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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zip] 게임 크라우드 펀딩 소송, 국내선 사실상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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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프로젝트도 종종 진행되는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킥스타터 (사진출처: 킥스타터 공식 홈페이지)

게임업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적으로 창업·벤처기업 등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킥스타터, 텀블벅 등 대중을 대상으로 한 중개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제작비용이 부족한 게임사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하기도 합니다. 보통 제작 중인 게임 소개, 개발 로드맵, 목표금액 등을 소개하며, 후원금에 따라 여러 단계로 구성된 특전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게임에 관심을 보인 후원자 대부분은 게임사에서 제시한 특전 등을 받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작진이 공지한 내용과 같이 게임이 완성되고, 특전 역시 정상적으로 제공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테지만, 아쉽게도 처음에 약속했던 부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출시일이 지연되는 수준을 넘어 기존에 공개했던 스크린샷과 동떨어진 품질을 지닌 게임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후원금에 따라 제공하기로 했던 특전 중 일부 혹은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이 경우 크라우드 펀딩 중개 사이트에 소개된 프로젝트 광고 내용을 믿고 후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법적으로 이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다툴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게임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된 형사적인 책임

▲ 펀딩을 이행하지 못한 게임 개발사를 형법상 사기죄에 처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게임 크라우드 펀딩과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형법상 범죄는 사기죄일 텐데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발사가 광고대로 게임을 제작한다고 하여 이를 믿고 돈을 투자했는데, 결과물도 광고와 다르고 특전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면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한 모집자가 처음부터 광고대로 게임을 개발하거나 특전을 제공할 의사가 없이 자금을 모집한 경우가 아니라면 형법상 사기죄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광고 내용과 차이가 크더라도, 실제로 게임을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전자상거래법 위반입니다. 게임 크라우드 펀딩 대부분은 후원금에 따라 특전 등을 지급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에 해당할 수 있고, 이 법에 따른 형벌조항이 적용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일관되게 크라우드 펀딩 소송 사건에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게임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후원금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특전 등을 받는 형태)은 형사법적으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펀딩 모금자가 처음부터 사람들을 속여 돈을 편취할 목적으로 게임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상 형사적으로 책임을 묻기는 실무상 어렵습니다.

후원금을 민사소송으로 반환받는 방법 및 문제점

▲ 형사가 어렵다면 민사로는 어떨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형사가 어렵다면 민사는 어떨까요? 형사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광고와 전혀 다른 게임이 완성되거나, 약속한 보상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을 경우에 게임사에 어떠한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즉,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가 민사적으로 소송을 걸 수 있죠.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로, 게임 크라우드 펀딩 자체에 환불 내지는 위약금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광고에는 목표 금액에 미달되거나, 출시 예정일까지 게임이 발매되지 않거나, 특전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일 등이 발생했을 때 후원금 환불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크라우드 펀딩을 모집한 게임사에 직접 후원금의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게임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최초로 약속했던 보상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은 계약의 불완전이행에 해당한다는 점을 근거로, 게임사에 후원 계약 취소 및 후원금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게임 크라우드 펀딩 대부분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후원한 대가로 금액에 따른 다양한 특전, 즉 보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법적으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 되고, 이에 따라 후원자는 후원 계약 자체를 없던 것으로 취소하고 후원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게임이 크라우드 펀딩 과정에서 광고한 것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완성되거나, 출시일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경우에도 과대광고 등 게임사의 기망(상대를 착오에 빠지게 하는 모든 행위)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고 후원금을 반환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렇듯, 현재 실무상 게임 크라우드 펀딩 관련 문제는 대부분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구조이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게임 크라우드 펀딩 후원금은 소액인 경우가 많고, 일반적인 개인이 위와 같은 이유를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인데요.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개인의 소송 부담과 관련해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까?

▲ 미국은 '소송의 나라'로 유명하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그렇다면 ‘소송의 나라’로 유명한 미국에서는 어떨까요? 미국에서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그 후원자에게 최초로 광고했던 보상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나라로 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펀딩 모금자에게 그 책임을 강력하게 추궁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책임과 관련한 최초의 사례로 알려진 ‘스테이트 오브 워싱턴 v. 알티어스 매니지먼트 LLC(State of Washington v. Altius Management, LLC)' 사건이 대표적인데요. 사건 개요를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알티어스 매니지먼트 LLC라는 게임사가 킥스타터를 통해 어사일럼 플레잉 카드(Asylum playing cards)라는 카드게임 신작을 홍보하면서 후원자 총 810명으로부터 약 2만 5,000달러(한화 약 3,380만 원)를 모금했습니다. 그런데 최초 모집일로부터 2년이 넘도록 약속했던 어떠한 보상도 지급하지 않아 워싱턴 주가 제작사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위 사건에서 워싱턴 주 킹 카운티 고등법원은 게임사가 워싱턴 주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한 것을 이유로, 민사 벌금 3만 1,000달러(한화 약 4,200만 원)를 부과하고, 워싱턴 주에 거주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에게 각 668달러(한화 약 90만 원)를 배상금으로 지불할 것을 명했습니다. 소송비용 2만 3,000달러(한화 약 3,108만 원)도 게임사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 알티어스 매니지먼트 크라우드 펀딩 소송 결과, 소송비용, 민사 벌금, 배상금을 포함해 약 5만 4,800달러(한화 약 7,400만 원)를 지불할 것을 명령했다

게임 크라우드 펀딩,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후원하자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이 모자란 창작자에게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며, 게임업계에서도 근 몇 년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자금 조달이 상당한 성장을 이뤘습니다. 분명 많은 게임사에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구체화하는 방법인 동시에 예비 유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서 활용할 수 있는 등 많은 긍정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만들어질 게임만 보고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후원자 입장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후원금에 대해 어떠한 반대급부도 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게임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려는 일반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는 완성된 게임을 구매하는 것과 전혀 종류가 다른 계약이라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소중한 후원금이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펀딩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며 참여하고, 후원금을 지급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해당 프로젝트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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