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가 '지스타 2016' 핫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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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지스타 2016’에서 관객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것은 단연 VR 게임이다. 특히 소니는 VR 특별관을 운영하며 다양한 PS VR 타이틀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들어온 것이 ‘화이트데이: 스완송(이하 스완송)’과 ‘바이오하자드 7(이하 바하 7)’이다.
두 게임 모두 PS VR 전용 타이틀이고, 밀폐된 공간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플롯도 비슷하다. 또한 VR게임답게 생생한 공포체험이 강점이다. 여기에 '화이트데이'와 '바이오하자드'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공포게임이다. 다시 말해, 두 나라를 대표하는 공포게임이 VR에 동시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지스타 소니 부스에 두 게임이 모두 출품되며 미묘한 기싸움이 감지됐다.
두 게임이 공포를 풀어내는 방식은 다르다. ‘화이트데이’는 학교에서 괴기사건과 맞닥뜨린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다. 여기에 귀신이나 쫓아오는 수위 등 위협적인 상대를 공격할 수단이 없어, 도망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반면 ‘바이오하자드’는 튀어나오는 좀비와 괴물을 처치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적이 튀어나오는 연출로 긴장감을 이끌어낸 점이 호평을 받아 왔다. 시리즈가 진행되며 호러가 가미된 액션 게임으로 변모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번에 등장한 ‘바하 7’은 원점 회귀를 선언해 더욱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공포를 전달하는 두 작품이 VR에서 한 판 붙는다. ‘지스타 2016’ 소니 부스에서 펼쳐진 VR 공포게임 한일전 속으로 들어가보자.
▲ 기자를 밤 잠 설치게 만들어줄 비밀병기 'PS VR'
VR 맞춤형 공포를 제공한다, ‘화이트데이: 스완송’
일단 ‘스완송’은 올해 모바일 버전이 먼저 출시된 바 있다. 당시 로이게임즈는 모바일은 물론 PS4, PC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특히 PS4의 경우 PS VR을 지원할 계획이라 밝히며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그렇다면 PS VR로 다시 태어난 '스완송'은 어떤 모습일까?
주요 콘텐츠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픽부터 게임 플레이까지 전반적으로 ‘화이트데이’의 특징을 계승했다. 플레이어는 어둑어둑한 학교를 돌아다니며 이곳 저곳을 수색한다. 그 과정에서 열쇠와 같은 핵심 아이템을 손에 넣어 괴기 사건의 단서를 모으고, 탈출로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다. 스토리 진행 중 수위 아저씨나 귀신 등, 앞길을 가로막는 존재가 불쑥 튀어나온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도망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에도 밤의 학교에서 순탄한 여정을 기대할 순 없다.
▲ '화이트데이: 스완송' 대표이미지 (사진제공: 로이게임즈)
이번에 공개된 시연 버전에는 활발한 여학생 ‘유리’와 학교를 탈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래픽은 최신 트렌드에 맞춰 한층 더 정교해졌지만, 기본적인 비주얼은 올해 출시된 모바일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둑어둑한 교실부터 캐릭터까지, 전체적으로 현실적이라기보다는 만화풍에 더 가깝다. 여기에 원작 '화이드데이'와 비교해도, 화면만으로 그 후속작임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주얼적인 특징을 잘 살렸다.
▲ 시연버전을 함께하는 '유리' (사진제공: 로이게임즈)
그렇다면 VR이 접목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우선 캐릭터가 직접 몸을 움직이는 부분이 줄었다. 우선, 모바일 버전에 있었던 '달리기' 기능은 완전히 삭제됐다. 여기에 스토리 진행을 돕는 컷신 분량이 많은 편이라 직접 게임을 하기 보다는 대화를 듣거나 영상을 보는 시간이 꽤 길었다. 다시 말해, 최대한 덜 움직이면서도 게임의 핵심 중 하나인 스토리와 공포감 전달에 집중한 것이다. 이 점은 VR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손꼽히는 멀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비책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체험 도중에 어지럽거나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점은 없었다.
여기까지 보면 플레이어가 직접 할 수 있는 영역이 적어서 게임이 다소 단조롭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게임 진행은 시각적인 몰입감이 뛰어난 VR의 특징을 활용한 연출로 보완했다. 우선 맵 곳곳에는 새카만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게임을 깨려면 앞으로 가야 하지만 어둠 속에서 뭐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불안감이 쉽게 발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게임 도중에는 베란다에서 아래를 바라봐야 하는 구간도 있다. 보통 TV로 화면을 보는 콘솔로 게임을 할 경우 캐릭터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긴장감을 전달하기 어렵다. 나 자체가 화면 밖에 나와 있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현장감이 VR보다는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VR은 다르다. 내가 직접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본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기 때문에 긴장감이 증폭된다. 용기를 내서 아래를 바라보면 눈에 들어오는 핏자국과 시체, 벽을 타고 올라오는 귀신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지나가던 누군가가 등이라도 살짝 건드렸다면 기자 인생 최대의 오점이 될 정도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 VR이기에 더욱 무서운 '스완송' (사진제공: 로이게임즈)
이처럼 ‘스완송’은 캐릭터가 직접 움직이는 요소는 많지 않다. 나를 쫓아오는 수위를 우사인 볼트 뺨치는 질주로 따돌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대사나 영상, 수색 등을 통해 스토리 전달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강하다. 그 과정에 VR이라는 특징을 활용한 공포 연출이 확실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따라서, 멀미를 최소화한 상황에서 오싹한 공포담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기자 역시 무서운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었는데, 결국 수위가 달려드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으억”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 어둠 속 학교에는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사진제공: 로이게임즈)
제한시간 내에 웅크려라! ‘바이오하자드 7’ 랜턴
‘바하 7’은 발표 당시부터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바이오하자드’는 시리즈를 거듭해오며 공포보다는 액션 비중이 많아졌다. 슈팅을 기본으로 한 호쾌한 액션은 일품이었지만, 시리즈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공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많다.
