다를뿐 공격 모션이
아예 똑같은 경우도 있었다. 성의없이 캐릭터들의 숫자만 늘인 것이 아니냐는 게이머들의
질책에 이후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고유의 모션을 갖게 되었으며
최신작 「진 삼국무쌍 3」에서는 43명의 캐릭터들(신무장 제외)이 전부 다른 자신만의
모션을 갖고 등장한다.
때로는 세련되고, 때로는 화려하며, 때로는 코믹한 캐릭터들의 동작들. 통상공격과 차지공격을 이용한 콤비네이션을 만드는 재미에 비교적 단순한 게임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이머들이 꾸준히 「진 삼국무쌍」 시리즈를 찾는 건 아닐까? 필자의 경우 「진 삼국무쌍」 시리즈가 나오면 가장 먼저 캐릭터들의 모션을 확인한다. ‘전작에서는 이렇게 움직였던 캐릭터들이 최신작에서는 요렇게 움직이네’라며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쉽진 않지만, 캐릭터들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 모션을 입힌 제작진의 성의를 생각하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 고생이라 생각한다.
전국무쌍도 마찬가지다. 등장하는 15명의 캐릭터들(신무장 제외)은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액션을 가지고 있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검, 창, 극, 도끼, 륜, 조 등 비교적 정통 무기들을 사용하는데 비해 전국무쌍의 캐릭터들은 이 외에도 사슬낫, 켄다마, 화승총, 우산 등 이형의 무기들을 사용한다. 무기가 다르다보니 이를 이용한 캐릭터들의 동작도 상당히 독특하고 기궤하다. 15명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션와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게임의 재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 사슬낫, 켄다마 등 독특한 무기들에 의한 기궤한 모션을 확인하는 것도 전국무쌍의 큰 즐거움 |
한층
더 깊어진 캐릭터 성장 시스템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공격력, 방어력, 최대 체력, 최대 무쌍 게이지 등 4가지의 능력치를 갖고 있었다.
사실은 이밖에 이동력, 점프력, 간접공격력, 간접방어력 등 다양한 패러미터가 있지만,
게임 내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고 앞서 말한 4가지의 능력치 이외에는 아이템에 의해서만
보정이 가능할뿐 변경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것이 사실.
어쨌거나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캐릭터들은 전투 중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통해 능력치를 상승시켰다. 공격력과 방어력 상승 아이템은 적 무장을 쓰러뜨리면 등장했으므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어 별 문제 없었지만 최대 체력과 최대 무쌍 게이지를 올리는 아이템은 맵 내에 숨겨진 기물을 파괴해야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웠다. 또한 4가지의 능력치들은 아이템만 많이 획득하면 모두 MAX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여포와 제갈량의 능력치가 똑같은 경우도 충분히 생겨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전국무쌍」의 캐릭터들은 전투 중 능력치 상승 아이템을 얻는 시스템이 아니라 무훈획득에 의한 캐릭터 성장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자세히 말해 무훈이 일정치가 되면 캐릭터는 총 20단계까지 성장하며 최대 체력과 최대 무쌍 게이지가 점차 상승하고, 게임 내에서 싸웠던 결과를 종합해 그 평가에 따라 공격력과 방어력, 간접공격력과 간접방어력, 기승공격력과 기승방어력, 이동력, 회피력, 도약력 등의 능력치가 상승하도록 바뀐 것이다. 또한 캐릭터들의 능력에는 모두 상승 한계치가 있어 거기까지 도달하면 무훈을 아무리 많이 획득해도 능력치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즉, 캐릭터들의 개성이 유지되도록 바뀐 것이다.
▲ 클리어 후 평가에 따라 획득무훈과 기능 포인트가 결정된다 |
▲ 평가에 따라 대응되는 패러미터가 상승. 최종적으로는 MAX까지 도달시킬 수 있다 |
캐릭터들간에 능력치 차이를 두어 개성을 나타내도록 한 점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모션이 바뀐다고 해서 캐릭터가 다른 게 아니라 원작 설정에 근거해 그 캐릭터의 됨됨이를 능력치로 표현한다는 것은 캐릭터에 대한 플레이어의 감정이입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 등장하는 제갈량이나 「전국무쌍」에 등장하는 오이치가 여포 못지 않게 적들을 쓸어버리고 다닌다는 건 아무리 게임이라 해도 좀 이상하지 않을까?
▲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케이지(왼쪽)와 최저 공격력을 자랑하는 오이치(오른쪽). 캐릭터마다 MAX 능력치에 차이를 두어 개성이 나타나도록 했다 |
「전국무쌍」에는 능력치와 관련되어 주목해야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기능 포인트다. 전국무쌍에는 차지 공격 강화, 자동낙법, 가드가 뚫리지 않는다 등 캐릭터들에게 부여되는 다양한 특수능력이 있는데, 이 특수능력을 배우기 위해선 스테이지 종료시 평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기능 포인트를 사용해야 한다. 어떤 특수능력을 갖고 있느냐가 어떤 경우에는 능력치 패러미터의 높낮이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 기능 포인트는 무훈의 수치가 99999에 도달하면 더 이상 얻을 수 없으므로 한정된 기능 포인트를 이용해 자신에게 꼭 필요한 특수기능을 배우는데 사용해야 한다(물론 무훈이 99999가 되기 전에 모든 특수기능을 배울 수도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엄청난 노가다와 치밀한 전술, 무자비한 반복 플에이가 필요하다). 특수기능 역시 「전국무쌍」에서 각 캐릭터들의 개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 별 생각없이 진행하다간 무훈 포인트가 99999이 되어버려 특수기능을 반도 채우지 못한 채 성장한계에 도달해버린다 |
▲ 이렇게 모든 특수기능을 FULL로 채우려면 철저한 계획 플레이가 필요하다 |
다양한
미션과 이벤트들로 더욱 드라마틱하게
「전국무쌍」의 또 다른
특징은 전투 중에 일어나는 미션과 이벤트들로 인해 더욱 드라마틱한 전개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같은 전투라도 미션을 완수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전황이 시시각각으로
달라지고, 이로 인해 새로운 미션이 다시 내려온다. 역사상 실존했던 이벤트가 될
수도 있고, 미션을 실패하면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의 이벤트가 이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무작정 몰려드는 적들을 버튼 연타로 상대하는 것만
아니라 어떤 이벤트가 일어날지 생각해가며 게임에 대한 집중을 높이게 된다.
캐릭터별 스토리가 진행되는 무쌍연무 모드는 저마다 분기를 지니고 있다. 정해져있는 분기조건을 만족시켰을 경우와 만족시키지 못했을 경우로 스토리가 각각 나뉘는데, 대부분 역사상의 전개와 if의 전개 두 가지를 그리고 플레이어의 기호를 맞춰준다. 오다 노부나가와 아사이 나가마사가 동맹을 유지했다면? 우에스시 켄신과 타케다 신겐이 함께 손을 잡았다면? 이런 가상의 시나리오를 분기를 통해 if 시나리오에서 맛볼 수 있다.
▲ 완수한 미션은 이렇게 따로 확인할 수 있다. 발생하지 않은 미션을 찾아보자 |
▲ 캐릭터마다 준비되어 있는 if 시나리오.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게임에는 존재한다 |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
앞서 설명한 캐릭터들의 다양한 모션과
새로워진 성장 시스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통해 「전국무쌍」의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지만, 하나 더 추가되면 그 재미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지식이다.
「전국무쌍」은 삼국지의 관도대전이나 적벽대전 등의 유명 전투처럼 전국시대에 일어난 수많은 전투 중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전투를 주로 다루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적들을 상대하면서 떨어지는 미션을 완수해가는 것보다 이 전투가 일어나게 됐던 배경을 알고 전투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어가는지를 알면 훨씬 이해가 쉬워지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 게이머들 중에는 일본 전국시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켜 이순신 장군이 물리쳤다는 정도?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브리핑을 통해 대략적인 개요를 알려주긴 하지만 그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기엔 미흡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다. 역사와 관련된 게임도 사전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패키지에 포함된 매뉴얼이나 부록을 통해 게임 내에 등장하는 주요 전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제작사의 그런 마음씀씀이가 아쉽다.
▲ 아네가와 전투의 배치도(왼쪽)와 나가시노 전투의 배치도(오른쪽). 게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자료들을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
맹장전을
기대하며
다수의 병사들이 화면에 표시될 때 게임이 급격하게
느려지는 부분은 「진 삼국무쌍」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전국무쌍」도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진 삼국무쌍 3」에서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오히려 「전국무쌍」에서
더 느려지는 이유는 왜일까?
발매 전, 야외 전투뿐만 아니라 성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투와 곳곳에 장치된 함정들도 「전국무쌍」의 큰 특징이라 많이 부각됐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플레이해보자 성 내부의 함정들은 있으나마나한 것들뿐. 게임 진행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또한 내려지는 미션이란 게 다음 층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격파해야 하는 무장의 제거나 다음 층으로의 이동이 전부였다. 굳이 전투를 벌일 필요 없이 적들을 요리조리 피하거나 지정된 무장만을 제거하면 충분했던 것이다. 성 내부에서 좀 더 다양한 미션을 준비하고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함정 등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본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확장판 격인 맹장전과 마찬가지로 「전국무쌍」도 새로운 무장과 아이템을 추가한 맹장전의 발매가 예정되어 있다(일본의 경우). 게임성으로 보면 「진 삼국무쌍」 시리즈에 뒤지지 않는 「전국무쌍」이기에 맹장전도 기대되는 게 사실이다. 새로운 맹장전에는 앞서 설명했던 문제점들이 해결되길 기대한다. 또한 오다, 타케다, 우에스기, 도쿠가와 등의 세력들로 한정됐던 무장들도 더 다양하게 넓혀져 시마즈, 모리, 호죠, 토요토미 등 다양한 세력들의 개성 넘치는 무장들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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