이 와중 시리즈 최신작 '바하 7'이 '공포로의 회귀'를 모토로 내세우며 팬들의 주위를 환기시킨 것이다. 시원시원하게 좀비를 썰어버리는 주인공 대신, 미지의 존재에 벌벌 떠는 나약한 인물을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리즈 최초로 3인칭이 아닌 1인칭 시점을 지원한다. 그리고 '바하 7'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이번 '지스타 2016'에는 중년 여성을 피해 도망쳐야 하는 ‘랜턴’ 데모가 시연대에 올랐다.
▲ 한국어판도 출시될 예정인 '바하 7' (사진제공: 게임피아)
‘바하 7’은 앞서 체험한 ‘스완송’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전달한다. 곳곳에 불안감을 자극하는 요소를 가득 배치해 겁먹은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리에 기괴한 인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등 오싹한 오브젝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이다. 여기에 플레이어를 끈질기게 쫓아오는 괴물 같은 중년 여인까지 있다. 빨리 도망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스완송'의 공포가 심리적인 면이 많다면 '바하 7'은 오싹함에 가깝다.
▲ 창살을 박차면서 시작 (사진출처: 영상 갈무리)
▲ 으스스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스완송'과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캐릭터 움직임이 많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바하 7'의 경우 보는 순간 으스스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존재가 등장하기 때문에 절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기에 게임에는 달리기, 웅크리기와 같은 액션이 포함되어 있다. 전력으로 질주하여, 은신처에 몸을 숨기며 숨을 졸이는 긴장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극강의 몰입감을 전해주는 VR과 만나 플레이어가 진짜 이상한 저택에 갇혀 귀신과의 오싹한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여기에 '바하 7'의 경우 귀신이 등장할 타이밍을 짐작하기 어렵다. 따라서, 플레이어로 하여금 맵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살피도록 만든다. 게임 속에서 중년 여인은 저택을 계속 배회한다. 그리고 갑자기 길 앞에 등장하며 게이머를 깜짝 놀라게 한다. 실제로 시연을 즐기면서도 길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도중 눈앞에서 문을 등지고 서 있는 중년 여인을 마주치는 경우가 있었다. 그 상황에서 여인이 점점 다가오며 공포심을 자극한다.
이 때 드는 생각은 최대한 빨리 몸을 숨겨야 한다는 것이다. 중년 여인에 잡히는 순간, 주인공이 산채로 뜯어 먹히는 끔찍한 광경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하 7’의 공포는 ‘빨리 무언가 해야 해’로 귀결된다. '스완송'이 공포심이 드는 연출을 동원했다면, '바하 7'은 주인공 자체를 정신 없이 돌아다니게 만들며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도록 만든다.
▲ 여기까지 접근했다면 이미 죽은 목숨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VR의 경우 즐겨본 사람이 많지 않은 새로운 플랫폼이기 때문에 초보 유저 입장에서는 역동적인 움직임에 익숙해지기 힘들 수 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바하 7’에서는 기본적인 움직임을 안내하고 있다.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는 것, 몸을 돌리는 법, 이동하는 법 등 상세한 튜토리얼을 제공한다. 때문에 주위를 살펴보는 것이나 패드로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VR 게임의 고질병, 멀미다. 달리기처럼 캐릭터가 빠르게 움직이는 액션이 많이 들어가기에 '스완송'에 비해 멀미가 심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그렇게 오래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금세 불편함이 느껴졌다. 여기에 시야가 차단된 상태로 움직임이 많은 게임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다가 균형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개인차는 좀 있겠지만 VR이 익숙하지 않다면 ‘바하 7’을 즐기기 위해 다소 긴 적응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바하 7'은 불안감 속 액션이 묘미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공식 홈페이지)
공포체험은 ‘스완송’, 액션 비중 높은 ‘바하 7’
처음 ‘스완송’과 ‘바하 7’을 비교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는 둘 다 공포게임에 VR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느낌 역시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두 게임이 공포를 풀어내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같은 공포라도, 다른 매력이 살아 숨쉬는 것이다.
미리 정해진 이야기를 차근차근 따라가는 ‘스완송’은 VR이라는 특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이 백미다. 특히 베란다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구간은 ‘이게 VR이 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구나’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었다.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는 것처럼, 탄탄하게 구성된 스토리는 ‘스완송’의 매력이다.
반면 ‘바하 7’은 공포보다는 불안감에 초점을 맞췄다. 대강의 진행 방향은 있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것은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이다. 즉, 직접 몸을 움직이며 숨통을 조여 드는 긴장감 속에 맵을 탐색하고, 주변 상황에 맞춰서 여러 물품을 이용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은 ‘바하 7’이 압도적이다.
▲ 두 가지 공포 모두 개성적이다! (사진출처: 바이오하자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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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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